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화
-내, 내가 지금 뭘 본 거임?
-저게… 가능해?
아시아 학원 대항전을 인터넷으로 시청하고 있는 이들이 입을 떡 벌렸다.
하늘에 뜬 수많은 무기들.
검, 도, 창 가리지 않고 떠 있었다.
무엇보다 하늘에 뜬 무기의 숫자가 압권이었다.
수백 개도 아닌 수천 개의 무기.
얼마나 많은 내공을 가지고 있길래.
저 많은 숫자의 무기를 한 번에 들어 올리는 걸까.
보고 있는 이들은 순간 뇌 정지가 왔다.
-저 기술… 허공섭물이라고 보면 되냐?
허공섭물은 내기로 사물을 움직이게 하는 걸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염동력과 비슷했다.
이준이 만든 장관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무기의 무게는 제각각이었다.
이준과 무기의 거리 또한 마찬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내에 있는 무기를 하늘로 일시에 띄운다는 건 어마어마한 내공이 필요했다.
어렸을 때부터 혈족 계승을 하고 몇십 년간 내공을 갈고 닦았던 검제도 하지 못하는 기술이다.
아니, 할 수는 있었다.
다만 이준 같이 저토록 많은 양의 무기를 들어 올리진 못했다.
-이기어검 아님?
-이준이 기를 보여서 무기를 움직였으니까 허공섭물이다.
-허공섭물과 이기어검의 차이가 뭐냐?
-알게 뭐냐. 강하면 우리 편인 게 장땡이지.
-ㄱㅇㅈ. 저새끼들은 ㅅㅂ 여기서 지식 뽐내고 있네.
이준의 엄청난 무위에 이기어검과 허공섭물이 어떻게 다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과연 그가 저 장관으로 뭘 하려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어어?
-미친! 저걸 한꺼번에 움직여?
-기, 기울어진다!
-왓더X.
시청자의 눈에는 무기가 일제히 기울어지는 게 보였다.
무기의 날이 무대를 가리킨 순간.
-꿀꺽.
-화장실 마려운데 못 가겠어.
-그냥 싸서 말려.
-이걸 실시간으로 못 보면 평생 후회할 거다에 한 표.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앉아있는 의자나 소파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눈도 깜빡거리는 걸 최대한 줄인 채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준이 앞으로 걸음을 옮긴 것이.
고작 바닥에서 발을 떼었을 뿐인데 기대감을 잔뜩 가지게 해 줬다.
그가 중국과 여러 나라를 상대로 어떻게 행동할까.
과연 그동안 한국에서 보여 줬던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 줄까.
시청자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
경기장에는 이준의 발걸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뚜벅뚜벅.
이곳에 있는 모두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토끼 눈을 뜬 채 부르르 떨고 있는 저들을 향해 이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래도 내가 너희와 대등하다고 생각하냐?”
“다, 다가오지 마!”
이토 준지로가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소리쳤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태였다.
진천우도 그와 입장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핏기 한점 없는 얼굴이 꼭 음식을 먹다 체한 사람같았다.
이토 준지로의 외침에 진천우가 정신을 차리고.
“무슨 짓이냐!”
“무슨 짓이긴. 날 보호하려는 행동이지.”
“네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모르느냐!”
“어떤 행동을 초래하는데?”
이준이 멈칫거렸다.
그 모습에 진천우는 단단히 오해했다.
‘힘만 센 애송이 놈. 네가 강한 건 인정하마. 하지만 정치는 내가 위다.’
다시 이준보다 우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 진천우가 여유를 되찾았다.
거만한 말투로 이준을 꾸짖기까지 했다.
“네놈의 철없는 짓 때문에 죄 없는 한국이 우리와 전쟁을 하게 생겼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참석한 여러 나라와도 전쟁을 치러야겠지. 네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 알겠느냐!”
“…….”
이준이 아무 말도 없자 진천우의 입에 비열한 미소가 어렸다.
“내공을 거두고 순순히 잡혀라. 그렇다면 한국 대표 팀은 내 재량으로 최대한 보호해….”
그가 말을 끝마치려는데 이준이 말을 잘랐다.
“X까고 있네.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전쟁? 그까짓 거 하자.”
“무, 뭐?”
이준의 말에 진천우가 당황했다.
내공을 거두고 투항할 줄 알았는데 계산 밖의 행동을 했다.
그는 이준의 성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사람만 챙기는 성격.
만일 적이 자신의 소중한 걸 건리린다면 풀 한 포기 남기지 않고 먼저 공격하는 게 이준이었다.
도련과 패왕도가가 이 때문에 무너졌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던 진천우는 큰 착각에 빠졌던 것.
이제 현실을 느낄 차례였다.
“전쟁을 치루기 전에 너희부터 싸그리 죽여 줄게.”
공중에 떠 있는 무기들이 떨려 왔다.
공격하기 전의 전조 현상 같았다.
이번에는 진천우의 느낌이 맞아 떨어졌다.
“그냥 다 뒤져.”
이준의 음성이 들린 순간!
허공에 떠 있던 무기가 바닥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 미친 자식이! 모두 방진을 펼치시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이준의 공격에 진천우가 다급히 외쳤다.
하나 무리였다.
하늘에 수놓인 장관으로 인해 넋을 잃고 있었던 많은 이들.
진천우가 명령을 한다 해서 곧바로 제정신을 찾기엔 힘들었다.
쾅!
검이 무대 바닥을 향해 폭사했다.
그 신호를 기점으로 하여금.
콰광쾅쾅!
무기들이 연이어 떨어지며 이 일대를 파괴했다.
“어억!”
“커헉!”
중국 측 각성자들이 신음을 토했다.
무구의 비를 막았다고 생각한 찰나 또 다른 무기가 날아와 박혔다.
방어막인 검막을 펼쳤으나 이 또한 소용없었다.
펼친 검막을 파괴하고 온 몸을 갈기갈기 찢어 버린 게 무구의 비였으니까.
종래에는 심장과 머리, 몸통 가릴 것 없이 다 터트렸다.
저들처럼 허무하게 죽는 사람이 있는 반면.
차장창창!
이를 악물고 버틴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명색에 각국의 대표라 그런지.
수천 개의 무구의 비를 무기로 쳐내고 있었다.
“제, 젠자아앙!”
“어, 어떻게 좀 해 보시오.”
“이러다… 다 죽겠소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다급함과 간절함이 어려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강도가 강해지는 게 아닌가.
심지어 고고한 자태로 떠 있는 적색 창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위험을 느낀 건 바로 저 적색 창이었다. 저게 언제 자신들에게 폭사할지가 제일 관건이었거늘 전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꽤 버티네. 벌레 새끼들이.”
이준의 목소리와 함께.
적색 창을 제외한 모든 무구가 일제히 진천우와 각국 대표를 향해 떨어졌다.
콰광쾅쾅!
“악!”
“사, 살려… 줘.”
그들이 이젠 애원했다.
정말로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모양이다.
“크윽… 아, 안 돼!”
진천우의 검이 부러졌다.
졸지에 무기가 없어지자
퍽퍽퍽!
펼쳤던 검막이 깨지면서 도와 창이 진천우의 몸에 박혔다.
신기한 건 심장과 머리는 피해 갔다.
오로지 손목과 종아리, 허벅지와 어깨에만 무기가 박혔다.
***
무대에서 나는 폭음이 끝났다.
고요했다.
정적 그 자체였다.
경기장 전체에 먼지구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
이준은 손을 휘저어서 먼지를 날려 버렸다.
내기의 바람으로 인해 먼지가 하늘로 올라가고 가려졌던 시야가 보였다.
진천우는 죽지 않았다.
다만 기절해 있을 뿐.
이곳에서 죽은 이들은 이준과 정예은을 잡으려 했던 중국 측 각성자뿐이었다.
이준이 시선을 옮겼다.
이토 준지로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눈이 앞으로 튀어나올만큼 크게 뜬 채.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윽. 구린내.”
이준이 이토 준지로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바지춤이 흥건하게 젖어 있는 게 보였다.
목숨을 잃는다는 게 얼마나 두려웠으면 어른이 되어서 실례를 할까.
“하긴 저러면 식겁할 만하지.”
이토 준지로의 가랑이 바로 앞.
기다란 창이 하나 박혀 있었다.
1센티만 앞쪽에 박혔어도 창에 의해 중심부가 꿰뚫렸을 거다.
남자로선 굉장히 식겁할 만한 일이었다.
“넌 저 새끼 다음에 이야기를 나누자.”
이준이 이토 준지로를 지나쳐 기절해 있는 진천우에게로 갔다.
짝!
이준이 진천우의 뺨을 때려 깨웠다.
“일어나지?”
“크윽…으음….”
진천우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앞에 이준의 얼굴이 보이자 놀라 비명을 질렀다.
“으어어억!”
“내 얼굴을 보고 소리 지르니까 섭섭하네.”
“…나, 날 어떻게 할… 작정이냐…?”
“죽일 생각이야.”
이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알면….”
“아, 저기에서 구경하는 여자 말이지?”
이준이 경기장 VVIP 관람석을 가리켰다.
첨단 유리로 인해 안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저 여자 내 무기에 한눈 팔려 있어서 널 구해 줄 수 없으니까 기대하지 마.”
파멸겁이 허공에 뜬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저 VVIP 관람석에서 천외천의 강렬한 기가 나오고 있다는 걸.
저 여자가 파멸겁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게 자신에게까지 닿았다.
“어차피 저 여자도 내 손에 죽을 테니까 안타깝게 생각하지 말고.”
“저, 전 세계 사람이 방송을 보고 있다! 날 죽인다면 세계 공적이 될 수 있어!”
“네가 뭐라고?”
“난! 북경 아카데미의 원장이다! AA급 각성자를 함부로 죽이면 정부가 나선다는 걸 모르느냐!”
“응 정부 유명무실해졌어.”
“중국의 모든 각성자가 널 죽이려 할 것이다. 내 목숨만 살려 주면 이번 일은 없던 걸로 해주겠다.”
“중국 새끼들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참에 내가 이 넓은 땅덩어리 다 쪼개 줄게.”
이준에겐 그 어떤 말도 통하지 않았다.
입을 열수록 손해 보는 느낌.
진천우는 옆으로 고개를 돌린 채 소리쳤다.
“이보시오들. 나 좀 도와주시오!”
각국 대표들은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준의 무력을 본 그들.
누가 감히 이 자리에 낄 생각을 하겠나.
차라리 납작 엎드려서 오늘의 상황을 모면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 그들이었다.
“널 도와줄 사람 없다니까.”
“그러면 왜 날 살려 둔 것이냐!”
“네 절망한 모습 좀 보려고. 어때 기분이 X 같지?”
이준이 진천우를 향해 씩 웃었다.
그 미소에는 악마가 비춰졌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어린놈은 대체 어디서 이런 파괴적인 힘을 가졌을까.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건 어떻고.
중국과 전쟁이 난다고 말하면 10명 중 10은 다 한발 물러섰다.
중국은 국력은 아시아 최강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준은 도리어 전쟁을 반겼다.
미친 새끼가 따로 없었다.
“좀 더 네가 절망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재밌을 줄 알았는데, 하찮아서 재미없네. 이만 죽어야겠다.”
이준이 손을 들어올리자.
“사, 살려 주게!”
“진작부터 날 존중해 줬으면 얼마나 좋아. 이미 늦었어.”
“다, 다신 실수를 안 하겠….”
퍽!
이준이 진천우의 머리를 잡고 힘을 주자 수박이 깨지듯 터져 버렸다.
AA급 각성자인 검존 진천우의 죽음치고는 굉장히 허무했다.
그의 죽음에도 다른 이들은 나설 수 없었다.
극한의 두려움.
이 일대를 휩쓸고 있는 감정은 단 하나.
공포였다.
이준은 진천우를 죽이고 이토 준지로에게 갔다.
“사, 살려 주십시오.”
“넌 선을 몇 번이나 넘었어.”
“제, 제가 사람을 잘못 봐도 한참을 잘못 본 것 같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이토 준지로 아픈 몸으로 빌었다.
AA급 각성자의 행동으로선 도저히 상상도 못 할 광경.
절대 한국을 향해 고개도 숙이지 않았던 일본의 행동치고는 애처로워 보였다.
“목숨을 구걸하는 것보단 명예롭게 죽지?”
“살고… 싶습니다.”
“살고 싶었으면 말이야. 그렇게 깝치지 말았어야지. 으휴.”
이준이 고개를 저으며 이토 준지로를 지나갔다.
그가 이토 준지로를 죽이지 않자.
“저, 저도 잘못했습니다.”
“이준 님을 못 알아봤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거니 용서해 주십시오.”
“내가 뭘 믿고 용서해 줘? 난 이러고 지나갔는데 내가 지랄했다고 너희가 떠들고 다니면? 그러고 나서 나나 한국을 치면 어쩔거야? 난 후환을 만들어 놓고 싶지 않거든.”
이준의 말에 각국 대표가 선언했다.
“저희는 절대 한국과 전쟁을 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이를 어길 시 한국의 속국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다른 나라의 각성자들도 아주 강하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평소, 한국이 별 볼 일 없다고 무시하고 심지어는 누명을 씌우기까지 한 자들이었다.
“저희 나라도 같은 조건을 내걸겠습니다.”
“저희도.”
각국 대표가 선언했다.
그들은 괜히 진천우의 편에 섰다가 큰 낭패를 봤다.
중립을 박아 놓고 행동했다면 이 정도의 처지는 모면할 수 있었을 건데 다 자신들이 자초한 일이다.
“좋아. 이번 한 번만 봐주지. 어기면 이걸로 끝나지 않아.”
이준이 몸을 돌렸다.
멀어져만 가는 그의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린 각국 대표였다.
하나 그들은 곧이어 큰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하늘 위에 떠 있는 단 하나의 창.
움직이고 있지 않던 파멸겁이 드디어 움직였다.
퍼억!
“컥!”
“이런! 손이 미끄러졌네?”
이준의 말에 각국 대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적색 창에 의해 이토 준지로가 절명했다.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한 채 가슴이 꿰뚫렸다.
푸확!
거기다 마지막에 창까지 깔금하게 회수한 이준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각국 대표는 이준을 보며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자신들이 생각보다 더한 미친놈을 건드렸다고 자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