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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88화 (88/705)

제88화

드디어 기말고사가 찾아왔다.

무사고의 1년 행사 중 제일 중요한 일정이 있는 기간.

학생들의 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천무대전이 열리는 시기였다.

큰 행사인 만큼 외부에서 인사들이 많이 온다.

예를 들어 각 가문의 가주라든지.

아니면 무맹의 정부 인사라든지.

학교 정문을 통과하는 세단들이 줄을 이었다.

학교 이사장인 한민성은 학생회와 함께 본관 건물 앞에 대기했다.

멈춰선 차량에서 문이 열렸다.

철컥-

그 안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내렸다.

뒤따라 나온 두 사람은 박혁진과 박정연이었다.

한민성이 노인을 반갑게 맞이했다.

“검제께서 친히 방문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영광은 무슨. 오랜만인데 너무 딱딱하게 구는 거 아닌가.”

“어느 누가 일제 앞에서 고개를 뻣뻣이 들겠습니까.”

한민성이 검제 박춘식을 향해 최대한의 예의를 차렸다.

그의 옆에 있는 학생회 또한 긴장한 얼굴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전력이자, 유일한 S급 각성자인 일제였다.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 강자이기도 했으니.

학생들이 그를 보고 긴장한 건 당연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

하지만 검제에게선 그냥 동네 친근한 할아버지 같은 포근함만이 있었다.

하나, 다른 차량에서 내린 이들.

검은 정장을 입은 이들에게서 위압감이 뿜어졌다.

검제 박춘식의 직속 호위인 제왕단이었다.

한 명, 한 명이 전부 A급 각성자.

그들은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칼처럼 벼려 있었다.

학생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허허. 너무 추켜세우지 말게나.”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니네. 무사고를 혼자 둘러보고 싶으니 다른 손님들을 맞이하게나.”

박춘식이 한민성의 호의를 거절했다.

“할아버지는 제가 모실게요.”

“그래. 누나가 모셔. 난 준이한테 가야지.”

박혁진의 말에 박정연이 아차 싶었다.

차라리 동생한테 할아버지 안내를 맡기고 자기가 이준을 만나러 갈 걸 그랬다.

박정연의 얼굴에 아쉬움이 떠올랐다.

“할아버지. 전 이만 먼저 들어가 준비하겠습니다.”

“오냐.”

“치사한 자식.”

“그러게, 선수를 치지 그랬어. 누나는 할아버지 잘 모셔.”

“준이한테 내 안부나 전해.”

“준이는 누나 안부 들으면 기겁할 거야. 괜히… 헉.”

박혁진이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박정연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왔기 때문.

할아버지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천무대전이 시작 전에 칼부터 뽑았을 것이다.

“그, 그럼 난 간다.”

“얍삽한 자식.”

박정연이 눈을 흘겼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박춘식이 웃었다.

“이준이란 아이가 그렇게 좋더냐?”

“하, 할아버진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세요.”

“이 할애비가 오해했느냐.”

“그럼요! 준이는 혁진이와 같이 제 동생과 같은 아이예요.”

박정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흐음… 난 네가 그렇게 이준이란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서 좋아하는 걸로 오해했구나.”

“당연하죠! 다신 그런 이상한 말씀 마세요.”

격하게 부정하는 손녀의 얼굴은 본 박춘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 알았다. 어서 학교가 구경하자꾸나.”

그가 손녀인 박정연과 함께 운동장으로 갔다.

제왕단이 그 뒤를 따랐다.

“하아아.”

“숨을 못 쉬는 줄 알았어.”

학생회 학생들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떨리는 눈으로 검제의 뒤를 바라보는 그들.

각성자라면 누구나 우상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긴장이 가셨는지.

“엄청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어.”

“인정. 오히려 권왕님이나, 도왕님을 볼 때가 더 떨렸어.”

그들의 말에 한민성이 씩 웃었다.

자신이 볼 때도 그랬다.

조금 전 본 검제의 몸에서 그 어떠한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

일반인이라 해도 믿을 지경.

이래서 무서운 거다.

AA급 각성자와 S급 각성자의 차이.

AA급 각성자가 아무리 기를 숨겨도 강한 아우라가 있었다.

하지만 S급 각성자는 달랐다.

작정하고 일반인이라고 속이면 몰랐다.

그만큼 내공을 컨트롤 하는 게 하늘에 닿았다는 것.

초절정과 화경의 차이는 엄청났다.

이제 C에서 B급인 학생들이 검제의 진면목을 알 리 없다.

A급인 자신도 모르는 걸 학생들이 알 턱이 있나.

저렇게 생각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자자. 다들 조용하고 다른 손님 맞을 준비해야지.”

한민성이 손뼉을 치며 학생들을 조용히 시켰다.

곧이어 패왕도가의 가주를 비롯한 신력, 만독, 신기, 기타 여러 가문의 가주들이 연이어 도착했다.

* * *

천무대전은 축제이자 기말고사인 만큼 일주일이나 치러진다.

대전 방식은 추첨제.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학교에 등록된 명부를 무작위로 섞어서 뽑는 방식이다.

1학년 때 들었던 설명을 또 듣고 있는 학생들.

다른 선생님이라면 지루하다고 몸을 비틀었겠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차경진이었다.

학교에서 제일 인기 있는 선생님의 말이라 학생들이 끝까지 들었다.

“모두 들어서 알겠지만, 천무대전의 우승자에게 주어진 보상은 마겁이에요.”

“마겁은 검제 님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 아티팩트라는데.”

“1등은 부럽다.”

학생들이 부러워했다.

그러면서 슬쩍 뒤를 돌아 이준을 보았다.

모두가 1등은 이준이라 생각했다.

그는 AA급 각성자인 풍사도를 이긴 사람이었으니까.

“1등을 부러워하지 말고 여러분도 최선을 다하세요. 이번에는 특별히 이사장님께서 순위가 많이 상승한 학생들에게도 부상을 제공한다고 했습니다.”

“정말요!?”

“한 번도 이런 일 없었잖아?”

“대박. 이러면 열심히 할 마음이 생기지.”

의욕이 없었던 학생들의 눈이 불타올랐다.

의욕을 높이는 데에는 보상만 한 게 없었다.

학생들의 달라진 눈빛에 차경진은 만족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넣었다.

“만약 이번 천무대전에서 랭킹을 상승시키지 못한 학생이 있으면 저와 같이 지옥 훈련을 할 거예요. 각오하세요.”

그동안 이준 도련님에게 지옥 훈련이 뭔지 제대로 배웠다.

자신이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한 건 수박 겉핥기식 수련.

제대로 된 방식을 알았다.

이준 도련님께 계속 배워야겠지만, 학생들에게도 자신이 배운 걸 가르칠 때가 됐다.

그 기회는 천무대전이 끝나고였다.

“에엑?”

“그런 게 어딨어요?”

“다 여러분을 위한 거예요.”

학생들에게 랭킹을 높일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차경진 선생님의 지옥 훈련.

학교에서 아주 유명했다.

기절하는 학생도 많이 나오지 않았나.

지옥 훈련은 절대 사절이었다.

더욱 활활 타오르는 학생들의 눈빛에 차경진이 만족했다.

“좋아요. 모두 그 마음가짐으로 천무대전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거예요.”

“네!”

차경진의 응원 아닌 응원에도 학생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학생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갔다.

이준도 특별 무대가 설치된 운동장으로 가려는데.

“쭈우우운!”

반대편 복도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녀석이 보였다.

박혁진이다.

녀석이 반가운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그동안 잘 지냈어?”

“그럭저럭. 넌 검제께 훈련은 잘 받았냐?”

“흐흐. 보면 깜짝 놀랄걸? 너도 날 얕보면 큰코다칠 거야.”

박혁진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준은 그런 친구를 유심히 보았다.

중간고사를 치를 때만 해도 갓 A급이던 녀석이다.

‘지금은 거의 완숙에 들었어.’

엄청난 발전 속도.

천중호수에 있었던 일이 녀석에게 자극제가 된 모양이다.

상위 1%의 재능충이 노력까지 하니까 성장이 어마어마했다.

만약 자신에게 테크트리 포인트와 무극자 사부가 없었다면 박혁진을 평생 따라잡지 못하지 않았을까.

전생처럼 그저 멍하니 앞서가는 걸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괴물 같은 녀석.’

친구지만 재능 하나만큼은 세계에서 제일이었다.

“그래도 1등은 내 거야.”

“흐흐. 나도 지지 않을 거거든?”

이준과 박혁진과 함께 운동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천무대전을 보러온 일반인과 기자들이었다.

무사고의 큰 축제인 만큼 특종 거리가 넘쳐났다.

그러니 안 오고 배길 수가 있나.

이준은 전생보다 배는 더 많은 기자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기자들이 엄청 많네?”

“다 우리 할아버지 때문이지.”

“너네 할아버지? 검제께서 오셨어?”

“내가 말 안 했나? 나랑 같이 오셨어.”

“아.”

이준의 눈이 커졌다.

검제의 오랜만의 외출.

그는 변이 게이트가 나오지 않은 이상 외부활동을 하지 않았다.

손녀와 손자가 참여한 천중호수의 일이 예였다.

패왕과 신력의 배신.

핏줄이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분노할 법도 한데, 그는 나서지 않았다.

오로지 가주이자 그의 아들만 나섰다.

그만큼 외부의 관심을 끊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무사고에 나타났다는 건.

‘나 때문인가?’

검제의 관심을 끌만 한 무언가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게 자신이었고 말이다.

때마침 앞쪽에서 구경을 마친 검제와 박정연이 나타났다.

* * *

검제 박춘식과 박정연은 학교의 호수와 박물관을 구경하고 운동장을 지나는 길이었다.

우뚝.

박춘식의 걸음이 멈추고 본관 건물 쪽이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손녀의 말에도 박춘식은 고개를 갸우뚱하기만 했다.

‘알 듯 말 듯 한 기운인데…’

좀처럼 생각나지 않았다.

박춘식은 자신이 느낀 기운을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

갑자기 생각에 빠진 박춘식.

박정연은 할아버지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종종 있는 행동이었다.

박춘식은 기억 저편에 잠들어 있는 걸 간신히 끄집어냈다.

‘그래. 그들이었어. 타 차원의 인물들에게서나 나는 기운!’

하지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무사고에 타 차원의 인물들에게서 나는 기운을 가진 이가 어떻게 존재한 건지.

그것도 학생들이 있는 본관 건물에서 말이다.

“정연아.”

“네. 할아버지.”

“다 돌아봤으니 저기로 가자꾸나.”

“이제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나올 시간인데요?”

“잠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박춘식이 먼저 걸음을 움직이자, 박정연이 따라붙었다.

박춘식이 본관 쪽으로 가자, 보이는 두 사람.

자신의 손자와 그에 못지않게 잘생긴 학생이었다.

“혁진이는 여기 있었구나.”

“구경 다 하셨어요?”

“너무 넓어서 호수와 박물관밖에 가지 못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아이는…?”

“제가 항상 말한 절친 이준이에요.”

“이 아이가 이준이란 말이냐?”

“네. 준아 인사드려. 우리 할아버지야.”

전생에는 먼발치에서밖에 보지 못한 이준.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다.

이준이 검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철혈검가의 일제 님을 뵙습니다.”

그가 고개를 들어 박춘식과 눈을 마주쳤다.

S급 각성자와의 첫 만남.

떨렸다.

검제는 전생에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인물이었다.

AA급 각성자와는 얼마나 차이가 날지 궁금하던 찰나였다.

검제를 보고 느꼈다.

AA급은 S급에 비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등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실력의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는 의미를 알 것만 같았다.

‘풍사도를 이겨서 자만하고 있었어.’

풍사도 최대웅은 갓 AA급의 각성자였다.

그를 이겨서 자신감이 차 있는 상태.

검제를 보니 자신이 얼마나 기고만장해 있었는지 여실히 느꼈다.

옆집 할아버지처럼 포근한 인상을 지녔지만,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그리고 그건 박춘식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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