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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0화 (50/705)

제50화

남자의 손길은 거부하더니, 한지유는 가만히 놔뒀다.

심지어 배까지 까 보이려고 이준의 품에서 몸을 뒤집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전 파랑이처럼 대놓고 차별하진 않거든요.’

[네놈도 똑같다 이놈아.]

졸지에 파랑이와 똑같은 취급을 받았다.

아니 얘는 괜히 남선호의 손을 물어가지고, 오해를 만드는 건지.

‘어쭈 이 녀석이?’

“뀨우!”

한지유의 손길에 좋다고 울어댔다.

이미 배를 까기까지.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만지자, 박은비와 서혜지도 동참했다.

여자들의 손길이 그렇게 좋은지.

파랑이의 주둥아리가 꼭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시바견이나 리트리버가 사람의 표정을 따라서 웃는 것 같달까.

파랑이 이 녀석.

자신보다 더 음흉한 구석이 있다.

파랑이가 여자 애들만 만지게 하자 남선호가 울상이 되었다.

자기도 만지고 싶은 모양.

용기를 내어 손을 뻗으려 하는데.

“뀻!”

파랑이가 남선호를 보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결국 남선호가 파랑이를 만지는 걸 포기했다.

왤까. 왜 자신이 남선호에게 괜히 미안해지는 걸까.

그의 어깨를 토닥여 줬다.

“얘 수컷이라 그래.”

남선호가 죽상이 되든 말든 여학생들은 파랑이를 만지는데 여념이 없었다.

한지유는 이준을 보며 부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귀엽다. 나도 이런 여우 가지고 싶어.”

“넌 무리야.”

“뭐?”

그녀가 앙칼진 목소리로 노려봤다.

“이크.”

이준은 그녀의 눈을 피해 딴 짓 했다.

그녀는 곧바로 파랑이를 보았다.

노려보던 눈이 눈 녹듯 사르르 녹아 내렸다.

순한 양이 된 표정이다.

[전생에서도 그렇게 귀여운 동물을 좋아했었다고 하더니 정말이었네.]

하와이안 피자, 민트초콜릿과 더불어 동물을 그렇게 좋아한다고 알려졌었다.

언제나 차가웠던 얼굴에 봄이 왔다.

꽃이 필 정도로 화사한 표정.

이때만큼은 빙화가 아닌 꽃 그 자체였다.

앞으로 위험한 일이 있을 때 파랑이를 방패로 세우면 되겠단 생각을 할 때.

“준아. 이제 이 아이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어?”

박은비가 파랑이에 대해서 묻는다.

파랑이가 블루급 보스 몬스터를 죽인 것도 직접 봤으니 거짓말을 칠 순 없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파랑이는 내가 키우는 몬스터야.”

“정말 이 여우가 몬스터란 말이야?”

“이렇게 귀여운데?”

몬스터를 조련해서 데리고 다니는 각성자는 많지 않았다.

잘 없었다.

몬스터를 조련하는 일은 힘든 일.

야수공이란 보편적인 무공이 있지만, 불완전한 무공이었다.

자칫 높은 등급의 몬스터를 데리고 다니다가 컨트롤을 못하게 되면 큰 불상사가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각성자들은 직접 싸우는 걸 택하지.

몬스터를 키우지 않았다.

몬스터를 키우는 각성자는 죄다 화이트급 몬스터를 데리고 다녔다.

그 이상은 엄두도 못 냈다.

“너희들만 특별히 가르쳐 주는 거니까 입조심 해 줘.”

“당연하지.”

“나만 믿어.”

조원들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에서 제일 착한 아이들이다.

자신이 낙오자나 실패작이라고 불릴 때도 다가와 줬다.

괜히 자신 때문에 피해를 줄까 봐 멀리한 것뿐.

전생에 박은비는 자신을 최대한 챙겨 주려 했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같은 조를 한다고 했을 때 별말 안 한 거다.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 생긴 건가?”

“나 이런 비밀 가지고 싶었어.”

“나도….”

박은비와 서혜지가 좋아했다.

남선호 또한 이에 동의하며 맞장구쳤다.

심지어 한지유까지.

대신 그녀는 하나의 조건을 내걸었다.

“좋아. 그러면 우리도 얻어야 하는 게 있어야지. 우리들이 원할 때 이 아이를 보여 줘. 아니면 네가 몬스터를 키운다고 인터넷에 쫙 뿌릴 거야.”

협박에 가까운 제안이었다.

하지만 살벌한 말투 치곤 어려운 부탁이 아니었기에 한지유의 제안을 수락했다.

“좋아. 너희들도 약속 꼭 지켜.”

“응.”

“당연하지!”

“더 만져도 되지?”

“그래.”

“어쩜 이렇게 털이 부드러울까?”

“실크 같지 않아?”

부모가 제 자식을 자랑하듯 이준도 조원들에게 파랑이를 자랑했다.

그들끼리 대화를 주고받을 때, 페어리 무리가 이준에게 다가와 엎드렸다.

-금역의 주인을 뵈어요.

[꿈의 정원 주인이 식은땀을 흘립니다.]

[꿈의 정원 주인이 파랑이의 정체가 금역의 주인인지 확인을 원합니다.]

“금역의 주인?”

페어리의 말과 함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늘 참 여러 일이 벌어진다.

요정의 꽃밭에 관해선 전생에도 알려진 게 많이 없어서 그런가.

처음 듣는 소리였다.

-저희가 못 알아 뵈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준과 조원들이 눈만 깜빡였다.

금역의 주인은 뭐고, 꿈의 정원 주인이 왜 당황하는 걸까.

메시지를 봐선 파랑이 때문에 이러는 것 같은데.

꿈의 정원 주인과 파랑이는 같은 레드급 몬스터가 아닌가.

메시지에선 얼핏 꿈의 정원 주인이 파랑이를 두려워하는 게 느껴졌다.

“알아듣게 설명해 봐.”

-혹시 그분의 꼬리가 몇 개인지 아십니까?

“아니. 안 세어 봐서 모르는데 아홉 개 아니야?

마지막으로 꼬리의 개수를 세어 봤을 때 그 정도 됐던 것 같다.

이준이 대충 대답하자 페어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금역의 주인은 열 개의 꼬리를 가지고 계십니다.

페어리가 자꾸 극존칭을 했다.

얼굴에는 본 드라고니를 대할 때 보다 더 두려움이 가득했다.

보면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말이다.

이준이 파랑이의 꼬리를 하나하나 세어 보았다.

“하나, 둘, 셋… 여덟, 아홉, 열 개. 맞네?”

언제 꼬리가 하나 더 생긴 건진 모르겠지만 레드존에서도 극히 드물다는 아홉 개의 꼬리를 넘어 열 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 그, 금역의 주인이시어!

- 저희의 무지를 용서해 주십시오.

- 제발 자비를.

[파랑이의 정체를 안 꿈의 정원 주인이 기겁합니다.]

[꿈의 정원 주인이 게이트를 폐쇄합니다.]

[꿈의 정원 주인이 모든 연락을 끊었습니다.]

아까부터 지켜보더니 이젠 튀기까지 했다.

아주 가지가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준이 페어리들을 내려다봤다.

녀석들의 얼굴에는 절망이 떠올라 있었다.

“그래서 금역의 주인이 뭐? 설명 좀 해 주지?”

-그분이 정말 누군지 모르시는 겁니까?

“모르니까 물어보지.”

페어리들이 서로 눈치를 봤다.

그때 상처를 치료해 준 앳된 페어리가 입을 열었다.

- 게이트에는 11인의 지배자가 있어요. 금역의 주인께서 그 중 한 분이세요.

이준의 시선이 파랑이에게로 갔다.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있는 녀석.

무슨 이야긴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절대자가 정확히 뭔데?”

- 저희도 자세한 것까진 몰라요. 그냥 블랙존 게이트 중에서도 제일 강한 게이트의 주인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브, 블랙존이라니!”

“내가 잘못 들었을 거야. 그렇지?”

아이들은 현실을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에겐 블루 존도 상상하지 못한 게이트였다.

그런데 레드 존을 넘어 블랙 존이 언급됐다.

대한민국의 최고 전력인 철혈검가의 일제도 블랙 존은 위험하다고 단정 지었던 곳이다.

조원들이 패닉에 빠진 사이, 이준이 페어리에게 물었다.

“꼬리 말고 파랑이가 금역의 주인이라고 증명할 방법 있어?”

- 저희는 모르고… 페어리 왕은 아실 수 있어요.

“그렇단 말이지.”

꿈의 정원에 갈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시간이 날 때 가려고 했는데, 순서를 앞당겨야 할지 모르겠다.

이준이 조원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들도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중요한 비밀이 하나 더 생긴 셈. 좋으나 안 좋으나 같이 가게 생겼다.

이준이 조원들에게 시선을 거두고 파랑이를 보았다.

이렇게 작고 귀엽기만 한 녀석이 11인의 지배자 중 한 명이라니.

‘동물을 사랑했더니 엄청난 보상이 떨어졌네.’

15가문 연맹의 가주들조차도 가지지 못한 몬스터를 자신은 새끼 때부터 키우고 있었다.

AA급 각성자를 아니, S급 각성자를 데리고 다닌 것과 진배없었다.

[이 사부는 처음부터 파랑이가 심상치 않은 정체를 가졌다는 걸 알았느니라.]

‘침부터 닦고 말씀하세요.’

[어허. 절대자끼리는 마음으로 통하느니라.]

‘눼눼 그러십니까.’

못 말린다는 듯 이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페어리를 향해 말했다.

“일어나.”

- 저희를 살려 주는 거예요?

“파랑이는 아무나 안 죽여. 그렇지?”

“뀨!”

- 사, 살았다.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절망이 가득했던 페어리들의 얼굴이 이제야 펴졌다.

살려 주겠다는 이준의 태도에 박은비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돼?”

“그러면 왜 힘들게 페어리를 보호했겠어.”

“난 네가 다른 생각이 있는 줄 알았지. 페어리라도 몬스터인데….”

사실 다른 생각이 있어서 이준이 페어리들을 살려 준 것은 맞지만,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박은비가 슬쩍 페어리들을 봤다.

파랑이보단 아니지만, 그들을 요정답게 귀엽고 깜찍했다.

자신도 살려 주고는 싶은데 몬스터였다.

인간들에게 해가 되는 악의 존재.

저들을 죽이지 않으면 다른 피해자가 생길지 모른다고 여겼다.

“은비 말이 맞는 것 같아. 몬스터는 꼭 해치워야 된다고 했잖아. 그리고 이곳을 클리어하지 않으면 시험 성적도 안 나오지 않을까.”

“그건 걱정 마. 나한테 생각이 있어.”

서혜지의 말에 이준이 메시지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게이트에 오기 전부터 생각해 둔 방법이 있었다.

* * *

[본 드라고니를 처치하셨습니다.]

[시크릿 보스를 처치한 보상으로 3,500,000p를 지급합니다.]

[긴급 퀘스트2 - 페어리의 천적을 완료했습니다.]

[페어리 종족과 우호도가 상승했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85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요정의 꿀을 획득하셨습니다.]

[페어리들이 당신에게 귀속을 청합니다. 승인하시겠습니까? (Y/N)]

아이들의 걱정과는 달리, 게이트는 이미 클리어 됐다.

시크릿 보스 몬스터인 본 드라고니를 죽였고 페어리들은 귀속을 청해왔다.

그렇다는 건 자신이 페어리의 귀속을 수락하면 요정의 꽃밭 주인이 없어진다는 말과 같았다.

‘승인.’

[파랑이의 등급이 낮아 영역을 늘릴 수 없습니다.]

[요정의 꽃밭을 버리겠습니까? (Y/N)]

‘아니.’

[가지고 있는 영역 중 하나를 버리시면 요정의 꽃밭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청호 보금자리]

[염화의 은신처]

이준이 염화의 은신처를 꾹 눌렀다.

[염화의 은신처를 버렸습니다.]

[요정의 꽃밭의 새로운 주인이 되셨습니다.]

[게이트에 귀속된 물품이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확인.’

[건곤미허신공]

[B급 마정석 +2]

[요정의 씨앗]

드디어 허수에게 줄 무공을 획득했다.

‘각 가문의 중요 무공들이 블루존에 있다는 걸 생각도 못 했겠지?’

그러니 다 레드존에서만 무공서를 찾는 거겠지.

이제 연환패왕도만 남았다.

“이제 나가자.”

“정말 그냥 나가?”

“응. 게이트 클리어했잖아.”

“난 아무 메시지도….”

한지유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눈에 요정의 꽃밭에 관한 메시지가 주르륵 올라왔기 때문.

한지유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뒤늦게 확인을 했다.

이준이 씩 웃었다.

‘게이트의 주인이 되니까 이곳에 관한 메시지 창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네.’

이걸 믿고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말한 거다.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야?”

“껐다 켜도 똑같아….”

“준아. 홀로그램에 뜬 시간 잘못 나오지 않았지?”

“어. 맞아.”

박은비와 서혜지가 어안이 벙벙한 채 서로 보다가.

“꺄아아아.”

“어쩜 좋아.”

동시에 껴안았다.

한지유와 남선호도 홀로그램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혹시 자신들을 속이는 게 아닐까.

각성자 시스템이 에러가 난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준도 자신이 클리어 한 시간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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