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65화 (150/265)

< 165 >

배드맨과 로빈 시나리오를 읽고 있자 1편과 2편을 찍고, 3편에서도 고문으로 참여했던 팀 볼튼 감독 생각이 났다.

“전화를 안 받으시네. 마스 어택 개봉은 하셨을 텐데 바쁘시나?”

팀 볼튼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고, 그의 스케줄을 잘 알고 있는 곳으로 확인 전화를 했다.

“동민이니? 별일 없지?”

“네. 삼촌. 이제 제대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슬슬 몸조심하려고요. 삼촌도 잘 지내시죠?”

“여기야 항상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지. 그래, 무슨 일로 전화를 했니?”

배드맨 1편을 찍을 때 제작사가 무서워 세탁소에 숨어 있기도 한 팀 볼튼 감독은 세탁소에 자주 놀러 와 영화 의상 이야기를 자주 나누기에 삼촌에게 그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팀 볼튼 감독이라면 지금 세탁소에 나와 있단다. 하지 말라고 했는데 다리미질을 하다 보면 마음도 진정되고 아이디어도 떠오른다고 해서 종종 찾아오고 있어.”

“잘됐네요. 팀 볼튼 감독님 좀 바꿔 주시겠어요?”

삼촌이 팀 볼튼 감독을 불렀고, 살짝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니엘? 무슨 일이야? 내년에는 영화 안 만드는데 궁금한 거 있어?”

“감독님 영화 말고 다른 거 때문에 연락드렸어요. 배드맨과 로빈 투자 건으로 시나리오를 읽고 있는데 이상한 점이 많이 보여서요. 저번에 슈마하 감독님이랑 함께 작업해 보셔서 잘 아실 것 같은데, 원래 어두운 영화를 찍으시는 분 아닌가요?”

“그것 때문에 고생 많이 했지. 사실 슈마하 감독은 이번에 프랭크 밀러 원작을 바탕으로 어둡고 진지한 ‘배드맨 이어 원’을 만들려고 했는데 워너 브라더가 어린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온 가족이 좋아하는 액션물을 만들라고 해서 힘들어하더라.”

다크 히어로인 배드맨을 잘 살릴 수 있는 감독을 데리고 와 놓고는 장난감 사업을 하기 위해 밝은 영화를 만들라고 한다며 워너 브라더에 쌓인 게 많은 팀 볼튼 감독이 흉을 보았다.

“나도 조엘 슈마하 감독이 보내준 시나리오를 읽어 봤는데 캐릭터 붕괴가 일어나서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어 보이더라고. 배드맨이 주인공인데 로빈과 함께 들러리로 나오는 것 같고, 빌런들의 비중을 너무 높였는데 그렇다고 캐릭터를 확실하게 만든 것도 아니라 팬들에게 욕을 엄청 먹게 생겼어.”

배드맨 1편과 2편을 만들었던 팀 볼튼 감독은 앞으로의 상황을 정확하게 예상하고 있었고, 자신은 손을 완전히 때서 다행이라고까지 말했다.

“설마 여기 투자하려는 건 아니지?”

“아무래도 배드맨의 인지도 때문에 흥행 성적은 어느 정도 나오긴 할 것 같은데 작품의 퀄리티가 너무 의심이 가서요. 제작비 규모도 상당해서 투자는 안 하려고 하는데 혹시나 해서 연락드린 거예요.”

팀 볼튼 감독은 절대로 배드맨과 로빈에 투자를 하지 말라고 했고, 대신 다음에 자신이 촬영하는 작품에는 꼭 투자를 하라는 말을 남기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번 영화가 망하면서 조엘 슈마하 감독이 차기 배드맨은 좀 더 성인 취향으로 만들자며 속편을 구상하지만, 토사구팽을 당하게 된다.

이후 배드맨은 2005년까지 속편을 만들지 않다가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가 등장하면서 배드맨 비긴즈로 부활한다.

“크리스토퍼 눌란 감독도 슬슬 나타날 때가 되어가는 것 같은데 미국에 돌아가면 찾아봐야겠다.”

자신만의 확실한 스타일과 색감을 가지고 있는 크리스토퍼 눌란 감독은 조만간 장편 영화로 입봉하고, 모멘토라는 영화로 자신을 알리게 된다.

학교에 복학하면 그를 찾아가 영화에 관한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하고, 배드맨과 로빈에 투자는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 지었다.

“이번에도 시리즈 영화네? 역시 성공한 영화는 돈이 되니까 바로 후속작을 만드는구나.”

올해 드류 베리무어가 출연했던 스크리밍이 1억 7,3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수익을 남기고, 죽어 가던 공포 영화에 생명을 불어 넣더니 바로 후속작 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스크리밍 2에는 드류 베리무어가 전편 초반에 죽는 바람에 출연하지 못했지만, 주인공이었던 시드니가 대학에 진학하는 내용으로 다시 출연했다.

장소는 대학 기숙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고, 전편에서 살해 혐의로 누명을 쓴 코튼도 감방에서 풀려나 등장한다.

전편의 제작진과 각본가가 그대로 2편을 만들기에 스토리 진행도 매끄럽고 평가 역시 잘 받게 된다.

다만 1편보다 약해진 추리게임과 뜬금없는 진범 묘사 때문에 전편을 뛰어넘지는 못하게 되는데, 이는 2편을 만들던 중에 인터넷으로 범인의 정체가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져 부랴부랴 범인을 바꾸어야 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1억 7,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전작과 거의 비슷한 흥행을 달성하고, 제작비도 전작에 비해 오르긴 했지만, 2,3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기에 꽤나 수익률이 좋은 투자처였다.

“닐한테 1,150만 달러로 지분 절반을 노려 보라고 해야겠다. 최소 1천만 달러는 확보하는 거로 해야지.”

제작비가 1,400만 달러밖에 되지 않았던 스크리밍 1에 비해서는 수익률이 낮아졌지만, 그래도 꽤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영화였다.

스크리밍 2에 투자를 결정하고 다른 영화들을 보니 스크리밍 1이 크게 성공하면서 하이틴 배우를 내세운 공포영화가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제작비 부담이 적고 성공만 한다면 큰 수익이 돌아오기에 여기저기서 비슷한 공식의 영화를 제작하려 했는데 수많은 영화 중에 동민이 한 영화만을 선택했다.

“제니퍼 러브 유잇이 키가 작긴 한데 몸매가 대단하지. 미셀 갤러가 여기서 프레디 주니어를 만나서 빨리 결혼하지?”

이번에 선택한 영화 역시 하이틴 슬래셔 영화로 1973년에 쓰인 동명의 소설을 스크리밍의 각본가인 케빈 윌리엄이 각색해 만드는 작품이었다.

솔직해 내용은 그냥 그렇지만 준수한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대중에게 인기를 넘어 꽤나 인지도를 심어주는 작품이 된다.

사실 영화 내용보다 제목이 더 유명한 영화로, 영화 제목이 수없이 페러디되고, 비슷한 제목의 후속작도 죽지 않고 계속 나오는 작품이다.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나는 알고 있다 후속작이 아직도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나는 알고 있다였지?”

첫 작품이 성공하면서 2편이 만들어지지만, 흥행에 실패하면서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나는 항상 알고 있을 것이다’라는 흉악한 제목의 3편은 극장에 올라가지 못하고 비디오로만 출시되어 정식 후속편이 아닌 페러디물 취급을 받게 된다.

후속편들이 죽을 쑤긴 하지만,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나는 알고 있다는 1,7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져 1억 2,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니 차기작 욕심을 부릴 만도 했다.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로 접근할 수 있기에 하이틴 슬래셔 공포영화가 무분별하게 만들어지고, 결국 이를 풍자한 무서운 무비라는 패러디 영화까지 나오는데 이 영화가 또 대박을 터트리고, 후속편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저버리며 5편까지 나오게 된다.

“무서운 무비 재미있긴 하지. 2000년에 나오니까 잊지 말고 투자를 해야겠다.”

무서운 무비는 B급 감성에 저예산에 흑인 감독이 만들기에 닐이 투자서를 서류 탈락시킬 수도 있기에 따로 적어 두었다.

저예산 공포영화라 그런지 투자받기가 힘들었던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나는 알고 있다에 850만에서 1천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고, 이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 쪽으로 서류를 뒤적거렸다.

“우오삼 감독님이 드디어 이 작품을 만드시는구나. 전성기의 게서방도 출연하는데 투자를 안 할 수 없지.”

비둘기를 사랑하는 우오삼 감독의 할리우드 차기작으로 탈면쌍웅이라는 제목의 영화였다.

영어로는 페이스 아웃이었고, 악당인 니콜라스 게이지를 오랫동안 추적해 온 조니 트라볼타가 니콜라스를 납치해 얼굴을 바꿔 범죄자로 잠입하는 내용이었다.

테러리스트와 FBI 수사관의 얼굴이 서로 바뀌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상대의 얼굴을 뒤집어쓰고 상대방의 캐릭터를 묘사하는 두 배우의 연기가 일품이다.

우오삼 감독의 영화답게 비둘기가 날아다니거나 쌍권총을 들고 교회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등 자신의 스타일을 어김없이 보여 준다.

유명 액션 감독답게 액션도 훌륭하고 주인공이 느끼는 막막한 기분과, 가장 미워하는 적의 얼굴을 달고 서로가 느끼는 기묘한 동질감을 잘 살려 우오삼 감독이 만든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고, 90년대 액션영화 중에서도 대표적인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 된다.

“감독님. 저 다니엘이에요. 이번에 만드시는 탈면쌍웅에 투자하게 되어서 연락드렸어요.”

“군대에 있다고 들었는데 나온 거니? 촬영장에 놀러 오렴. 오랜만에 얼굴 보고 이야기 하자구나.”

“아직 군대에 있어요. 내년 봄학기에는 돌아가니까 인사드리러 갈게요. 투자는 많이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인기가 많으셔서 쉽지 않네요. 일단 1천만 달러를 제작비로 투입했어요.”

“고맙구나. 안 그래도 여기 감독들이 네가 투자하면 영화가 성공한다던데 나도 열심히 만들어 보도록 하마. 남은 군 생활 잘 마무리하고 할리우드에 돌아오면 보자꾸나.”

중화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우오삼 감독이라 그런지 중화 자본이 많이 넘어왔고, 동민도 겨우 8,500만 달러의 제작비 중 1천만 달러를 투입할 수 있었다.

우오삼 감독의 페이스 아웃은 북미에서 1억 1,2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세계적으로 2억 4,500만 달러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

평론가의 점수도 후하게 받게 되는데 점수를 박하게 주기로 유명한 로튼 토마토에서도 92%의 신선도를 줄 만큼 액션 영화임에도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뜬금없이 날아다니는 비둘기 때문에 점수가 조금 낮아지긴 하지만, 동민은 이제 우오삼의 비둘기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 중 여러 짤에 쓰이게 되는 니콜라스의 웃음씬을 떠올리며 다음 영화를 찾아보았다.

“역시 니콜라스의 전성기라서 그런지 이 영화도 같이 찍었네. 내년에 고생 많이 하겠어.”

라스베거스와 알카트레스, 페이스 아웃으로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니콜라스 게이지는 한 번 더 화려한 액션영화를 찍게 되는데 이 영화를 위해 머리를 길러 장발 스타일을 하고 벌크업을 하여 정통 할리우드 액션 배우의 모습을 보여 주게 된다.

악당스러운 악당의 등장과 근육질의 니콜라스 게이지가 런닝 티셔츠만 입고 보여 주는 격투 장면은 할리우드식 화려한 볼거리와 더해져 영화를 풍성하게 해 주고 가장 미국다운 영화가 만들어진다.

콘빅트 에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죄수 호송기를 뜻하는 말인데, 특수부대 출신의 니콜라스 게이지가 아내를 보호하려다 실수로 사람을 죽이면서 감옥에 가게 되고, 형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죄수들이 하이젝킹을 하는 비행기에 함께 타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사실 스토리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영화지만, 정체를 숨긴 주인공이 악당들의 눈을 피해 단서를 흘리는 장면과 할리우드 스타일의 화려한 장면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으면서 2억 2,400만 달러의 극장 수익을 달성하게 되고 7,500만 달러라는 준수한 제작비가 들어가면서 상당히 많은 금액을 남기게 된다.

“콘빅트 에어에서 니콜라스 게이지가 완전 상남자로 나오는데 몸 만드느라 고생하겠네. 힘내라고 김치라도 보내 줘야겠어.”

< 165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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