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02화 (87/265)

< 102 >

“아! 그거요? 저는 자신 있는데 괜찮겠어요? 사실 제가 만들게 되면 더 여기서 더 유명해질 수도 있어요.”

동민과 현철이 둘만의 대화를 나누자 옆에서 듣고 있던 형섭과 준호가 궁금해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예전에 동민이가 내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거든. 1집 데뷔곡 뮤직비디오는 이미 만들었으니까 2집 하연가 뮤직비디오 만들면 되겠다. 방학 동안 할 수 있는 거지?”

현철이 동민에게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달라고 하자, 양형섭과 이준호가 깜짝 놀라며 그를 말렸다.

“고등학생한테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달라고? 그건 아니지. 동민아 너 뮤직비디오 만들어 본 적 있어?”

“영화는 작년에 만들어 보긴 했어요. 영상 편집이랑 기획 촬영은 많이 해 봤으니까 어렵지 않아요.”

쿠안틴과 함께 개들의 저수지 영화를 만들었고, 전생에는 뮤튜브 편집을 수없이 했기에 자신 있었다.

거기다 아직 한국 뮤직비디오는 캠코더로 촬영한 낮은 품질의 영상이어서 동민 혼자 만들어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오히려 미래에서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K 뮤직비디오를 수없이 보아왔기에 힘을 빼고 시대에 맞추어 만들어야 했다.

“정 의심스러우면 제가 만든 버전이랑 직접 만든 버전 두 가지를 비교해서 선택하는 거로 해요. 대신 제작비는 받지 않을게요.”

자신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처음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 아직 고등학생 신분인지라 동민은 사비로 뮤직비디오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자 형섭과 준호도 동의했고, 동민이 원하는 대로 협조해 주었다.

“영상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형들이랑 회의해서 콘티 만들고 수정한 다음에 장비랑 현장 세팅 끝나면 촬영은 하루면 될 거예요. 편집은 아빠한테 부탁해서 방송국 기기 사용하면 이삼일이면 끝날 거고. 음악 더빙은 스튜디오에서 하면 되니까 넉넉잡아 2주면 마무리되겠네요.”

동민의 설명을 들은 두 사람은 아직 미심쩍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비용도 안 들고 결과가 별로면 전문가의 뮤직비디오를 선택하면 되기에 가만히 있었다.

반면 리더인 서대진은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기에 재미있어하며 동민에게 멋있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어떤 컨셉을 원해요?”

“일단 랩이랑 댄스가 들어가니까 춤 장면이 잘 나왔으면 좋겠어.”

“미국 힙합 뮤직비디오처럼 만들어 줘.”

서대진과 아이들의 여러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고, 동민은 그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컨셉과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이전 뮤직 비디오의 분위기도 섞어야 하니까 한번 볼게요?”

동민은 살짝 기대하며 서대진과 아이들의 데뷔곡인 난 알지요의 뮤직 비디오를 보았다.

끝까지 본 동민은 충격과 공포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멋있지? 공장에서 드라이 아이스 틀어 놓고 촬영하니까 느낌 있더라.”

“스튜디오에서 춤추는 것도 여러 번 하느라 엄청 힘들었지.”

스튜디오에서의 촬영은 전체 조명을 너무 강하게 트는 바람에 콘트라스트가 전부 날아가 뭘 보는지 분간하기 힘들었고, 댄스 장면에서는 줌인과 줌아웃, 카메라 워크를 너무 남발해서 동작을 하나도 알아볼 수 없었다.

일부러 캠코더로 촬영한 흔적을 남기기는 했지만, 화질도 너무 별로라서 어두운 클럽이나 노래방에서 틀어줄 목적으로 만든 느낌이 강했다.

‘아직 뮤직비디오 제작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 미래의 한국은 뮤비 맛깔나게 잘 뽑기로 전 세계에서 유명해지는데 너무 비교되네.’

고쳐야 할 게 산더미이기에 1집의 뮤직비디오는 무시하고, 그냥 동민 마음대로 만들기로 했다.

“일단 시나리오랑 콘티를 만들어 올게요. 이런 컨셉이면 1주일이 아니고 이틀이면 완성할 수 있겠네요.”

아직 뮤직비디오에 스토리가 담기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영상미에 집중하는 거로 하고, 시나리오를 하룻밤 만에 완성시켰다.

“오. 한국 클럽을 흑인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서대진과 아이들이 나타나서 접수한다는 내용이라고? 재미있겠는데?”

“무대에서 직접 쇼다운을 하는 장면도 들어가니까 미리 연습해 둬요. 상대 흑인 댄서는 아는 사람 있으면 섭외해 주세요. 저는 한국에 아는 댄서가 형들 말고는 없어요.”

“이태원 클럽에서 알던 친구들이 있으니 내가 연락해 볼게.”

장소도 형섭과 준호가 알아봐 주었고, 스튜디오는 아빠가 구해 주었다.

카메라는 캠코더가 아닌 35미리 영화 카메라를 대여했고, 조명과 조명기사까지 구했다.

장비 대여비가 많이 들긴 했지만, 워낙 돈이 넘쳐나는 동민이기에 최고급으로 전부 준비했다.

어떻게 보면 동민의 첫 작품이 되는 뮤직비디오인데 대충 만들고 싶지 않았다.

“우와. 여기 클럽이 원래 이렇게 멋있었나?”

“소품으로 세트를 조금 손봤어요. 영상에 나오려면 분위기를 맞춰야 해서요.”

동민은 미리 그들이 입고 나올 의상과 해어스타일을 확인했고, 거기에 매칭되는 소품을 준비했다.

“직접 카메라를 찍는 거야?”

“촬영 기사님을 쓰려고 했는데 원하는 카메라 무빙이 있어서 그냥 직접 찍으려고요. 오늘 마무리해야 하니까 실수 없이 잘해 봐요.”

뮤직 비디오 촬영을 도와주기 위해 고용된 스태프는 어려 보이는 동민이 감독을 한다는 이야기에 조금 무시했지만, 전문적으로 준비하는 모습과 현장을 사로잡는 카리스마에 군말 없이 따르게 되었다.

“컷! 여기서는 안무 포인트를 살려야 해요. 손 끝 동작까지 신경 써 주세요.”

동민의 꼼꼼한 지적에 뮤직비디오의 완성도가 계속 높아져 갔다.

서대진과 아이들은 전문 배우가 아니고 가수인데 카메라 안에서는 영화 같은 느낌이 나왔다.

“컷!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짝짝짝~

고등학생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서대진과 아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그가 기획사 대표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동민을 무시했던 사람들은 촬영이 끝나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아이고 힘들어. 오늘 춤을 몇 번 춘 거야?”

“동민아 너 카메라 드니까 다른 사람이 되더라. 멋있던데?”

“고생하셨어요. 힘들었겠지만, 그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예요.”

아직 흔하지 않은 헤어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불러 출연자 모두 신경 썼고, 교차 편집을 위해 카메라도 5대나 사용했다.

4분짜리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필름 값만 수백만 원이 넘게 들었지만, 영화에 비하면 이 정도 지출은 아무것도 아니기에 동민은 최고들로 준비해 촬영을 마쳤다.

“그런데 넌 안무 포인트를 어떻게 잘 알고 있는 거야?”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에서 항상 지적받던 건데, 제가 카메라로 보니 눈에 쏙 들어오더라고요.”

의외로 디주니에서 춤과 노래를 했던 것이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형섭이 형이랑 준호 형이 오늘 가장 고생했는데 뒤풀이 가야죠. 다 같이 고기 회식 하러 가요.”

고깃집을 통으로 빌려 스태프들과 함께 단체 회식을 했는데 회식비는 서대진과 아이들이 계산했다.

“내가 조명 기사만 10년 넘게 하고 있는데 너처럼 정확하게 쓰는 사람은 처음 봤어. 어디서 배운 거니?”

“제가 할리우드에 살고 있는데 영화감독님을 많이 알아서 그분들에게 배웠어요.”

영상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미국에서 바다 건너온 동민의 촬영 방식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단 하루만 함께 작업을 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며 고마워했다.

동민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첫 작품이었지만, 뮤직비디오이기에 부담을 덜고 재미있게 작업했다.

아직 미성년자이기에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은 동민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임대해 둔 편집 작업실로 찾아갔다.

장면을 미리 다 계획하고 촬영해 큰 흐름은 금방 편집이 끝났지만, 같은 장면에서 더 좋은 구도를 찾아 카메라 체인지를 하는 것이 가장 오래 걸렸다.

“미래에서 쓰던 편집 프로그램이 있으면 훨씬 더 빨리 작업을 했을 건데 기기가 쓰기 불편하네.”

영화 필름을 사용하였기에 몇 장면은 직접 필름을 오려 붙여가며 편집했고, 3일 뒤 더빙까지 완료된 동민의 첫 작품이 완성되었다.

“동민아 괜찮니? 엄청 피곤해 보이는데?”

“3일 밤샜어요. 뮤직비디오 완성했으니까 직접 봐요.”

동민은 완성된 비디오테이프를 건네고, 소파에 쓰러져 눈을 잠시 감았다가 그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텔레비전 앞으로 이동했다.

“리액션 비디오도 찍어야지.”

미래에는 가수들이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처음 보는 장면을 찍어 올리기도 하기에 동민도 해보고 싶었다.

“이야! 시작한다. 화질이 엄청 좋은데?”

“오! 우리가 미국 힙합 가수처럼 멋있게 등장하는걸?”

처음에는 서대진과 아이들이 뮤직비디오를 보며 좋아하다가 점점 말이 줄더니 끝날 때까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꿀꺽.”

“도… 동민아… 이거 좀 심각한 것 같은데?”

“왜 그래요? 문제라도 있어요? 수정하려면 전부 다시 편집해야 하는데.”

동민이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자 그게 아니라며 다시 말했다.

“너무 잘 만들어서 이대로 방송에 나가면 큰일 날 것 같아.”

“와! 미국에서 영화 만들었다더니 정말로 우리 뮤직비디오를 영화 같이 만들었네.”

“마음에 든 거예요? 다행이네요. 혹시 이상한가 걱정했어요.”

“미국에도 이렇게 멋있는 뮤직비디오는 없을걸? 마이클 잭선 뮤직비디오는 너무 기니까 예외로 하고.”

반응이 좋아 동민이 안심했지만,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뮤직비디오에 힘을 주는 건 1999년 발라드 가수인 조승모를 통해 시작되는데 너무 시대를 앞선 작품을 만들어 버렸다.

뮤직비디오가 방송에 나간 뒤로 서대진과 아이들의 데뷔 때와 같은 충격적인 반응이 나오고 뮤직비디오를 만든 감독을 찾게 되지만, 동민은 이미 한국을 떠나 전설로 남게 된다.

“이 정도면 대학교 입시 자료로 쓰기에 부족하진 않겠네요. 혹시 미국에서 확인 전화 오면 잘 이야기해 줘야 해요.”

“나 영어 못하는데?”

“계약서를 영문으로 하나 만들어야겠네요.”

무사히 뮤직비디오 제작이 끝났고, 한국을 떠나기 전에 다 함께 주라식랜드를 보러 갔다.

“우와! 정말로 유전자를 이용해 공룡을 살려 낸 거야? 미국에 있는 섬에 가면 저 공룡들을 볼 수 있어?”

“공룡은 로보트랑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거예요. 설마 진짜로 공룡을 살려 냈겠어요.”

이준호가 주라식랜드를 보고 사실로 믿어버렸고, 한국에는 미국에서 실제로 공룡을 복원했다는 루머가 돌 정도였다.

“동민아 우리 다음 뮤직비디오에 공룡이 나오게 할 수 있을까?”

서대진은 주라식랜드를 보고 뮤직비디오에 공룡을 넣고 싶어 했다.

“저 영화 만드는 데 예산이 얼마 들었는 줄 아세요?”

“글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20억 정도?”

“7천만 달러니까 환전하면 700억 정도 되겠네요. 4분짜리 뮤직비디오에 넣으려면 여유 있게 50억 정도만 투자하면 만들어 달라고 해 볼게요.”

주라식랜드를 만드는데 제작비가 700억이나 들어갔다는 말에 없던 일로 하자며 빠른 손절을 했다.

미국에서 해야 할 일이 있는 동민은 서대진과 아이들과 내년에 보자며 작별 인사를 했고, 돌아가는 길에 잠시 일본에 내려 한 회사를 찾아갔다.

< 102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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