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이준은 킹과 퀸을 죽이기에 앞서 상태창을 열었다.
[기본 정보]
칭호: 은거자의 막내제자 (외1)
이름: 이준
나이: 18
잠재력: 등급 외(현재: A)
고유 스킬: 혼원신공(SSS), 군림보(B), 무극창법(SS)
일반 스킬: 흡혈마공(A), 천왕보(B), 패권(B), 수미천왕신공(S), 십보신권(C), 비룡신법(C), 만독수(C), 칠절참흔(C), 연환창법(C)
특성: +세상에 회의를 느낀 무극의 길 루트(??), 청호 보금자리의 주인(S)(외7)
테크트리 포인트 9,680,000p
[능력치]
체력: 236/300
신체: 238/300
힘: 250/300
민첩: 240/300
-특수항목-
내공: 495/1000
정신력: 300/300
명성: 2000(유망주)
우호도: 천상의 동쪽(극악), 스케먼(복종), 페어리(친밀)
-상태-
전투력 +50%, 모든 속성 친화력 +70%, 마기 저항력 +35%, 내공회복력 +15%
A급 절정 완숙의 경지에 달해서 그런가.
드디어 현재 등급이 상태창에 보였다.
자신의 잠재력은 얼마길래 아직도 등급 외라고 보이는지.
지금은 한눈 팔 때가 아니다.
킹과 퀸 두 마리의 보스를 조금 더 수월하게 상대하려면 테크트리 포인트를 찍는 게 좋았다.
‘내가 찍을 수 있는 건 9개. 능력치 하나에만 몰빵 해도 135의 스탯을 올릴 수 있어.’
리자드 킹과 퀸을 상대하려면 민첩을 300으로 만들어 놓는 게 나았다.
녀석들의 장점은 빠르기.
거대한 체구와는 달리 아주 날쌨다.
이준은 우선 민첩을 네 개 올렸다.
[민첩 +15를 획득하였습니다.]
[새로운 항목이 개방됩니다.]
[민첩 +15가 생성되었습니다.]
……
……
[민첩 +15를 획득하였습니다.]
……
그리고 힘 세 개와 신체 두 개를 찍었다.
민첩이 한계치에 도달해서 그런가.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힘 또한 넘쳤다.
이게 바로 AA급 각성자의 초기 스탯과 같은 느낌인건가.
능력치를 찍기 전과는 확연히 차이를 보였다.
“자 그러면 시작해볼까.”
쾅!
이준이 땅을 박찼다.
그의 족적이 남긴 곳이 거미줄처럼 쫙 갈라져 있었다.
이준의 목표는 퀸이다.
녀석의 어그로를 끌기 위해 공격했다.
민첩 능력치가 300.
군림보의 능력.
이 두 가지가 합쳐지니, 이준의 신형이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퀸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쌔애액-
이준이 손에 든 창을 아래를 향해 찔렀다.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에 퀸이 뒤로 물러났다.
굉장히 빠른 반응이다.
콰앙-!
이준이 창은 애꿎게 바닥에 꽂혔다.
그 여파로 인해 리자드맨의 몸이 터졌다.
“끼익!”
이준을 본 퀸이 머리를 들어 울어댔다.
목표는 달성했다.
퀸과 킹, 리자드맨들이 전부 이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리자드맨들은 퀸을 보호하려고 이준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최대한 박정연이 있는 곳과는 반대 반향으로 유인했다.
3학년들이 있는 곳에서 싸웠다면 정신을 잃은 박정연에게 자칫 피해가 갈지 몰랐다.
멀리 떨어진 곳으로 퀸을 유인하자 거리낄 것도 없었다.
“이거나 처먹어라.”
본 드라고니를 상대로 던졌던 투경이었다.
이준의 손을 떠난 혈전창이 빛살처럼 일직선으로 뻗어나갔다.
퀸이 들고 있는 대검으로 혈전창을 막았다.
끼이이익-!
혈전창이 대검의 날에 부딪히며 회전하고 있었다.
“쉽지 않네.”
그 말을 남긴 이준의 신형이 푹 꺼졌다.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혈전창이 회전하고 있는 뒤쪽.
발에 내공을 집어넣고는 그대로 혈전창의 뒷부분을 찼다.
창은 대검의 날을 뚫고 퀸의 몸에 상처를 냈다.
“끼룩!”
“끼익!”
리자드맨들이 당황했다.
바닥으로 떨어진 이준을 향해 무기를 날리고 찔렀다.
이준은 혈전창을 회수하곤 리자드맨들의 공격을 유유히 흘렸다.
그 모습에 리자드 킹은 화가 났다.
무식하게 큰 창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쿠웅!
바닥에서 여러 개의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리자드 킹 우로간이 분화를 사용합니다.]
리자드 퀸만 보호하면 동족이 불에 타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은 킹이었다.
“칫.”
지면 아래에서 솟아오른 불기둥으로 인해 이준이 뒤로 물러났다.
“이제 2페이즈겠지?”
리자드 킹이 분화를 사용하면 곧장 2페이즈가 시작된다.
아니나 다를까.
“끼에에엑!”
돼지 멱 따는 소리와 함께 퀸의 몸에서 나온 원의 고리가 주위로 퍼졌다.
[리자드 퀸 하바사의 방어력이 100% 상승합니다.]
[리자드 퀸 하바사가 폭갈을 사용합니다.]
“하나.”
이준이 점프를 하며 원의 고리를 흘려보냈다.
고리를 피하지 못한 주변의 리자드맨은 몸통이 반으로 잘려 나갔다.
“둘.”
원형의 고리가 다시 날아왔다.
이번에도 가뿐히 피한 이준.
“셋!”
이준은 재빨리 몸을 바닥에 바짝 기댔다.
하나의 고리만 나왔던 전과를 달리 무려 5층의 고리가 주위로 퍼졌다.
멀뚱히 서 있던 리자드맨들은 원의 고리에 5등분이 되어 썰렸다.
이준은 바닥에서 시체 덩어리가 후두둑 떨어지는 걸 봐야 했다.
이준도 섬뜩함을 느꼈다.
뒷머리카락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간 원의 고리.
그가 뒤통수를 매만졌다.
“젠장. 남자는 머리가 생명인데 하필 눈에 보이지 않은 뒤통수의 머리카락을 건드릴 게 뭐람.”
뒷머리가 조금 휑한 느낌이 들었다.
이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마침 리자드 퀸의 몸에 변화가 생겼다.
[상승했던 리자드 퀸의 방어력이 100% 감소합니다.]
[폭갈을 쓴 후유증으로 리자드 퀸의 방어력이 200% 감소합니다.]
됐다.
리자드 퀸의 능력치가 하락했다.
회복되기 전까지 스킬인 폭갈도 못 쓰고 해롱거릴 것이다.
여기서 얼마나 퀸의 체력을 깎는지가 관건이다.
팟-
이준이 땅을 박차고 퀸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리자드 킹이 퀸의 앞을 막았다.
창과 창이 교차했다.
쩌어엉-!
기의 충돌로 인해 주변이 흔들렸다.
“끼에엑!”
리자드 킹이 입을 벌리며 소리쳤다.
다시 한번 바닥을 뚫고 불기둥이 솟아났다.
이준은 지그재그로 몸을 움직여 불기둥을 피했다.
‘리자드 킹의 약점은 분화를 쓸 때라고 했지?’
리자드 킹의 공략 방법을 알고 있는 이준이 녀석의 품으로 쇄도했다.
웅웅-
혈전창이 울었다.
회색빛으로 감싸인 창이 떨리며 앞으로 뻗어졌다.
허공에 창영이 하나, 둘씩 나타나는 모습.
무극창법의 1초식인 환영살이었다.
* * *
쿠웅-
리자드 퀸이 마지막으로 쓰러졌다.
[쌍둥이 늪지대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50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시크릿 루트로 클리어 하셨습니다.]
[더블 포인트 보상이 이루어집니다.]
[보상으로 3,75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보상으로 3,75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보스 몬스터가 죽은 자리에 휘황찬란한 아이템들이 떨어져 있었다.
이준이 허리를 굽혀 아이템을 주웠다.
[C+급 마정석을 획득하셨습니다.]
[C+급 마정석을 획득하셨습니다.]
[하바사의 목걸이]
[우로간의 왕관]
[우로간의 장화]
[우로간의 부러진 창]
“전부 C급이네. 아쉽다.”
요즘 들어 B급 이상 아이템만 봐서 그런지 C급은 감흥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아공간 주머니를 꺼내 물건을 주섬주섬 챙겼다.
보따리 속으로 사라진 아이템들.
일을 마친 이준이 주머니를 넣었다.
그가 몸을 돌렸다.
3학년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이준이 이신과 눈이 마주쳤다.
“네, 네가…?”
이신이 엉덩방아를 찍었다.
네가 어떻게 보스 몬스터를 혼자 죽일 수 있냐 라는 얼굴이다.
“난 강하면 안 되냐?”
쓰레기만도 못한 놈.
이신을 비웃어주곤 이미 정신을 차린 독화와 철룡에게 다가갔다.
“걸을 수 있어요?”
“넌…?”
“저 덜떨어진 놈의 이복동생이라고 해두죠.”
“아.”
독화란 이명을 가진 정예나가 이준을 유심히 보았다.
주가가 천정부지로 오른 후배가 앞에 있었다.
잡티 하나 없는 얼굴.
키는 큰데 이신처럼 우락부락한 몸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만독암가에서도 이준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
소문으로 들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것 같았다.
“나 못 걸을 것 같아.”
정예나가 발목을 부여잡았다.
제대로 삐었는지 한쪽 발이 팅팅 부은 게 보였다.
그때 옆에서 철룡 진경수가 나섰다.
“내가 부축해줄게.”
“넌 가만히 있을래?”
“못 걸을 것 같다며, 나도 다치긴 했지만 너 정도는 업을 수 있어.”
“끄응.”
정예나의 얼굴에 작은 균열이 일어났다.
이준에게 부축을 받으려고 했는데 진경수의 방해로 일이 틀어졌다.
그녀가 하는 수 없이 진경수의 등에 업혔다.
이준은 곤히 잠들어 있는 박정연을 안았다.
“아차. 검 놔두고 갔다가 누나한테 잔소리 들으면 안 되지.”
그가 바닥에 떨어진 박정연의 검을 발로 차올려서 잡았다.
“갈까요?”
이준이 그들을 데리고 나가려 하자.
“얘, 얘들아.”
이신이 다급히 진경수와 정예나를 불렀다.
그녀가 이신에게 고개를 돌렸다.
음성에서 차가운 서리가 흘러나왔다.
“이번 일,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 너희가 우리를 미끼로 도망치려 했다는 걸 학교에도 알릴 거고 가문 차원에서도 대응할 거야. 각오하는 게 좋아.”
네 사람은 이신과 최태민을 놔두고 게이트 밖으로 나갔다.
포탈을 타고 나오자.
“이준 학생?”
“자네는 학교에 있어야 하지 않나?”
“왜 포탈에서 나오는 건가요?”
선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준을 보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정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희를 구해준 게 이준이에요.”
“오! 무사했어?”
“연락 안 돼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선생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만약 그들이 잘못되기라도 하는 날엔 엄청난 뒷감당을 해야 했으니까.
한민성 이사장이 선생들을 헤치고 나오며 말했다.
“우린 게이트가 닫혀서 못 들어갔는데…?”
“제가 이곳에 왔을 때는 열려 있었거든요.”
이준이 뻔뻔스럽게 나갔다.
억지로 게이트 문을 열고 들어갔다는 사실을 누가 믿겠는가.
굳이 일을 크게 만들 필요도 없었다.
“우리가 본부석에서 봤을 때는 게이트가 닫혀 있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이사장님.”
“저도 그렇게 봤는데, 저희가 오는 사이에 다른 일이 있었나 봅니다.”
선생들은 이준이 이곳에 있는 건 관심 밖.
오직 15가문 연맹 후계자들이 무사하다는 게 중요했다.
“이준 학생이 여기에 있다는 게 뭐가 중요합니까.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게 중요하지.”
“아무렴요. 천만다행입니다.”
“그런데 신이와 태민이는?”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정예나가 가시 돋은 말로 반응했다.
“그 두 명이 저흴 버리고 도망치려고 했어요. 이준이 제때 구해주지 않았으면 저흰 몬스터한테 죽었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정적이 흘렀다.
이 말이 사실일까.
선생들도 자신들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다시 한 번 물었다.
“그게 사실인가요?”
“게이트에서 싸울 수도 있어. 그래도 이런 것 가지고 장난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있는 그대로예요. 두 사람이 나오면 물어보세요. 전 이 일을 저희 가문에 알려 공론화시킬 생각이에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예나와 진경수는 진지했다.
한민성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안쪽에서 어떤 일이 있었기에 저 두 사람이 저럴까.
같은 학생회의 인물들.
기절해 있는 박정연을 제외하곤 모두가 사이좋은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 독화와 철룡이 강경한 태도로 나오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