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64화 (149/265)

< 164 >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헐큘리스는 제작비 8,500만 달러로 총 2억 5,3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사자 왕’ 같은 초대박은 아니더라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디주니 측에서는 기대를 더 많이 하고 있긴 했고, 예상보다는 저조한 수익을 거두기에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디주니 특유의 재미와 팝 스타일의 OST가 들어가면서 나름 참신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작화와 캐릭터 디자인도 기존 디주니 스타일을 버리고, 고전 그리스 회화의 인물 묘사 방식을 반영하여 독특한 느낌을 살리게 되고, 디주니가 나름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빠른 스토리 전개와 영웅 숭배적인 면이 지적을 받게 되고, 신화의 본고장인 그리스에서는 기존 스토리와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언론과 여론의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되고, 개봉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스 신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원래 내용과 디주니 애니메이션의 차이점을 찾으며 재미있게 볼 수 있겠지만, 신화를 모르는 사람이 헐큘리스를 보고 잘못된 지식을 가질 수도 있기에 꽤 신랄한 비난을 받게 된다.

신화에 관련된 것만을 빼고 본다면 무엇이 영웅을 만드는가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으며 교훈적인 의미도 포함되어 있어 나름 완성도 높은 괜찮은 작품이었다.

디주니에서도 헐큘리스에 애착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 이후로도 캐릭터를 다른 상품에 참여시키기에 동민도 디주니 대주주로서 성의를 보이기로 했다.

“수익률이 좋은 작품은 아니니까 500만 달러만 투자해야겠다.”

큰 수익이 나오지는 않지만, 디주니 장편 애니메이션에 투자하기로 결정 내렸다.

다음으로 동민의 손에 올라온 영화는 그와 인연이 깊은 작품의 속편이었다.

“맥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제대하고 한번 찾아가 봐야겠네.”

동민이 잃고 있는 시놉시스는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과 맥컬리 퀄컴과의 인연을 만들어 준 나혼자 집에 3편 이었다.

전작인 1편과 2편이 나온 지 5년 만에 만들어지는 작품으로 가족과 악당이 전부 바뀌었다.

시리즈 최초로 여도둑이 등장하기도 하고, 시대를 반영하는지 대가족이던 케빈의 패밀리는 핵가족으로 변해 있었다.

큰아버지 가족까지 나왔던 전작과 다르게 부모님과 형 하나 누나 하나가 전부였는데 여기 나오는 누나가 미래에 지구를 구하는 여전사로 성장하는 스칼렛 요한선이다.

그리고 나혼자 집에 3편은 시리즈 중에서 트랩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전작들에서는 후반부에 감칠맛을 더해 주는 정도로 나오고 망작인 4편과 5편에서는 예산과 각본 문제로 허접한 트랩만 겨우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트랩 종류만 30가지나 되고, 영화의 1/3이 트랩신일 정도로 볼거리가 풍성하다.

“원래 2편을 찍을 때 맥컬리가 더 성장하기 전에 3편을 같이 찍으려고 했는데 맥컬리 아빠가 계약을 거부해서 못 만들었지.”

어린 맥을 강박적으로 관리하던 그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그의 방해로 3편을 같이 만들지 못했고, 5년 만에 돌아온 나혼자 집에 3편에 15세인 맥컬리를 주인공은 아니지만 10대 배역으로 선정하려 했다.

하지만 현재 맥컬리 퀄컴은 나혼자 집에 시리즈를 통해 번 돈으로 부모와의 법적 분쟁에 시달리는 통에 완전히 폐인이 되어 아역 배우를 그만둔 상태였고,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인물을 중점으로 새로운 영화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스토리 구성도 꽤 다른 편인데 빌런이 1편과 2편의 해리와 마브처럼 얼간이 좀도둑과는 차원이 다른 인물로 자그마치 북한과 연계된 테러리스트 조직이 등장한다.

인원도 2명에서 4인조로 늘어나고, 이들은 조직에서 미리 훔쳐낸 미합중국 공군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관련된 컴퓨터 칩을 샌프란시스코에서 획득하고, 홍콩에 돌아가서 중국인 테러리스트 두목에게 넘기는 임무를 진행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그들은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장난감 자동차에 칩을 숨기는데 주인공 알렉스의 이웃집 할머니와 가방이 바뀌면서 할머니를 추적하게 되고, 할머니는 눈을 치워준 주인공에게 선물로 장난감 자동차를 건네준다.

이를 알게 된 테러리스트 4인조는 집 주변을 돌며 기회를 엿보는데, 똑똑한 주인공이 사실을 알아내고는 집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이번에는 많이 똑똑해진 주인공이 무시무시한 트랩을 설치하고 테러리스트를 박살 내는데 괜히 국제적인 빌런이 아닌지 금강불괴 수준의 맷집을 선보이며 끝까지 추격하지만, 결국 주인공에서 무릎 꿇고 경찰에게 잡히고 만다.

나혼자 집에 3편은 트랩을 많이 만들면서 제작비가 증가하긴 하지만, 무명 배우들로 구성하면서 3,2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지게 된다.

나혼자 집에 1편이 4억 7천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2편이 3억 5천만 달러를 거두어들인 데 비해 3편은 겨우 8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영화를 오픈한 날짜도 겨울이 아닌 여름인데다, 하필 타이탄익이 나오기 한 주 전에 개봉하면서 완전히 묻혀 버리게 된다.

겨우 본전을 찾기는 하지만, 전작에 비해서는 터무니없는 흥행을 기록하게 되는데, 1편과 2편의 명성에 밀려서 그렇지 따로 놓고 보면 꽤 잘 만들어진 영화긴 하다.

나혼자 집에 3편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4편과 5편은 확실한 망작이 되긴 하지만, 한국 평론가들에게는 2편보다는 훨씬 좋고, 1편에 필적하는 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 비평가들에게는 욕을 제대로 듣게 되고, 당연하게 관객들에겐 “맥컬리 퀄컴의 케빈이 나오지 않는 나혼자 집에 따위 안 본다!!”라는 반응을 받는다.

그렇게 나혼자 집에 시리즈는 케빈의 몰락과 함께 암흑기에 접어들게 되고, 사람들은 1편과 2편에 나오는 늙지 않는 케빈을 보며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내게 된다.

살짝 씁쓸함이 남은 작품이고 손해는 보지 않지만, 인연의 고리를 끊기 위해 나혼자 집에 3편에는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나혼자 집에 3편은 조금이라도 수익을 남기는데 이 영화는 홀라당 망해 버리지.”

동민이 다음으로 집어 든 영화도 전작의 성공으로 만들어진 속편이었다.

액션의 가속도가 붙었다!!

폭풍전야, 시동만 걸리면 끝장이다!!

올여름 액션의 허리케인, 브레이크조차 없다!!

강렬한 표어와는 다르게 대차게 말아먹는 영화의 제목은 스피디 2였다.

원래는 속편을 만들 계획이 없었는데 전작이 제작비의 10배 이상을 벌어들이면서 감독에게 욕심이 생겨났고, 원래 배우를 그대로 쓰려고 했지만, 카이누 리부스가 거절하면서 산드라 블락만 출연하고, 남자 배우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된다.

스피디 1편이 버스를 타고 달렸다면 2편은 바다 위에서 크루즈를 타고 달리게 되는데 바다의 저주를 정통으로 맞으면서 1억 6,400만 달러의 수익만 거두게 된다.

그냥 본다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작비가 1억 6천만 달러가 투입되기에 본전도 못 건지게 된다.

거기에다 제18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최악의 속편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스피디 1으로 스타 자리에 올라, 로맨틱 영화로 몸값이 오른 산드라 블락은 망한 영화에 출연료로만 1,150만 달러를 받으면서 두고두고 까이게 된다.

당연히 동민은 스피디 2에 투자할 생각이 없었고, 서류를 치워 버리고는 다음 영화를 골랐다.

“아이고, 그렇게 경고했는데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네.”

동민은 지난번 미국에 갔을 때 아놀드에게 히어로 영화에 빌런으로 출연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원래 역사대로 기어코 빌런 역을 맡게 되었고, 그의 영화 커리어는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하락하게 되어 결국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다.

그가 출연하게 되는 영화는 배드맨 시리즈의 후속작으로 팀 볼튼 감독의 배드맨 리턴즈에 비해 비교적 밝은 분위기로 제작한 배드맨 포에버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안정적인 돈벌이가 된다고 확신한 워너 브라더가 조엘 슈마하 감독을 필두로 만드는 새로운 작품이었다.

배드맨 역은 전작의 발 킬머가 하차하면서 조니 클루나가 맡게 되었고, 포이즌 아이비로는 우먼 서머가, 미스터 프리즈에는 슈워츠 아놀드제네거가 나오는 엄청난 호화 캐스팅을 하게 된다.

이 영화를 소개하는 완벽한 영상이 있었는데 배드맨이 등장하자 빌런들을 보여 주면서 대사를 외친다.

“범죄가 들끓는 도시. 한 남자가 배드맨을 완전히 끝장내려고 합니다. 그 사람은 바로 조엘 슈마하 감독입니다!”

배드맨과 로빈은 흥행 성적으로나, 평론적, 대중적 평가로나 슈퍼히어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엄청나게 망한 작품이 된다.

훌륭한 유명배우를 대거 캐스팅했음에도 얼마나 대차게 망하는지 30년이 지나서고 계속해서 회자될 정도였다.

어찌나 욕을 먹게 되는지 조엘 슈마하 감독이 배드맨과 로빈 DVD 부가영상에 직접 나와 “만약 이 영화로 상처받은 분들이 계시다면 그 모든 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한다.

웬만해선 망하기 어려운 배드맨 시리즈 최악의 흥행을 자랑하는데 제작비를 1억 6천만 달러나 쓰고도 손익 분기점인 3억 2천만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2억 3,800만 달러를 거두어들이면서 워너 브라더에게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제작비가 워낙 많이 들어서 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제작비 이상은 벌어들이게 되는데 이를 보고 한 평론가는 “이제 배드맨이 성인영화를 찍어도 사람들이 돈을 내고 보러 갈 거다.”라고 한탄을 한다.

다크 히어로였던 배드맨을 밝은 캐릭터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데, 배드맨이 시시껄렁한 말장난을 치고 짜증 날 정도로 징징거리는 로빈에게 딴지나 거는 개그 캐릭터로 만들어 버린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로빈이 “나도 차 갖고 싶어요. 여자들이 환장한다고요!”라고 하자, 배드맨이 “이래서 슈퍼맨이 혼자 일하지.”라며 뜬금없이 슈퍼맨 드립을 날리고, 자신의 존재를 숨기던 전작과 달리 대중 앞에서 거리낌 없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악역인 포이즌 아이비를 두고 로빈과 경매를 벌이다 배드맨 신용카드를 들이미는 장면은 배드맨 팬들을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는 희대의 장면이 된다.

거기다 나름 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 잘만 설정하면 훌륭한 빌런이 될 수 있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감정이 얼어붙어 냉정해진 미스터 프리즈가 얼음과 관련된 썰렁한 드립이나 날리는 캐릭터가 되어 버린다.

얼음과 식물이라는 상성이 좋지 않은 두 빌런이 힘을 합치는 설정도 어설프고, 배드맨이 슈트를 착용할 때마다 중심부와 엉덩이를 클로즈업하는 것과 배트걸의 가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도 심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초록 랜턴과 함께 최악의 히어로 무비로 그 명성을 이어가다 2015년 환타스틱 4가 혜성같이 나타나면서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제시카가 한몫하기는 하는데 출연 못 하게 해야 하나?”

훌륭한 외모 못지않게 유명한 제시카의 발연기로 환타스닉 4의 몰락에 더해지면서 욕을 두 배로 듣게 되는데 가능하면 출연하지 못하도록 말려 보기로 했다.

다시 배드맨과 로빈으로 돌아가서 영화가 망한 데는 조엘 슈마하 감독의 탓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 164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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