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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9화 (49/705)

제49화.

이준이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 혈전창을 본 드라고니를 향해 던졌다.

쿠웅!

탄환이 발사된 소리와 함께 혈전창이 쏘아 졌다.

빛살이 본 드라고니의 미간에 적중한 순간.

“크아아아아!”

녀석이 몸을 일으키며 괴성을 질러냈다.

이준이 뒤를 향해 소리쳤다.

“지금이야.”

그리고 곧바로 본 드라고니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이준의 외침에 앳된 페어리가 다른 페어리를 설득했다.

-아저씨. 인간들이 우리를 도와준대요. 같이 도망쳐요.”

-그때도 우리를 도와준다 해 놓고 요정의 꿀만 훔쳐 도망가지 않았습니까?

-그로 인해 아르테 님이 돌아가신 걸 기억해야 해요. 그래도 인간을 믿으시겠어요?

앳된 페어리가 고개를 돌리며 본 드라고니의 상태를 봤다.

곧 정신을 차릴 것 같아 보였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믿어 봐요.

-인간들이 다 죽기라도 하는 날엔….

페어리들이 뒷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모두 죽은 목숨이라는 걸 아는 모양이다.

페어리들이 기다리고 있는 인간들을 보았다.

강한 여자가 한 명.

그저 그런 사람이 세 명.

본 드라고니의 머리 위에 인간은 전투력 측정이 불가능했다.

-전 모르겠어요.

-저도요. 아르테 님에 이어 로티틸 님도 잃는다면 저흰 여왕님을 볼 면목이 없을 겁니다.

페어리 모두가 회의적이었다.

요정의 꽃밭으로 인간들이 올 때마다 믿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인간의 배신으로 인해 자신들을 이끄는 아르테 님이 돌아가셨다.

이후로도 몇 번 더 인간을 믿어 봤지만, 돌아오는 건 배신뿐.

더는 인간을 믿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페어리들이 구원을 오는 걸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앳된 페어리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다른 페어리들이 요정의 꽃밭에 올 수 있었다면 진작 왔을 거예요. 그리고 이대로 있다간 저희 다 죽을지 몰라요. 아저씨도 알고 계시잖아요.

-하지만 인간은…

앳된 페어리가 동족을 설득하고 있을 때.

본 드라고니의 머리 위에서 이준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 녀석이 정신 차리기 전에 빨리 도망쳐!”

이준으로선 페어리들이 다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긴급 퀘스트2가 물 건너간다. 시크릿 루트의 보상을 날릴 순 없는 일이다.

이게 아니라면 굳이 일을 어렵게 만들겠나.

그냥 싹 다 쓸어 버리면 그만인데.

자신은 게이트를 최단시간에 클리어만 하면 됐다.

그래야지만 중간고사 1등을 차지할 수 있었으니까.

본 드라고니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준이 혀를 찼다.

“칫.”

본 드라고니가 머리를 털어내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녀석이 서서히 눈을 떴을 땐 인간과 페어리가 같이 있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분노했다.

[벌레 같은 것들을 살려 줬더니 인간 따위와 결탁을 하는구나.]

이준이 본 드라고니의 미간에 박힌 혈전창을 거칠게 뽑았다.

껍질이 얼마나 단단한지, 상처가 미세했다.

[크악!]

녀석이 괴성을 질렀다.

머리를 한껏 하늘 위로 치켜들더니 아가리에서 광선이 쏘아졌다.

쿠웅-!

광선이 게이트 하늘 위에서 터졌다.

그 여파로 인해 거센 폭풍이 불었다.

“날아가겠어!”

“손들 놓지 마세요.”

페어리들이 각자 손을 잡고 불어 닥친 폭풍을 견뎠다.

[하찮은 인간이 이 몸의 위에 있단 말이냐.]

본 드라고니가 산성이 가득한 독니를 드러냈다.

그러고선 이준을 자신의 머리에서 떨어트리기 위해 꼬리를 휘둘렀다.

퍽-

채찍처럼 휘둘러진 꼬리가 이준을 강타했다.

“큭.”

이준이 꼬리에 맞고 뒤로 날아갔다.

창대로 막아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한 군대는 부러졌을 거다.

그가 공중제비를 돌며 바닥에 착지했다.

“위락보다 훨씬 강하네.”

팟-

곧바로 바닥을 박차며 튀어 나갔다.

* * *

이준과 본 드라고니의 싸움은 치열했다.

이준의 창에서 뻗어 나온 반월의 창기가 본 드라고니를 향해 쏟아졌다.

그걸 꼬리로 다 받아치는 본 드라고니.

괜히 시크릿 루트의 보스 몬스터가 아니었다.

서로 맞으면 돌려주고 튕겨 나가면 따라붙고.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아….”

“미쳤어….”

박은비와 서혜지가 넋을 잃고 바라봤다.

본 드라고니는 블루 급 보스 몬스터였다.

이준이 A급이라도 혼자서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가능했다면 요정의 꽃밭이 진작 각성자에게 클리어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눈앞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준이 본 드라고니를 혼자 상대했다. 전혀 밀리지 않고 대등했다.

보고 있음에도 너무 놀라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시선을 뗄 수도 없었다.

호흡소리를 크게 내지도 못했고.

조원들은 이준의 싸우는 장면을 한순간이라도 놓칠까 봐 두 눈에 가득 담았다.

“엄청 나.”

한지유도 보면서 감탄을 했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

블루 존 게이트는 안전하게 클리어하려면 B급 각성자 10인으로 파티를 이뤄야 했다.

그래야지만 공략 허가가 떨어진다.

하지만 이준은 그 조건을 깡그리 무시했다.

이준이 A급, 자신이 B급.

나머지 세 명은 E급.

최소 공략 조건이 한참이나 모자랐다.

이 때문에 걱정이 됐었다.

이준이 위락대평원을 혼자 클리어 했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했다.

만약 이준이 위락대평원을 깬 인물이 아니라면?

그거야말로 정말 큰일 아닌가.

괜한 호기에 이끌려 개죽음 당할 수도 있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한지유는 자신의 감을 믿기로 했다.

이준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모습을 감추고 있을지 모른다고.

그리고 지금 그녀의 감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이었다.

지금 자신의 눈에 보이는 건 이준이 본 드라고니를 혼자 상대하고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혼자 게이트를 하는 게… 정말 가능했어….”

이제야 그동안 감춰졌던 진실이 풀리고 있었다.

이준의 말도 안 되는 실력.

저게 어디가 A급 각성자의 수준이란 말인가.

AA급 각성자라는 오왕이나 칠악과도 대등한 수준이었다.

“…어떤 무공을 익혔기에 저렇게 강해진 거지?”

일반적인 무공은 아니었다.

15가문 연맹의 무공 또한 제외.

자신이 아는 선에선 이준이 사용하고 있는 창법은 본 적이 없었다.

창법으로 제일 잘나가는 가문은 신창조가. 그곳의 창법과 이준의 창법을 비교하자.

“신창조가의 창법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신창조가의 창법이 F급이라면 이준이 선보이고 있는 창법은 S급.

이 정도로 격이 달랐다.

작은 아버지가 가문 창고를 뒤지면서까지 혈전창을 공짜로 준 것도 이해됐다.

유령살귀의 윗줄?

적어도 사마련의 칠악과 대등하지 않을까.

아니면 검산그룹의 회장과 비슷했다.

그만큼 이준이 보여 준 무력은 독보적이었다.

이준을 보는 한지유가 자신의 검을 움켜쥐었다.

‘나도 이준에게 지지 않을 거야.’

한지유가 이준이란 목표가 생길 때쯤.

[모두 다 지옥으로 보내 주마.]

본 드라고니가 보라색 액체 덩어리를 공중으로 뱉었다.

하늘로 솟구친 보라색 알갱이가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젠장.”

이준이 뒤를 돌아보며 욕을 내뱉었다.

공중을 수놓은 알갱이들.

흡사 보라색 눈과 같았다.

작은 알갱이에는 본 드라고니의 힘이 담겨 있었다.

승천하기 전의 이무기라 그런지 드래곤과 같은 숨결을 뿜어낸다.

저 알갱이의 형태가 녀석의 최후 스킬이었다.

피부에 닿기라도 하면 곧바로 썩어 문드러지는 강력한 기운.

한지유면 모를까 조원들이 막아낼 기운이 아니었다.

고된 노동으로 지친 페어리도 마찬가지였다.

“짜증 나네.”

이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혼자였다면 위락처럼 쉽게 죽일 수 있는 녀석.

페어리를 공격하지 못하게 방어하느라 제대로 된 공격을 뽐내지 못했다.

본 드라고니의 최후 스킬로 인해 일이 복잡해졌다.

이준이 조원들을 살리려고 움직이려는 찰나.

그보다 먼저 움직이는 그림자가 있었다.

“파랑이?”

조그만 그림자의 정체는 파랑이였다.

녀석은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조원들과 페어리의 중앙으로 가 있었다.

“뀨우우웃….”

파랑이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귀여운 위협임에도 불가하고 본 드라고니가 화들짝 놀랐다.

[당신은…!?]

마치 못 볼 걸 본 것처럼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파랑이가 하늘을 향해 앙증맞은 주둥이를 벌렸다.

[파랑이가 마기를 흡수합니다.]

마기와 더불어 알갱이의 형태인 독의 숨결이 파랑이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늘을 수놓았던 독의 숨결이 남김없이 사라졌다.

눈빛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꼬리가 열 갈래로 나눠지자.

[진짜 당신….]

파랑이의 입에서 보라색 광선이 본 드라고니를 향해 쏘아진 게 아닌가.

[아, 안돼에에에!]

광선이 본 드라고니를 몸통부터 꼬리까지 관통했다.

그도 모자라 저편 너머의 무덤가를 폐허로 만들고서야 끝이 났다.

페어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들의 몸통만 한 크기의 생명체가 6m는 될 법한 본 드라고니를 단숨에 죽였으니.

뭐라고 표현할 할 수 없었다.

“저거… 동물 맞지?”

“새끼 고양이같이 생겼어.”

“그치? 혜지 네 눈에도 그렇게 보이지?”

파랑이가 뒷발로 귀를 벅벅 긁었다.

이준은 녀석이 왜 저런지 안다.

저건 시시하다는 파랑이의 시위였다.

좀 더 강한 놈을 데려오라는 말이다.

녀석이 발을 떼어 본 드라고니에게로 갔다.

또다시 입을 활짝 여는 파랑이.

본 드라고니를 남김없이 흡수하기 시작했다.

[파랑이가 ‘천상의 동쪽’ 주인의 파편을 흡수합니다.]

[‘천상의 동쪽’ 주인이 노합니다.]

[‘천상의 동쪽’과 적대도가 최고치에 달합니다.]

[새로운 항목 우호도가 생겼습니다.]

이준은 파랑이의 메시지 창을 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천상의 동쪽.

전생에도 정보가 없는 게이트였다.모르는 정보가 뜨자 경계심이 들었다.

여태 자신의 계산대로 흘러간 상황.

미래가 조금 바뀐 건 괜찮았으나, 이번 건 아니었다.

천상의 동쪽이란 느낌이 굉장히 쎄했으니까.

‘다른 메시지도 있어.’

그와 반대의 메시지도 보였다.

[꿈의 정원 주인이 당신에게 호감을 보입니다.]

[꿈의 정원 주인과 우호도가 상승했습니다.]

게이트에 들어오자 관심을 가졌던 꿈의 정원 주인.

레드존 게이트의 주인이 자신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나중에 한 번 가봐야지.’

들려야 할 게이트가 산더미처럼 많다.

시간이 나면 그때 가볼 생각이다.

흡수를 다 마친 파랑이가 빨빨빨 달려와 품에 안겼다.

“오늘도 수고했어.”

“뀨!”

이준이 파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지유가 다가와서 파랑이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얼굴.

쭈뼛거리던 그녀 대신 존재감이 전혀 없었던 남선호가 대신 물었다. “주, 준아. 품에 안겨 있는 동물 여, 여우지?”

남선호가 힘껏 용기를 내었다.

박은비의 추천으로 같은 조에 편성이 되었다.

이준은 남학생과 여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상반됐다. 그러나 남선호의 물음에 눈을 반짝였다.

“여우인 줄 어떻게 알았어?”

“내, 내가 동물을 유독 좋아해서… 맞나 보구나.”

“맞아. 난 처음 봤을 때 주둥이 튀어나온 강아지로 보였거든.”

“뀻!”

파랑이가 어금니를 내밀고 화를 내었다.

“미안 미안.”

이준이 파랑이를 내려다보며 달랬다.

“하, 한 번만 만져 봐도 돼?”

“으음… 좋아.”

이준이 파랑이의 엉덩이를 내밀었다. 남선호가 조심스럽게 만지려 하자.

“뀨웃!”

“아얏.”

“괜찮아?”

남자의 손길이 싫은지 남선호의 손을 물어 버렸다.

원래라면 피가 나야 정상이었지만, 그저 작은 상처로 끝났다.

이준의 친구라 봐준 모양이다.

“으응.”

남선호를 물어 버려서 그런지 아이들이 파랑이를 만지길 꺼려했다.

“파랑아 사람을 물어 버리면 어떻게 해.”

“뀨우우….”

파랑이가 이준의 품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블루존 시크릿 보스 몬스터를 단숨에 해치운 몬스터답지 않은 모습이다.

“너흰 안 만질 거지?”

“아니. 난 만질래.”

한지유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손을 뻗으며 파랑이의 머리 부분을 살짝 쓰다듬자.

“뀨.”

녀석이 좋은지 귀까지 뒤로 젖히면서 한지유의 손길을 느꼈다.

“너….”

[허허. 어찌 주인을 닮아 그렇게 음흉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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