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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74화 (274/705)

제275화

그 무렵.

불의 봉우리에 흑염 지옥이 펼쳐졌다.

활활 타오르는 검은 불꽃.

몇몇 샐러맨더가 그 화염에 휩싸여 재가 되었다.

화륜의 신전에서 펼쳤던 흑염지옥의 파괴력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 정도의 흑염 가지고도 몬스터를 패닉상태로 만들기엔 충분했다.

[작은 주인 지금이다!]

흑염마조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흑염의 길이 열렸다.

샐러맨더를 가로지르는 검은 불꽃 끝에는 우뚝 솟은 산이 있었다.

그 위에 자리 잡은 하나의 석상.

눈을 부릅뜬 샐러맨더가 있었다.

크기는 대략 10m.

다른 샐러맨더보다 압도적으로 컸다.

“고맙다.”

이준은 무극군림보를 펼쳐 앞으로 한걸음 내딛었다.

거의 순간이동에 가까운 속도로 치고 나가는 이준.

순식간에 산 초입에 다다랐다.

다시 한번 종아리에 힘을 가득 실어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단번에 위로 솟아올랐다.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

팡!

공기를 밟으며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샐러맨더의 석상이 있는 불의 봉우리에 도달하기까지 단 세 걸음. 경이적인 움직임이었다.

이준은 파멸겁 대신 봉황 비녀를 꺼냈다.

보스 몬스터를 깨우기 위한 방법.

비녀의 뾰족한 부분을 샐러맨더의 오른쪽 눈을 향해 찔렀다.

“끼에에에엑!”

목소리가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렸다.

쩌적-

샐러맨더의 석상에 균열이 생겼다.

석재가 아래로 후루룩 떨어지며 그 안에서 반들거리는 가죽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의 봉우리(제1 염열지대)의 보스 몬스터인 샐고드가 눈을 떴습니다.]

[성화의 불꽃이 불의 봉우리에 맺혔습니다.]

“끼아아악!”

보스 몬스터 샐고드의 입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윽!”

곧장 파멸겁을 휘두르려던 이준이 아래로 추락했다.

샐고드의 마력 기파로 인해 내기가 도중에 끊기고 말았기 때문.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 혼원신공을 천천히 끌어 올리거라.]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에 이준이 혼원신공을 느꼈다.

끊겼던 혼원신공의 내기가 의지에 따라 다시 몸에 활력을 집어넣었다.

이준은 공중제비를 돌아 바닥에 착지했다.

쿵.

다리로 충격이 전해져왔지만 혼원신공의 내기가 다리를 보호해주었다.

뒤이어 샐고드 또한 불의 봉우리에서 내려왔다.

녀석이 있던 자리에는 노란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성화의 불꽃을 꺼트려야 샐고드가 약해져.’

현재의 샐고드는 최상위 블랙급 몬스터와 맞먹었다.

하나 불의 봉우리에서 타오르는 저 성화를 꺼트리기만 한다면 원래의 힘으로 돌아올 터.

이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선 성화를 꺼야만 했다.

아니면 최상위 블랙급 몬스터를 압도적인 실력 차이로 이기든가.

후자는 불가능했다.

자신은 SS급인 현경의 경지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찮은 인간 따위가 감히 날 깨웠단…!”

샐고드가 성화를 태우며 이준을 노려보려는 그때.

화르르륵!

흑염이 이준과 샐고드를 갈라놓았다.

검은 불꽃을 본 샐고드가 당혹스러워했다.

샐러맨더가 지었던 표정과 똑같았다.

[오랜만이구나. 샐고드.]

“……!”

흑염마조의 말에 샐고드는 눈을 부릅뜨기만 했다.

[반쪽이 아직 너까지는 못 깨웠구나.]

그가 재차 입을 열자 그제서야 샐고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녕… 남쪽의 지배자이시나이까?”

[아니면 그 누가 흑염을 부린단 말이냐.]

“헌데 어찌 지고하신 지배자께서 인간 따위와 같이 계실 수 있습니까.”

바로 앞에서 무시당하는 이준이었다.

[본좌는 태초부터 인간과 어울렸다. 네가 본좌의 밑으로 들어왔을 때는 인간과 어울리지 않았지만 현재는 저 인간을 주인으로 모시고 있다.]

“믿을 수 없습니다. 남쪽의 지배자가 어떻게 인간 따위와…”

계속된 샐고드의 무시에 이준이 버럭 소리쳤다.

“듣자 듣자 하니까. 야. 너 그러다 나한테 뒤져.”

“감히!”

“이게 저 불꽃을 믿고 깝치네.”

쾅!

이준이 땅을 박찼다.

신형이 사라진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성화가 피어있는 불의 봉우리였다.

엄청난 속도였다.

절대 따라잡을만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이준이 파멸겁으로 성화를 끄려는 순간!

“내가 그딴 허접한 수에 당할 성싶으냐!”

샐고드가 이준의 앞에 나타났다.

그의 속도를 샐고드가 따라잡은 것이다.

“억!”

샐고드의 우악스러운 속에 뒤덮인 이준.

그대로 바닥을 향해 처박히고 말았다.

“이딴 하찮은 것을 섬긴단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면 제 답은 정해졌습니다. 흑염이 아닌 성화를 섬기겠습니다.”

샐고드의 태도는 주인을 섬기는 자의 행동이 아니었다.

오만했다.

명백히 옛 주인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좋게 말하면 자존감이 높다고 해야 할까.

남쪽의 입구인 제1 염열지대를 지키는 수문장으로서의 자존심이 목소리에 드러났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당히 거슬리는 말투였다.

[네 선택을 곧 후회하게 될 것이다.]

“후회는 지배자가 하실 겁니다.”

[어리석은! 네 놈의 그 오만함 때문에 항상 한낱 입구를 지키는 개 노릇이나 하는 거다.]

“절 능멸하시는 겁니까!”

샐고드의 몸이 거세게 타올랐다.

그 기세로 인해 게이트가 진동하며 몸살을 앓았다.

그러던 찰나.

“뭐지?”

샐고드의 막강한 마력이 끊겼다.

무너질 듯 뒤흔들렸던 게이트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녀석이 다급히 뒤를 돌아보자 눈에 어이없는 장면이 들어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타올라야 하는 성화가 허공으로 흩어지는 게 아닌가.

“대체 성화가 왜!?”

샐고드의 의문에 이준이 파묻혔던 흙과 돌을 헤치고 나와 미소를 지었다.

섬뜩함은 덤이다.

“성화가 사라져서 당황하셨어요, 고객님?”

* * *

‘아, X발. 오랜만에 개망신을 당하네.’

이준은 굉장히 쪽팔렸다.

불의 봉우리에 핀 성화만 끄면 샐고드는 X밥.

간단하게 생각하고 움직였다.

이렇게 땅에 곧바로 처박힐지는 모른 채 말이다.

결과는 방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흙에 파묻혀졌다.

명백한 실력 차이.

이게 바로 최상위 블랙급 몬스터의 힘이었다.

SS급인 현경이 아니면 변변찮은 방어조차 하지 못했다.

녀석이 자신을 처음부터 죽일 작정이었으면 이미 목숨을 잃었을지 모른다.

‘이제 어쩌냐.’

성화를 빨리 꺼야 불의 봉우리를 클리어할 수 있다.

그리고 성화가 피어난 순간부터 이곳을 최대한 빠르게 벗어나야 할 이유가 있었다.

성화가 피어오르자마자 불의 봉우리와 연결되어있는 모든 게이트에 연락이 갔을 터.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했다는 걸 반쪽이 알았을 것이다.

‘답이 없는데…’

계속 시간이 지체된다면 세워놨던 계획이 전부 일그러진다.

어쩌면 샐러맨더를 얻지 못하고 반쪽과 싸움을 시작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아군 쪽 피해가 굉장히 많이 나올 거다.

‘어떻게 모은 몬스터인데 반쪽이랑 싸워서 잃을 순 없어.’

샐고드를 상대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무극자 사부가 혀를 찼다.

[쯧쯧. 제자는 항상 얻어맞고 다니는구나.]

‘아니거든요. 그전까진 제가 다 때리고 다녔거든요.’

[쫄병들만 때리고 다녔으니 이겼겠지. 간부급과 상대하니 지금처럼 얻어맞은 게 아니냐.]

‘저 뱀 새끼가 강한 거예요.’

[어련하겠느냐.]

사부의 말을 받아치면서 테크트리를 올릴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현재의 자신은 예전같이 테크트리를 많이 올릴 수 없었다.

이젠 능력치 하나에 무려 3천만 포인트가 필요했으니까.

10개의 능력치를 올리려면 3억 포인트가 요구됐다.

하나 현재까지 올린 능력치의 총 개수는 112개다.

8개만 올려도 1개에 사용하던 테크트리 필요 포인트가 또 상승하게 될 터.

어쩌면 두 배가량 필요 포인트가 늘지 모른다.

그렇기에 능력치 테크트리를 올리기엔 리스크가 많았다.

예전에는 효율성 갑이었다면 지금은 효율성이 극악으로 된 것.

차라리 3억5천 포인트를 모아 은거자 테크트리인 태양지체나 마신지체를 올리는 게 더 이득인 상황이 되었다.

‘쳇. 테크트리 중에 올릴 수 있는 게 없네.’

물론 현재 태양지체나 마신지체를 올릴만한 테크트리 포인트가 없기도 했다.

[쉬운 길을 놔두고 돌아가고 있구나.]

‘쉬운 길이 뭔데요?’

[가르쳐 주랴?]

생각할 시간도 빠듯한데 무극자 사부가 계속 말을 걸어왔다.

그것도 굉장히 얄미운 목소리로.

이럴 때는 활기가 가득했다.

자신을 놀리려고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을까.

마음 같았으면 알아서 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네! 사부님. 가르쳐 주세요.’

이 잠깐 사이에 방법을 찾기란 힘들었다.

결국 사부에게 도움을 청했다.

[끌끌. 이래서 경험이 미천한 제자에게 사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니라.]

‘당연합니다.’

[큼큼. 사부가 친히 가르쳐 주겠다.]

‘무슨 방법인데요?’

[흡성공을 운용하거라.]

‘흡성공이요? 보여야 뭘 하든지 하죠. 그리고 성화가 보이면 뭐 해요. 저 뱀 새끼가 방해할 텐데.’

[제자야. 어찌 멍청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으냐. 생각 좀 하거라. 이 사부가 하라면 그 속에 큰 뜻이 있는 것이다. 알겠느냐.]

그동안 못 했던 갈굼을 오늘 다 하는 느낌이었다.

방법이 없으니 말한대로 따라는 하는데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예. 제자는 아직 사부님을 따라가려면 먼 것 같습니다.’

[홀홀 당연한 소리를 하는구나. 어서 흡성공으로 내기를 돌려 보거라.]

이준은 땅에 파묻힌 그대로 흡성공을 운용했다.

내기가 혈도를 타고 몸을 한 바퀴 돌자.

[이제 눈을 감고 주위의 기척을 느껴 보거라.]

무극자 사부 말대로 기감을 퍼트렸다.

눈을 감고 있어도 흑염마조와 샐고드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제 성화의 기운을 찾아라. 보이느냐?]

불의 봉우리에 핀 성화를 떠올리니 눈앞에 있는 듯 선명하게 이미지가 보였다.

‘네! 보입니다.’

[그 상태 그대로 흡자결을 쓰면 된다.]

말은 정말 쉬웠다.

과연 이게 될까 의심스러울 정도?

하나 어쩌랴.

다른 방법이 없는데.

사부의 말대로 흡자결을 운용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성화의 기운이 허공에 흩어지면서 자신에게 빨려 들어오고 있었다.

[성스러운 불꽃을 흡수했습니다.]

[성스러운 불꽃을 흡수했습니다.]

[일부가 흑염마조에게 흡수됩니다.]

[완전히 흡수까지 남은 시간: 00:05:00]

[어떠냐? 이게 바로 적재적소로 무공을 운용하는 법이니라. 크흠.]

무극자 사부가 목소리를 다듬었다.

빨리 칭찬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정말 대단합니다. 사부님. 괜히 고금제일인이 아니셔요.’

무극자 사부를 치켜올리면서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준아 이 병신아. 제발 머리 좀 굴려라. 이 쉬운 걸 왜 생각을 못 했냐.’

장거리에서 성화를 흡수한다는 걸 애초에 배제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해결책이 떠오를 리가 있나.

이게 바로 이준만 가진 문제점이 아닌 현시대에 사는 전 각성자의 문제였다.

[홀홀. 뭐 대단치 않은 일을 가지고, 이 사부의 얼굴에 금칠하지 말거라.]

좋으면서 싫은 척하는 무극자 사부였다.

얼굴은 함박웃음을 지은 채 뿌듯해하고 있었다.

잘난 척을 해서 좋은지, 칭찬을 받아서 좋은지.

참 분간이 안 가는 사람이다.

그 사이.

[성스러운 불꽃을 전부 흡수했습니다.]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인간이 최초로 사신수의 완전한 기운을 흡수했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200,000,000p가 지급됩니다.]

[흑염마조의 성장도가 50%를 달성했습니다.]

[서브 퀘스트 ‘흑염을 뿌리는 마조’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흑염의 등급을 SSS급으로 조정합니다.]

[추가 보상으로 ‘빙하 북쪽의 단서’가 해금되었습니다.]

성화를 완전히 흡수했다.

보상으로 뜻밖의 메시지도 나왔다.

하나 지금은 볼 시간이 없었다.

자신을 망신 준 샐고드에게 되갚아 줄 시간이었으니까.

이준은 흙과 돌을 치우며 일어났다.

“성화가 사라져서 당황하셨어요, 고객님? 더 당황할 시간입니다. 고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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