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58화 (143/265)

< 158 >

연예인 기획사에 들어가자 이수남 대표가 동민과 아이들을 반겨 주었다.

“여행을 갔다더니 잘 다녀왔는가? 그러고 보니 조금 탄 것 같기도 하군.”

“바다 쪽을 돌아다녀서 그런가 보네요. 이수남 대표님도 잘 지내셨죠?”

이수남은 잘 지냈다며 대답했지만, 그의 얼굴은 동민이 알고 있는 모습과는 다르게 많이 피곤해 보였다.

이수남의 1호 가수였던 현진형의 사회면 사건으로 많은 소속 연예인들과 직원이 회사를 나갔고, 무너지는 SN을 살리기 위해 솔로 가수와 듀오 그룹을 만들었으나 반응이 미미했다.

이수남은 아빠에게 투자금 유치를 받고, 운영하던 카페를 팔아 마지막 도전으로 5인조 그룹을 기획하고 있었다.

“장 실장. 연습생 아이들 좀 불러 주게나. 아니 우리가 연습실로 가는 게 좋겠군.”

동민이 부대에 복귀하면 아이들은 SN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데뷔를 준비 중인 연습생을 만나기 위해 이동했다.

“예들아. 다들 이쪽으로 모여라. 여기는 미국에서 활동했던 아이들인데 한 달간 여기서 너희들과 함께 연습하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알려 주기로 했으니 인사하거라.”

가장 오랜 기간 연습생으로 지내 온 안칠연이 인사를 하려 했지만, 영어를 잘 못하는 바람에 올해 로스앤젤레스에서 D.K. boys라는 댄스팀을 만들어 한인축제와 지역에서 활동하다 이번에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합류한 안승오가 통역을 해 주었다.

“여기는 송파구에서 유명했던 문희주고 이 녀석은 막내 이지원이야. 나는 토미라고 불러줘. 그런데 너희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디주니 미미 클럽에 나왔었어. 아마 거기서 봤을 거야.”

브리트니와 어스틴, 라이온, 크리스티나를 알아본 안승오가 놀라워했고, 디주니 미미 클럽을 모르는 다른 연습생들은 단순히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왔던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다.

“뽀뽀 유치원 같은데 나왔던 거 아니야?”

“비슷하긴 한데 그래도 미국이니까 레벨이 다르다고. 거긴 오디션도 엄청 빡세다고 들었어.”

연습생 아이들은 나름 춤 좀 춘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왔고, 그동안 안무와 보컬 연습을 스파르타식으로 배워왔기에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왔다는 잘생기고 예쁜 아이들을 그냥 외모만 뛰어난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다.

“자 얼마나 연습했는지 볼까? 데뷔곡을 보여주고 반응을 보자고.”

장실장이라는 사람이 말하자 연습생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오늘 짜증나는 날이네라는 곡이 오디오에서 흘러나왔다.

‘데뷔곡이 이 곡이었나?’

처음 H.O.P는 오늘 짜증나는 날이네라는 곡으로 데뷔 준비를 했지만, 정용진 작곡가의 사탕을 들은 멤버들과 주변의 반응이 좋아 마지막에 사탕으로 데뷔곡을 바꾸게 된다.

하지만, 강력한 사운드를 데뷔곡으로 하고 싶었던 멤버들의 의견에 따라 전사의 후손이라는 곡으로 데뷔한다.

나름 강한 사운드의 곡에 맞춰 H.O.P 멤버들이 안무를 보였고, 그 모습을 보던 디주니 미미 클럽 출신 아이들이 리듬을 타면서 안무를 조금씩 따라 했다.

“연습 많이 했구나. 한 번도 안 틀리고 잘하네. 너희들이 보기엔 어떠니?”

이수남이 진지한 표정으로 연습 장면을 보고 있던 아이들에게 물어보자 어스틴 팀벌렉이 조금 옛날 스타일이지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솔직히 말했다.

잘생겼지만, 남자가 보기에 살짝 얄미운 외모의 어스틴의 말을 알아들은 토미 안이 발끈했다.

“그럼 네가 한 번 춰 보던지.”

“그럴까?”

단 한 번 연습 장면을 본 어스틴이 너무 당당하게 대답하자 다들 당황했고, 몸을 푼 어스틴이 연습실 중앙으로 걸어갔다.

사실 어스틴은 여름 방학에 한국에 무리를 해서 놀러 온 상황이었다. 이미 엠싱크라는 보이 밴드 멤버로 발탁되어 있었다.

올해 말에 데뷔를 앞두고 있었는데 한국에 보내주지 않으면 탈퇴하겠다며 땡깡을 부려 겨우 한국에 왔던 것이다.

한창 물이 오른 어스틴은 H.O.P의 곡과 무대가 자신의 기준에서는 부족해 보였고, 이 정도 안무는 한 번만 보고 따라서 출 수 있었다.

아무리 H.O.P가 한국에서 전설을 쓴다고 해도 엠싱크에는 비교될 수가 없었다.

엠싱크는 1집과 2집 두 앨범만 달랑 발표하긴 하지만, 미국 역사상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다이아몬드(1,000만) 장을 돌파한 남자 가수 앨범을 기록하고, 이 기록은 깨지지 않는다.

두 번째 앨범은 발매 첫 주 초동 200만 장을 최초로 돌파한 가수로 기네스북에 오르지만, 15년 뒤 아덴이 300만 장이라는 경이로운 첫 주 초동 판매량으로 기네스북 기록을 가지고 간다.

그리고 단 2장의 앨범만으로 슈퍼볼 무대에 오르기도 하는 그룹이 된다.

그런 엠싱크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외모, 노래, 춤 실력, 유쾌한 매력으로 그룹 내에서 원탑 인기를 누리게 되는 어스틴은 처음 들어 본 오늘 짜증나는 날이네에 맞춰 완벽한 안무를 보여 주었다.

오히려 몇 동작은 H.O.P보다 멋있게 추면서 사람들을 경악에 빠지게 했다.

어릴 적부터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왔고, 춤 실력은 미국 백인 댄스 가수 중 탑이라고 불리는 어스틴은 오죽하면 백인 마이크 잭선이라는 별명까지 생기게 된다.

“세상에 동민 군. 저 친구는 도대체 정체가 뭐죠? 내가 본 사람 중에 춤을 가장 잘 추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 보이 밴드 준비 중인 거로 알고 있어요. 여기 있는 아이들이 전부 실력이 대단해요.”

어스틴의 춤을 보고 H.O.P 멤버들은 충격을 받았고, 같은 동작을 두 번 본 다른 아이들이 이제는 자신도 출 수 있겠다며 제시카까지 합류해 5명이서 한 번 더 안무를 했다.

디주니 미미 클럽에서 항상 합을 맞추던 아이들과 다르게 제시카는 따로 배우지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춤을 잘 추었고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함께 안무를 했다.

“우와. 처음 단체 안무를 하는 애들이 우리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

“세상은 넓고 잘난 녀석들은 많구나.”

연습생들이 충격에 빠졌지만, 사실 동민이 데리고 온 아이들이 반칙에 가까운 존재들이었다.

제시카가 그나마 배우라서 춤과 노래 실력이 부족하긴 했지만, 일단 외모에서 먹고 들어갔고, 춤도 꽤 잘 췄다.

디주니 미미 클럽 아이들이야 어려서부터 여러 오디션과 행사에 다니며 10년 이상 현장에서 다져진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조만간 세계적인 가수로 성장하기에 한국의 연습생과는 비교하기 힘든 레벨이었다.

“동민 군. 혹시 이 친구들의 노래도 들어 볼 수 있을까?”

“제시카는 잘 모르겠고, 디주니 미미 클럽 출신 아이들은 전부 수준급으로 노래를 부를 줄 알아요.”

크리스티나야 휘트니아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언을 이을 디바로 불릴 정도로 독보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브리트니도 어려서부터 어린이 노래자랑에 찾아다니며 오디션을 볼 정도로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스틴은 저음 부분이 많이 부족했지만, 특유의 바이브와 고음 처리로 꽤나 깔끔한 보컬 솜씨를 보였고, 의외로 라이온이 정석적인 노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크리스티나. 여기 대표님이 노래를 한번 들어 보고 싶어 하시는데 불러 줄 수 있어?”

“그래. 노래 부르는 건 좋아하고 어렵지도 않으니까 한 번 불러 볼게.”

크리스티나가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는 휘트니아 휴스턴의 노래를 불렀고, SN 엔터테인먼트의 사람들은 방금 보았던 단체 안무보다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이수만 스스로도 가수 출신이고, 대부분 춤보다는 노래에 관련된 사람들이라 크리스티나의 보컬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바로 알아보았다.

아주 작고 예쁜 얼굴을 하고 있는 크리스티나는 키가 157로 단신이었지만, 다리가 길어 완벽한 비율을 가지고 있었고, 작은 몸에서 나오는 살짝 허스키하면서 파워풀하고 폭발적인 가창력은 단숨에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어.. 음… 이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크리스티나 양은 그냥 타고난 보컬에다 천재라고밖에 표현을 못 하겠어.”

“쟤는 워낙 노래를 잘해서 디주니에서 따로 관리받고 있어요. 아마 조만간 디주니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부를걸요?”

아직 2년 정도 남긴 했지만, 목련이라는 동양풍의 디주니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르면서 크리스티나가 데뷔를 하게 된다.

다른 아이들은 크리스티나가 노래를 먼저 부르자 그녀 다음으로 부르기 싫다며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했다.

“이거 내가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이미 실력들이 너무 훌륭해.”

“사실을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어요. 미국에서 관리 받고 있는 녀석들이니까 가능한 쟤네들한테 많이 빼 먹으세요. 참고할 게 꽤 많을 거예요.”

“정말 그렇게 해도 괜찮겠나?”

“어차피 한동안 할 거 없는 애들이라 연습 중간에 맛있는 거 사 주시고, 끝나고는 서울 투어 시켜 주시면 될 거예요.”

이수만은 동민을 은인 보듯이 바라보았고, 부자에게 양쪽으로 도움을 받게 되어 정말 고맙다며 기회가 된다면 꼭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SN 엔터테인먼트에 맡겨 놓았고, 숙제를 마친 동민은 다음날 부대로 복귀했다.

“무슨 일 생기면 아빠한테 바로 말해. 아빠가 부대로 연락하는 방법이 있으니까 내가 알 수 있어.”

“부대에서는 전화 못 해?”

“내가 할 수는 있는데 저녁에 집으로 전화할게.”

아이들과 짧은 작별 인사를 하고 부대에 들어가자 선임과 후임이 휴가 동안 외국인 여자친구와 무얼 했는지 궁금해했고, 동민은 살짝 양념을 더 해서 휴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세 명 다 예쁘던데 같이 수영을 했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사진은 없습니까?”

“아직 인화 중인데 사진이 나와도 널 보여주는 일은 없을 거다.”

부러움을 사며 군 생활을 하던 동민은 아무래도 아이들이 계속 신경이 쓰였고, 매일 저녁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걱정과는 다르게 SN 엔터테인먼트 사람들이 아이들을 상전 모시듯 떠받들어 주었고, 다들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며 빨리 나오라고 재촉했다.

군 상부에서 워낙 신뢰를 받고 있는 동민이기에 이 주 뒤 외박을 나갈 수 있었고, 미리 말해주지 않고 몰래 SN 엔터테인먼트로 찾아갔다.

“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 김동민 군이군요. 어서 오세요.”

“네.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나요?”

“말도 마세요. 요즘 그 친구들 만나 보려고 사람들이 엄청 찾아오고 있어요.”

건물 경비 아저씨가 동민을 알아보고는 그동안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고 말해 주었고, 오늘도 몇 명이 와 있다고 알려줬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어? 동미나 휴가 나온 거야?”

“네. 연석 형은 어떻게 오신 거예요?”

연습실로 가는 길에 서대진과 아이들의 양연석을 마주쳤고, 그가 특유의 혀 짧은 말투로 이야기했다.

“여기 대다난 아이들이 나타났다고 소문이 좍 퍼졌어. 그래서 와 보니까 저버네 네가 데리고 와던 아이들이더라고. 나도 이버네 힙합 그룹을 준비 중인데 두 사람 다 미국 출신이라 소개해 주려고 같이 왔지.”

양연석의 뒤에는 게솔린이라는 곡으로 유명해지는 남성 힙합 듀오가 있었고, 동민에게 영어로 인사했다.

< 158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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