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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67화 (167/705)

제167화

“넵!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로티틸이 허공을 날아 식품을 저장해 놓은 창고로 사라졌다.

로티틸이 식량을 준비하는 동안 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이준은 새로운 창고를 짓고 있는 테구르를 불렀다.

“테구르. 이리 좀 와 봐.”

“무슨 일이십니까요?”

“네가 여기에 있을 필요는 없지?”

“제 지휘 하에 움직이면 더 빠르게 새로운 창고를 지을 수 있을 테지만… 저에게 시킬 일이라도 있습니까요?”

“어. 다른 게이트에 야영할 텐트 좀 치려고.”

“텐트 말입니까?”

“게이트 안에서 한 2주 가량 머물려고 해.”

그의 말을 듣고 테구르가 펄쩍 뛰었다.

“주인님께서 게이트에 2주가량 머무르시는데 텐트로 되겠습니까요? 제가 주인님께서 편히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요.”

“텐트면 돼.”

“아니 된 말씀입니다요! 그 집을 지을 게이트가 어딥니까요? 앞장서십시오.”

스케먼을 지휘하고 있었던 테구르가 모든 걸 제쳐 두고 이준을 재촉했다.

테구르는 연장을 잔뜩 챙기고 몇 마리의 스케먼을 불렀다.

스케먼들 중에서도 장인에 속한 녀석들이다.

“얘들 전부 다 데려가려고?”

“주인님이 계실 공간을 만드는데 전부를 데려가려다가 선별을 한 겁니다요.”

테구르가 양손을 샥샥 비비면서 대답했다.

사회생활은 테구르에게 배워야 했다.

아주 기가 막힐 정도로 사회생활을 잘하고 눈치가 빠른 녀석.

처세술의 달인이었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뭐 별일 있겠나 싶은 이준이 테구르와 장인 스케먼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간 곳은 인천.

패왕도가의 영역이었던 인천에 도착했다.

“저… 주인님?”

“왜?”

“주인님이 들어가실 게이트가 붉은 산맥은 아니겠지요?”

“맞는데?”

“히에엑!?”

테구르가 놀라 뒤로 나자빠졌다.

장인 스케먼들 또한 마찬가지.

두려운 눈빛으로 이준을 볼 뿐이었다.

“천중호수에 사는 샥쿠와 황금이도 봤으면서 웬 겁이야?”

“샥쿠 님은 아군 아닙니까요. 그리고 붉은 산맥에 사는 몬스터는 다크 엘프들인데….”

“다크 엘프들이 그렇게 무섭냐?”

“아무렴요. 그들의 별명이 밤의 살육자란 게 그냥 붙여진 게 아닙니다요.”

다크 엘프는 엘프 중에 최고의 전투력을 가진 종족이었다.

지능도 인간 못지않게 뛰어났으며 마법과 근접 공격에 아주 특화됐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 중 하나였다.

스케먼처럼 일에 특화된 몬스터와는 격이 다른 존재.

테구르가 놀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너희가 싸울 녀석들이 아니야.”

“그럼요?”

“허수 같은 애들 좀 단련시키려고.”

“휴우우… 아니. 그, 그렇다면 저희들은 주인님 옆에서 열심히 보조하겠습니다! 바, 방금은 제가 외람되게 주인님의 뜻을 거스르겠다는 건 아니었습니다요!”

말은 저렇게 하지만, 테구르는 십년감수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 쫄보.

그래도 명색이 시크릿 게이트인 염화의 동굴 중간 보스 몬스터이지 않나.

어찌 저렇게 간이 콩알만 한지.

B급 각성자도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됐고, 안으로 들어가자.”

이준과 스케먼들이 붉은 산맥 게이트에 들어왔다.

입구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쇳소리와 발걸음.

많은 각성자가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는 게 이준의 귀에 들렸다.

“주, 주인님.”

“왜?”

“아닙니다요. 제가 옆에 있으니 안심하십시오.”

테구르와 스케먼들이 연장을 들고 주위를 경계했다.

말은 자기들이 이준을 보호하겠다고 하는데, 행동과 표정은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누가 누굴 보호하는 거야. 으휴.”

이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테구르를 놓고 앞으로 걸어가자.

“호, 혼자 가시면 안 됩니다요!”

테구르가 뒤에서 이준을 급하게 불렀다.

어떻게든 이준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그의 뒤를 쫓아갔다.

이준은 각성자가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았다.

“여기가 좋겠다.”

사냥을 하는 각성자의 기척마저도 느껴지지 않은 곳으로 왔다.

게이트 안쪽.

산 아래, 붉은 물이 흐르고 있는 지점을 야영장으로 꼭 짚은 이준이었다.

“여기에 묵을 만한 숙소 좀 만들어 줘.”

“아, 알겠습니다.”

이준의 명령에도 테구르는 짧게 대답만 할 뿐이었다.

혹여나 몬스터가 접근해 오지 않을까.

연장을 들고 주변을 돌아보며 경계하고 있는 녀석.

이준은 테구르를 보고 이마를 짚었다.

“아이고 두야.”

“여, 여긴 안 위험한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니까. 빨리 집 짓고 금역으로 돌아가자.”

그가 테구르를 달래고 또 달래서야 공사가 시작되었다.

* * *

다음 날.

붉은 산맥에 갈 특별반 아이들이 정해졌다.

“진경수 교육생은 정말 훈련에 참석 안 하시는 겁니까?”

“그게… 제가 가문의 후계자이기도 하고, 부모님을 설득해 봤지만 극구 반대하시는 바람에….”

진경수가 눈알을 요리조리 굴리면서 이준의 눈을 피했다.

이번 실전 훈련에 빠지는 사람은 진경수 하나였다.

혼자 빠져서 민망한 건지, 변명을 잔뜩 늘어놓았다.

“아쉽습니다. 진경수 교육생과 함께 수련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하, 하. 저도 이준 선생님과 수련을 못 하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학부모께서 수련을 반대하시니 저도 더는 권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제가 없는 동안 이곳에서 열심히 수련하고 있으셔야합니다. 알겠습니까? 진경수 학생.”

“물론입니다. 선생님께서 안 계신다고 잔꾀를 부린다면 철룡이라는 제 이명을 내려놓겠습니다.”

“자신의 이명을 걸고 말하니, 믿겠습니다. 그럼 2주 후에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준이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진경수가 나머지 학생들에게 인사를 했다.

“내 몫까지 열심히 하다 와.”

“배신자. 치사하게 가문을 들먹이고 있어.”

“저거 다 거짓말일 거야.”

정예나와 박정연이 진경수를 보곤 한마디씩 했다.

“저, 정말이거든! 못 믿겠으면 우리 가문에 전화해 봐.”

“눼눼. 이미 네가 미리 손을 써 놨겠지.”

“혼자 살겠다고 빠지는 꼬라지 하고는. 등치가 아깝다. 흥칫뿡이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잘 살아 봐라.”

막상 붉은 산맥을 가야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진경수가 부러운 정예나와 박정연이었다.

붉은 산맥은 각성자들도 100인 이상 공략대를 꾸려서 가는 곳이다.

9인으로만 가는 공략대는 자기네 특별반이 최초일 것이다.

그뿐인가.

심지어 붉은 산맥에서 특훈이라며 무려 2주간을 게이트 안에서 지낸단다.

과연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준이 오왕에 준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혼자면 모를까, 나머지 8명에게까지 향하는 몬스터의 공격을 다 막아 주리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위험한 훈련.

긴장의 끈을 놓는 날엔 붉은 산맥에서 죽을지도 몰랐다.

“교육생들 뭐합니까. 어서 따라옵니다.”

이준의 외침에 정예나와 박정연이 진경수를 놔두고 뛰어갔다.

“목숨 조심해. 친구들아! 꼭 살아서 보자.”

진경수가 팔을 격하게 흔들었다.

꼭 다신 보지 못할 것만 같은 인사를 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니.”

“몰라. 얼른 가기나 하자.”

특별반 학생들은 진경수의 인사를 무시하곤 붉은 산맥 게이트를 향해 경공을 펼쳤다.

이것도 수련의 일환.

이준은 학생들의 뒤를 따라가면서 그들의 경공을 확인했다.

“남선호 교육생, 경공 수련 게을리 했습니까? 몸이 왜 이렇게 굼뜹니까. 같은 반 학생들은 이미 저 앞에 치고 나가지 않았습니까.”

남선호가 제일 뒤쳐진 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박은비와 서혜지 순.

세 사람의 경공은 무사고 공용 경공인 비룡신법이었다.

C급 무공이긴 하나, 같은 등급에선 최고로 치는 경공이다.

잘 수련만 한다면 제 몫을 다하는 무공이기도 했다.

“비룡신법을 대성할 시 하늘을 날고 있는 용과 같은 속도를 낸다합니다. C급 경공이지만, B급 경공에 비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여러분이 흉내 내는 건 용도 이무기도 아닙니다! 지렁이 같은 속도를 내면 어떻게 합니까!”

이준의 호통에 세 사람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전력을 다해 비룡신법을 펼쳤다.

하나 달라진 건 딱히 없었다.

속도만 조금 올라간 정도?

이준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그의 발이 땅바닥을 파고 들어갔다.

작은 돌멩이들이 위로 올라오자, 그걸 세 사람들을 향해 날렸다.

쌔애액!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돌의 파편들.

퍼벅퍽퍽!

곧이어 경공을 펼치는 세 사람의 등에 돌이 적중했다.

큭! 악! 억!

각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비틀거렸다.

맨 앞에서 달리고 있는 박혁진과 박정연이 뒤를 보더니 전력으로 달려 나갔다.

이준의 성격이라면 강도 조절을 했을 터.

만약 저 돌이 자기들에게 날아온다면 암기와 비슷한 세기로 날아올 것이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던 두 사람이었다.

* * *

“허억… 허억….”

“…하악….”

특별반 학생들이 숨을 격하게 내쉬었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그들은 한시도 쉬지 못하고 달려왔다.

중간에 5분이라도 쉬었으면 이렇게 숨이 안 찰 터.

그 짧은 시간조차 이준은 허용하지 않았다.

“그동안 했던 수련이 헛된 것 같습니다. 고작 서울에서 인천까지 달려왔다고 헐떡이는 겁니까?”

이준의 말에 숨을 헐떡이던 특별반 학생들이 내쉬던 숨을 멈췄다.

여기서 힘들다고 표현하는 순간 팔과 다리에 차여진 족쇄의 무게가 더 올라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음, 뭐 앞으로 훈련이 고될 테니까 오늘은 넘어가겠습니다.”

“휴우우.”

“사, 살았다.”

특별반 학생들이 안도해했다.

하지만 그들이 알까?

차라리 기초 체력 훈련이 나았다는 것을.

곧 있을 말도 안 되는 수련에 학생들은 옛날을 그리워했다.

이준과 특별반 학생들이 붉은 산맥에 들었다.

들어오자 하는 첫 마디.

“여긴 왜 이렇게 귀신이 나올 것 같이 으스스하냐.”

박혁진이 몸을 움츠리며 주변을 돌아봤다.

박정연이 그의 뒤로 살금살금 와서.

“왁!”

“아아아악!”

박혁진을 놀래켰다.

그가 기겁을 했다.

등 뒤에 걸고 있는 검까지 꺼내 누나인 박정연한테 겨눴다.

“누, 누나?”

“아, 재밌어. 무슨 각성자가 귀신을 무서워하냐.”

“장난치지마라. 나 지금 진지해.”

박혁진은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유독 하나.

귀신이니 유령이니 하는 것들을 질색했다.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도 못 봤고 괴담이라도 말하려 하면 두 귀를 막을 정도였다.

완벽한 엄친아에게도 결점이 있었다.

“정색하긴. 쌔애앰. 이제 우리 뭐 해요?”

박혁진에게 장난을 다 친 박정연이 이준에게 다가와 팔짱을 꼈다.

“일단 우리가 2주간 지낼 곳으로 갑니다.”

“어디요?”

“안쪽에 들어가면 있습니다. 교육생들은 절 따라오십시오.”

이준이 걸음을 움직이는데 이번엔 한지유가 질문을 해 왔다.

“거점으로는 게이트 입구가 좋지 않아… 요?”

한지유의 말이 부쩍 적어진 이유가 있었다.

바로 호칭과 존댓말.

이준을 대하는 게 어색해서 말을 줄였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교육생들은 이곳에 훈련하러 온 겁니다.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는 게 요번 수련의 목적. 게이트 입구는 제가 생각한 훈련에 맞지 않은 곳입니다.”

“그래… 요…?”

이준의 대답에 입을 다문 한지유였다. 그녀의 양 볼이 살짝 부풀어있었다.

그녀의 변한 행동을 눈치채지 못한 이준은 오로지 할 일만 생각했다.

[쯧쯧. 제자는 풍류남이 되려면 아직 멀었구나. 이 사부였다면 저 아이들의 마음을 진작 눈치챘을 터인데.]

무극자 사부가 혀를 찼다.

눈치를 어디다가 팔고 온 건지.

한심해도 너무 한심했다.

저걸 제자라고.

솔직히 외모가 모자란 것도 아니요,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닌데 유독 여인들 앞에서만 빠가사리가 되었다.

일부러 저러는 건지. 진짜 몰라서 저러는 건지.

자신의 제자라면 응당 만인의 남자가 되어야 할 텐데 이건 뭐, 곁에 있는 아이의 심정도 헤아리지 못하고 있으니, 원.

무극자 사부가 이준을 한심하게 생각하는 사이.

특별반 학생들은 이준이 만들어 둔 거점에 도착했다.

그 거점을 보자.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거 아니지?”

“말이 돼? 이게 왜 여기에 있어?”

“대애애박!”

눈을 휘둥그레 뜬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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