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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169화 (154/265)

< 169 >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출구로 나오니 닐과 제시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게이트에서 나오는 동민을 보고 제시카가 달려와 안겨들었고, 함께 기다리고 있던 닐은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꽃다발은 왜 준비한 거예요? 공항에서 이런 거 받으니 쑥스럽네요.”

“국방의 의무를 하고 왔는데 환영의 의미로 가지고 왔어요. 군복 입고 왔으면 그림이 더 좋았을 건데 사복을 입었네요.”

“군복은 한국에 잘 남겨 두고 왔어요. 이제는 그만 입고 싶네요.”

해외에서 지낼 경우 예비군 훈련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확인했고, 2년간의 군 복무는 했으니 예비군 훈련은 합법적으로 불참하기로 했다.

“제시카는 수업 시간인데 공항에 나와도 괜찮아? 나야 여자 친구 볼 수 있으니 좋긴 한데.”

“요즘 플리퍼 촬영으로 학교에 못 가는 날이 종종 있거든. 오늘도 촬영 때문에 나왔다가 시간 만들어서 오빠 마중 나온 거야.”

제시카는 동민이 군대에 있던 사이 열심히 연기 활동을 이어 갔다.

알렉스 맥의 비밀 세계라는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열연했고, 이번에는 플리퍼에서 조금 더 비중이 있는 조연 자리를 맡게 되었다.

작년에는 닌덴토와 제이씨패니 텔레비전 광고에도 나왔고, 열심히 포트폴리오를 쌓아 가고 있었다.

“반년 사이에 더 예뻐졌는걸? 이제 제시카도 성인이네.”

“그럼. 나도 이제 다 컸어. 이제는 어린아이 대하듯 하면 화낼 거야.”

처음 제시카를 만났을 때는 중학생이라 만날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는데 이제는 동민이 알고 있던 다 자란 제시카의 모습이라 더 이상 욕망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미국에 돌아오자마자 여자 친구를 봐서 기분이 좋아진 동민은 삼촌 집에 짐을 풀고 세탁소로 갔다.

“벌써 2년이 지났다니 시간이 참 빨리 흐르는구나.”

“군대 안에서는 천천히 흘렀어요. 그런데 삼촌이랑 세탁소는 하나도 안 변했네요.”

“너는 군대 가더니 남자가 되었구나.”

삼촌과 그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고, 삼촌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학교는 내일 바로 간다고 했지? 수강 신청은 다 한 거니?”

“다행히 학과장님이 편의를 봐주셔서 학기 시작하기 전에 수강 신청은 다 했어요.”

“그래. 계속 우리 집에 있을 거지?”

“원래는 바로 독립을 하려고 했는데 당분간 삼촌네서 있으면서 집을 천천히 알아보려고요.”

군대에 있으면서 혼자 살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편안한 삼촌 집으로 돌아가자 이사를 가기 귀찮아졌다.

그래도 혼자 살아보고 싶어 할리우드와 가깝고 USC에 등하교하기도 편리한 비버리힐즈에 집을 구하기로 했다.

“그래 비버리힐즈면 우리 집에서 멀지도 않으니 자주 들릴 수 있겠구나.”

세탁소 단골 중에 비버리힐즈 저택을 전문으로 거래하는 부동산 업자도 있었기에 그 사람을 통해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개학 날짜보다 조금 늦게 복학한 동민은 다음 날 바로 학교로 가 등록을 마쳤고, 학과장에게도 잘 돌아왔다는 인사를 했다.

“학생이 학과장에게 선물을 주면 뇌물로 분류된다는 걸 몰랐나 보군. 고맙지만, 받기는 힘들 것 같네.”

“일정 금액 이하면 괜찮다고 들었어요. 거기다 새것도 아니고 모자는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확인 다 마쳤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학과장에게는 국방부에서 보급해 준 개구리 모자를 선물로 주었다.

한인 학생이 많은 USC 학과장 사무실에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모자가 장식품으로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고, 생각보다 훨씬 잘 어울렸다.

“고맙네. 이제 군 복무도 마쳤으니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겠군. 학비는 국방부에서 지원해 주는가?”

“아쉽게도 한국은 모병이 아니라 징집을 하고 있어서 학비 지원은 없네요. 의무라서요.”

미국에서 군대를 다녀오면 국방부에서 장학금을 지원해 주는데 한국 군대는 지원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학과장이 아쉬워했지만, 동민에게 학비 정도는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학과장에게 인사를 마치고 이번에 수강 신청을 한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군대에 다녀오느라 수업 초반에 출석을 하지 못했다고 하자 다들 이해해 주며 출석 인정을 해 주었고, 수업 초반 내용도 따로 알려 주었다.

대학교에 복학을 하고, 다시 미국 생활에 적응을 하자 할리우드에 있는 지인들이 동민의 복귀 소식을 듣고 하나둘 세탁소로 찾아왔다.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르는군. 꼬맹이가 군대를 가더니 남자가 되어 돌아왔어.”

“조니도 잘 지냈어요? 그동안 조금 더 조니스러워 진 것 같네요.”

가장 먼저 조니 데브가 찾아왔고, 그는 나이를 먹으면서 조니 데브 특유의 아우라가 더욱 강해졌다.

역시나 조니 데브가 배우 초창기 시절 동남아에서 경험했던 짧은 군대 훈련 이야기 시작했고, 우정의 부대 특성상 대부분의 부대에 가 본 동민이 비교가 되지 않는 군대 썰로 조니를 압도해 버렸다.

“정말 군대에 가면 고양이가 호랑이로 성장한다고? 말이 안 되잖아.”

“짬 타이거의 전설은 사실이에요. 저도 두 눈으로 목격하기 전까지는 믿지 못했다니까요.”

대한민국 예비역 패시브 스킬인 과장이 자연스럽게 발동되었고, 나름 순진한 미국인 조니 데브는 동민의 말발에 홀라당 넘어가 버렸다.

한국에서는 군대 이야기를 하면 다들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지 않았는데, 미국에서는 너무 잘 먹혀서 중독될 것 같았다.

“오~ 역시 군대에 갔다 오더니 몸이 좋아졌군. 이제 본격적으로 벌크업을 하면 되겠어.”

“저는 아놀드처럼 몸을 키울 생각이 없어요. 세계 1위 보디빌더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지인 중 현역병 출신인 아놀드가 세탁소로 찾아와 대한민국의 전차부대 질문을 했고, 동민이 전차 운영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대답해 주자 아주 좋아했다.

“역시 남자들의 로망 끝판왕은 기갑전차야. 그 육중한 쇠덩어리들이 굉음을 내고 달리면서 포탄을 발사할 때의 긴장감과 분출감은 정말 중독적이지.”

“전 세계에서 실전으로 기갑부대를 운영하고 생산하는 나라는 몇 없어서 한국은 앞으로 전차를 계속 개선하고 신모델을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다음에 한국 가면 기갑부대 구경시켜 줄게요.”

국방부 고위층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동민은 이 정도 허가는 쉽게 받을 자신이 있었다.

아놀드에게 한국 전차의 성능을 말해 주자 자신이 운영했던 M47 패튼 전차보다 월등히 좋은 스펙에 놀라워했고, 꼭 K-1 전차를 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올해는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영화를 찍는 거예요? 작년에 All Sold랑 이레이즈는 괜찮았는데 아직 아놀드가 조연으로 활동하기엔 이른 것 같아요.”

“나도 주연이 좋긴 한데 조연은 훨씬 촬영을 적게 해도 괜찮더라고. 거기다 배드맨과 로빈에 나오는 프로즌의 캐릭터도 나랑 잘 맞아서 새로운 경험도 할 겸 빌런은 해 보려고.”

“잘 모르겠네요. 아놀드의 문제라기보다는 솔직히 워너 브라더랑 감독의 마찰이 있어서 작품이 산으로 갈 수도 있어요. 그래도 중요한 캐릭터이니 잘 살려 봐요.”

이미 촬영 날짜가 잡혀 있었기에 중도 하차하라고 할 수도 없었고, 아놀드의 명복을 빌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배드맨과 로빈에서 흑역사를 쓴 이후로 아놀드는 연기 활동을 조금씩 줄이고, 1983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 후 입문한 공화당을 통해 2003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된다.

한 번의 재임을 거쳐 7년 2개월간 캘리포니아의 주지사가 되면서 거버너(주지사)와 털미네이터가 합쳐진 거버네이터가 탄생하게 된다.

아직 5년의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이번에 영화를 망하고 나면 케네디가의 일원인 그의 아내가 아놀드를 출마시키기로 결정 내리고는 천천히 선거 준비를 시작할 것이었다.

‘아놀드가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되면 나한테 좋은 일이겠지? 후원금을 많이 지원해 줘야겠네.’

아놀드와 군대 이야기를 끝내고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요즘은 어떤 일이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할 건지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그가 돌아가고, 동민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드류 배리무어와 앤젤리나 졸리가 놀러 왔다.

“우와! 다니엘. 완전 달라졌는걸? 군대에서 운동 열심히 했나 봐.”

“그러게. 예전에는 소년 같았는데 이제 어른이 된 것 같아.”

“둘 다 잘 지내고 있지? 드류가 출연한 공포 영화는 잘 봤어. 앤젤리나도 해커즈에 주연으로 나왔더라 축하해.”

드류 배리무어는 꾸준히 여러 작품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뉴욕대학교 예술학과에 진학해 모델 활동을 하면서 연기 공부를 성실하게 하던 앤젤리나는 95년 사이버 스릴러 영화 해커즈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올해 출연하는 조지 윌러스가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하면서 조지 윌러스의 두 번째 아내로 나온 앤젤리나도 에미상 후보에 오르고 얼굴을 널리 알리게 된다.

내년과 내후년부터 좋은 작품을 만나고 뛰어난 연기를 보이는 앤젤리나는 2000년 처음 맛보는 자유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스타자리에 오른다.

“한국에서 우리가 나온 작품을 보았다니 고맙네.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다니엘이 직접 만들어 주는 떡볶이가 먹고 싶네.”

“재료가 있을지 모르겠네. 삼촌이 준비해 두셨네. 알겠어 나도 너희들을 보니 떡볶이가 먹고 싶긴 하네.”

오랜만에 직접 만든 떡볶이를 함께 먹으며 근황 토크를 가졌고, 달라진 동민의 모습을 보고는 군대에 갈 만하다며 훨씬 보기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서로의 일상을 말하다가 최근 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는 리오나르도 이야기가 나왔고, 지금 카메룬 감독과 타이탄익을 촬영 중이라고 알려 주었다.

“주말에 감독님도 볼 겸 촬영 현장에 다녀올 건데 안부 전해 줄게.”

“그 녀석 잘생긴 건 알고 있었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면서 십 대 소녀들 사이에서 너무 유명해져 어색해.”

“그래도 연기는 정말 잘하더라.”

카메룬은 3월 말까지 타이탄익 촬영 스케줄이 잡혀 있어 동민을 보러 올 수 없어 현장도 확인 할 겸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스필버그도 공룡 영화를 촬영하느라 하와이에 있었고, 다음 주말에 제시카를 데리고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넌 연기할 생각 없어? 학교는 계속 다닐 거야?”

“졸업장 받아야지. 이제 한 학기 다녀서 졸업할 때 까지는 학교에 집중할 거야.”

“다니엘은 예전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했으니 졸업하고 영화 만들 거지?”

어려서부터 함께 학교를 다녔던 앤젤리나는 동민이 영화감독이 된다면 영화에 출연해 주겠다고 했고, 드류도 떡볶이를 10번 더 만들어 주면 출연해 주겠다고 말했다.

“역에 어울리면 생각해 볼게. 그 전에 오디션은 통과해야 할 거야.”

“나 같은 대배우님이 출연해 주신다는데 큰절하고 감사해야지. 오디션 보면 연기력에 깜짝 놀랄걸?”

“농담이야. 오디션은 안 봐도 되고, 망가지는 엑스트라로 꼭 출연시켜 줄게.”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과 세탁소 휴게실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또 놀러 오겠다며 돌아갔다.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지인들을 만나다 보니 금방 주말이 되었고, 타이탄익 촬영장으로 카메룬과 리오나르도를 만나러 갔다.

< 169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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