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 >
일본에 도착한 동민은 포키 몬스터를 개발 중인 게임 후리크로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방학이라 잠시 들렀어요.”
“벌써 일 년이 지났구나. 잘 지냈니? 키도 자란 것 같은데?”
게임 후리크의 대표인 타지 사토시는 본격적으로 포키 몬스터 캐릭터를 만들고 있었고, 아주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프로젝트는 잘 되고 있으세요?”
“장기 프로젝트이다 보니 준비해야 할 것이 많구나. 개발에 집중하고 싶은데 회사도 운영하고 직원 관리도 하다 보니 쉬운 게 아니네.”
포키 몬스터 개발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동민은 작년에 미리 미끼를 흘리고 갔고, 이번에도 타이밍을 보고는 은근슬쩍 투자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월세랑 직원 인건비 내는 게 쉽지 않구나. 지금도 은행에 사업 대출을 받았는데 일본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추가 대출이 힘들어졌어.”
큰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잠시만 유동할 금액이면 된다며 타지 사토시가 한숨을 쉬었다.
그동안 여러 번 투자를 해 본 경험이 있는 동민은 사토시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돈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했고, 게임 후리크의 지분 1%를 받아 내는 데 성공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쉬운 법이지. 지금은 1%이지만 앞으로 점점 지분이 늘어나겠네.’
포키 몬스터가 정식 발매되려면 아직 2년 이상 남아 있었고, 자금 위기가 몇 번은 더 찾아오게 된다.
아무래도 이미 투자를 받았던 동민에게 다시 손을 벌리기가 편할 것이고, 동민은 계속해서 게임 후리크, 아니 포키 몬스터의 최종 지분을 늘려나갈 계획이었다.
일본에서 목표했던 바를 이룬 동민은 다시 비행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갔다.
“동민아 너도 세탁소에서 오래 일했으니 어떻게 운영하는지 잘 알고 있을 거라 믿는다. 수선은 내가 돌아올 때까지 받지 않는 것으로 하고 세탁만 받거라.”
“직원들은 그대로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혹시나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드릴게요.”
그동안 휴일 없이 일만 하던 삼촌네 가족은 동민에게 세탁소를 맡겨 두고 한국으로 휴가를 떠났다.
벌써 동민이 세탁소에서 지낸 지 10년 가까이 되었기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다.
큰 걱정 없이 삼촌은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출발했고, 동민은 혼자 남자 바로 지인들을 세탁소로 불러들였다.
“떡볶이 해 줘요. 다니엘이 한국 가니까 간식이 줄어서 힘들었어요.”
“난 양념치킨 먹고 싶어요.”
가장 먼저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 4인방이 놀러 왔고, 이후로 앤젤리나와 드류가 놀러 왔다.
리오와 토비 맥과이어는 촬영으로 바빠 놀러 오지 못했고, 쿠안틴은 자기 집처럼 출퇴근을 하면서 세탁소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잠시간의 자유를 만끽한 동민은 예전에 고용했던 형사가 찾아오면서 바쁘게 돌아갔다.
“요청하신 사진과 도청 녹음은 확보했습니다. 확실히 무언가를 꾸미고 있더군요.”
“그러질 않길 바랐는데 소문이 안 좋더니 나쁜 짓을 하는군요.”
동민이 마이클에게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 아이들을 소개시켜 주면서 조르단과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길 바랐는데 역사는 원래 방향대로 흘러가는 힘이 있었다.
전생처럼 조르단과 마이클 잭선이 아주 친해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번 네버랜드를 방문하게 되었고, 조르단의 친부인 이반 역시 마이클을 만났다.
이후 이반은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친아들의 부양권을 다시 가지고 오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마이클에게 어떤 누명을 씌워 돈을 받아내려고 하더군요.”
“결정적인 증거가 될 만한 자료를 만들어 주세요.”
동민이 형사를 만나고 추가 조사를 의뢰한 며칠 뒤 이반은 마이클에게 자신의 아들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언론에 공개하거나 소송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금 2천만 달러를 요구했다.
이에 마이클은 거절하고 이후 이반을 공갈 혐의로 고소하게 된다.
“다니엘. 네가 말했던 대로 네버랜드에 초대한 아이의 부모가 협박을 했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 거지? 난 좋은 의미로 아이들에게 잘해 준 것뿐인데.”
“세상은 슈퍼스타의 탄생을 좋아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아하는 건 슈퍼스타의 몰락이에요. 마이클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흔들리지 말아요.”
“월드 투어를 떠나기 바로 전에 이런 일이 생기니 마음이 아프긴 하네. 그래도 내 변호사들이 일을 잘 처리해 줄 거야.”
마이클은 변호사를 믿고 있었지만, 그들이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가 투어를 떠나자 친아들의 양육권을 가지고 온 이반이 조르단을 심리상담 의사에게 보내고 의사가 마이클의 성추행을 아동복지국에 신고하게 된다.
이후 강력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안 그래도 정신적으로 약한 마이클은 큰 고통을 받게 되고, 육체적으로도 조르단의 증언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은밀한 신체 부위를 수차례 촬영 당하게 된다.
이후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마이클의 몸과 마음이 무너지게 되고, 법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지만, 이반에게 더 이상 소송하거나 언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조르단에게 1,500만 달러, 부모에게 4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한다.
“같은 일이 생겨나게 둘 수는 없지.”
동민이 미리 알고 여러 증거자료를 모으긴 했지만, 미국 변호사 시스템이라든지, 소송에 관해서는 잘 모르기에 막상 진행하려니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인 중에 이런 일이라면 전문가가 한 명 있기에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미스터 잭선에게 그런 일이 있었군. 걱정하지 말게 내가 잘 처리해 주겠네. 마이클을 소개도 시켜 줬는데 이것으로 더 친해질 수 있겠군. 연락해 줘서 고맙네 다니엘.”
“역시 도날프 트럼 씨에게 연락하길 잘했네요. 자료는 보내 드릴 테니 잘 부탁드려요.”
동민이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나혼자 집에 뉴욕편을 찍을 때 만났던 도날프 트럼이었다.
그게에 마이클 잭선을 이미 소개시켜 주었고, 권모술수라면 미국에서 손에 꼽히는 그이기에 이반 정도는 찜 쪄 먹을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감히 내 지인을 건드릴 생각을 하다니 내가 먼지 한 올까지 탈탈 털어주도록 하지.”
“마이클에게는 미리 연락해 둘 테니까 직접 통화하시면서 진행하시면 될 거예요.”
“마음이 여린 친구 같던데 고생이 심하겠군. 하지만, 이제는 안심해도 될 거야.”
그의 호언장담대로 이반이 아무리 꾀를 낸다고 해도 미래에 미국 대통령이 되는 사람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동민은 마이클에게 전화를 걸어 우연히 조르단의 친아버지인 이반을 마주쳤는데 이상한 낌새를 느껴 그에게 미행을 붙였다고 말해 주었다.
그가 동민을 걱정하면서도 고마워했고, 도날프 트럼에게 일을 처리하도록 부탁했으니 잘 마무리될 거라고 전해 주었다.
“이제 난 할 일을 다 했네.”
올해 들어 계속해서 마이클 잭선의 사건 때문에 신경이 쓰였는데 도날프 트럼에게 모든 일을 넘기자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이후 이반은 도날프 트럼이 말한 대로 사기죄와 여러 범죄가 밝혀지면서 마이클에게 소송을 걸기도 전에 몰락해 버렸고, 마이클의 사건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에 사라졌다.
“다니엘 정말 고마워. 이 생각만 하면 밤에 잠이 안 왔었는데 이제는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네요. 그리고 네버랜드도 웬만하면 정리해요. 아니면 최소한 확장은 그만두고요.”
“그대로 가지고 갈 생각이었는데 다니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네. 이번에 돌아가면 매니저랑 이야기해 볼게.”
네버랜드에 애착이 강한 마이클이 계속해서 놀이 기구를 늘리고 확장하고 있었는데 그만큼 유지 보수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갔다.
입장객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사비로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이야 마이클의 최전성기이고 벌어들이는 돈도 엄청나기에 별 부담이 없지만, 미래에는 네버랜드로 파산까지 하게 된다.
평소라면 동민의 잔소리를 흘려들었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동민의 말을 귀 기울여 듣게 되었다.
“걱정했는데 아무 일 없이 잘 있었구나.”
“그러게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네요. 한국은 어떠셨어요?”
마이클의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흘렀고, 한국에 휴가를 떠났던 삼촌이 미국으로 돌아왔다.
“정말 많이 변했더구나. 내가 떠난 사이 발전한 한국을 두 눈으로 직접 보니 가슴이 뿌듯하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들었단다.”
“앞으로는 종종 다녀오세요. 세탁소는 제가 보거나 정 안 되면 잠시 닫으면 되잖아요.”
“닫는 건 안 되지. 그래도 휴가는 다녀오는 게 좋겠구나. 그건 그렇고 네가 만든 뮤직비디오 반응이 뜨겁더구나.”
동민이 만든 서대진과 아이들의 뮤직비디오는 미국으로 온 이후 공개되었고, 대중과 영상 관계자에게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다.
뮤직비디오의 감독을 찾기 위한 문의가 아빠에게 엄청 쏟아졌지만, 아직 고등학생인 자신의 아들이 만들었다는 걸 공개하기 힘들어 비밀에 부쳤고, 감독은 미국에서 온 다니엘이라는 것만 이야기했다.
“서대진과 아이들 소개도 받았는데 네가 세탁소에 있다고 하니 다들 궁금해하더구나. 미국에 오면 세탁소에 놀러 오라고 했다.”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가수도 만나보고 오셨네요.”
“나는 패티 장 선생님이 더 좋은데 젊은 가수는 만나서 뭐 하겠니. 아! 뮤직비디오에 궁금한 게 있다며 물어봐 달라고 하더구나.”
“어떤 부분이요?”
“뮤직비디오 장면 중에 김치를 먹는 장면이 있는데 무슨 의미인지 인터뷰가 많이 들어온다고 하더라고.”
쿠안틴이 여성의 발에 집착하듯 동민은 김치에 집착하고 있었고, 서대진과 아이들의 뮤직비디오에도 여지없이 김치가 등장했다.
“그건 별다른 의미는 없어요.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이후로도 동민은 자신이 만든 작품에 빠지지 않고 김치가 나오게 되는데 첫 작품인 뮤직비디오가 그 시작을 알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동민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뮤직비디오는 한국에서 큰 반응을 일으키다 일본과 홍콩에서도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러면서 미국으로까지 수출되게 되는데 서대진과 아이들이 주로 한국에서 활동했던 과거와는 다른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삼촌은 뮤직비디오 질문이 끝나고,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네 아버지가 이번 겨울에는 미국에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구나. 그동안은 가수 일로 바빠서 시간이 없었는데 가을에 계약이 만료된다며 섭섭해하면서 좋아하더라.”
“고생하긴 하셨죠. 그래도 잘 마무리되어서 다행이네요.”
삼촌이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일이 있었던 여름 방학이 끝이 났고, 어느덧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동민은 학교로 돌아갔다.
이미 대입 준비가 거의 끝났기에 입시 준비를 따로 해야 할 것은 없었고, 평소와 같이 학교와 세탁소를 오가며 쿠안틴과 닐을 만나 영화 이야기를 하며 일상을 보냈다.
“벌써 가을이 찾아왔네요. 이제 내년에 투자할 영화 준비를 하셔야죠.”
닐은 동민에게 내년에 제작될 영화의 포트폴리오를 건네주었다.
< 103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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