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 >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닐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다 정했어요? 리스트 빨리 줘 봐요.”
“아직 다 못 했는데요? 그래도 몇 편은 더 정했어요.”
일단 비행기에서 고른 영화들을 건네주자 닐이 서류를 낚아채더니 동민을 공항에 있는 카페로 끌고 갔다.
“보아하니 중요한 영화는 이미 선정이 끝 난 것 같고, 비교적 덜 중요한 영화 몇 편이 남은 것 같은데, 오늘 마무리 하죠.”
“독촉하는 실력이 좋아진 것 같은데요?”
“다니엘이 계속 일을 벌이는 바람에 기다리다 지쳐서 그래요. 거기다 조지 L.L. 마르틴 작가에게 원고를 요청하다 보니 요령이 늘기도 했고요.”
얼음과 불의 노래를 쓴 조지 마르틴 작가에 비하면 J.K. 롤린은 천사 같다며, 마르틴 흉을 보더니 동민에게 빨리 나머지 영화 선정을 하라며 샷이 추가된 아메리카노를 가져다 주었다.
“일단 이거 먼저 진행하고 다음 영화로 넘어 갈 게요.”
“에뤼 멀퓌가 출연하는 코미디 영화로군요. 닥터 도리들이면 영국 동화책을 영화로 만드는 거죠?”
“네. 잘 알고 있네요. 1967년에 영화로 만들어지긴 했는데 흥행에는 실패했더라고요. 그래도 에뤼 멀퓌라면 잘 어울릴 것 같으니 투자를 하는 게 좋겠어요.”
“코미디 치고는 제작비가 7천만 달러로 꽤 많이 들어가네요?”
“동물들이 연기를 하게 만드는데 비용이 생각 보다 훨씬 더 많이 들더라고요. 연기가 불가능한 장면은 CG로 만들어야 하는데 털이 많은 동물이라 더 어려운가 봐요.”
제작비가 꽤 들어가긴 하지만, 닥터 도리들은 3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달성하면서 4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어들인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2020년 주인공으로 나와 닥터 도리들을 다시 촬영하긴 하지만, 흥행에 성공하지 못 하고, 에뤼 멀퓌가 출연한 이번 작품이 닥터 도리들을 대표하는 영화가 된다.
닥터 도리들에는 1,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다음으로 투자하기에 조금 난이도가 있는 작품을 닐에게 보여 주었다.
“이건 제가 줬던 영화가 아닌데요? 이런 건 어떻게 구한 거예요?”
“군대에 있을 때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에 영화로 만들어 진다고 해서 찾아 봤어요. 해외 투자기는 해도 가능 하겠죠?”
“일본은 투자를 해 본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거긴 시장이 워낙 폐쇄적이라서요. 그래도 다니엘이 원하는 거니까 한 번 알아는 볼 건데 무슨 내용이에요?”
“공포 영화에요.”
반지라는 제목의 소설 1권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공포 영화 마니아나 평단에게 역대 최고의 명작 공포영화를 꼽으라고 하면 어김없이 순위권에 오르게 되는 수작이었다.
이 영화는 호러영화라는 장르 자체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 J-호러 붐을 일으키는 시초가 된다.
소설은 일본과 한국, 동양에서만 성공을 이루지만, 영화화 되면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되고, 시리즈물을 넘어 각 국에서 자신의 버전으로까지 제작을 하게 된다.
줄거리를 궁금해 하는 닐에게 스포일 수도 있는데 괜찮은지 물어 보았고, 자신은 공포 영화 같은 거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어 하는 그에게 최대한 자세히 스토리를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저주 받은 비디오를 보면 일주일 뒤에 죽게 되는데, 저주를 풀기 위해 사건을 조사하는 내용이라는 거군요. 막 피가 튀거나 칼을 휘두르는 공포 영화는 아닌 가 봐요.”
“그런 영화랑은 수준이 다르게 무섭다니까요. 어찌 되었든 비다오를 본 두 사람은 사다코의 시체를 찾아내 원한을 풀어주는데 성공하는데 레이코는 7일 뒤 죽지 않지만, 전 남편인 타카야마 류지는 7일 뒤 텔레비전 속 우물에서 올라와 TV 밖으로 기어 나온 사다코에세 죽임을 당하게 돼요.”
“사건을 해결 했는데 왜 레이코는 죽지 않고 타카야마만 죽는 거예요?”
“사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디오를 복사해 다른 이에게 보여주는 것 많이 살아남는 방법 이었던 거죠.”
“그럼 세상 사람들이 모두 죽는 거 아니에요?”
“류지의 사망 소식을 들은 레이코가 비디오를 우연히 보게 된 아들 요이치를 살리기 위해 비디오 테이프를 들고 부모님 댁으로 떠나면서 영화가 끝나요.”
“듣기만 해도 상당히 찝찝한 영화네요.”
“직접 보면 무서워서 비명도 못 지를 걸요.”
영화 반지는 소름을 돋게 만드는 무서운 장면들이 종종 나왔고, 동민도 영화를 보면서 머리가 쭈삣 솟아 오르는 게 어떤 기분인지 직접 경험도 했었다.
이불 속에 유령 아이가 나오는 장면이 정말 무서웠다며 떠올리고 있는데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반지가 아니라 주옹에 나오는 토시오였다.
“전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주아주 무서워요.”
“아직 영화가 만들어 진 것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소설에 그렇게 적혀 있었어요.”
영화 반지 생각을 하다 보니 무서워져 동민의 정신이 잠시 흐려졌고, 말실수를 했지만, 대충 얼버무려 넘겼다.
“일단 제작비는 엄청나네요. 150만 달러라니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죠?”
“일본에서 만들어 지고, 공포 영화 특성상 세트장이 크게 필요 없으니까요.”
아무래도 일본 영화에다가 특이한 장르라 극장에서 큰 성공을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제작비가 워낙 적기에 투자금은 쉽게 회수 할 수 있을 거였다.
실제로도 미국에서만 2천만 달러의 수익을 남기기도 하는데 문제는 과연 투자를 할 수 있느냐에 있었다.
“알아는 보겠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말아요. 일본에 투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부담 주지 않을 테니까 편하게 알아 봐요.”
투자가 가능하다고 해도 자산이 너무 불어난 동민에게 만족스러운 수익이 돌아오지 않기에 크게 기대 하지는 않았다.
호러 영화 역사에 큰 획을 긋 게 되는 반지에는 가능하면 투자를 하고 안 되더라도 실망을 하지 않기로 했고, 다음으로는 투자하기 아주 쉬운 영화를 닐에게 보여 주었다.
“이 영화는 어렵지 않죠?”
“쉽긴 한데 이 조합이라면 다들 투자하고 싶어 할 걸요? 아마 많은 비중을 받아내기는 어려울 거예요.”
“매그 라이언과 톰 행스크의 러브 코미디라면 보증된 흥행 공식이긴 하죠.”
유 갓어 메일이라는 제목의 영화는 뉴욕에서 아동서적을 전문을 하는 길모퉁이 서점을 운영하는 메그 라이언이 채팅 방에서 우연히 알게 된 톰 행스크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감정을 쌓아간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이메일로는 서로의 얼굴을 모른 체 좋은 감정을 주고받지만, 현실에서는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의 사장인 톰 행스크가 길모퉁이 서점 바로 옆에 서점을 오픈 하면서 메그 라이언을 마구 괴롭힌다.
살짝 진부한 스토리의 로맨틱 코미디지만, 톰 행스크와 메그 라이언의 조합으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게 되고, 메그 라이언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 중에 가장 높은 흥행을 달성하게 된다.
거기다 원래는 한국에서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던 메그 라이언이 한국에서 광고를 찍고는 망언을 하면서 한국인의 외면을 받게 되는데, 그동안 꾸준히 김치를 먹이며 교육 한 결과 그녀는 망언은 커녕 라면과 김치를 함께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에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
동민도 군대에 있을 당시 한국에 CF를 찍으러 온 그녀가 부대에 면회를 오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고, 할리우드에 돌아 와서도 한국 홍보대사로 열심히 활동 했다.
‘좋은 일을 해 주고 있으니 당연히 투자를 해 줘야겠지?’
유 갓어 메일은 로멘틱 코미디 영화 치고는 스타급 배우 두 명을 쓰다 보니 6,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었고, 2억 5천만 달러의 극장 수익을 거두어들이게 된다.
“유 갓어 메일에는 2천만 달러를 투입해 주세요. 극장 수익은 2억 달러는 넘길 것 같네요.”
“메그 라이언의 얼굴에 조금씩 나이가 보이던데, 앞으로 계속 로멘틱 코미디를 찍을 수 있을까요?”
“이제는 그녀도 어린 나이가 아니니 관리를 잘 해야겠죠. 아무래도 같은 장르의 영화에 계속 출연하는 건 무리가 있을 거예요.”
몇 년 뒤 이미지 변신에 실패한 메그 라이언은 노화빔을 정통으로 맞으면서 얼굴이 훅 가버린다.
하지만, 원 미래와 다르게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된 그녀는 세계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K 뷰티 관리를 받으면서 노화를 늦추게 되는데, 동민은 그러한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메그 라이언이 다른 영화에도 출연 하던데 거기도 투자를 할 생각인가요?”
“니콜라스 게이지랑 함께 나오는 영화 말하는 거죠? 살짝 애매하긴 한데 그래도 수익은 나올 것 같으니 투자를 하려고요.”
메그 라이언은 유 갓어 메일을 찍기 전에 다른 영화 한 편을 더 촬영하는 스케줄이 잡혀 있었는데, 니콜라스 게이지와 함께 나오는 엔젤 오브 시티라는 작품 이었다.
저승사자인 니콜라스 게이지가 병원 의사인 메그 라이언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이었는데, 6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져 2억 달러를 벌어들이니 대박은 아니어도 나쁘지도 않은 투자처였다.
“엔젤 오브 시티에는 1,5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거로 하죠.”
니콜라스 게이지가 저승사자로 나오는 엔젤 오브 시티에 투자를 결정하자 또 다른 저승사자 영화가 생각났다.
동민이 그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으며 고민을 하고 있자, 닐이 어떻게 한 거냐고 물어 보았다.
“안토니오 홉킨스와 브래들리 피트가 나오는 영화로군요. 브래들리 피트가 점점 더 잘 생겨지고 있던데요? 이 영화에는 얼마나 투자할 거예요?”
“여기에는 투자하지 않을 거예요.”
얼짱 저승사자 브래들리 피트가 출연하는 블랙 조의 사랑은 엔젤 오브 시티 보다 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 했지만, 어떤 이유인지 흥행에서는 살짝 밀리게 된다.
대략 1억 8천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하긴 하지만, 어디에 들어갔는지 제작비가 9천만 달러나 측정되어 있는 바람에 투자를 해도 본전만 겨우 돌아오는 영화였다.
브래들리 피트가 천상급 외모를 들이대며 여성들의 가슴을 녹여버리고, 감동과 교훈을 주는 훈훈한 스토리가 괜찮은 영화이긴 하지만, 투자하기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투자를 해도 수익이 얼마 나오지 않을 것 같네요. 제작비가 너무 높게 측정 되었어요.”
“그러네요? 로멘틱 드라마 영화 치고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긴 하네요.”
저승사자 브래들리 피트가 여주인공 보다 더 예쁘게 나오는 블랙 조의 사랑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 내렸다.
“오~, 드디어 액션 영화가 나오는군요. 솔직히 저는 로멘틱 드라마보다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가 더 재미있더라고요.”
“극장 흥행에 있어서도 액션 영화가 더 유리하긴 한데 제작비가 저렴한 로멘틱 드라마는 가끔씩 잭팟을 터트리기도 하니 더 좋은 투자처긴 하죠.”
동민이 가장 먼저 선택한 내년에 만들어지는 액션 영화는 드물게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되어 큰 수익을 안겨다 주는 작품이었다.
“약간 실험적인 영화 같은데 괜찮을까요?”
“이 영화는 분명 미국시장에도 통할 거고, 세계적으로도 흥행에 성공 할 거예요.”
< 179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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