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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75화 (175/705)

제175화

사형준과 무극대는 백골 길드의 안내를 받으며 동굴로 들어왔다.

코를 찌르는 진득한 혈향.

“젠장. 이 동굴 전체에 피 냄새가 잔뜩 배어 있는데? 안 그렇습니까, 대주?”

“맞다. 거기다가…”

김봉팔이 손으로 코를 막으며 말했다.

사형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피 냄새와 더불어 다른 기운이 섞여 있는 걸 느꼈다.

“마기도 섞여 있어.”

그것도 아주 지독했다.

레드존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위험함이었다.

“사마련 놈들이 아니라 몬스터가 사람들을 죽였을까요?”

“직접 확인해 봐야 알겠지.”

동굴로 들어오기 전에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무극대가.

현재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맡은 임무가 굉장히 꺼림칙했다.

“여깁니다.”

통로를 지나온 그들이 드디어 커다란 공동에 도착했다.

“X발.”

“썩은 내가 진동합니다.”

“몬스터가 저들을 죽였어도 상황이 꽤 심각한데… 사마련 놈들이면….”

사마련이 방화와 강간, 갈취, 살인을 일삼는다곤 하나.

여태까지 이 정도로 크게 일을 벌인 적이 없었다.

일반인, 각성자 가릴 것 없이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음양배가라도 이렇게 일을 만들지 않았다.

그들도 감당이 되는 선에서 악독한 짓을 하는 개새끼니까.

한데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은 격이 달랐다.

아주 중차대한 일.

족히 수천 명이나 되는 시체들이 있었다.

사형준은 사람의 두개골이 쌓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가 무릎을 굽혀 해골을 살펴봤다.

자세히 살피던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른 해골을 집었다.

‘이들은 일반인이 아닌 각성자다.’

해골에 흐르는 기운.

각성자가 생전에 쌓은 기운이었다.

각성자는 일반인과 다르게 죽어서도 내공이 몸에 남아 있다.

해골에 흐르는 기운 또한 마찬가지.

내공이었다.

수북이 쌓인 해골들을 파헤쳐 얻은 결과.

“여기에서 죽은 이들은 전부 내공을 지닌 각성자들이다.”

“이 많은 각성자를 누가 죽인 겁니까?”

“알아봐야지. 무극대는 이곳에 어떤 흔적이 있는지 샅샅이 뒤진다.”

“예!”

사형준의 명령에 무극대가 움직였다.

백골 길드와는 차원이 다른 집단.

역겨운 냄새가 공기 중에 진동을 하는데도 누구 하나 속을 게워 내는 사람은 없었다.

무극대의 막내인 세호도 열심히 흔적을 찾았다.

사형준은 시체 더미 속을 파헤쳤다.

“우욱!”

“웨엑!”

그 모습에 백골 길드원들이 고개를 돌려 토를 했다.

저런 평온한 얼굴로 썩어 부패하는 시체를 아무렇지 않게 만질 수 있을까?

그것도 오대 가문의 각광받는 부대의 대주가 말이다.

수하들이나 하찮은 일을 하는 사람을 데려와 대신 시킬 법도 하지만.

사형준은 손수 흔적을 찾았다.

“모든 사인은 똑같아.”

“탈수 증상 말이죠?”

“그래.”

“꼭…”

“흡성대법과 비슷하다고 말씀하시려는 겁니까?”

김봉팔이 사형준의 말을 가로챘다.

사형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시체들은 하나 같이 내공을 가진 각성자들.

그들의 힘인 내공이 누군가에게 강제로 흡수됐다.

그것도 모자라 인간이 지니고 태어나는 선천지기까지.

수분과 더불어 모조리 빨아들인 것 같았다.

그때였다.

사형준의 눈에 실선들이 들어왔다.

그 실선에는 마기가 가득했다.

그가 시체 더미에서 나와 벽면을 바라보았다.

‘특성 개방.’

사형준의 눈이 파란빛으로 번쩍였다.

그가 이준에게서 얻은 특성.

김봉팔의 AA급과도 맞먹는 특성이 발휘되었다.

사형준의 눈에 벽면을 가득 채운 선들이 선명히 보였다.

‘무공의 흔적이다.’

선은 분명 무공의 경로를 보이고 있었다.

선을 따라 무공을 떠올리던 그가 인상을 구겼다.

“도왕의 벽력도법!”

그랬다.

벽면을 가득 채운 선들은 패왕도가의 벽력도법이었다.

정순한 내공이 아닌, 마기를 가득 담아서 펼친 흔적.

이래서 무공의 흔적을 알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던 그때였다.

“대주! 이것 좀 보십시오.”

김봉팔이 흔적을 찾다 말고 스마트폰을 불쑥 들이미는 게 아닌가.

사형준이 그의 스마트폰을 받아들고 화면을 봤다.

뉴스 기사에선 도왕 최강규가 인천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이었다.

* * *

“이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남 비서가 태블릿을 내밀며 말했다.

한민성 이사장이 태블릿을 받아 들었다.

화면의 뉴스에는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사라졌던 도왕이 나타났어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패왕도가의 정문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을 전부 죽였다는 이야기를 말하고 싶은가요?”

한민성 이사장이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네.”

“도왕의 성격이라면 그럴 만해요. 애지중지하게 키운 가문이 무너져 내렸으니 숨기고 있던 잔인한 본성을 내보였겠죠.”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도왕이 움직인 곳 말이죠?”

한민성 이사장은 뉴스 기사 한 페이지만 보고 모든 상황을 꿰뚫어 봤다.

누가 신기지가의 핏줄 아니랄까 봐.

머리 회전 하나는 정말 뛰어났다.

“괜찮겠습니까?”

“권왕이 뒷방으로 물러난 상태라곤 하지만 괜찮을 겁니다.”

“이준 선생에게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민성 이사장이 TV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게이트에 들어간 지 고작 이 주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학생들의 성장력은 엄청났다.

무슨 마법을 부린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 모든 게 이준의 성과였다.

“아니요. 이준 선생이 신력에 없어도 무너진 도왕을 막는 건 어렵지 않을 거예요.”

이미 여러 각성자들이 일반인을 보호하기 위해 여기저기로 파견된 상태.

적어도 일반인들까지 피해를 입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거기다 아무리 이준이 없다 한들 신력권가가 어떤 가문인가.

가주의 자리를 내려놨다 해도 권왕의 실력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눈앞에서 미친 인간이 신력권가를 다 부수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권왕이 아니었으니까.

이준까지 그를 막기 위해 참전하는 건 멧돼지 한 마리 잡자고 군부대를 끌고 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도 이준은 현재 게이트 안에서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법으로 학생들을 성장시키고 있었다.

저기에는 자신의 조카도 있는 상태.

이래도 놔둔다면 정말… A급을 뛰어넘을 수 있지 않을까?

신기지가에겐 경사와 다름없었다.

아니, 단순 자신의 조카뿐만이 아니라 저기 안에 들어간 학생들이 모두 큰 성장을 이룬다면 이건 각성자 전체의 경사였다.

그랬기에 이준에게 연락을 취하는 걸 말렸다.

대신 다른 일을 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에서 도왕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남 비서가 바로 커뮤니티의 반응을 살폈다.

-???미친 저기 일반인도 있는 거 아냐?

- 한동안 안 보이더니 왜 맛이 갔어. 왜 악당이 되어 버린 거야

- 나는 첨부터 패왕 쎄 했음; 착한 척할 때마다 존나 가식 같았는데 사마련보다 더하네.

- ㄴ 이런 놈들 특, 뭐 사건 터질 때마다 쎄 했다 그럼.

- 오잉? 근데 나 방금 재난 문자 받음. 한남동 근처 가지 말라는데.

“그가 죽인 기자들 중 일반인도 포함되어 있어서 여론이 안 좋습니다.”

“다른 반응은요?”

대부분여론이 도왕에게 안 좋은 반면.

그를 동정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 야 니들이 패왕이라 생각해 봐. 잠깐 편의점 들렀다 왔는데 집이 폭삭 망함. 나는 이미 돌아서 신력 쳐들어감.

- 지들은 엄마가 방만 치워도 ㅈㄹ 하는 것들이 이럴 때만 정의롭고 합리적인 척 오지고요

- ㄴ 아! 엄마!!!! 내 옷 왜 치웠냐고오!!!

- ㄴ 실제론 돼지 냄새 나서 빤 거임. 이준도 사마련 냄새 나서 쳐들어 간 거임

- 솔직히 집안 어른들도 몰살인데 저 상황에서 맨정신인 사람이 있겠냐…

- ㄴ 그러면 이준을 쳐야지 왜 애먼 일반인을 죽임.

- ㄴㄴ 우리집 망했다고 와서 구경하고 있는데 빡이 안 치겠냐?

- 근데 진짜 부질없군요,, 인생.. 무상,, 철혈 버금가던 가문이,, 한순간에,, 망할 줄이야 ..

“동정하는 댓글들도 달리고 있습니다.”

“그렇겠지요. 저희가 할 일은 하나입니다. 여론에 불을 지피세요.”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도왕이 돌아왔다고 무너진 패왕도가가 일어날 순 없어요. 저흰 신기지가의 차원에서 신력권가의 편에 섭니다.”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남 비서는 이사장의 컴퓨터에 앉았다.

끈으로 머리를 묶곤 손을 풀었다.

컴퓨터에게서 눈을 보호하려면 안경은 필수.

케이스에서 안경을 꺼내 착용했다.

모든 장비를 갖춘 그녀가 빠르게 댓글을 작성했다.

- ㅅㅂ) 이미 도왕 신력권가로 가는 중임.

- 존잘서생?

- 찐임?

- 짭 어서오고.

- 닉네임 옆에 레벨 안 보이냐? 99? 존잘서생 여기 쌉고인물이야.

- 찐 등판!

- 홀리 쉣! 존잘서생을 영접할 줄이야.

- 요새 이준 님 정보 왜 안 품? 궁금한데 가르쳐 주면 안 됨?

남 비서의 등장에 커뮤니티가 떠들썩했다.

그녀는 이 커뮤니티에서 유명했다.

이준에 대한 정보로 유명세를 탔으나, 원래부터 이 커뮤니티에 활동하는 유저였다.

- 근처에 자리 잡으면 싸움 구경할 수 있을 듯.

- 헐 진짜?

- 구경 가야겠다!

- 오늘 한남동 근처 가지 말라고 문자 왔는데 무슨 구경 타령이야.

- ㄴ 그럼 너는 보지 마.

- 같이 갈 사람 손!

- 나.

- 가도 소용없음. 나 한남동 사는데 거리 다 통제됨. 신력권가 주변은 대피령 떨어졌다는데?

- 전쟁이 니네 구경거리냐? 미친놈들.

- ㄴ 아 넌 보지 말라고.

- 그런 니네들을 위해 도왕 망하는 거 안전하게 볼 수 있는 직관 1열 리스트 공개한다. 이태원 쪽에 xx빌딩, yy,빌딩 zz아파트 옥상 올라가서 봐라. 도로 하나 차이라 구경 ㅆㄱㄴ

남 비서가 꿀 정보를 개방하자.

- 역시 존잘서생 님.

- 믿고 있었다구!

- 가즈아아!

남 비서는 다른 커뮤니티에도 출몰했다.

너튜브, 안스타. 인터넷 기사.

안 가리고 등장했다.

신문사와 방송국까지 연락을 취해 놨다.

판을 크게 벌릴수록 싸움에서 이긴 사람이 많은 것을 취하게 된다.

신기지가는 이미 도왕이 졌다는 가정하에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이 도왕이 설마 천외천의 존재에게 힘을 얻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걸 깨달은 건 좀 더 나중의 얘기였다.

* * *

“가문으로 귀환해야겠다.”

“예?”

“여기 일도 아직 안 끝났는데요?”

무극대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뉴스 기사를 본 대주의 반응이 격했다.

그동안 무수히 봐 왔던 대주.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했던 사형준이 동요하고 있었다.

“도왕 때문입니까?”

김봉팔이 나서 물었다.

“그래.”

“저희가 없어도 도왕 따위는 신력권가가 단숨에 제압하지 않아요? 칩거를 하고 계시지만 전 가주께서도 가문에 있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도 사형준은 도왕이 남긴 흔적에 시선이 뺏겨 있었다.

‘이 흔적이 도왕이 남긴 것이라면 신력이 무사하지 못할 거다.’

옛날의 도왕은 AA급 각성자의 실력을 지녔다.

그런데 현장에 있는 이 흔적들은 AA급 각성자의 실력이 아니었다.

그 보다 더 윗줄에 있는 강력함.

정순한 내기에, 마기가 더해지니 소름 끼치게 위력적이었다.

흔적에서도 남아 있는 마기의 기운이 아직 어려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만약… 내가 현재의 특성을 개화하지 못했다면 도왕의 기운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야.’

[청안]

종류: 특성

등급: AA

설명: 세상에는 많은 선들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생명선과 사선 그리고 자연선이 있습니다. 그 중 청안은 사선의 기운을 읽을 수 있습니다.

효과: 재해에 해당하는 기운을 알아냅니다.(선의 색이 어두워질수록 위험합니다.)

청안이 가리키는 위험.

도왕이 펼친 벽력도법의 선들은 검었다.

전 주인인 권왕과 검제의 선은 빨간색.

검은 선을 본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다.

현 주인.

이준에게서만 최고 위험 등급의 선이 즐비했다.

한데 도왕이 이준에게서나 보이는 선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그가 위험하다고 한 이유였다.

“이 일은 도왕과 관련이 있다.”

“예?”

“도왕과요?”

“그래. 이 시체들. 전부 도왕이 한 짓이다.”

사형준의 말에 당황한 건 백골 길드장이었다.

“사, 사형준 님. 함부로 말하시면 안 됩니다. 도왕께서 이런 짓을 했다니요.”

“여러분은 이쯤에서 뒤로 몸을 빼셔야겠습니다. 아니면 변을 당할지 모릅니다.”

“저, 정말 도왕께서 하셨다고 믿으십니까?”

“예. 흔적이 그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 일 함구하고 계셔야 합니다. 제 말 기억하지 않으시면 큰 화를 입을지 모릅니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백골 길드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형준이 무극대를 향해 외쳤다.

“즉시 가문으로 귀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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