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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75화 (275/705)

제276화

SSS급 흑염을 얻은 흑염마조의 기세에 샐러맨더들이 몸을 떨었다.

최대한 몸을 숙인 채 그 어떠한 움직임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자칫 움직였다간 재가 될 수 있었기에.

샐러맨더들은 모두 복종한 상태였다.

S급 흑염과는 차원이 다른 SSS급 흑염의 파괴력은 논외였다.

저항을 잊게 만든 공포 그 자체였으니까.

[내 밑에 있는 놈들은 어찌 이리 죄다 멍청한지, 똑똑한 수하를 둔 현무가 부럽군.]

샐고드의 오만한 대가는 아주 처참했다.

적어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제압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성화를 잃은 샐고드는 최하위 블랙급 몬스터가 되자, 이준에게 된통 당하고 있었다.

물론 일반적인 각성자라면 호각을 다툴 터.

하나 이준이 익힌 무공은 무려, 자신의 친구이자 주인의 무공이었다.

여타 무공과는 궤를 달리했다.

괜히 파천의 무공이라 불리었겠나.

또 다른 말로는 신살의 무공이라 불리기도 했다.

신까지 죽일 수 있는 파멸의 무공.

그게 바로 혼원신공이었다.

여기에 더해 SSS급 아티팩트인 파멸겁까지 있으니 샐고드가 이준을 상대할 수 있을까.

애초에 이준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퍼벅퍽퍽!

창대가 바람에 반쯤 접힐 만큼 강력한 힘이 들어갔다.

이준의 무자비한 폭행.

품격 없는 마구잡이 휘두르기로 보이나 그 움직임에는 아주 현묘함이 담겨 있었다.

“끄아악!”

“고객님 아까의 위풍당당함은 어디다가 치워 버리셨어요?”

퍼벅!

파멸겁이 샐고드의 배를 강타했다.

“꾸엑!”

그 단단하던 비닐이 찢기며 액체가 흘러나왔다.

샐고드의 피였다.

창대가 녀석을 때릴 때마다 허공에 핏방울이 비산했다.

꽤 많은 양의 핏물에 주변이 흥건해질 정도.

피가 땅에 닿자 치익 소리가 들리며 돌이나 흙이 부식했다.

샐고드의 피에는 독성이 있었다.

그것도 치명적인 독과 가스가포함된 이곳은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곳.

땅을 조금만 파면 바닥에서 용암이 튀어나오는 장소였다.

독가스와 불이 만난다면 폭발을 일으키는데도 이준은 개의치 않았다.

“그, 그만!”

“고객님 아직 덜 맞으셨어요.”

이준의 파멸겁은 여지없이 샐고드의 몸을 주물렀다.

몸집이 크니 때릴 곳이 굉장히 많았다.

[고놈 참. 때리는 맛이 좋을 정도로 찰지는고.]

무극자의 말처럼 짜릿했다.

손에 착 감기는 감촉.

아주 기가 막혔다.

끊을 수 없는 중독성에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쾅!

샐고드의 피가 많이 묻은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연이어 폭발음이 들렸다.

콰광쾅쾅!

“어?”

[차라리 잘 됐군. 이곳이 아예 무너지기 전에 나가자.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흑염마조의 목소리가 이준의 귀에 들렸다.

“아직 귀속한다는 메시지가 안 떴는데?”

[네가 말할 틈을 안 줬는데 그런 메시지가 뜰까?]

“그… 런가?”

이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는 샐고드다.

녀석이 항복해야지만 끝나는 상황.

하나 이준은 샐고드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때렸다.

그러니 귀속한다는 메시지가 나올까.

샐고드가 죽지 않은 이상은 보스 몬스터가 복종을 해야지만 메시지가 떴다.

[본좌가 게이트를 열겠다.]

흑염마조의 눈이 번들거렸다.

공중에 하얀색의 게이트가 열렸다.

[여기로 들어가라.]

샐고드의 명령이 없었으나 흑염마조의 명령이었다.

공포에 사로잡힌 샐러맨더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게이트로 움직였다.

“이 자식은 어떻게 옮겨?”

[허공섭물이 있잖나. 게이트가 무너지기 전에 어서 움직여.]

이준이 인상을 썼다.

샐고드는 맛이 간 상태였다.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하, 괜히 힘썼네.”

이준은 10M나 되는 샐고드를 가뿐히 허공에 들어 올렸다.

상상을 불허하는 극한의 내공 컨트롤.

혼원신공을 익힌 이준에겐 껌이었다.

“제대로 움직이면 넌 뒤졌어.”

이준의 말에 샐고드가 움찔거렸다.

인사불성이었으나 그 말은 들었는지.

몸을 부르르 떤 샐고드의 눈에서 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남쪽을 지키는 수문장의 치욕.

오만의 대가였다.

* * *

이준까지 포탈에서 다 나오자 흑염마조가 급히 문을 닫았다.

쿵!

화륜의 신전이 흔들렸다.

불의 봉우리가 폭발한 여파인 것 같았다.

화르륵!

주변에 수백 개의 검은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주인을 뵙습니다.]

플레임 오크들은 몸을 숙인 채 무릎을 꿇은 자세로 흑염마조를 맞이했다.

[잠시 너희의 보금자리를 빌리겠다. 본좌는 상관치 말고 쉬어라.]

[감읍할 따름입니다. 남쪽의 주인이시어.]

다시 검은 소용돌이가 치더니 플레임 오크들이 사라졌다.

“야. 일어나. 정신 차린 거 알고 있으니까.”

이준이 샐고드의 몸을 발로 툭툭 찼다.

10M나 하는 덩치를 가진 샐고드에겐 간지러울 정도였지만 녀석이 벌떡 일어났다.

“예!”

치이익!

샐고드의 날렵한 움직임에 녀석의 몸에 있던 피가 주변으로 튀었다.

“야 씨! 여기까지 무너트릴 작정이냐?”

샐고드는 억울했다.

지가 때려서 피가 났는데 괜히 자신에게 뭐라고 하니 미칠 지경이다.

그렇다고 화를 낼 수 없는 노릇.

반항했다가 이전보다 더 두들겨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곧바로 조치를 취했다.

“죄송합니다.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샐고드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했다.

찢겼던 가죽이 재생됐다.

피가 나왔던 부분이 감쪽같이 막혔다.

굉장한 자가 치유력이었다.

“꼭 맞으니까 정신을 차려요. 딱 테구르 지능인데?”

“테구르는 누군지….”

샐고드는 테구르가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테구르가 스케먼 종족이라는 걸 알았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 것이다.

남쪽의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으로서 엄청난 치욕이었다.

특히 블랙급 몬스터는 지능이 뛰어난 걸로 유명했는데, 하급 몬스터이자 중학생 지능인 스케먼과 같다고 하니.

차라리 죽는 게 명예를 지키는 것이었다.

“네 선택에 따라서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고. 성화와 흑염 중 누굴 섬길래?”

“주인께서 강림하셨는데 당연히 흑염을 섬길 것입니다.”

“언제는 성화를 섬긴다며?”

“제가 잠시 이름을 헷갈린 듯합니다.”

“태세 전환 끝내주네.”

[저딴 놈을 수문장으로 뒀다니. 본좌가 다 창피하군.]

흑염마조의 음성에서 진심이 묻어 나왔다.

사대종의 직위를 가지고 있다면 그래도 위엄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아까의 위엄은 어디 가고 꼬리를 살랑 흔드는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자존심도 다 버린 채 말이다.

[불의 봉우리 보스 몬스터인 샐고드가 당신에게 귀속을 청해옵니다.]

이준에게 메시지가 전달되어 왔다.

하지만.

“야. 잘못 보냈어. 네 주인에게 보내야지.”

“여기가 아닙니까?”

“이 자식 개 골때리네. 조야. 얘 나한테 귀속 청해왔는데?”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군. 다시 잠들고 싶단 생각이 들어.]

“너한테 보낸다?”

[본좌가 정신 개조를 단단히 시켜놓지.]

이준은 귀속 요청을 거부했다.

샐고드의 얼굴이 핼쑥해지며 흑염마조의 눈치를 봤다.

그리고 재차 귀속 요청을 했다.

[불의 봉우리 보스 몬스터인 샐고드가 흑염마조에게 귀속을 청해옵니다.]

“수락.”

[불의 봉우리가 흑염마조에게 귀속되었습니다.]

[보상으로 사대종의 표식을 획득하셨습니다.]

“얘 사대종에 앉힐 거지?”

[덜떨어진 놈이라도 강하니 어쩔 수 없지.]

“그래. 정신만 제대로 박히게 해놔.”

이준이 샐고드를 향해 사대종의 표식을 건넸다.

하지만 녀석은 망설였다.

[표식을 받아라.]

사대종은 지고한 존재.

무려 사신수를 보좌하는 역할을 했다.

몬스터로선 최고의 지위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샐고드는 표식을 받길 꺼려했다.

[네겐 거부권이 없다. 이 자리에서 죽든지 아니면 받아들여라.]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자비를!”

[어서 표식을 받지 못할까!]

흑염이 불타오르자 샐고드는 거부하지 못했다.

녀석의 눈이 풀렸다.

몽롱한 표정을 한 채 이준이 건넨 사대종의 표식을 받았다.

[샐고드가 사대종의 표식을 취했습니다.]

[샐고드에게 흑염의 사대종 지위가 주어집니다.]

[사대종의 품위에 걸맞게 능력을 선별합니다.]

“까아아아악!”

샐고드의 비명이 화륜의 신전 전역에 퍼졌다.

녀석뿐만이 아니었다.

성화를 받들고 있었던 샐러맨더들 또한 같은 처지였다.

온통 흑염에 둘러싸였다.

껍질이 벗겨지며 새살이 돋는 가죽.

성화의 마력을 없애며 비었던 연료를 흑염으로 채워 갔다.

샐러맨더들의 변태.

사대종의 품격에 맞게 변화하고 있었다.

정신 개조는 덤.

테구르를 사대종의 주위에 올렸을 때보다 샐고드와 샐러맨더들이 더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일련의 과정이 끝나면 전혀 다른 녀석들이 탄생하게 될 터.

샐고드가 사대종의 표식을 받길 망설이는 이유였다.

혼이 날아갈 만큼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게 했으니까.

* * *

[샐고드와 샐러맨더가 변태를 완료했습니다.]

[떨어졌던 능력치를 재조정합니다.]

[흑화가 피어날 시 샐고드의 등급을 최상위 블랙급 몬스터로 고정합니다.]

[샐고드의 게이트가 파괴되어 흑화를 피울 수 없습니다.]

[흑화를 피울 보금자리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주십시오.]

“드디어 준비를 끝냈구만. 딱 시일을 맞췄어.”

변한 몬스터를 보며 흡족해하는 이준이었다.

녀석들의 얼굴엔 두려움이 사라졌다.

대신 흑염마조를 경외의 시선으로 보았다.

화륜의 신전 소속 플레임 오크들이 보였던 눈빛.

그 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4대 성지의 금역으로 돌아가자. 성화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

그 순간.

[경고! 성화의 반쪽이 불의 봉우리에 침입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에 굉장히 격분했습니다.]

[경고! 성화의 반쪽이 이끄는 전 병력이 당신의 게이트를 공격합니다.]

[경고! 공격하기까지 남은 시간: 01:00:00]

드디어 성화의 침공이 시작되었다.

“타이밍 기막히네.”

지잉-

이준이 금역의 게이트를 열었다.

“가자. 전쟁하러.”

그가 금역으로 넘어왔다.

금역 안의 몬스터들도 낌새를 느꼈을까.

모두가 나와 있었다.

이준이 나타나자 로티틸이 달려와 다급히 말했다.

“주, 주인님! 하늘 좀 보세요.”

맑았던 하늘이 붉게 뒤덮였다.

불을 지배하는 몬스터가 강림하려 하니 보이는 현상이었다.

이준의 뒤로 샐러맨더가 나타나며 위용을 드러냈다.

“새, 샐러맨더!”

로티틸이 놀라 말을 더듬었다.

처음부터 태생이 블랙급 몬스터는 처음 본 것이다.

“로티틸 적들이 쳐들어올 거야. 전투 준비해.”

“예? 예!”

멍을 때리던 로티틸이 날개를 펼치며 사라졌다.

이준은 곧장 테구르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아직도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테구르. 아직 멀었어?”

“주인님 오셨습니까요. 거의 다 끝냈습니다요.”

“좋아. 장비 다 지급하고. 너희는 싸움이 나면 뒤에서 보조해.”

“걱정 붙들어 매시면 됩니다요.”

이준이 테구르의 대장간에서 나왔다.

이제 어떤 식으로 성화와 싸울지 전략을 짜야 할 때였는데.

“응?”

스마트폰이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이의태였다.

“뭐지?”

이준이 전화를 받았다.

“각주님. 무슨 일이세요?”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으셨습니까.

“아, 통신이 끊긴 곳에 있었어요. 그런데 왜요?”

-다름이 아니라 가주님께서 치료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요? 누군데요?”

-혁진 군이 현재 주화입마에 걸렸습니다.

“혁진이가요?”

이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왜 녀석이 주화입마에 걸렸는지, 전혀 예상이 안 갔다.

분명 기사에 박혁진의 활약이 있었다.

녀석 정도면 외상은 입을 테지만 내상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박혁진에겐 뇌신공이라는 SS급 무공이 있었으니까.

내상을 입어 뇌신공으로 운공하던 중 주화입마에 걸린다?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무극자 사부가 말하길 뇌신공의 장점은 강하면서도 안전하다고까지 했으니까.

지금껏 사부의 말은 단 한번도 안 틀렸는데, 이번만은 틀렸을까.

어떻게 주화입마에 걸렸는지 직접 봐봐야 알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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