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74화 (174/705)

제174화

[백독침의]

종류: 특성

등급: B(성장형)

설명: 당신은 뛰어난 암기술과 더불어 독공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호기심 또한 왕성하여 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독으로도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졌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이제부터 백 가지 독을 다스려서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합니다.

효과: 백독침서 안에 있는 극독 치료 가능, 서폿 포지션을 잡을 시 치유력 +15%

백독침서(미획득) - 클릭하면 획득 가능합니다.

이준도 정예은의 특성을 보곤 눈이 커졌다.

‘치료 계열로 특성이 열릴 줄 몰랐네.’

[끌끌. 능력에 따라 의선이 탄생할지도 모르겠구나.]

‘그 정도예요?’

[일반 침술보다 독으로 독을 제거하는 게 더욱 어려운 법이니라. 지금은 백독만을 다스리는 수준이겠지만, 나중에 천독, 만독까지 다스릴 수 있게 된다면 틀림없이 의선이 될 것이다.]

무극자 사부의 말에 그가 침을 꼴깍 삼켰다.

보기 드문 극찬이었다.

서혜지 또한 치료 계열.

이전에 그녀가 B급 특성인 신의를 개화했을 때도 이렇게까지 말하진 않았다.

그렇다는 건 백독침의가 정말 좋다는 이야기였다.

‘큼. 정예은 학생 학부모님을 한 번 만나 뵈어야 되겠네요.’

[아무렴. 이 좋은 특성을 얻게 해 줬는데 입 싹 닫으면 안 되지. 암. 그렇고말고. 저 아이의 학부모를 만났을 때 아주 크게 부르거라.]

이럴 때만 죽이 척척 맞는 사제지간이었다.

‘제자가 한 번 견적을 쫙 뽑아 보겠습니다. 흐흐.’

이준이 정예은을 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그 눈빛과 마주친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왜, 왜요?”

그녀가 지금껏 겪어 본 이준이란 선생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일명 또라이.

조금 더 거친 표현을 빌리자면 미친개와 다름없었다.

제자를 사지로 몰아넣고 물어뜯는.

그러다가 절벽 낭떠러지가 나타나면 그때서야 손을 내미는 미친 인간이었다.

능력이 너무도 좋아 뭐라 말을 할 수 없지만…

만약, 정말 만약에 특별반에 들어가기 전으로 회귀를 한다면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할 거다.

그만큼 이준의 수련은 여태 받았던 교육 중에 가장 힘들었다.

악마 같은 선생이 자기를 보며 음흉하게 웃자 불안한 생각부터 든 그녀였다.

“정예은 교육생. 아니지. 예은아.”

이준이 나긋나긋하게 정예은의 이름을 불렀다.

“징그럽게 왜 그러세요?”

“선생과 제자의 벽이 너무 높았던 듯싶다. 앞으로 선생님 말고 준이 오빠라고 해.”

“네?”

그의 파격적인 제안이 정예은이 화들짝 놀랐다.

갑자기 친근하게 말하자 더욱 불안해졌다.

“너 예은이 특성이 좋으니까 수작 거냐?”

박혁진이 옆에서 끼어들며 훼방을 놓았다.

정예은과 만독암가에 받아낼 게 많은 이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박혁진 교육생. 본 교관에게 지금 반말을 하는 겁니까!?”

극과 극의 반응.

이준의 속셈을 모르는 박혁진이 아니었다.

“예은아, 아무래도 네 특성이 개좋… 읍!”

“좀 닥치고 있습니다.”

이준이 박혁진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정예은이 얻은 특성을 포장해서 말하는 게 지금부터 그가 할 일.

그리고 이 모든 게 자기 때문에 얻게 되었다고 주입시키는 것 또한 동시에 해야 했다.

박혁진은 그 일에 방해만 될 뿐.

점혈까지 해 가며 그의 입을 막아 버렸다.

주위가 조용해졌다.

이준은 그제야 천천히 특성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예은아.”

“…네.”

“이 특성을 어떻게 얻었는지 아니?”

“설명에 쓰여진 것처럼 제가 독공과 암기술에 조예가 깊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역시나.

예상했던 대답이 나왔다.

이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히 말했다.

“네버! 전혀 아니야.”

“그러면요?”

“너희 조가 백호연격진을 이룰 때 나는 왜 허수를 전방에 서게 했었을까.”

“허수가 전방의 자리에 딱 맞아서이지 않을까요?”

“맞는 말이야. 하지만 나는 그 의도로 수를 전방에 배치하지 않았어.”

“음…”

그녀는 이준의 말을 못 믿는 눈치였다.

박혁진의 태도와 여태까지 이준의 전력을 보면 의심을 하는 게 당연했다.

“너희 자매의 특성을 개화시키기 위해서 보낸 거지.”

[아이고 두야!]

무극자 사부가 이마를 부여잡았다.

마치 망했다는 목소리였다.

‘사부님. 전적으로 제자를 믿으셔야합니다.’

[후우우. 알았으니 어서 말이나 해 보려무나.]

이준은 무극자 사부를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허수는 이미 특성을 개화했어. 선생인 내게 남은 과제는 너희 정씨 자매의 특성을 개화시키는 거지. 그리고 나는 딱 알아봤어. 네가 다친 허수의 상처 부위에 하얀 가루를 살짝 뿌렸다는 걸 말이야. 독혈고분이지?”

“어떻게 아셨어요!?”

정예은의 눈이 커졌다.

혈고분은 피를 빠르게 응고시켜 주는 가루였다.

만독암가에서 현재 개발 중인 치료약.

하지만 독혈고분은 오직 정예은만이 아는 치료법이다.

“네가 손수 실험해서 만든 거잖아.”

“…아.”

“난 모르는 게 없걸랑.”

그러면서 이준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어깨의 옷을 잡고 찢었다.

오해의 여지가 다분한 행동이었지만.

정예은의 어깨에 드러난 피부에 주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

도왕 최강규는 패왕도가가 있던 자리를 보자 분노에 치 떨었다.

“여기가… 내 가문이 있었던 자리가 맞느냐?”

“…그렇습니다.”

최기범이 화를 삼키며 대답을 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곳은 폐허와 다름없었다.

최신식 건물로 이루어졌던 곳은 두 쪽으로 갈려 아예 붕괴되어 있는 게 아닌가.

나머지 건물들도 마찬가지.

최강규가 알던 패왕도가는 이 자리에 없었다.

“작은 아버지들의 시신은?”

“안내하겠습니다.”

최기범이 앞장섰다.

그가 간 곳은 패왕도가가 자리했던 뒷산이었다.

세 개의 둥근 묘지.

이름이 새겨진 비석도 없었다.

“이런 누추한 곳에 잠드셨단 말이냐.”

“시선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급히 모셨습니다.”

“큭. 다 내 탓이다. 내가 자리를 비운 바람에 이리 가신 게야.”

“…형님의 잘못은 없습니다. 모두 다 이준과 신력권가의 잘못입니다.”

최기범이 이준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이준이란 이름이 나오자.

번뜩!

최강규의 눈에서 혈광이 쏘아졌다.

분노로 점철된 살기였다.

그만이 분노한 게 아니었다.

옆에 있던 최태민과 최기범, 그리고 적사자단까지.

그들의 마음속에 이준과 신력권가를 모두 없애 버리겠다는 게 가득 들어찼다.

“이준 그 놈을 내 손으로 찢어 죽이리라. 놈의 소중한 모든 걸 놈이 보는 앞에서 도륙내고 말지어다.”

뿌득.

최강규가 이를 갈았다.

살기가 점점 더 커졌다.

“편히 잠드십시오. 원한은 제가 갚아드리겠습니다.”

그들이 고개를 숙였다.

최강규가 몸을 일으켜 돌아섰다.

산에서 내려와 패왕도가의 정문으로 당당히 향했다.

그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이 그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도, 도왕!?”

“도왕이다!”

“드디어 도왕이 나타났어!”

“특종이…”

기자들이 최강규의 얼굴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한 가닥의 실선이 기자들을 훑고 지나갔다.

후두둑-

허공에 뜬 육편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지금 도왕은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오직 이준과 신력권가의 파멸을 원할 뿐.

예전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던 그가 아니었다.

“꺄아아악!”

“도, 도왕이 사람을 죽였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달아났다.

최강규는 도망친 이들은 신경 쓰지도 않고 신력권가가 있는 서울의 한남동으로 몸을 움직였다.

* * *

옷 안에 감추어진 정예은의 피부는 아주 흉측했다.

화상을 입은 것같이 피부가 쭈글쭈글하고 검었다.

정예은이 황급히 드러난 어깨를 감췄다.

그녀가 무더운 여름에도 긴 팔만 고집했던 이유였다.

“성능은 좋아도 독이 치료약에 들어가 사람들이 거부감을 표할까 봐 네가 직접 몸으로 확인해 보고 만든 거잖아?”

“다… 알고 계셨네요.”

“네가 독을 이용해 침술을 실험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 그런데 이젠 그럴 필요 없네? 너한테 딱 맞는 특성이 생겼으니 말이야.”

이준이 씩 웃었다.

솔직히 그는 엄청난 열변을 토한 건 아니었다.

그저 정예은이 품고 있던 생각을 꼭꼭 짚어 줄 뿐이었다.

“그거 알아? 오빠 사부님이 말하시길 독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게 기본 침술보다 더 어렵대. 만약 독으로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면 의선이 될 수도 있다는데?”

“정말요?”

“그럼. 난 거짓말 안 해.”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불신의 눈빛을 하던 정예은은 신뢰 가득한 눈으로 이준을 보았다.

이준의 혀 놀림에 순진한 정예은이 넘어온 것.

마치 군대를 갓 전역한 복학생 오빠가 여자 신입생을 살살 꼬드겨서 사귄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네 특성 누가 개화시켜 줬지?”

“선생님이요.”

“이준 오빠.”

“이준 오빠요!”

17살이라 그런지 적응 참 빠르다.

“철왕께서도 개화시키지 못한 특성을 누가 얻게 해 줬다고?”

“이준 오빠요!”

“나만 믿고 따라오면 의선이 되어 있을 거야.”

“네! 오빠만 믿을게요!”

이준이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순진한 정예은을 꾀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로서 장차 의선이 될 아이의 믿음을 얻었다.

독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건 아주 희귀한 스킬.

정예은은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그녀가 이준을 향해 고개를 연신 끄덕이고 있는 사이.

허수가 품에서 무언갈 꺼내 들었다.

휴대용 바늘 함.

하얀색 실을 바늘에 능숙하게 연결했다.

“가만히 있어 봐.”

“어?”

“움직이면 살 찔릴 수도 있어.”

그가 정예은의 찢어진 교복을 수선해 갔다.

“이런 것도 해?”

“동생들이 많아서 찢어진 옷들은 전부 내가 꿰매. 이준 선생님 덕분에 풍족해져서 이럴 필요 없지만, 찢어진 옷을 가만히 보는 건 내 성격에 안 맞아. 다 됐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찢어진 곳이 다 꿰매졌다.

장인의 손길을 거친 듯 실을 아주 촘촘히 박아 놨다.

“고, 고마워.”

“너한테 감사 인사 받으려고 한 일 아니다. 우리들의 모습이 학교 TV에 나온다고 하니, 이준 선생님이 네게 한 행동을 애들이 오해할까 봐 한 일이야.”

“저번에도 그렇고 믿음이 굉장하다.”

“이준 선생님은 형편없는 날 보살펴 주신 분이야. 평생을 은혜 갚고 살아도 모자라.”

허수의 진중한 말에 정예은이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았다.

그녀가 말이 없자 허수는 곧바로 사과했다.

“재미없는 말을 해서 미안하다.”

“아니야. 재밌었어.”

정예은이 해맑게 웃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던 허수.

싱그러운 과일처럼 예쁜 미소에 허수가 잠시 멍을 때리고 말았다.

“언니들이랑 오빠들 기다린다.”

“어? 어. 그래.”

정예은이 몸을 돌리고서야 허수가 정신을 차렸다.

“특성을 개화하지 못한 사람이 누구지?”

“나. 저요?”

이준의 목소리에 박혁진이 손을 번쩍 들었다.

박정연도 팔을 귀까지 올렸다.

“대체 어떤 특성을 개화하려고 이렇게 못 얻는 거야?”

이준이 짓궂게 말하자 박혁진이 적반하장으로 나갔다.

“선생님이 능력이 없는 게 아닐까 싶은데.”

“넌 그냥 평생 특성 얻지 마라.”

“에엥? 이렇게 날 버린다고?”

“버리긴 무슨. 훈련이 힘들다고 도망치지나 마라.”

“나 박혁진이야. 내가 꼭 S급 특성을 얻고 말겠어.”

“퍽이나.”

이준이 피식 웃었다.

“숙소로 돌아가서 쉬었다가 다음 훈련 준비하자.”

“다음 훈련은 뭔데?”

소수를 상대로 백호연격진의 훈련은 충분히 했다.

이제는 다수를 상대해야 할 시간.

이준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남았다.

어둠의 힘을 얻는 제단을 공격할지 아니면 다크 엘프의 본거지를 공략할지.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