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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민이 찌른 주먹을 전쯔단이 팔뚝을 이용해 쉽게 막아냈고, 계속해서 빠른 공격을 이어 들어갔다.
흐름이 끊어질 때마다 전쯔단의 공격이 들어왔지만, 단신인 전쯔단과 이염걸에 비해 리치가 긴 동민은 거리를 넓히면서 공격 범위 밖으로 몸을 빼 피했다.
몇 번의 공방을 주고받았고, 서로의 거리를 확인한 동민이 다른 패턴의 공격을 하려는 순간 빠르고 묵직한 전쯔단의 발차기가 들어왔다.
폭풍같이 쏟아지는 발길질에 동민이 몇 발작 밀려났고, 자세를 회복한 동민이 감탄했다.
“손맛이 상당히 묵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 하체에서 나오는 힘이었군요. 발차기가 엄청나네요. 웬만해서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겠어요.”
“이래 뵈도 태권도 공인 6단 입니다. 여러 무술이 혼합되긴 했지만, 걸음마를 할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으니 발차기 하나는 자신 있지요.”
“공인 6단이라니 한국에도 몇 없는 단수인데 대단하시네요.”
태권도 6단 부터는 고단자로 분류 되는데 논문도 재출해야 했다.
다음 단수로 넘어가고 싶지만, 나이 제한이 있어 6단에 멈춰 있다며 전쯔단의 자신의 태권도 실력을 자랑했다.
“다니엘 군은 한국군 출신에다 팔 다리고 길어 발차기가 시원 하겠군요.”
“군대에서 배운 태권도로 고단자에 비비긴 힘들죠. 저는 실전 발차기 보다 영상으로 담았을때 보기 좋은 동작 위주로 연습을 해서요.”
자연스럽게 대련을 마무리하고는 서로 발차기 동작을 보여 주며 무술에 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전쯔단은 90년대에는 성용과 이염걸에 가려 그다지 빛은 보지 못하지만, 2000년부터는 할리우드 영화에 조금씩 얼굴을 내 비치게 된다.
웨서방이 출연하는 블레이더 2에서 무술 감독으로 참여 했다가 감독의 부탁으로 스노우맨이라는 이름의 동양계 뱀파이어로 대사 없이 잠깐 출연하게 된다.
같은 해 히어로라는 중국 진시황이 나오는 영화에서 이염걸을 상대로 멋진 창술을 보여주고, 홍콩과 중국 영화에서 활동을 하다가 2008년 홍금보가 제작하는 영춘권 액션 영화에서 주연을 맡으면서 주가가 폭등한다.
훗날 영원한 따거를 재외한 대부분의 홍콩 출신 배우들이 그렇듯 중국 코인을 타면서 비난을 받게 되지만, 그나마 다른 배우들에 비해 한국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으면서 그나마 한국인에게 인정을 받는 배우로 남게 된다.
“내 친구가 제자 자랑을 한 이유가 있었군. 직접 대화를 해 보니 생각 보다 더 괜찮은 청년 이였어.”
“저도 관심 있던 전쯔단 씨를 직접 만나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도니 옌은 성용이나 이염걸 보다 대화가 훨씬 더 잘 통하는 인물이었고, 금방 그와 친해질 수 있었다.
“정말로 금용 선생님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인가?”
“얼마 전에도 이메일을 주고받았어요. 이번에 홍콩이 중국에 반환 되면서 신문사 경영을 고민하고 있으시더라고요.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싶다고 유학 이야기도 하셨고요.”
이염걸, 전쯔단과 함께 두 사람이 출연했던 작품 이야기를 나누다 금용 작품이 나왔고, 동민이 그와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전쯔단이 흥분했다.
평소 금용의 열렬한 팬이었던 전쯔단은 동민이 그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 말해 주자 자신도 금용을 만나보고 싶다며 부러워했다.
“제가 영화 감독이 되면 자신의 작품을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도 하셨어요. 두 분다 할리우드에서 자리를 잘 잡으시면 캐스팅 해 드릴게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제자의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서 열심히 활동을 이어가야겠군.”
“정말인가? 나도 금용 선생님 작품에 출연시켜 준다면 꼭 보답 하도록 하겠네.”
벌써부터 고마워하는 전쯔단에게 동민은 여름 방학에 만드는 단편 독립 영화의 무술 고문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제가 학교 과제로 단편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예산 문제로 무료로 조언을 해 주실 분을 찾고 있었거든요. 사부는 인지도가 너무 높고, 부탁하기에 부담이 되었는데 도니 옌 씨가 도와주신다면 다음에 금용 선생님 뵈러 갈 때 소개해 줄게요.”
이염걸 덕에 과제를 도와줄 새로운 인물을 확보하게 되었고, 조금 더 열과 성을 다해 웨폰 러셀 촬영에 임하기로 했다.
며칠 뒤 드디어 동민이 나오는 웨폰 러셀 촬영이 시작 되었고, 슈팅에 들어가기 전 부터 이염걸은 사전 연습을 시켰다.
“사부 이러다 촬영하기 전에 지쳐버리겠는데요?”
“연습을 실전처럼 해야 실제 촬영에서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는 법이야.”
할리우드에서의 첫 데뷔라서 그런지 이염걸은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맡은 배역을 잘 수행해 주인공을 묵사발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특히 웨폰 러셀의 주인공인 멜 기브슨과 대니 클로버는 이염걸의 액션에 넋이 나가 있었다.
“인간이 저렇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이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도 거짓말이라고 할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문제는 우리가 저 괴물과 액션 장면을 찍어야 한다는 거겠지.”
이염걸을 무시무시한 악당으로 주인공을 흠껏 두들겨 패 주었고, 마지막에는 약간 허무하지만 장렬하게 철근에 심장을 뚫려 물속에 가라앉으며 최후를 장식했다.
“컷! 아주 좋아.”
“아! 드디어 끝났다. 액션 연기를 하는 건 정말 어렵네요.”
“그래도 결과물을 보면 뿌듯하다니까. 너처럼 힘든 장면을 깔끔하게 소화하는 스턴트 배우도 잘 없는데 계속 연기를 해 보는 건 어때?”
“저는 연기보다 연출에 더 관심이 있어서요. 정 필요하면 가끔은 나올 수는 있겠네요.”
그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며 친해진 액션배우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고, 그들도 동민의 단편 영화에 악당 역으로 출연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드디어 사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동민은 본격적으로 단편 영화에 출연할 배우를 찾아 다녔다.
“아직 연기 경력은 없으신데, 자신 있으신가요?”
“코미디 클럽에서 꽤 오랫동안 활동했고, 연기 연습도 쭉 해 왔는데 어려울 게 있나요? 누구나 처음은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캘리포니아 면허를 가지고 있는 현직 의사라고 하셨는데, 스케줄 조정을 가능 할 까요?”
“아직 유급 휴가 남은 게 많아서 재난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문제없습니다.”
동민은 조연 중에 비중이 높은 사람의 오디션을 보고 있었는데,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현직 의사였다.
“마침 배정받을 역이 의사니 대사를 외우는 건 힘들지 않겠네요. 혹시 한국어는 하실 수 있으신가요? 그리고 중요한 건데 김치는 드시죠?”
“부모님이 집에서 한국어를 쓰시긴 하는데 제가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쭉 미국에서 자라서 알아는 들어도 능숙하게 구사하는 건 어렵네요. 그래도 미국인 보다는 한국어를 잘 할 자신은 있습니다. 그리고 김치라면 오늘 아침에도 먹고 왔네요.”
“알겠습니다. 켄 정 씨. 다음 달 부터 촬영이 시작되니 미리 대본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출연료는 없다는 점 다시 확인해 주시고, 약속대로 추천서는 써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동민이 의사 역에 뽑은 사람은 켄 정이라는 현직 의사로 미래에 여러 코미디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면서 미국에서 아주 유명해 지는 배우였다.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숙취라는 영화에서 독특한 캐릭터로 유명해 지면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
아직은 병원에서 일하면서 코미디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그를 동민이 수소문 끝에 찾아냈다.
“켄 정의 말발이라면 수다쟁이 주인공에 밀리지 않을 거야.”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는 조연을 섭외했고, 다음으로 영화의 주연을 만나러 갈 차례였다.
이번 단편 영화는 두 명의 주인공이 나오는 버디물 이었고, 출연료를 많이 줄 수 없는 동민은 할리우드에서 자리를 잡고 싶어 하는 호주 출신과 케나다 출신의 배우를 섭외했다.
먼저 호주에서 활동 중인 남자 배우가 찾아왔는데 188의 키에 롱다리를 가지고 있었고, 조각같은 몸매를 하고 있었다.
점잖은 귀족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은근 남성적인 매력도 흘러 나왔다.
“반갑습니다. 호주에서는 꽤 많은 드라마에 출연 하셨더군요. 영화 경험은 없으신가요?”
“아직은 영화를 찍지는 못 했지만, 그동안 쭉 연극에 출연했고, 텔레비전 드라마에도 종종 얼굴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기 외에 노래 실력도 있으시겠군요.”
“뮤지컬도 여러 번 참여한 경험이 있어 무대에 오를 만큼은 할 수 있습니다.”
동민이 콕 짚어 선택한 배우는 아직 할리우드에서 데뷔를 하지 못 한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휴이 마이클 잭맨 이었다.
그는 시드니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저널리즘을 전공했지만, 우연히 들은 연기 수업에서 자신을 찾고는 서호주 공연아카데미에 다시 다니며 연기를 전공했다.
뮤지컬에서 주인공을 맡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고, 필름으로 갈아타기 위해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있었는데, 내년에 어스킨빌 킹스라는 영화로 데뷔하게 된다.
그 다음해인 2000년에 손에서 칼날이 튀어나오는 늑대인간 역을 맡으면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게 되는데 아직은 무명의 연극 배우였다.
“히어로 물에 관해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제가 마불 코믹스라는 회사를 가지고 있는데, 잘 맞는 캐릭터가 있군요. 이번에 저의 개인 영화에 출연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실사화 되는 마불 코믹스 영화에 추천하고 싶네요.”
“엑스 휴먼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당연히 관심이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만화책을 보아왔기에 세계관 이해도 잘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휴이 잭맨은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면서도 사람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동민도 그와의 대화를 즐겼고, 마지막으로 아주 중요한 질문을 했다.
“혹시 김치를 아십니까?”
“김치라면 한국의 전통 음식을 말씀 하시는 건가요? 아는 정도를 넘어 종종 찾아 먹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도 김치를 먹을 수 있었군요.”
“제가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 은행업무로 서울에 파견을 가셨는데, 저도 그때 한국에서 잠시 지냈습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먹다 보니 금방 중독이 되더군요. 종종 김 생각이 나는데 김은 구하기가 어려워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휴이 잭맨은 김치 프로그램에도 나오고, 한국을 좋아하는 대표적인 할리우드 배우라고 하더니 정말로 한국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미래에 딸에게 한복을 입히고, 자주 방문도 한다더니 원래 좋아 보이던 휴이 잭맨에게 동민은 더욱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제가 개인적으로 김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택으로 김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김도 많이 있으니 같이 드리지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디션에는 합격 한 건가요? 아직 연기를 보여드리지 않았는데요?”
“미리 연기하는 모습은 다 확인 했으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대본을 보내 줄 테니 다음에 다시 뵙도록 하지요.”
휴이 잭맨과의 오디션을 끝나고 또다른 주인공이 세탁소로 찾아왔다.
“오 마이 가쉬~. 여긴 뭐하는 곳 인가요? 불법 영상을 몰래 제작해 배우와 감독을 조종하는 악의 소굴 같이 생겼네요.”
“하하. 그런 말을 종종 듣곤 하지요. 어서오세요 라이온 씨.”
< 193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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