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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이 남지는 않지만, 탐 크루스가 출연하는 메그노리아에 투자를 결정하자 한동안 보지 못 했던 그가 궁금해졌다.
“아이즈 와이드 샷 촬영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하나요?”
“글쎄요. 저도 그 영화는 투자 한지 오래 되어서 확인을 하지 못 했네요. 96년도부터 촬영이 시작된 거로 알고 있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촬영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캐스팅도 여러 번 변경 되었고요.”
워너 브라더에서 1995년 12월 공식적으로 제작을 발표한 아이즈 와이드 샷은 주연 배우로 실제 부부이기도 한 탐 그루스와 니콜 키크먼을 캐스팅 했다.
원래는 똑같은 배우 부부인 알렉 볼드윈과 킴 베이신저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려고 했으나, 당시 영국에서 여인의 초상을 촬영 중이던 니콜 키크먼이 감독의 자택에 탐 크루스와 함께 방문했다가 그대로 캐스팅 되었다.
거장과의 작업이기에 두 사람은 처음에는 좋아했다가 주변의 우려대로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된다.
“이번에 영국에 가면 탐이랑 니콜도 잠깐 보고 와야겠네요. 큐브릭 감독님도 이번 기회에 뵙고요.”
“큐브릭 감독님을 보려면 영국에 찾아가는 수밖에 없으니 직접 가야죠.”
아이즈 와이드 샷은 영화계의 거장 큐브릭 스탠리 감독이 연출하고 있는 작품 이었다.
그는 1968년에 2001 오디세이 스페이스의 후속작으로 아리투어 슈니츨러의 소설인 꿈 이야기를 영화화하기 위해 판권을 취득했었다.
하지만 워낙 완벽주의자인 큐브릭의 성향 상 영화화는 바로 이루어지지 못 했고, 30년이 지난 이제야 제작에 들어갔다.
탐 크루스와 니콜 키크먼 부부가 완벽주의자인 큐브릭의 성향에 맞출 수 있을까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이 나왔고, 큐브릭은 그동안 여러 번 영화를 만들다가 중단한 경력도 있었기에 제작 과정일 순탄할까 하는 걱정도 많았다.
예상대로 큐브릭은 아이즈 와이드 샷이 제작되는 기간 동안 일절 다른 영화나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았고, 여기에만 오롯이 집중했다.
설정 상 영화의 배경이 뉴욕이었지만, 미국을 싫어하기도 하고 비행 공포증까지 있던 큐브릭 감독의 성향 때문에 촬영은 영국 런던의 그리니치에 있는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진행 되었고, 이때문에 탐 크루스와 니콜 키크먼은 영국으로 이사를 했다.
그래서 동민도 제대를 한 이후로 탐 크루스를 보지 못 했고, 이번 기회에 그를 만나기로 했다.
촬영은 1996년 말에 시작 되었는데, 큐브릭 감독의 비밀주의 성향 때문에 촬영 과정은 일체 공개되지 않았고, 너무 길어지는 촬영과 큐브릭 감독의 변덕으로 캐스팅이 여러 번 바뀌기도 하는 등 우역곡적 끝에 올해 여름 촬영이 끝나면서 촬영만 400여일에 걸쳐 진행 되었다.
아이즈 와이드 샷은 가장 장기간 촬영된 영화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한다.
촬영이 완료된 후, 큐브릭 감독이 직접 혼자서 최종 편집 작업을 진행하고, 1999년 3월 2일 큐브릭 감독과 탐 크루스, 니콜 키크먼 그리고 4명의 워너 브라더 간부가 모여 극비리에 시사회를 진행한다.
그러나 엿새 후인 3월 7일 큐브릭 감독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면서 아이즈 와이드 샷은 그의 유작이 되어 버린다.
스타 부부가 주연으로 출연하고 큐브릭 스탠리 감독의 유작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너무 난해한 까닭으로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는 않는다.
제작비로 6,500만 달러가 투입 되는데, 북미에서 5,569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 하면서 제작비를 넘기지 못하고, 전 세계적으로는 최종 1억 6,223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겨우 흑자 전환을 하게 된다.
영화에 관심이 많고 나름 전문가라 여기고 있는 동민 역시도 처음 아이즈 와이드 샷을 보았을 때 무슨 내용인지 헷갈렸었다.
큐브릭 스탠리 감독이 자신이 만든 영화 중 최고의 걸작이라고 말을 하는데, 2001 오디세이 스페이스처럼 수십 년 뒤에 걸작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대중이 받아들이기에는 난해한 것이 사실 이었다.
‘영화의 해석에 관한 건 큐브릭 감독님을 직접 만나서 물어봐야겠다.’
영국에 가야할 이유가 늘어난 동민은 빨리 내년에 투자할 영화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거의 끝났다더니 아직도 남아 있어요?”
“이제 진짜 마지막이에요. 이 영화는 조금 애매하긴 한데 그래도 워낙 좋아하는 작품을 리메이크 하는 거라 고민이 되더라고요.”
정말로 마지막인 이 영화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이미 1960년에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합작해서 태양은 가득히라는 제목으로 개봉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작품 이었다.
태양은 가득히는 원작인 재능 있는 리플리 씨에서 많이 각색을 하기는 했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집중하게 만드는 치밀한 구성과 복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매끄럽게 이루어진 감독의 연출, 마지막의 반정 등으로 아주 인상적인 명작 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떠나서 알랭 들롱의 강인한 것 같으면서도 부드럽고, 반항아적이면서도 묘하게 순수한 매력으로 여성을 끌어당기는 외모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무명에 가까운 배우였던 알랭 들롱을 세계적인 미남 배우로 만들어 주었다.
이번에 제작되는 미스터 리플리는 태양은 가득히와 다르게 원작에 충실히 만들어 지지만, 리플리 역을 맡은 메튜 데이먼의 매력은 알랭 들롱과 비교해 많이 부족했다.
그나마 기네스 펠트로와 주 드로가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40년 전에 만든 태양은 가득히에 비해 못 하다는 평가를 받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미스터 리플리라. 워낙 명작이다 보니 시나리오가 탄탄하긴 하네요.”
“고전 문학이라 그런지 시놉소스만 읽어도 매력적이에요.”
영화를 짧게 소개하는 시놉소스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 낮에는 호텔보이··· 별 볼일 없는 리플리의 삶···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기회도 없고, 행운도 기다리지 않는다. 이제, 서글픔만 안겨주던 뉴욕을 뜰 기회가 왔다! 어느 화려한 파티석상에서 피아니스트 흉내를 내가 선박부호. 그린리프의 눈에 뛴 것. 그는 믿음직해 보이는 리플리에게 망나니 아들 디카를 이태리에서 찾아오라고 부탁한다. 계약금은 천 달러···! 그대, 메피스토!···. 가짜 인생의 시작! 이태리로 가기 전, 리플리는 디키의 정보를 수집한다. 디키가 좋아하는 재즈음반을 들으며 그를 느낀다. 드디어 이태리행! 프린스턴 대학 동창이라며 디키에게 서서히 접근한다. 어느새 디키, 그의 연인 마지와도 친해진 리플리··· 마치 자신도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듯 한 착각에 빠진다. 아니 리플리는 디키를 닮아간다. “디키는 내가 꿈꾸던 사람! 그는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나는 누구인가? 별이여, 그 빛을 감춰라! 평생써도 바닥나지 않을 재산, 아름다운 여인, 달콤한 인생, 자유와 쾌락···. “네가 날 외면하지 않는다면 네 곁에 있고 싶어! 디키!” 그러나 리플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디키··· 사랑이 깊어질수록 불안해지는 마지···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초조해지는 리플리··· 태양은 빛나지만 언제까지 그들을 비출 것인지!”
전작인 태양은 가득히가 전설이 되어버렸기에 항상 비교가 되기는 하지만, 원작에 충실하게 만드는 만큼 미스터 리플리 역시 상당한 수작이었다.
평도 그럭저럭 괜찮게 나오고, 4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만들어 북미에서만8,129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세계적으로는 1억 2,880만 달러의 흥행 기록을 달성하면서 나쁘지 않은 수익을 거두어들인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20년 뒤 SNS가 유행하면서 다른 사람의 삶은 동경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정신병까지 생겨나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된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살게 되는 미래에도 항상 더 가진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부족함을 느껴도 타인의 삶을 동경하다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미스터 리플리였다.
“메튜 데이먼이라. 이 친구가 실재로 명문대 출신이죠? 은근 이 역에 잘 어울리긴 하겠지만, 알랜 들롱이랑 비교 당할건데 어려운 역에 도전 하네요.”
“더 매력적이고 잘생긴 배우가 있긴 하겠지만, 원작에 나오는 리플리 캐릭터에는 메튜 데이먼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알랭 들롱이 오히려 너무 매력적이어서 원작 캐릭터를 벋어나 버렸죠.”
미스터 리플리에서 메튜 데이먼이 피아노를 치면서 부르는 ‘마이 퍼니 발렌타인’이 유명해지긴 하지만, 동민은 재즈바에서 주드로와 함께 부르는 ‘투부파 아메리카노’를 더 좋아했다.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해안 도시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 리플리와 태양은 가득히의 명장면들을 떠올린 동민은 생각을 정리하고 이번에도 동일하게 50%인 2천만 달러를 투자 하면서 99년에 제작될 영화의 투자와 정리를 모두 마쳤다.
내년에 개봉하는 영화 중에 또 다른 흥행 대작인 포키 몬스터의 첫 번째 극장판도 있었지만, 이미 포키 몬스터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고, 외부 투자 없이 자기자본으로 제작하기에 포키 몬스터 극장판 뮤츠의 역습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으아~! 드디어 끝났네요. 이 작업은 매년 해도 엄청 피곤한 것 같아요.”
“그래도 일 년에 한 번만 집중하면 되니까 불평하지 말아요.”
“다니엘은 선별만 하면 되지만, 이제부터는 제가 일을 진행해야 하잖아요.”
본격적으로 서류 업무를 진행해야할 닐이 투덜거렸지만 영화사를 설립하면서 직원을 많이 뽑았기에 그가 직접 움직일 일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인수인계 진행하고 있는 거 알고 있으니 불평하지 마세요.”
“아직은 믿을 수가 없어서 일일이 확인해야 해요. 2년 정도 지나면 좀 편해지겠지만, 지금은 일이 너무 많네요.”
잠깐 하소연을 하긴 했지만, 닐 역시도 이 작업을 가장 좋아했고 선정된 영화들을 챙겨 사무실로 향했다.
매년 해야 하는 숙제를 끝낸 동민도 빠트린 영화가 있는지 다시 확인하고는 영국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핸리 포터의 작가인 J.K. 롤린은 마지막에 만나기로 했고, 일단 런던으로 가서 탐 크루스와 큐브릭 스탠리를 보러 갔다.
“정말 오랜만이구나 다니엘. 군대에 간다고 한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벌써 돌아 온지 꽤 되었네. 몸도 많이 단단해 졌고, 남자다워졌구나.”
“탐은 괜찮아요?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요?”
“사실 많이 힘들 긴 한데, 그래도 이번 주에 촬영이 끝난다고 하니 조금 더 힘을 내야지.”
탐 크루스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해서 정신적으로 몰려있는 캐릭터를 유지하다보니 장기가 스트레스를 받다가 촬영 현장에서 여러 번 기절 했었다.
과도한 스트레스의 전형적인 현상인 위경련, 어지러움, 급성 위염을 달고 있었다.
눈가에도 진한 다크 서클을 그리고 있는 탐은 심적으로 부담이 큰 캐릭터에 장기간 몰두한데다가 대기중인 다음 프로젝트들이 늘어난 스케줄 때문에 줄줄이 연기 되면서 추가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었다.
“탐의 컨디션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생각 보다 훨씬 더 심각하네요. 몸에 좋은 한국산 홍삼을 가지고 왔으니 일단 하나 먹어봐요.”
동민은 큐브릭 스탠리를 만나기 전에 탐에게 그에 관한 흉을 2 시간가량 들어주어야 했고, 상사 흉을 본 그는 조금은 후련해진 표정으로 동민을 큐브릭 감독에게 안내해 주었다.
< 206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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