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40화 (125/265)

< 140 >

다양한 부대에서 UDT 훈련에 지원했고, 개성과 열정이 넘치는 인터뷰를 받을 수 있었다.

그중 몇 명은 미래 뮤튜버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어 일부러 짓궂은 질문도 했다.

교관과 교육생의 인터뷰 촬영은 아주 쉽게 진행 되었지만, 훈련으로 넘어가자 촬영 난이도가 계속 올라갔다.

“카메라를 들고 같이 뛰라고요? 그냥 고정해서 촬영하는 게 전체적인 장면을 화면에 담기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생동감이 떨어진다고 하더군. 시험 삼아 비교해 봤는데 확실히 느낌이 다르긴 했어.”

매일 아침 기본 체력 훈련을 위해 모래사장을 달리는 교육생을 찍고 있었는데 동민이 피디에게 함께 달리며 촬영을 하자고 권유했고, 카메라 감독은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달리는 건 무리라고 대답했다.

“고무보트를 들고 달리는데 그 정도는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젊은 저 친구에게 하라고 하면 되겠네요.”

동민의 합류로 욕심이 생긴 최 PD는 어려운 카메라 감독에게 어려운 촬영을 요구했고, 위험하면서도 힘든 장면을 찍고 싶지 않은 카메라 감독은 담당 피디와 의견 마찰을 일으켰다.

결국 젊고 힘 좋은 현역 군인 동민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교육생들과 함께 뛰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직접 모래사장 위를 달리며 가까이서 훈련 장면을 찍었다.

“선착순 한 명. 출발!”

완전 군장을 한 교육생들이 선착순에 들기 위해 빠르게 달려가는데 동민은 그 장면을 앞에서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따라갔다.

“카메라맨이 1등을 하면 어떡하나! 교육생 전체 한 바퀴 추가!”

동민이 모든 교육생을 따라 잡고 1등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선착순을 다시 해야 했고, 의도치 않게 동민의 등장과 좋은 장면을 남겨야겠다는 욕심으로 훈련의 강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자네 수중 촬영은 할 줄 아나?”

“수영은 할 줄 아는데 수중 촬영 경험은 없네요.”

해군 훈련이다 보니 수중 훈련도 꽤 많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스쿠버 다이빙 경험이 없는 동민이 촬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수중 촬영이 꼭 필요했기에 동민은 UDT 교관에게 개인 강습을 받았고, 며칠 만에 물속에서 원하는 대로 촬영할 실력을 만들었다.

“웬만한 교육생보다 습득이 빠르시군요. 카메라를 들고 달리는 걸 보니 체력도 좋은 것 같은데 다음에는 UDT 지원을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지옥주나 생식주를 견딜 자신이 없네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좋은 경험 이지요.”

훈련이 진행될수록 교관들이 동민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절대로 특전사 같은 걸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동민은 촬영을 위해 고속 기동 보트위에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교육생들과 함께 바다를 가르고 다녔고, 가까이에서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찍겠다며 헬기에서 함께 뛰어내리며 촬영에 임했다.

교육생들은 한두 번만 뛰어내리면 되었지만, 동민은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10번가량 헬기에 올랐고, 일부 교육생들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카메라 들고 뛰어내리고 수영하면 힘들지 않아요?”

“힘들긴 한데 그래도 그만큼 좋은 장면이 담기니까 기분이 좋네요.”

교육생들과 함께 뛰어다니다 보니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조금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저 친구는 마지막까지 버틸 거라 생각했는데 부상으로 중도 탈락하는군요.”

훈련이 진행될수록 부상으로 탈락하는 인원이 늘어났고, 그들은 회복한 다음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다며 인터뷰 때 눈물을 보이며 돌아갔다.

“지금은 발목 부상으로 퇴소하지만, 내년에는 꼭 마지막까지 남아 수료하겠습니다!”

체력과 정신력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훈련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자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최대한 생생한 현장을 담기 위해 동민도 함께 고생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금방 흘러 절반가량의 교육생들이 줄어들었고, 일주일간 잠을 잘 수 없다는 악명 높은 지옥주가 다가왔다.

처음에는 교육생들의 상태가 괜찮아 보이다가 삼 일 정도 지나자 다들 눈이 흐리멍덩하게 변하더니 아무런 생각 없이 교관이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가 있기에 교관들이 이전보다 더 소리를 지르며 들볶았고, 혼이 나간 교육생들이 좀비 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소문을 듣기는 했는데 직접 보니 훨씬 더 힘들어 보이는구먼.”

“나는 하루만 밤을 새도 아무런 생각이 안 나던데 다들 젊어서 그런지 대단하네.”

보트를 타고 가다가 잠이 들어 바다에 빠지는 사람도 생겼고, 잠깐 앉았다가 바로 잠에 드는 교육생이 나오기 시작하자 빨간 모자를 쓴 교관들이 바로 옆에 붙어 계속 고함을 쳤다.

다들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몸에 새겨진 훈련의 대단함인지 사격도 정상적으로 하고, 수영도 곧장 잘하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다.

“이상 지옥주의 모든 훈련이 끝났다. 교육생은 마지막으로 샤워를 하고 취침하도록 한다.”

호랑이 교관의 말에 대답할 정신도 없는 교육생들이 기합을 지르며 몸을 씻으러 갔고, 모두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하루 한 주가 지나갈수록 교육생들의 눈빛이 매섭게 변해 갔고, 방송국 팀과 동민은 좋은 영상을 계속 확보할 수 있었다.

“내일이 마지막 훈련인 생식주인데 잘 버틸 수 있으신가요?”

“여기까지 왔는데 무조건 통과하도록 하겠습니다!”

생식주란 무인도에서 보급 없이 일주일을 버티는 훈련이었는데 그동안 육체적으로 힘든 훈련을 받은 교육생들은 먹는 거 하나는 최고로 지원을 받았지만, 한 주간은 야생에서 직접 음식을 조달해 생존해야 했다.

“이번 훈련은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나올 것 같네.”

“생존 게임이 가장 재미있는 법이죠.”

교육생들은 그래도 먹을 것을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무인도로 이동한 후로 교관들은 아무런 음식을 배급해 주지 않고 오히려 뺑뺑이를 돌리며 체력을 깎아 나갔다.

몇몇 운 좋은 교육생들은 뱀이나 토끼를 잡았지만, 훈련 특성상 불을 피우지 못하기에 그림의 떡으로 먹지도 못하고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그래도 수중 훈련을 받아서 그런지 바다에서 먹을 걸 찾긴 하네요.”

육지에서 먹을 것을 찾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된 교육생들은 해변에서 해조류를 뜯어 먹기 시작했고, 게나 조개류를 잡아 어떻게든 영양을 보충했다.

“전원 집합!”

삼 일 정도 지나자 고된 훈련으로 건장한 몸을 가지고 있던 교육생들의 볼이 홀쭉하게 변했고, 그들 앞에서 교관들은 커다란 철판을 깔고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교육생들은 전우이니 함께 먹거나 함께 굶어야 하겠지?”

“네! 그렇습니다!”

눈앞에서 구워지는 삼겹살의 냄새를 맡은 교육생들은 눈이 돌아가 교관의 말에 즉각 대답을 하며 먹으라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쉽게도 방글라데시 교육생이 무슬림이라 돼지고기를 못 먹는다고 하더군. 전우라면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지.”

한국 출신 교육생들이 눈빛으로 아쉬움을 말하고 있었고,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방글라데시 교육생도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상 상황에서는 생존을 위해 금지된 음식이라도 먹어야 합니다! 돼지고기라도 먹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종교적 신념보다 생존이 우선이다 보니 평소 잘 못 알아듣는 척하던 방글라데시 교육생이 유창한 한국어로 대답했다.

“저기 언덕 위에 나무까지 왕복 선착순 두 명.”

교관의 말에 교육생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갔고, 두 명이 전광석화와 같은 빠르기로 언덕 위에 나무까지 다녀왔지만, 교관들은 더 빠른 속도로 음식을 모두 먹어 버렸다.

“너무 늦게 도착해서 삼겹살을 모두 먹어 버렸군. 다음에는 더 빨리 뛰도록.”

결국 아무것도 먹지 못한 교육생들의 눈에는 살기가 떠올랐지만, 교관들은 무표정하게 그들을 돌려보냈다.

“지금 뭐 드시는 건가요?”

“칡뿌리를 발견해서 칡을 씹어 먹고 있습니다.”

배가 고파서 땅을 파던 교육생들은 칡을 발견해 질겅질겅 씹어 먹었고, 다들 천상의 음식을 먹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생식주 기간 동안 정말로 먹을 것을 하나도 주지 않았고, 교육생들은 피골이 상접해 가며 풀뿌리와 소라, 해조류로 연명을 했는데 하루하루 거지꼴로 변해가고 있었다.

“잠을 못 자는 것보다 배가 고픈 게 더 힘이 듭니다.”

교육생들은 정말로 죽을 것같이 힘들었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영상이 많이 나와 방송국 사람들은 오히려 즐거운 한 주를 보냈다.

“육지에서 연락이 왔는데 상품 백화점이 무너졌다고 하더군.”

“백화점이 무너져? 부실공사 이야기가 나오더니 정말로 무너졌나 보네? 사람들은 괜찮은 거야?”

“다행히 영업 정지를 먹고 보강 공사를 하다가 건물이 무너져 내렸나 봐. 몇 명이 다치긴 했는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네.”

육지와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방송국 사람들이 상품 백화점 이야기를 했고, 다행히 큰 참사는 없었던 것 같았다.

그동안 UDT 훈련 촬영으로 신경을 못 쓰고 있었는데 동민은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보자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세한 건 부대로 돌아가면 확인하기로 했고, 생식주를 마지막으로 UDT의 모든 훈련 과정이 끝났다.

“다들 고생했습니다. 이제 방송국으로 돌아가 편집만 하면 되겠네요. 동민 군도 수고했네. 덕분에 좋은 장면을 많이 건질 수 있었어.”

“저도 혼자였다면 촬영할 수 없었던 영상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방송국 사람들은 동민의 활약으로 계획보다 훨씬 뛰어난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었다.

평소에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는 군대 다큐멘터리는 50분짜리 1부작에서 총 3부작으로 늘어나 편집되었고, 예상 시청률인 3%를 훌쩍 넘어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게 되었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한계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고 부정적이던 군대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돌아섰고, UDT와 특수부대에 지원하는 인원이 극적으로 늘어났다.

동민 역시 부대에 돌아가 홍보 영상을 따로 만들었다.

“우와. 이거 우리나라 군대 맞나? 왜 이렇게 멋있어?”

“짧은 홍보 영상인데 이거 보고 있으니 이상하게 피가 끓는 기분이네.”

동민이 만든 영상을 보고 선임들이 흥분했고, 결과물을 확인한 장교도 바로 영상을 해군 측에 보내 주었다.

“김동민 이병. 해군 측에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달라고 하더군. 그리고 3박 4일 포상 휴가가 나왔다.”

국뽕을 잔뜩 집어넣은 영상은 장교와 부사관의 입맛에 딱 들어맞았고, 민간 홍보용으로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고생해서 만들긴 했지만, 스토리와 화려한 영상이 들어간 홍보 영상은 젊은이들의 애국심을 자극했고, 해군의 지원자가 폭주하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작년보다 해군에 너무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군. 이러다 공군에 병력이 부족할 수도 있겠어. 해결법이 없나?”

“홍보 영상 하나로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저희도 공군 홍보 영상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영상을 말하는 거군. 나도 보았는데 해군이 멋있어 보이더군. 그 영상은 누가 만들었는가?”

대한민국 육군과 해군, 공군에 동민의 이름이 조금씩 퍼지기 시작했고, 동민에게 홍보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 140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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