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05화 (205/265)

< 205 >

동민이 마지막으로 고른 영화는 뼈 수집가라는 범죄 스릴러 영화였다.

흑인을 대표하는 배우인 던젤 워싱턴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로 법의학 전문 형사이자 작가인 그가 4년 전 총에 맞아 사망한 경찰을 조사하기 위해 지하로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해 목 아래는 손가락 한 개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몸이 된다.

극적으로 목숨을 건지기는 했지만, 잦은 발작과 퇴화하는 신경으로 인해 머지않아 식물인간이 될 거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식물인간이 되어 살아가느니 안락사를 하고 싶다며 의사인 친구에게 부탁을 하지만, 증거를 남겨 다음 살인을 예고하는 연쇄 살인범이 등장 하면서 전문가인 던젤 워싱턴의 병실은 현장 상황실로 변하게 되었다.

이후 젊은 백인 경찰이 던젤 워싱턴의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고 진범을 찾아낸다는 내용을 진행 되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범죄 스릴러 공식을 따르는 영화로 특이한 점은 법의학이라는 현대 전문 분야가 등장하면서 이후 만들어지는 인기 드라마인 CSI의 시초가 된다는 점이다.

그 외에는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진행으로 관객들을 한 시간 이상 집중하게 만들지만, 후반부에 진범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힘이 빠진다는 비평을 받는다.

강약 조절에 실패하긴 하지만, 괜찮은 영화였고 무엇보다 동민의 친한 친구가 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뼈 수집가라. 드디어 다니엘의 친구가 주연을 나오네요. 이렇게 배우가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참 잘 컸어요.”

“생각난 김에 전화라도 해 봐야겠네요.”

동민은 던젤 워싱턴과 호흡을 맞추게 될 젊은 경찰관 역에 캐스팅 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야. 뼈 수집가 시나리오 보고 있는데, 꽤 괜찮은 역을 받은 것 같더라. 액션도 조금 들어가던데 괜찮겠어?”

“이래 뵈도 누구 덕분에 수년간 태권도를 배웠으니 이 정도는 쉬운 편이지. 내가 출연하는 영화에 투자 하려고?”

“사실 조금 애매하긴 한데 일단 네가 출연하니까 투자를 해야겠지? 내 돈이 들어갔으니까 더 열심히 연기해야 해.”

동민이 아쉬운 소리를 하긴 했지만 뼈 수집가는 4,800만 달러에 제작되어 1억 5,100만 달러의 극장 흥행 수익을 기록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돌려준다.

그래도 친한 친구가 출연하기에 생색을 냈고, 동민이 투자를 하는 영화는 대박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가 기쁜 티를 살짝 내었다.

“나야 원래 연기는 잘 하니까 걱정되면 투자 하지 않아도 괜찮아. 작년에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도 봤지?”

“그거야 역할에 워낙 너한테 잘 맞아 떨어져서 그런 거지. 넌 약간 도도하면서 반항적인 캐릭터가 잘 어울려. 사실 경찰관을 하기엔 외모가 너무 티긴 하지.”

“그래서 시나리오에도 모델 출신의 경찰관이라고 설정을 잡았더라고.”

이번에 여자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는 동민의 가장 오래된 친구인 앤젤리나 졸리였다.

그동안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온 졸리는 1993년 저예산 영화인 사이보그 2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95년 사이버 스릴러 영화인 해커즈에서 처음으로 조연을 맡게 되었고, 1997년 조지 웰러스로 골든 글로브상을 받으면서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다음해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만든 지아에서 슈퍼모델 지아 카린지 역으로 출연했고,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 상과 에이미상에 2년 연속으로 후보에 지명되고, 골든 글로브와 미국 배우 조합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내년에 개봉하는 뼈 수집가에서 준수한 연기와 독특한 외모로 점점 더 주목을 받다가 2000년 자유 처음 만나는 에 출연해 또 한 번 골든 글로브를 수상하고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으면서 떠오르는 신예 스타로 자리 잡게 된다.

여러 번 수상을 하기는 하지만, 이 때까지는 주로 TV 드라마나 인디 영화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2001년 도굴꾼 이라는 영화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고 진짜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그래도 투자 한다고 전화해 줘서 고마워. 요즘 조금씩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까 조금 불안했거든.”

“무슨 소리야. 내 친군인데 당연히 잘 되겠지. 넌 어떤 면에서는 디케프리오 보다 더 유명해 질 수 있으니 걱정 하지 않아도 돼.”

“요즘엔 괜히 바빠서 세탁소도 못 가봤는데 조만간 들리도록 할께. 삼촌에게도 안부 전해줘.”

앤젤리나와 통화를 마치고, 뼈 수집가에도 역시 50%인 2,4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 지었다.

“일단 확정적으로 투자를 할 영화는 이걸로 끝인데 나머지 영화들은 조금 애매해서 아직 결정을 못 내렸어요. 같이 확인해 봐요.”

“저야 다니엘이 결정하는 데로 따르겠지만, 일단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는 의논해 보도록 하죠.”

동민이 가장 먼저 꺼내든 영화는 리틀 스튜어드라는 미국 작가의 동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 이었다.

라지 부부는 스튜어드 빅이라는 5cm가 조금 넘은 작은 쥐를 입양하고, 영특한 스튜어드는 라지 부부의 외아들 고티카와 소양이 스노우벨과 함께 필라델피아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던 중 첫사랑 마갈로를 찾기 위해 떠나는 모험을 다루고 있었다.

유명 동화를 원작으로 만들었기에 기존 팬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었고, 실사에 컴퓨터 그래픽을 더해 만들기에 볼거리도 풍성했다.

“리틀 스튜어드라면 저도 어렸을 때 보면서 자랐네요. 이건 확실히 흥행에 실패하긴 힘들겠어요.”

“흥행이라면 크게 걱정 안 하는데 이번에도 제작비 문제가 크네요. 솔직히 이렇게 까지 비용이 많이 들어갈 영화는 아닌데, 컴퓨터 그래픽 작업비를 부풀린 것 같아요.”

리틀 스튜어드는 극장 수익으로 3억 달러를 넘게 벌어들이면서 상당한 흥행 기록을 세운다.

하지만, 제작비로 1억 3,300만 달러나 쓰면서 투자 수익으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 한다.

순익 분기점을 넘기긴 하지만, 투자해야할 비용 자체가 많은 편이라 이정도 금액을 리틀 스튜어드에 투자하는 것 보다 계속 진행되고 있는 닷컴 버블에 자금을 묻어 두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었다.

“시나리오는 꽤 재미있는데, 제작비를 보면 그닥 매력적이지는 않네요. 리틀 스튜어드는 패스 하도록 하죠.”

흥행 성적으로 3억 달러나 달성하는 리틀 스튜어드는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했고, 다음으로 내가 너를 싫어하는 10가지 이유라는 하이틴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영화를 골랐다.

“이 영화는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원작으로 현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만들었네요.”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크게 성공하기는 힘들겠네요.”

“아마 1억 달러를 넘기기는 힘들 거예요. 그래도 제작비가 1,300만 달러 밖에 안 들어가서 수익은 괜찮을 것 같은데, 단위 자체가 너무 작아서 고민이에요.”

“이런 영화는 비슷한 게 많은데, 특별히 관심을 가지시는 이유라도 있으신 가요?”

닐의 말처럼 내가 너를 싫어하는 10가지 이유 같은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는 매년 많이 제작 되었다.

동민이 특별히 이 작품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는 6천만 달러를 살짝 넘기는 흥행을 기록 하면서 나쁘지 않은 수익률을 기록한다는 것과 주연 배우들 때문 이었다.

여자 주인공으로는 줄리아 스타일즈가 출연했고, 남자 주인공으로는 히스레더가 캐스팅 되었다.

거의 주연급 조연으로 아직 어린 모습의 고든 조셉레빗도 나오기에 동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풋풋한 보스의 주인공들을 보는 재미도 있고,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원작으로 만드는 만큼 영화의 구성도 꽤 괜찮았다.

영화를 찍으면서 주인공인 줄리아 스타일즈와 히스레더는 실제로도 가까워져 사귀게 되는데 재미있는 건 이후에 줄리아가 고든 조셉레빗과도 교제를 한다는 것이었다.

“제작비가 1,300만 달러 밖에 안 하는데 뭘 고민하고 있어요? 그냥 투자 하세요. 이정도면 본전만 회복 하더라도 피해를 보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요. 그럼 이번에도 절반을 목표로 투자해 주세요. 아마 제작비가 적게 들어서 이미 자금을 모았을 수도 있으니 안 되면 300만 달러만 투자하는 거로 하죠.”

결국 내가 너를 싫어하는 10가지 이유에 투자하기로 했고, 빠르게 다음 영화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니콜라스 게이지가 나오는 영화로군요. 호아킨 피닉서도 출연하네요?”

“조엘 슈마허 감독님의 작품이긴 한데 주제가 스너프 필름을 다루다 보니 조금 잔인한 작품이 되겠더라고요.”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니콜라스 게이지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로 제목은 8미리미터였다.

우연히 전달 받은 필름에는 잔인한 영상이 담겨 있었고, 이를 단서로 살인범을 추적하는 미스테리 스릴러 범죄 영화인데, 니콜라스 게이지와 호아킨 피닉서가 좋은 연기를 보여주긴 하지만, 9,600만 달러라는 애매한 흥행 성적을 기록한다.

제작비가 생각보다 작은 4천만 달러라 조금은 수익이 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투자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확실히 내용이 대중성을 띄지는 않고 있네요. 충격적이긴 하지만, 조금 애매하고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게 흥행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다고 나쁜 작품은 아닌데 살짝 아쉬운 감이 있어서 고민 했는데, 이건 넘어가는 거로 하죠.”

니콜라스 게이지의 몰락을 알리는 영화가 되는 8미리미터에는 투자를 하지 않았고, 바로 다음 영화로 넘어갔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가 유독 두껍네요.”

“쉬운 영화는 아닌데 그만큼 훌륭한 작품이에요. 대중 영화이기도 한데 예술성이 많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이번에 고민 중인 영화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으로 메그노리아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 메그노리아는 9명의 등장인물들을 이리저리 엮어내면서 벌어지는 영화적 화학작용과 우연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이고 아주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울한 인생들에 대한 영화인 데다가 상영시간이 3시간이나 되어 관람을 하기에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한 작품 이었다.

평소 예술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아주 재미있게 3시간을 집중할 수 있겠지만, 인생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만큼 가볍게 볼 작품은 아니었다.

주인공 9명 중 탐 크루스도 출연했고, 제작비도 배우와 상영 시간을 고려해도 상당히 저렴하다고 할 수 있는 3,700만 달러에 만들어 지는데, 최종적으로 4,800만 달러의 극장 매출을 달성하면서 흥행에 실패하게 된다.

동민 역시 상당히 좋아하는 영화이기에 투자를 망설이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영화 마지막 부분에 개구리가 비처럼 내리는 장면을 좋아 했었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곳곳에서 8과 2라는 숫자가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이는 출애굽기 8장 2절에 나오는 “네가 만일 보내기를 거절하면 내가 개구리로 너의 온 땅을 치리라.”를 암시하는 것이었다.

‘그래. 할리우드에서 가장 가지 마음대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인데 흥행 여부를 떠나서 조금이라도 지원을 해 주자.’

걸작이라는 칭찬과 장작 3시간이 넘는 긴 상영 시간으로 감독의 고집으로 망한 영화라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긴 하지만,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으면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후로도 할리우드의 시장 경제 논리와 싸워가며 오로지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만 만드는 그에게 적게 남아 3백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사실 돈은 충분히 벌었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는 하고 싶은 데로 해야겠어요.”

< 205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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