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41화 (126/265)

< 141 >

동민은 이번에 받은 포상 휴가와 100일 휴가를 합쳐 일주일이 넘는 휴가를 받았지만,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은 관계로 휴가 나와서 만날 친구가 없었다.

리버 피닉서도 동민이 훈련소에 가는 것을 따라와 보고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닐과 쿠안틴도 일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기에 휴가 기간에 맞춰 한국에 방문하기는 불가능했다.

“해군 특수부대 훈련에 참가했다고?”

“정확하게는 훈련을 촬영한 건데 반 이상은 같이 뛰어서 웬만한 기술은 따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군대 가서도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닌다니 은근 잘 어울리는구나.”

한국에 친구가 없는 동민은 휴가를 나와 포장마차에서 최만수와 함께 소주를 마셨다.

“그런데 선배님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밖에서 술을 드셔도 괜찮으세요?”

“내 이미지가 나쁜 남자라 그런지 딱히 건드리는 사람이 없더라고. 가끔 조폭들이 술을 계산하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냥 내가 한 번 더 계산하고 가.”

아직 대한민국에 샌드 시계의 열풍이 가라앉지 않아 여러 사람들이 최만수와 동민을 알아보고는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예전에는 몸이 날렵했는데 군대에 가더니 건장하게 변했구나. 예전에는 흡혈귀처럼 얼굴이 희더니 구릿빛으로 태우니 느낌이 완전 다르네.”

“해군 훈련을 따라다녔더니 금방 타더라고요. 무거운 카메라 들고 뛰어다니니 몸이 두꺼워졌나 봐요.”

뱀파이어랑 인터뷰와 샌드 시계에서는 창백하고 마른 이미지였는데 동민은 군대에 갔더니 선이 조금 굵어지고 남성적인 매력이 더해졌다.

“이제 조금 남자다워졌군. 군 생활 잘 하고 있다니 다행인데 그래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

최만수는 은근 동민을 잘 챙겨 주었고, 약속대로 휴가를 나오자 포장마차에서 술도 사 주었다.

“너 나온다고 했더니 샌드 시계 김중학 PD도 불러 달라고 하더라고, 오늘 오기로 했으니까 조금 있으면 올 거야.”

꼼장어에 오돌뼈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있으니 금방 김 PD가 포장마차로 찾아왔다.

“동민 군은 잠시 못 본 사이에 남자가 되었군. 이전에는 미소년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조금 남성적인 매력이 나오는데 제대하고 한국에서 연기할 생각은 없나?”

“미국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바로 돌아가야죠. 군대에서도 샌드 시계 반응이 뜨겁던데 축하드려요.”

여명의 눈망울과 샌드 시계의 연타로 스타 제작자 위치에 오른 김 PD는 방송국에서의 입김이 강력해졌고, 조금씩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내가 책임지고 자네를 스타로 만들어 주겠네. 미국에서 동양인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무리하지 말고 제대하면 꼭 연락을 주게나.”

연기자에게 부탁을 받는 위치에 오른 김 PD가 동민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동민의 소개를 받고 미국에서 촬영을 하고 온 고속도로 사나이 팀 때문이었다.

고속도로 사나이 드라마 제작팀은 동민의 지시로 닐이 항시 붙어 다니며 지원을 해 주었고, 마이크 베이 감독의 도움으로 엄청나게 화려한 영상을 뽑을 수 있게 되었다.

동민의 도움으로 인해 원래 역사보다 고속도로 사나이는 더 많은 시청률을 기록하게 되었고, 연속으로 대박 드라마를 만든 SBC에서 동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고속도로 사나이 박 프로듀서가 내일 종방연을 하는데 동민군이 꼭 와줬으면 한다고 말하더군. 내일 시간 괜찮은가?”

“드라마에 출연하지도 않은 동민이를 고속도로 사나이 종방연에 부른다고요? 훈련소 가느라 우리 샌드 시계 종방연에도 못 왔는데 거기 간다면 섭섭하겠군요.”

최만수가 도속도로 사나이에서 동민을 찾는다는 소리에 섭섭해했지만, 아쉬운 대로 간접 경험이라도 해 보라며 가 보라고 했다.

“내일 저녁은 부모님과 식사하기로 했는데 끝나는 대로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보통은 종방연에 참석하기 위해 약속을 미루겠지만, 백일 휴가의 하루하루가 소중한 동민은 최대한 많은 스케줄을 소화해야만 했다.

“맛있는 거 사 준다니까 왜 돼지 국밥을 먹는 거니?”

“생각보다 군대에서 바깥 음식을 먹을 일이 많아요. 이상하게 부대 주변에 국밥집이 없어서 이게 먹고 싶더라고요.”

아무래도 부대 위치가 서울 한가운데 있다 보니 외부 출입을 할 기회가 많이 있었고, 선임과 장교들이 동민을 많이 챙겨 주었기에 중식과 치킨, 삼겹살, 돼지갈비를 자주 먹을 수 있었다.

부모님은 아들이 첫 휴가를 나왔기에 고기를 사 주겠다고 하셨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자주 고기를 먹었기에 오히려 평범한 국밥을 먹고 싶었다.

“첫 휴가 때는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를 써서 먹고 다니는데 그렇지는 않은가 보구나.”

“선임 복이 있나 봐요. 다들 잘해 주고 장교분들도 자주 밖으로 데리고 가 밥을 사 주더라고요.”

참모총장이 동민을 챙겨준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고, 샌드 시계에 출연하였기에 부사관과 장교들이 잘 대해주고 있었다.

“잘 지낼 거라 생각은 했는데 예상보다 더 편해 보이는구나. 그건 그렇고, 네가 상품 백화점 기사를 내라고 해서 여기저기 정보를 흘렸더니 내가 표창장을 받게 되었단다.”

상품 백화점의 영업 정지를 먹고 보강 공사를 하던 도중 무너지면서 아빠의 이름이 정부 측에 들어가게 되었고, 감사의 뜻으로 표창장을 받게 되었다고 했다.

“축하드려요. 정말 좋은 일 하셨어요.”

“내가 한 게 아니고, 네가 알려준 대로 한 것뿐인데 이렇게 되었구나.”

“저야 군대에서 말만 하고 지냈고, 직접 행동한 건 아빠니까요.”

어차피 미국으로 돌아가 활동할 거라 표창장 같은 건 필요 없었고, 한국에 있을 아빠가 받는 것이 동민에게도 더 좋았다.

그렇게 모둠 고기와 돼지국밥을 부모님과 먹으며 이야기를 하다가 동민은 고속도로 사나이 종방연이 열리고 있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오! 우리의 은인 다니엘 군이 오셨군.”

“그냥 편하게 동민이라고 불러 주세요.”

“하하. 닐과 마이크 베이 감독이 어찌나 다니엘 이야기를 많이 하던지 입에 붙어 버렸네.”

이미 술을 얼큰하게 마신 박 PD가 동민을 격하게 환영했고, 촬영 스태프와 배우들이 처음 본 동민에게 관심을 보였다.

“자. 이쪽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니엘 킴 군이라네. 뱀파이어랑 인터뷰에 출연했고, 샌드 시계에도 나왔었지. 군대에 갔다더니 더 섹시하게 변했구만. 동민 군의 도움으로 미국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으니 다들 잘 대해 주게나.”

종방연에 모인 사람들이 동민의 등장에 손뼉을 치며 환영했고, 동민은 소주잔을 들고 돌아다니며 일일이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작년에 출연하신 영화 보고 뜨실 것 같았는데 드라마에서도 잘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동민과 가장 나이가 비슷한 장우성이 고개를 살짝 빼고 특유의 동작으로 인사했다.

작년에 아홉꼬리여우로 데뷔한 장우성은 20대 초반의 나이로 남자가 봐도 잘생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전생에 비츠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던 장우성이 직접 소주를 따라 주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은 동민도 그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잘생긴 사람 둘이 있으니 분위기가 달라지는군. 처음 보지만 후배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난 이명헌이야.”

“김동민 입니다. 선배님 연기는 즐겨보며 참고하고 있습니다.”

방송국 공채로 데뷔해 하이틴 스타로 자리를 잡은 이명헌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키도 작고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일으키긴 하지만,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이명헌은 할리우드에서 나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데 아직은 드라마에 집중하면서 실력을 키워가는 유망주였다.

“남자들끼리 이야기 하지 말고 우리도 인사 시켜 줘요.”

“나도 아직 소개 못 받았어.”

허주노와 대화하고 있던 국민 여배우 채진실이 동민과 이야기하고 싶어 했고, 허주노도 동민에게 관심을 보였다.

“드라마는 잘 보고 있습니다. 김동민이라고 합니다.”

“군인이라면서요? 지금은 휴가 나온 거예요?”

“네. 백일 휴가를 나왔습니다.”

구석에 조용히 앉아있던 이용애도 다가와 대화에 참여했고, 모두들 동민에게 할리우드 생활을 물어보았다.

“그럼 영어 잘하겠네? 영어 해봐.”

“갑자기 그런 걸 시키시면 혼자서 말하기가 조금 어색하네요.”

“괜찮아. 배우는 어떤 상황에서도 표현을 해야지.”

이명헌은 벌써 부터 할리우드에 관심이 있는지 여러 가지 질문을 하더니 영어를 해 보라고 떼를 썼다.

“우와. 영어 하니까 더 멋있어 보이네. 연하에다 군인이라 아쉽네.”

동민이 능숙하게 영어로 말하자 채진실이 멋있다며 어깨를 두드렸다.

이용애도 동민에게 호감을 보였고, 술을 따라 주는데 동참했다.

“젊어서 그런지 술도 잘 마시네.”

화려한 출연진에 긴장했던 동민도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하다 보니 금방 친해졌고,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 마시다 보니 금방 취해 버렸다.

“제대하고 바로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연기는 안 할 거야?”

“감독을 하려고 공부하고 있어요. 학교도 휴학하고 왔는데 졸업은 해야죠.”

“자주 보고 싶은데 군대에 있으니 그것도 쉽지 않겠네.”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민과 친분을 쌓고 싶어 했지만, 군인이라 아쉬워했고 휴가 나오면 맛있는 걸 사주겠다며 연락처를 알려 주었다.

“부대 복귀 잘하고, 다음에 나오면 꼭 연락해.”

“누나도 맛있는 거 사 줄 테니까 연락 안 하면 부대로 찾아간다.”

이명헌과 채진실이 꼭 연락하라며 신신당부를 했고, 아직 신인인 장우성은 동민을 조금 어려워했다.

허주노와 이용애는 다치지 말고 군 생활을 잘하라며 인사를 나누고 돌아갔다.

“동민 군은 역시나 인기가 많군. 방송국에서도 자네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온다네.”

“군인에다 미국으로 돌아갈 건데 조만간 잊히겠죠.”

“과연 그럴까?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거지.”

“그래도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백일 휴가를 재미있게 보냈네요.”

“당연히 초대해야지. 미국에서 자네 덕을 얼마나 많이 봤는지 몰라서 그래. 닐이라는 분의 인맥과 능력이 대단하던걸.”

종방영 회식을 끝내고 돌아가려는 동민에게 박 PD가 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고, 다음에도 해외 촬영을 하게 되면 도와 달라고 했다.

그와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고, 숙취로 다음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서대진이 찾아왔다.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뮤직 비디오 찍어야 하는데 괜찮겠어?”

“부대에 있을 때 콘티는 다 만들어 뒀으니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장소도 생각해 뒀으니 장비랑 스테프만 구하면 돼요.”

시간이 빠듯하긴 했지만, 서대진과의 약속대로 백투홈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주었고, 짧고 빡빡한 백일 휴가를 끝내고 부대로 복귀했다.

“동민아 방송국에서 너 찾아왔더라.”

복귀 신고를 하자 부사관이 MBS에서 찾아왔다며 동민에게 명함을 건네주었다.

< 141 > 끝

ⓒ 돈많을한량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