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62화 (147/265)

< 162 >

갑작스럽게 촬영장에 들이닥친 남자들이 녹화를 중지시키더니 자신들은 경찰이라고 말했다.

“진행자 이상룡 씨의 심장병 어린이 기금 횡령 혐의로 수사하러 나왔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형사 같아 보이는 남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더니 뽀빠이 아저씨를 납치하듯 데리고 가더니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뜬금없이 진행자가 사라져 버린 상황에 주철한 피디가 그대로 굳어 버렸고, 촬영 스케줄은 다른 진행자를 구할 때까지 연기되었다.

“김동민 병장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러게 말이다. 이상룡 씨가 한국 어린이 보호 협회를 세우고 심장병 어린이 치료를 위해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횡령이라니 황당하네.”

“제가 봤을 때는 횡령 같을 걸 하실 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도 그래. 아마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기다려 봐야겠다.”

하지만 뽀빠이 이상룡이 수사를 받자마자 추적 59분에서는 뽀빠이 아저씨 횡령이라는 주제로 방송을 송출해 버렸고, 각종 언론에서는 그의 불법적인 행위를 대서특필했다.

추적 59분에서 방송을 내보내자마자 다음 날인 11월 4일 이상룡은 기자회견을 열었고, 모든 방송 활동 및 사회 활동을 중단하게 되었다.

방송에 따르면 이상룡은 개인 이벤트 회사를 통해 심장병 어린이 수기집을 내면서 책 판매 수익금을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쓰기로 했으나, 매출액 40억 원 중 3억을 이상룡에게 초상권 명목으로 건넸고 이 중 2천여만 원만 치료비로 썼다고 했다.

하지만, 몇 권 팔리지도 않은 수기집이 매출을 40억이나 달성할 리가 없었고, 조금만 생각하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언론에서는 이상룡을 물어뜯었고, 유명인의 몰락을 대중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상룡은 체포되어 고된 취조를 받지만, 3개월 뒤인 1997년 2월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된다.

단 3달 만에 검찰에서 범죄 협의점을 찾을 수 없어서 기소도 하지 않고 무혐의로 불기소처분된다.

그러나, 이상룡의 기소를 선동질하던 언론들은 횡령 기사는 수도 없이 썼으면서 무혐의 처분 기사는 하나도 내보내지 않는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것은 누명의 원인인 추적 59분은 이상룡이 자신의 누명은 정치적 보복이라는 주장에 명예 훼손 소송을 건다는 것이다.

헷갈릴 수도 있는데 이상룡이 소송을 건 것이 아니라 추적 59분에서 소송을 건다.

이상룡이 사라지면서 우정의 부대는 다른 진행자를 구해 근근이 유지되다가 1997년 3월 2일 종영한다.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되지만, 이상룡이 풀려날 즈음에 우정의 부대는 마지막 방송을 하게 되고, 일자리를 읽고 누명을 쓴 그의 억울함과 무고함을 알리려고 이상룡의 아버지가 거리에서 무죄 판결문을 직접 돌리다 세상을 떠나게 된다.

불기소처분이 떨어졌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죄인 프레임이 씌워진 그는 방송 출연을 못 하게 되어 미국으로 건너가 가이드로 일하다가 일시적으로 실명까지 하고 자살 시도까지 하게 된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동민은 이상룡이 검찰에서 나오면 미국으로 보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이었다.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이에게 정계에 입문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찍혀 있는 상황이었기에 지금 한국에서는 별다른 해결 방안이 없었다.

동민이 돈을 풀어서 사실을 파헤친다면 억울함을 풀어줄 수는 있겠지만, 그와 그렇게까지 친한 것도 아니고, 일이 너무 커질 수도 있기에 미국에서만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렇게 뽀빠이 이상룡의 사건이 터지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오히려 여유시간이 생긴 동민은 내년에 투자할 영화를 정리해 닐에게 메일을 보냈다.

“가장 중요한 타이탄익의 투자를 끝냈으니 마음이 홀가분하긴 하네.”

그동안 닐이 빨리 리스트를 보내달라고 재촉했지만, 군대에서는 마음대로 개인 시간을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핑계를 대며 조금씩 미뤄 왔는데 이번에 뽀빠이 사건이 생기면서 한 번에 처리하게 되었다.

일단 1997년에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하는 타이탄익에 1억 달러를 투입했고, 이 영화 한 편만으로도 평소 한 해 수익을 넘길 수 있었지만, 앞으로 달러가 많이 필요한 날이 오기에 최대한 현금을 벌어 보기로 했다.

“먼저 스필버그 감독님이 휴식을 마치고 복귀하셨으니 인사차 투자를 해야겠지?”

주라식랜드와 쉰들러의 방주를 촬영하고는 후유증에 걸려 3년을 쉰 스필버그 감독이 내년에 주라식랜드 잃어버린 세계로 복귀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라식랜드의 후속편으로 꽤나 호불호가 갈리고 비평을 받게 되지만, 뒤로 갈수록 망작을 만드는 바람에 미래에는 잃어버린 세계가 명작인 1편에 비해 저평가를 받은 것이라며 다시 재조명을 받기도 한다.

무언가 살아남은 것이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작하는 영화는 쥬라식랜드 사건이 터지고 4년 뒤 금수저 가족이 고급 요트를 타고 주변의 섬에 놀러 갔다가 작은 공룡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전작에서 공룡이 너무 늦게 나와 실망했다는 꼬마 팬의 편지를 받은 각본가 데이비드 코엔이 이번 편에는 공룡을 왕창 등장시키면서 액션신도 많아지고, 공룡의 종류도 늘어난다.

전작에 비해 흥행 성적이 부진하긴 하지만, 7,3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영화관에서만 6억 2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니 스필버그 감독의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잃어버린 세계는 1편의 성공으로 여러 투자회사에서 서로 앞다투어 투자를 하려 했지만, 스필버그 감독이 직접 투자처를 선별했고, 다행히 동민은 1,500만 달러를 투자할 수 있었다.

스필버그 감독의 제작사 다음으로 많은 금액이었고,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에 만족하기로 했다.

“감독님. 촬영 준비는 잘하고 있으세요?”

“다니엘이구나. 시나리오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수정하고 있단다. 군 생활은 할 만하니? 다행히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잃어버린 세계 투자서를 보다 생각나서 스필버그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고, 병사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촬영하는 일을 한다고 하자 그도 아주 좋아하며 축하해 주었다.

“각본가 너무 괴롭히지는 마시고요. 크리스 콜롬버스 감독님도 많이 힘들어했었어요. 지금 몇 번째 수정하고 계신 거예요?”

“글쎄다 8번인가 9번 정도 수정하고 있구나. 각본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도 알고 있으면서 그러냐. 그래도 내가 강하게 키워서 다들 독립하고 잘 활동하고 있으니 나는 이게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단다.”

스필버그 사단 출신의 감독들은 대부분 각본작업을 하다가 독립을 하게 되는데 스필버그의 입맛에 맞는 각본을 쓰기 위해 엄청나게 갈려 나가며 실력을 키웠다.

“지금 투자서 정리 중인데 최대 투자 가능 금액에 1,500만 달러라고 하셨죠? 혹시 더 가능하면 미리 알려 주세요.”

“그 정도도 너니까 허락한 거야. 나도 이제는 외부 투자 없이 순자본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단다.”

“그래도 위험 분산을 위해서 투자는 받으셔야죠.”

“이번 작품은 천재지변이 없는 이상 망할 것 같지는 않구나.”

오랜만에 통화한 스필버그 감독과 쥬라식랜드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의 근황을 말했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동민의 군 생활을 축하해 주었다.

“그럼 마지막까지 몸 건강히 지내고 내년에는 미국에서 보자꾸나.”

“감독님도 건강 조심하시고, 잃어버린 세계 잘 만드시길 바라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통화를 끝내고, 잃어버린 세계 투자를 확정한 동민은 다음으로 투자할 영화를 정했다.

이번에 투자할 영화는 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슨의 버디 형사물로, 밀입국한 범죄자를 잡는 내용이었다.

베테랑 요원인 토미와 NYPD에서 비밀 요원으로 취업한 신입 빌 스미스가 외계에서 밀입국한 외계인 범죄자를 찾아 사건을 해결하는 특이한 소재의 영화였다.

이제는 꽤 발전한 CG가 외계인을 자연스럽게 표현했고, 외계인을 사냥하는 특이한 무기와 사람의 기억을 지우는 플래시가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독립기념일로 확실히 얼굴을 알린 빌 스미스가 이 영화를 통해 외계인을 때려잡는 캐릭터로 할리우드 스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제작비는 9천만 달러로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지만, 5억 9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꽤 많은 수익을 남기게 된다.

이번 작품의 성공으로 시리즈가 2편과 3편이 제작되고, 맨인블루 시리즈물로 발전한다.

거의 6억 달러에 가까운 극장 수익을 달성하는 맨인블루에는 제작비의 1/3인 3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빠르게 다음 영화로 넘어갔다.

“다행히 바로 전 영화가 망하는 바람에 투자하기가 쉬워졌네.”

이번에 선택한 영화는 작년 말에 흥행에 참패한 케이블 맨에 출연한 짐 개리가 나오는 라이어로이어라는 영화였다.

짐 개리 혼자서 원맨쇼를 하며 캐리하는 영화로 그가 왜 코미디 영화의 전설은 아니지만 레전드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잘나가는 변호사로 나오는 짐 개리는 온갖 거짓말로 큰 성공을 거두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지만, 전처와 아들에게는 신뢰를 잃은 아빠로 나온다.

오죽하면 아들이 학교에서 아빠의 직업이 라이어(거짓말쟁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생일에 꼭 오겠다고 약속한 그가 상사와 잠자리를 하느라 나타나지 않자 아빠가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게 된다.

이후로 사실만을 말하게 된 짐 개리는 상사와 하룻밤을 보낸 다음 그녀가 어땠는지 물어보자 속마음을 말하면서 로펌에서 잘리게 되고, 그의 삶이 꼬이면서 영화가 진행된다.

워낙 말을 잘하는 짐 개리가 온갖 종류의 개그를 선보이는데 아들 맥스가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고 말하자 그건 못생긴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라며 속마음을 내뱉는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듯 짐 개리가 훌륭한 연기를 펼치지만, 말장난이 영어 표현이다 보니 한국에서는 별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한다.

그래도, 4,500만 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로 만들어지는 라이어로이어는 3억 달러가 넘어가는 대박을 터트리면서 짐 개리는 흥행배우라는 타이틀을 지켜 나가게 된다.

혜성 같이 나타나 할리우드 최고 몸값을 기록한 짐 개리가 출연하는 영화는 비교적 저예산인 경우가 많아 투자 경쟁이 심해지는데, 다행히 이전 작품이 망하면서 어려움 없이 2천만 달러를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짐 개리는 아직 못 만나 봤네? 직접 만나도 재미있으려나?”

짐 개리는 한국에서는 영화배우로 유명하지만, 영어권 국가에서는 스탠딩 코미디언으로 더 유명했다.

코미디언이지만 연기도 잘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할리우드에서 로빈스 윌리엄과 비슷한 포지션을 맡고 있었다.

미국에 돌아가면 짐 개리를 만나 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라이어로이어에 이어 다음으로 투자할 영화를 선별했다.

“이 영화가 내년에 만들어지는구나. 은근 추억 돋는걸?”

라이어로이어에 이어 선택한 영화는 한 남자를 두고 율리아 로버츠와 캐머룬 디에즈가 출연하는 로맨틱 드라마였다.

< 162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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