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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68화 (168/705)

제168화

그들의 눈에 보이는 건 집이었다.

나무로 지어진 게 아닌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집.

게이트 안에 이런 집이 있다는 건 처음 들어본 일이었다.

“여러분을 위해 본 교관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담아 지었습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정성 가득히 지은 집은 맞다.

테구르가 이준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공사를 했으니까.

집 안에 화장실까지 있다는 건 말 다한 거다.

“원래 있었던 거 아니야?”

“멍청아, 게이트에 현대 양식으로 된 집이 어디 있어. 서양 양식 건물이거나 옛날 동양풍 집밖에 없는 거 몰라?”

박정연이 박혁진에게 핀잔을 줬다.

“아니 잠깐 착각할 수도 있지, 엄청 뭐라고 하네.”

박혁진이 머쓱한 나머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특별반 학생들은 또 한 번 놀랐다.

방이… 너무 많았다.

무려 10개나 되는 방에 화장실이 3개.

이건 뚝딱 만든 건물이 아니었다.

만약 진짜 만든 집이라면 수개월은 걸렸을 법하다.

마감 처리며 재료 선정이며, 장인들이 만든 게 분명했다.

“정말 쌤이 만든 거예요?”

박정연의 물음에 이준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누가 집을 만들었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여긴 내 방!”

“복도 끝 방은 제가 쓰겠습니다.”

“질 수 없지. 준이 쌤 옆방은 뺏길 수 없….”

이준의 방으로 측정되는 가장 넓은 방 옆을 박혁진이 차지하려는 순간!

“찬물도 위아래가 있지. 다른 곳 써라.”

“여긴 제가 들어 올 때부터 찜했던염두에 두었던 방입니다.”

박정연과 한지유가 동시에 말했다.

고개를 돌려 서로 눈이 마주친 두 사람.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눈싸움을 시작했다.

그 사이에 눈치 없이 끼어 들었다간 두 여자의 검에 난도질을 당할지도 몰랐다.

두 여자의 싸움에 끼어 들 수 없었던 박혁진은 할 수 없이 포기해야만 했다.

“…지가 아니고 난 다른 방이나 가야겠다.”

박혁진이 현관문 입구 바로 옆에 짐을 던졌다.

그러자 이준이 그에게 다가왔다.

“네가 내 옆방이야?”

이준의 목소리가 예전으로 돌아왔다.

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인 이준의 목소리로.

반가운 나머지 박혁진은 자신도 모르게 반말을 했다.

“설마 준이 네가 입구 쪽 방이야?”

“좀 떨어지나 했는데, 내가 여기 쓰는 줄 어떻게 알았대.”

이준이 긍정을 하자 박혁진의 시선이 돌아갔다.

여전히 싸우는 두 여자.

괜한 힘을 빼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 마음을 착하게 먹어야 되나 봐.”

“뭐?”

“아무것도 아니야.”

박혁진의 혼잣말에 이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저 두 사람은 왜 저래?”

“정말 몰라?”

“어.”

“계속 몰라도 돼.”

“뭐지. 그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닙니다요. 선생님.”

이준은 인상을 찌푸린 채 박정연과 한지유가 왜 저러고 있는지 잠깐 궁금해 하다가 이내 다른 곳으로 신경을 돌렸다.

무극자가 말했듯.

이준은 정말 눈치가 더럽게 없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각자의 방이 다 정해졌다.

박정연과 한지유는 이준의 방이 현관문 입구 쪽에 있다는 걸 안 후로는 눈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길을 갔다.

“방을 다 정했으면 밖으로 집합하겠습니다.”

언제 밖으로 나갔는지 이준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여러분, 이준 선생님께서 훈련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빠르게 모이십시오.”

차경진이 손뼉을 치며 학생들을 집중시켰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훈련을 시작한다는 말에 투정을 부릴 법하지만 누구하나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행동이 빨랐다.

다다다.

특별반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모여 일렬로 섰다.

그들의 앞에 선 이준은 빨간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었다.

“1분만 늦었다면 훈련 난이도를 높이려고 했는데 아쉽습니다.”

이준의 말에 특별반 학생들이 흠칫했다.

그들은 궁금했다.

어떤 훈련을 하려고 저리 무게를 잡을까.

기초 체력 훈련도 지옥에 가까웠지만, 이곳은 실전을 겸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교육생들이 할 훈련은 하나입니다. 그건 바로 전우애 훈련.”

“전우애 훈련?”

“그런 것도 있었나?”

“난 처음 들어 본 훈련이야.”

하지만 한지유 팸들은 전우애 훈련이 뭔지 알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

“누가 지금 잡담합니까!”

이준의 호통에 학생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차 선생님. 설명 부탁합니다.”

옆에 있던 차경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전우애 훈련은 쉽게 말해 3인 1조로 이루어진 합공 수련을 말합니다.”

“아, 합공 훈련.”

“이제야 이해되네.”

“상대는 다크 엘프. 밤의 나락입니다.”

“네에에에?”

학생들이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 * *

한민성 이사장은 책상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TV에 뜬 여러 개의 화면.

특별반 학생들이 들어간 게이트의 중계 화면이었다.

“모두 다 게이트에 입장했군요.”

“예. 모두들 예상시간보다 빠릅니다.”

“청운 스님네 반은 원래 사흘 뒤였나요?”

“그런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일정을 바꾼 듯합니다.”

“경쟁일까요?”

“승부욕으로 사료됩니다.”

“괜한 욕심으로 뛰어난 학생들을 잃지 않으면 좋으련만.”

“특별반 선생님들 모두 준비를 철저히 한 듯 보입니다.”

“화면을 보니 그런 것 같군요.”

특별반이 게이트 안에서 훈련하는 시간은 2주일.

그때까지 게이트에서 나오지 않고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티고 클리어 해야 했다.

그게 이번 수련의 목적이었으니까.

그래서인지 모두 준비를 단단히 했다.

각종 치료제와 보급품들.

무기와 장비가 혹여나 부서질 것을 대비해서 여분도 잔뜩 챙겼다.

거의 준비가 중간고사 때와 맞먹었다.

물론 게이트의 난이도는 훨씬 높았다.

한민성 이사장이 화면을 보고 있을 때.

“남 비서. 내 눈에 헛것이 보이는 것 같아서 말이죠. 저기 보이는 건물 집 맞아요?”

그가 황당한 얼굴로 화면을 가리켰다.

남 비서도 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큰 건물.

울타리 안에 벽과 창문이 있는 집이 보였다.

그뿐인가.

건물을 둘러싼 낮은 울타리도 있었다.

“분명…. 1층으로 된 집이 맞습니다.”

“여태 발견된 게이트 중 현대의 양식을 딴 건물이 있었나요?”

“없었… 습니다.”

“그러면 저건 뭔가요?”

“이준 선생이 준비한 게 아닐까합니다.”

“하?”

한민성 이사장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준은 항상 상식을 벗어났다.

이번에도 충분히 예상 못할 일을 벌일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마음을 비우고 화면을 본 것도 그 때문.

한데 이게 웬걸.

야영할 텐트를 쳐 놓은 것도 아니고 웬 집이 나타났다.

허공에서 집이 뚝딱 나올 리는 없으니 이준이 집을 지어 놓은 게 확실했다.

그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을 법하니까.

“어쩐지. 붉은 산맥에 들어간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요.”

“이사장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준 선생님의 준비가 철저한 겁니다.”

“지금 이 화면을 보고 있는 학생들은 뭐라고 생각할까요?”

“이사장님의 조카가 있는 이준 선생님 반을 편애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겠죠? 딱 오해하기 좋은 상황이네요. 하아아.”

한민성 이사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준의 준비성이 철저해도 문제였다.

그런데 그거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이준 네 특별반의 화면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지, 지금… 제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밤의 뭐시기를 3인 1조로 상대한다는 것 같은데…”

쾅!

한민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앉아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아무리 아이들을 죽을 정도로 훈련시킨다, 하지만.

밤의 나락이라니!

이건 진짜 죽으라는 거였다.

“남 비서! 당장 차 선생님한테 전화하세요.”

“네! 이사장님.”

남 비서가 차경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각성자에게 지급된 폰은 게이트에서도 통신이 되는 특별한 장비였다.

전투를 하고 있지 않은 이상은 전화를 안 받을 리 없었다.

“안 받습니다.”

“보고 있어요! 일부러 안 받는 거예요.”

한민성의 얼굴이 초조함에 어두워져 갔다.

다크 엘프의 직업은 여러 개.

그중 밤의 나락은 암살자형 전사였다.

위험한 직군 중 하나.

혼자 녀석을 맞닥뜨리는 날엔 고혼이 되는 게 밤의 나락이라는 존재였다.

실력은 뛰어나나 현역보다 경험이 현저하게 낮은 학생들이 상대하기에는 굉장히 벅찼다.

“이준 선생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괜히 붉은 산맥에 가는 걸 허락해 준 느낌이다.

그 시각.

반 TV로 화면을 보고 있던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다 텐트 치고 있는데 저기 이준 선생님 반은 뭐냐?”

“와, 저거 집 아니냐?”

“새 건물 티가 팍 나는데?”

“게이트에 집을 건설할 생각은 누가 했냐. 쩌네.”

“그런데 너무 이준 선생님 반만 편애하는 것 같다.”

“인정. 집 퀄리티 차이가 넘사야.”

“야야, 빙화도 저기에 있고 무엇보다도 이준 쌤네 팀 아니냐. 나라도 이준 쌤이라면 저렇게 해 준다.”

“하긴, 듣기론 블루존 게이트가 아닌 레드존 게이트를 갔다는데? 그것도 10명이서. 저만큼의 대우는 쌉인정.”

다행히 한민성 이사장을 오해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준이라면 당연하지~ 하는 반응들이 주.

화면을 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특별반이 어떤 게이트를 들어갔는지 이미 정보가 주어진 상황.

10명이서 레드존 게이트를 갔다는 건 엄청난 사건이었다.

만약, 저 10명이서 레드존 게이트를 깬다면 엄청난 이슈를 몰고 올 것이다.

그만큼 레드존 게이트는 10명이서 클리어 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아무리 이준이 AA급 각성자라 해도 말이다.

S급 각성자인 검제라도 그들을 지키는 동시에 레드존 게이트를 공략하는 건 어려울 테니까.

* * *

“말도 안 돼요!”

3학년 독화인 정예나가 소리쳤다.

밤의 나락을 알고나 하는 소린가.

B급 각성자 수십이 붙어도 홀로 도륙 내는 게 암살자형 다크 엘프였다.

그런 놈을 무슨 수로 잡는단 말인지.

그것도 3인 1조로 말이다.

훈련은 핑계고 그냥 자신들을 죽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까?”

“밤의 나락은 A급 각성자가 붙어야지만 상대라도 할 수 있는 강한 몬스터예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희를 밤의 나락과 상대하게 하시려고 하는 거예요?”

“실력이 빠르게 느는 방법은 이것뿐입니다. 목숨을 내놓겠다는 각오로 이 훈련에 따라 온 게 아닙니까? 정예나 교육생?”

“그건 맞지만…”

“지금부터 항명은 불가합니다.”

이준의 단호한 말에 정예나가 더 말을 하려다가 이내 입을 꾹 닫았다.

대신 그녀의 동생인 정예은이 허수를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너 이준 선생님이랑 친하지?”

“물론이다.”

“그러면 선생님 좀 말려 봐.”

“불가능하다.”

“친한데 왜 못 말려.”

“이준 선생님은 한 번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성격이니까. 내가 말한다 한들 듣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난 선생님의 훈련을 반대할 생각 없어. 오히려 이건 날 단련시킬 좋은 기회지.”

허수가 굳건한 표정을 말했다.

목소리엔 이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가득 담겨 있었다.

또한 몸은 긴장하고 있는 듯하지만 뭔가 묘한 여유가 흐르기도 했다.

‘재밌으면서도… 멋있어. 곰 같아 보이긴 한데 잘 보면 은근 잘생기기도 했고.’

정예은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자신감 있게 말한 허수에게 더욱 호감이 생긴 그녀였다.

처음에는 무슨 조폭 따까리 같아 보였으나 점점 알아갈수록 매력이 넘치는 게 아닌가.

정예은은 허수를 옆에서 좀 더 지켜보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차 선생님, 같이 전우애를 다질 조를 불러 주십시오.”

“네.”

차경진이 학생들을 한 명씩 호명했다.

“박정연.”

“네.”

“한지유, 박혁진. 이 세 사람이 한 조입니다.”

“아, 왜 이 사람들하고 하는 거야.”

박혁진이 누나인 박정연과 같은 조가 되어서 투덜거렸다.

차경진은 그 다음 조를 호명했다.

박은비, 서혜지, 남선호.

그리고 차경진까지.

“세 사람은 선생님과 같은 조입니다. 열심히 잘해 봐요.”

“네!”

“휴우. 다행이다. 익숙한 사람들이랑 해서 민폐는 안 끼치겠어.”

박은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마지막.

“정예나, 정예은, 허수. 이렇게 한 조입니다.”

조가 정해지자 정예은이 허수를 보며 작은 손을 내밀었다.

“같은 조가 됐네? 잘해 보자.”

“나도 잘 부탁한다.”

허수가 정예은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는 사이 이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먼저 훈련의 스타트를 끊어보겠습니까?”

“저희 조가 먼저 할게요!”

“야! 정예은!”

허수와 악수를 하고 있던 정예은이 반대편 손을 번쩍 들었다.

언니인 정예나가 급하게 말렸지만.

“훌륭합니다. 훈련을 통해 강해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이준이 박수까지 치며 칭찬을 했다. 동시에 그의 얼굴에 악마 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본 교관이 정예은 훈련생을 강하게 만들어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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