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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여성들의 자신의 인생영화로 꼽게 되는 내 베프의 결혼식이라는 영화였다.
주인공인 율리아 로버츠는 대학 시절 남자친구였던 마이클과 연인이 아닌 친구로 지내자는 한마디에 무려 9년을 서로의 곁을 지키며 친구로 지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이클에게 연락이 왔고, 그가 이번 주말에 결혼하게 되었으니 꼭 결혼식에 참석해 달라는 말을 남긴다.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충격을 받은 율리아는 서운함을 느끼다 자신이 그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뺏어 오기로 결심한다.
공항에서 그를 만나고 도대체 어떤 여자가 그를 가져가는지 보았는데 연한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완벽한 모습의 캐머룬 디에즈가 나타난다.
그녀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데다 집안마저 빵빵한 부잣집 딸로, 이보다 더 좋은 여자는 찾기 힘들 만큼 완벽한 사람이었다.
캐머룬은 율리아에게 들러리가 되어 달라고 하며 그녀에게 호감을 표하지만, 율리아는 어떻게든 두 사람을 갈라놓기 위해 사고를 치는데, 결국 둘의 미래를 축복하며 영화가 막을 내린다.
어떻게 보면 막장일 수도 있지만, 묘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장면들과 90년대 중반의 느낌들이 배우의 매력과 잘 어울리면서 아주 로맨틱한 영화가 만들어 진다.
여성들이 감정이입을 하면서 뒷목 잡는 장면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영화적 재미를 더해주는 클리셰로 작동하고, 세상 착하고 내 편인 게이 친구가 율리아의 옆을 지켜주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런 게이 친구 있으면 좋겠다.’라는 환상을 가지게 한다.
아쉽게도 남자 배우 두 명은 여배우에 비해 빛을 보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흥행 배우 타이틀을 달게 된다.
내 베프의 결혼식은 4,500만 달러의 이제는 저렴해 보이는 제작비로 만들어져 3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두어들이고, 박스 오피스 상위에 랭크된다.
기분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는 이 영화에는 2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내 베프의 결혼식에 투자를 마치고 다른 영화들을 둘러보다 엑션 영화 말고 로맨스 영화를 먼서 선택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고른 영화 역시 로맨틱 코미디였지만, 이번에는 중년의 사랑을 다룬 실버 로맨스였다.
모두가 싫어하는 괴팍한 작가 멜빈과 병든 아들에 대한 의무로 자신의 삶을 포기해 온 식당 종업원 캐럴의 사랑을 다룬 영화로 잭 니콜스와 헬렌 헌트가 출연했다.
제목은 이보다 좋은 순 없다로 로맨틱 코미디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잭 니콜스가 연기 장인답게 완벽하게 역을 소화하면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게 된다.
이 영화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그 힘들다는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수상하는데 헬렌 헌트 역시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에 출연하면서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게 된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상황을 잘 엮어서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고, 모든 이들을 만족시키는 엔딩까지 만들어 내는 이 영화는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자리 잡게 된다.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라는 명대사가 대박이었지.”
영화 초반에 강박증으로 밉상 캐릭터를 연기하던 잭 니콜스가 이웃집의 강아지를 돌보면서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과, 사람으로 사람을 치유하는 내용은 몇 번을 다시 봐도 마음이 훈훈해지게 했다.
이 영화 이후로는 남여 공동 수상이 없을 만큼 좋은 영화이기도 하지만, 당연히 수익 면에서도 뛰어난 결과를 만들게 된다.
내 베프의 결혼식보다 조금 더 많은 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3억 1,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이 영화 역시 박스 오피스 상단에 자리를 잡는다.
이번에도 제작비의 40%인 2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기회가 된다면 잭 니콜스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년 여름에 촬영하니까 시간만 맞추면 현장에 직접 보러 갈 수 있겠네.”
니콜스 아저씨의 기깔난 연기를 직접 보기로 하며 이보다 좋을 순 없다에 투자를 결정했고, 잭 니콜스 다음으로 그다음 해 아카데미 상 남우주연상을 받는 작품의 투자서를 골랐다.
이 영화는 97년에 개봉하기는 하지만, 미국에서는 98년에 개봉하는 바람에 99년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과, 음악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게 된다.
아카데미상 최초로 외국인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받게 되는데 영화감독이자 주연 배우로 출연한 로베르토 베르니니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 영화는 웃으면서 울게 만드는 영화인데 로베르토 베르니니가 대단하긴 하지.”
예전에도 시네마 파라다이스 촬영장에 견학을 갔을 때 이탈리아 영화에 투자를 하고 싶었지만, 해외 투자가 어려운 시기라 포기했었는데 이제는 시대가 많이 변해 해외 투자도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닐에게는 미리 말을 해 두었고, 아무래도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다 보니 제작비도 2천만 달러 정도라 부담도 없었다.
동민이 투자를 하려고 하는 이탈리아 영화는 ‘라 비타 에 벨라’라는 영화로 번역하면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뜻이었다.
시골 총각 귀도가 로마에 갓 상경하여 운명처럼 만난 여인 도라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동화 같은 로맨스가 벌어지고, 그녀와 결혼에 성공해 분신과도 같은 아들 조수아를 얻는다.
행복한 생활을 보내던 중 조수아가 5살이 되던 날 갑작스레 들이닥친 군인들은 아빠와 아들을 수행소행 기차에 실어버리고, 그 소식을 들은 도라는 자진해서 기차를 타고 함께 수행소로 이동한다.
귀도는 아들을 달래기 위해 무자비한 수용소 생활을 1,000점을 따는 단체게임이라고 하고, 점수를 다 모으면 선물로 탱크를 준다고 거짓말을 한다.
아빠는 아들을 위해 힘든 수용소 생활을 재치 있게 보내지만, 결국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되고, 1,000점을 다 모은 조수아 앞에 그들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진짜 탱크가 나타난다.
가족을 위한 아버지의 희생과 사랑을 보고 미소가 지어지지만,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그를 보고 웃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떠올랐고, 시놉시스를 읽는 것만으로도 동민의 눈가가 축축해졌다.
점수가 짜기로 유명한 로튼 토마토에서도 80점대의 높은 점수를 주고 관객 평가는 95점이 넘게 된다.
여담으로 영화에서 그의 부인으로 나오는 도라는 실제로 로베르토 베르니니의 부인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2억 달러 이상의 누적 수익을 거두게 되는데 미국에서도 드물게 자막이 달린 비영어 영화임에도 큰 흥행성적을 기록한다.
인간미 넘치는 몸개그의 장인 로베르토 베르니니를 떠올리며 아름다운 인생에 1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탈리아 영화이다 보니 가능해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투자 방법이 복잡하긴 했다.
하지만, 직접 할 것도 아니고 최근 들어 동민이 군대에 있으니 얼굴이 좋아 보이는 닐을 강하게 키우기로 했다.
그렇게 인생 영화 중 하나인 아름다운 인생에 투자를 결정지었고, 다음으로는 오랜만에 수익률 대박이 터지는 영화를 발견했다.
“엘리트라더니 정말로 직접 각본을 썼구나. 대단한걸?”
이번에 선택한 영화는 무명의 배우 두 명이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주연과 조연으로 출연까지 하는 작품이었다.
어린 시절 학대당한 천재 청년이 굳게 닫혔던 마음을 열고 타인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무명 배우에게 힘을 넣어주기 위해 멘토 역할로 로빈스 윌리엄이 교수 연기를 하게 된다.
뛰어난 연기력을 가지고 있지만, 코미디 배우의 이미지가 강했던 로빈스 윌리엄은 이 작품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되고, 죽은 시인의 협회에 이어 이상적인 멘토의 모습을 보여준다.
로빈스 윌리엄의 출연과 훈훈한 이미지의 포스터를 보고 교훈을 주는 따뜻한 영화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15세 이상 관람가로 욕설이 난무하고 꽤나 폭력적인 장면도 많이 나온다.
이 영화로 무명이던 메튜 데이먼과 벤자민 애플렉이 얼굴을 알리게 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함께 수상하게 된다.
이때 받은 상이 메튜 데이먼의 유일한 아카데미 수상 경력이 된다.
그리고 메튜 데이먼은 이 영화로 아카데니 남우주연상의 후보에 올라가지만, 잭 니콜스가 이보다 좋을 순 없다로 수상한다.
둘의 성장사가 많이 반영되기도 했는데 영화의 배경이 하버드 대학교인데 두 사람은 보스턴에서 성장하기도 했고, 메튜 데이먼은 실제로 하버드에 다녔었다.
“무명의 젊은이들이 각본을 쓴 작품인데다 코미디언 출신의 로빈스 윌리엄과 자신들이 직접 출연해서인지 제작비가 정말 작게 드는구나. 역시나 이런 작품이 알짜라니까.”
굿 윌 사냥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1천만 달러라는 아주 마음에 드는 제작비로 만들어지게 되는데 흥행에 성공하면서 2억 2,500만 달러의 극장 매출을 달성한다.
아무도 무명의 배우가 각본을 쓴 작품에 투자를 하지 않으려고 했고, 동민은 최대치인 700만 달러를 어려움 없이 투자함으로써 7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었다.
투자금의 20배가 넘는 수익을 돌려줄 굿 윌 사냥에 기분 좋게 투자를 마쳤고, 이 영화 역시 내년에 촬영이 되기에 배우들을 만나 보러 하버드에 방문할 생각이었다.
“이 영화는 애매하네, 투자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음으로 선택한 영화는 칼 세이건의 소설 컨택을 원작으로 로버트 저메스키 감독이 연출하고 조디 포스터와 맷 매커너히가 주연을 맞은 동명의 영화였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우주에 대한 동경으로 커다란 감동을 안겨주는 영화로 우주 영화지만, 액션이나 우주 활극 같은 건 없었다.
실제 천문학에 기반하면서도 긴박감 넘치게 만들어 우주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음에도 최고의 우주영화로 손꼽히게 된다.
한 가지 문제라고 하면 한국 관객이야 워낙 지적 수준이 높기에 어려운 과학 지식을 요하는 영화도 좋아하지만, 평균적인 교육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는 영화를 보고 이해하지 못해 재미를 못 느끼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섬세한 심리 묘사로 영화의 재미를 살려 1억 7천만 달러라는 준수한 성적을 달성하지만, 제작비로 9천만 달러를 투입하면서 돌아오는 수익은 거의 없게 된다.
우주과학 영화의 역사에 남을 작품이긴 하지만, 영화사에서는 애매한 위치에 있었고, 투자를 한다고 해도 원금만 돌려받을 수 있기에 여기에는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원작자인 칼 세이건이 아직 살아 있긴 하지만 96년 12월에 향년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더욱 의미가 더해지긴 하지만, 동민은 과학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문과 출신이었다.
“인투스텔라도 3번을 보고 나서야 겨우 이해를 했었지. 영화의 주제와 내용이 계속해서 어려워지는 것 같네.”
철학적인 내용은 정답은 없지만, 그나마 고민과 갈등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과학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영화는 항상 어려움을 느끼는 동민이었다.
고민을 하던 영화에 투자 여부를 결정 내린 김에 이번에도 고민 중인 영화를 집어 들었다.
디주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3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는데, 그동안의 작화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 163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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