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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87화 (87/705)

제87화

“오! 우리 사위 왔는가?”

한지웅이 대뜸 이준에게 말하자.

“아버지!”

한지유가 빼액 소리쳤다.

“딸. 이 애비 귀청 떨어지겠다.”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이상한 소리긴! 이 애비는 이미 정했다. 저 아이를 네 신랑감으로 말이다.”

한지웅이 이준을 향해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만하지 않으면….”

스르릉-

한지유가 검을 슬쩍 뺐다.

“아버지라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어이쿠! 미래의 사위 앞에서 이 애비를 망신 주다니. 두고 보자 딸아.”

한지웅이 경공을 써서 입구 쪽으로 도망쳤다.

그냥 나가면 끝날 일을.

“사위. 훈련 끝나면 이 장인을 한 번 보고 가게… 이크.”

한마디 더 했다.

한지유의 연검이 날아들자 수련장을 빠져나갔다.

“이,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

그녀가 이준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

“알아. 저분 성격 원래 저런 거.”

“뭐?”

“아무것도 아니야.”

이준이 작게 웃었다.

전생에 한 번 대면했던 신기지가의 가주.

언제나 밝고 유쾌했다.

남들은 속에 능구렁이가 수천 마리 들어 있다고 욕하지만, 자신의 생각은 달랐다.

그 누구보다, 음흉하지 않고 올곧았다.

그가 머리를 굴릴 때는 단 하나.

대규모 격변이 일어날 때와 타국으로부터의 위협일 때뿐이었다.

전생에 철혈검가의 검제가 한지웅을 평가했던 말이 생각났다.

“신기학사가 마음만 먹었으면 대한민국도 그의 손에 떨어졌을 것이다.”

이 정도로 한지웅을 높게 평가했다.

신기지가가 현재 위험에 처하든.

가문끼리 이권 다툼을 하든.

모두에게 양보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신기지가가 현재 폭발 직전의 위험한 상황이다.

그가 조금만 마음을 모질게 했다면 진작 가문을 배신한 이들을 처단했을 터.

한지웅이 배신자를 눈감아준 덕에 타 가문과의 내통자가 판을 쳤다.

그 덕에 죽어나는 건, 무사고의 이사장인 한민성과 한지유였다.

이건 어디까지나 세간의 평가.

이준은 한지웅이 왜 모든 일을 제쳐두는지 안다.

이세계 악마들의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안위와 직결되는 일.

모든 일을 제쳐두고 그들을 찾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여전하시네.’

한지웅의 행동 때문에 제일 먼저 공중분해 되는 가문은 신기지가였다.

이를 계기로 한지유가 미쳐 날뛰었지만, 먼 미래의 일.

그전에 신기지가의 터질 듯한 고름을 짜는 게 우선이다.

‘훈련 끝나면 잠깐 뵈어야겠어.’

생각을 마치고 훈련을 시작했다.

학교의 개인 수련실보다 더 최첨단 시설이었다.

중력의 단계를 더 올려 훈련을 해도 됐지만, 이제 그런 단계는 지났다.

조금 더 높은 강도의 훈련이 필요할 때였다.

[이젠 안 가르쳐 줘도 혼자 알아서 하는구나.]

‘이 모든 게 사부님의 훌륭한 가르침 덕분입니다.’

[홀홀. 알면 됐느니라. 도움 청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사부에게 말하거라. 이 사부는 수백 가지 고강도 훈련법을 알고 있느니라. 또한….]

사부의 말이 또 길어지려 한다.

냉큼 대답하지 않으면 훈련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말할 테니, 얼른 대답했다.

‘네네. 알겠습니다.’

“이제 시작해 볼까?”

“오늘은 어떤 훈련을 할 생각이야?”

한지유의 눈이 초롱초롱했다.

다른 아이들도 똑같은 표정이다.

할 때는 힘들지만, 하고 나서는 그 성취감이 대단했다.

자신들이 성장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을 터.

녀석들이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중력 말고 다른 종류의 시험을 하려고.”

“뭔데?”

“내가 발산한 살기를 버텨 봐.”

“그게 다야?”

서혜지가 김이 빠진 얼굴을 했다.

박은비와 남선호도 잔뜩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지유는 그들과는 생각이 달랐다.

무려 +AA급 각성자가 뿜어대는 살기다.

잘못하다간 이 하나만으로도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

애들은 등급이 낮았기에 이준이 말한 걸 가볍게 생각했다.

“응. 그게 다야. 내가 발산한 살기를 뚫고 나한테 오면 오늘 수련은 끝. 쉽지?”

“알았어.”

“우릴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준아?”

“한번 해 봐.”

이준이 씩 웃었다.

한지유를 비롯한 아이들이 이준과 멀리 떨어졌다.

그들이 자리를 잡고 있을 때.

“전 뭘 하면 되죠?”

차경진이 이준에게 물었다.

“선생님도 참가하면 됩니다.”

“준아, 정말 선생님도 참가시킬 생각이야?”

박은비가 차경진 슬쩍 보며 말했다.

그래도 명색에 무사고의 교사다.

B급 각성자로 시간이 지나면 A급에 올라설지 모른다는 그였다.

그런데 자신들의 수련에 참가한다니.

조금 조심스러웠다.

“선생님. 싫으면 참가 안 하셔도 돼요.”

“아니에요. 저도 여러분의 훈련에 꼭 함께하고 싶었어요.”

차경진이 단호히 말했다.

“봤지? 내가 강제로 참여시킨 게 아니야.”

박은비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선생인 그녀가 참여한다는데, 어찌 반대하겠는가.

자신이 말릴 입장도 아니었다.

차경진도 그들의 곁에 가서 섰다.

“자, 시작한다.”

한지유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준의 살기, 정말 오랜만에 본다.

과연 예전과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긴장한 눈으로 이준을 쳐다봤다.

이준이 한 발을 움직여서 바닥을 밟은 순간.

쿠우웅!

수련장이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대기가 비명을 지르며 요동쳤다.

“윽.”

“억.”

이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세가 저들을 압박했다.

서 있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공기를 짓누르는 기세에 박은비와 서혜지가 무릎을 꿇었다.

뒤이어 남선호도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고개를 숙이며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허어억!”

고작 한 걸음 움직인 것만으로 아이들이 숨을 헐떡였다.

아이들과는 달리 한지유와 차경진은 버티고 서 있었다.

“이게 대체….”

이준의 기운에 대항하면서도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는 강함.

18살 고등학생에게 뿜어지는 기운이 너무 거대했다.

차경진이 당황해하는 사이.

한지유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살기가… 더 농밀해졌어.’

처음 이준의 살기를 접했을 때는 이만큼 살기가 정제되어 있지 않았다.

통제가 안 된 포악한 맹수의 느낌이랄까.

그런데 현재는 그 포악한 맹수를 마음대로 통제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더욱 농밀하고 진득한.

조금만 허점을 보이면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어 버릴 것만 같았다.

‘쟤는 어떻게… 하루가 멀다 하고 강해지는 거야.’

이준과 거리가 더 멀어졌다.

처음에는 따라잡을 수 있단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점이라도 보인다면 죽어라 수련해서 따라갈 만도 했다.

하지만 이준은 아예 자신의 의지를 꺾어 버렸다.

그 정도로 이준과 자신의 격차는 심했다.

‘더는… 이준과 벌어지고 싶지 않아.’

한지유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전 내공을 끌어올려 이준의 살기에 대항했다.

쿠웅- 퍼석!

육중한 한 걸음에 견고한 수련실 외벽에 금이 갔다.

이준이 펼친 건 군림보.

공포, 도발, 혼란 등 상대를 압박하기에 최적의 무공이었다.

무엇보다 혼원신공을 이용해 사용하면 그 효과가 엄청났다.

수련이기에 망정이지.

이준이 마음 놓고 펼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올 것이다.

“자신만만하던 표정들 어디 갔어?”

이준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홀홀. 옛날 생각이 나는구나. 군림보만 펼쳤다면 모두가 사부에게 고개도 들지 못했느니라.]

‘사부님을 우러러보게 하려고 만든 무공이죠?’

[잘 만들지 않았느냐.]

‘이거 원래 원형이 천마군림보잖아요.’

[원형은 무슨. 더 잘 만든 사람이 원류다 이놈아.]

저 못 말리는 사부.

남의 무공을 뺏어서 자기 멋대로 만들었으면서 원류 타령이다.

누가 괴짜 사부 아니랄까 봐.

자신도 이럴진데, 그 시대 사람들은 사부의 성격을 어떻게 참아냈을까.

군자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준이 잠깐 무극자 사부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끝까지 버티던 차경진과 한지유가 드디어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본 이준이 살기를 거뒀다.

“허억… 허억!”

“주, 죽을 것 같아.”

“이런… 후우욱… 사, 살기가 어딨… 어.”

박은비는 숨을 몰아쉬기 바빴다.

서혜지는 얼굴이 하얗게 떴고,

남선호는 뜨악한 표정으로 이준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어때? 수련한 것같이 힘들지?”

이준이 아무 일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런 그를 남선호가 불렀다.

“주, 준아.”

“왜?”

“설마 이 훈련 계속하는 건 아니지?”

“계속해야지. 중력 4배 올리는 것보다 더 효과 좋잖아.”

모두가 반박할 수 없었다.

이준이 발산한 살기를 뚫고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수련은 성공적이다.

누가 AA급 각성자의 살기를 받아내고 움직일 수 있을까.

같은 동급의 각성자 아니면 힘들 것이다.

“그, 그러면 살기 좀 조금만 줄여주면 안 돼?”

남선호의 말에 숨을 헐떡이고 있는 박은비와 서혜지가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였다.

하지만 뒤에 나온 이준의 말이 더 가관이었다.

“이게 최소한으로 발산한 살긴데?”

그의 말에 오히려 차경진이 입을 떡 벌렸다.

* * *

“선생님. 수업 진행 안 하세요?”

“아, 죄송합니다. 어디까지 말했죠?”

“십보신권은 내공의 컨트롤이 섬세해야지만 한다고요.”

“맞아요. 내공의 컨트롤이 극한에 다다르면 공간을 격하고 상대를 맞출 수 있어요.”

차경진은 권법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어제의 일을 잊지 못했다.

이준과 수련을 한 학생들이 어째서 실력이 일취월장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이 모든 게 이준 도련님 때문.

어떤 마법을 부렸을까.

학생들에게 영약이라도 먹였을까.

아니면 마공이라도 알려줬나.

이런 생각을 가볍게 날려줬다.

이준 도련님은 그저 아이들을 극한까지 몰아넣었던 것.

개인 수련실에서 중력을 4배 이상을 겪게 했으며, 도중에 암기도 날렸다.

조금만 삐끗하면 훈련 중 사망에 이를 수 있었다.

이준 도련님이 선택한 수련의 결과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돌아왔다.

‘내가 학생들을 몰아넣는 건 도련님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어.’

또한 실전에 가까운 훈련이다.

백날 목청껏 떠들고, 형식만 흉내 내면 뭐 하나.

만약 몬스터를 상대로 실전을 치룬다면 십보신권을 쓰지도 못할 거다.

살려고 자신이 가장 애용하는 무공을 쓸 터.

그렇게 되면 학교에서 배운 공용 무공이 쓸모가 없게 된다.

자신도 게이트에 나가면 결국 신력권가의 무공인 오행권 중 화권 스킬을 썼다.

자신부터 이럴진데, 학생들은 오죽할까.

‘나도 도련님이 훈련한 방식을 택해야겠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강해지려면 그 방법밖에 없어.’

일선에 나가서 뛰어도 된 그녀가 무사고를 선택한 이유는 하나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배우는 게 있다고 여겼다. 그녀의 생각대로 학생을 배우면서 깨우친 게 많았다.

덕분에 B급에서 거의 A급에 근접해 있었다.

‘이준 도련님께 배우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면 되겠어.’

이러는 와중에 분명 단단하게 앞을 막고 있는 벽이 깨질 거라고 믿는 차경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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