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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특히나 많은 영화가 만들어졌고, 닐은 엄청나게 두꺼운 서류를 동민에게 건네주었다.
“앞으로는 이렇게 프린트해서 가지고 오지 말고 이메일로 보내 주세요.”
“안 그래도 요즘은 시나리오랑 투자서가 이메일로 오고 있는데 저는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네요.”
아직 대중적이진 않지만, 인터넷이 조금씩 보급되면서 피씨 통신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메일을 사용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매번 프린트해서 직접 가지고 오는 닐에게 앞으로는 간편하게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따로 부탁했던 유럽에서 만들어지는 영화 리스트는 여기 있어요. 저번처럼 이탈리아 영화를 보려고 그러는 거예요?”
“이탈리아 영화도 좋은데 요즘에는 프랑스에서 좋은 예술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요.”
동민은 닐이 따로 챙겨 온 유럽 영화 리스트를 먼저 확인하다가 찾고 있던 작품을 발견했다.
“더 프로페셔널이라. 제목이 특이하네요.”
동민이 찾은 영화의 미국 제목은 더 프로페셔널이었다.
“갸몽 부에나 비스타 인터내셔날에서 배급하는 영화네요. 미국에서는 투자자를 못 구해서 100% 프랑스 자본으로 만들어지던데 괜찮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데 미국에서 흥행은 어려울 것 같네요. 딱 투자금 회수할 만큼 매출이 나올 텐데 그래도 투자하고 싶으면 해야겠죠?”
시나리오 뒤에는 미국 평론가들의 평가도 함께 첨부되어 있었는데 중년 남성과 초등학생의 로맨스를 표현한 것에 아주 낮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프랑스에 비해서 미국은 대중 문화 면에 있어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중년 남성과 초등학생 여자아이의 부적절해 보이는 교감 장면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액션 장면이 꽤 많은데 프랑스 감독이 잘 찍을 수 있을까요?”
“영상미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감독이니 분명 좋은 작품이 나올 거예요. 해외에서 더 좋은 흥행을 기록할 수도 있고요.”
사건을 끊임없이 터뜨리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일상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소품을 활용해 영화 전반에 서정성과 사실성을 더한다.
감독의 이러한 묘사 덕분에 뉴욕에서 촬영된 액션 영화임에도 프랑스 감성이 넘친다.
감정 묘사와 일상의 묘사가 많음에도 일상과 사건의 완급 조절로 전혀 지루하지 않고, 장면 하나하나와 음악이 아주 조화를 이루는 것도 영화의 백미가 된다.
감독과 친분이 있는 영국 싱어송라이터 스댕이 주제곡을 만들어 주는데 세계적인 히트송이 된다.
“제작비가 1,600만 달러이니까 투자하는데 부담스럽지는 않겠네요. 아마 대부분 프랑스에서 직접 조달할 거라 많이 투자하기도 힘들 거예요?”
“일단은 800만 달러를 목표로 투자해 주세요. 아마 25%인 400만 달러 정도로 좁혀질 것 같긴 하지만요.”
동민이 투자를 하기로 결정한 영화는 뤽 배셩 감독의 리옹이였다.
프랑스의 국민 배우 장 래노가 벙거지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화분을 든 채 뉴욕에서 킬러로 활동하는 영화인데 12살의 나탈리에 포트맨이 이 영화에 나와 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리게 된다.
악역으로 연기하는 개리 올드맨은 이 영화에서 인생연기를 펼치며 그의 연기 대표작으로 남기도 한다.
나름 저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1,600만 달러로 미국에서 2천만, 전 세계적으로 4,500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달성한다.
오히려 영화관에서 내려온 이후 더 유명해지며 비디오나 DVD로 높은 수익을 벌어들인다.
길게 보면 꽤 수입이 좋은 영화기도 하고, 동민도 워낙 좋아했던 리옹은 꼭 투자를 하고 싶었다.
‘이번에 리옹에 나오는 어린 나탈리에 포트맨도 직접 만나 봐야지.’
사심이 잔뜩 들어간 투자였지만,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고, 뤽 배셩 감독과도 친분을 만들어 둘 계획이었다.
“올해 투자한 영화는 성적이 어때요?”
“다른 영화도 괜찮긴 한데 주라식랜드가 워낙 매출이 높아서 혼자서 작년 수익금을 넘겼어요. 여유 자금이 충분하니 마음껏 투자 하셔도 괜찮아요.”
아직 겨울 개봉 영화들이 남아 있었지만, 스필버그 감독이 역대 흥행성적 1위를 기록하고 있던 자신의 외계인 영화 기록을 깨면서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었다.
역사상 최초로 극장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할지를 두고 언론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9억 8천만 달러에서 멈추게 되고 이후 리마스터 작품이 재개봉하면서 10억 달러의 고지를 넘기는 한다.
“예산이 넉넉하다니 그럼 이 영화에도 투자할 수 있겠네요.”
동민이 선택한 영화를 확인한 닐이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이 영화는 너무 예술 영화잖아요. 상업성을 포기하는 것 같던데요?”
“평론가들 사이에서 평가는 좋을걸요? 거기다 영화인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화죠.”
동민이 선택한 영화는 조니 데브 주연에 팀 볼튼이 감독을 맡은 에디 우드라는 영화였다.
에디 우드는 실존했던 할리우드의 감독인데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해 다큐멘터리 기록 영화를 찍으면서 영화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할리우드로 건너와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1948년에 공고, 선포된 ‘최초의 독립영화 작가’로 인정받는다.
그에게는 여장이라는 괴상한 성벽이 있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적군에게 총을 맞는 것 보다 여자속옷을 입고 있는 것을 들킬까 봐 더 무서웠다고 한다.
정식 영화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은데다 자기 영화 곳곳에 괴상한 성벽이나 기행을 집어넣고, 제작자와 자주 충돌을 일으키는 게 일상인데다 영화의 완성도는 하나같이 최악이었기 때문에 “Z급 영화나 만드는 쓰레기 감독”으로 찍혀 할리우드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럼에도 영화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아 저예산 성인영화 전문 감독으로 전락하면서까지 영화판을 떠돈다.
말년에는 무일푼에 알코올 의존증이 되어 심장병으로 사망하게 된다.
그의 사망 2년 뒤 역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선정되며 열광적인 젊은 팬을 거느리게 되는 인물이었다.
미국에서는 뒤늦게 70년대에 들어 40~60년대 공포영화가 유행하게 되는데 이때 젊은이들은 엉망진창인 에디 우드의 영화에 푹 빠져들게 된다.
유명 소설가인 스티븐 킴도 그중 한 명이였는데 그는 젊은 시절 친구와 함께 싸구려 심야극장에서 에디 우드의 영화를 보는데 영화관 주인이 영화 상영을 갑자기 중단하고 자신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아이가 태어났으니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팀 볼튼 감독 역시 에디 우드 감독의 열렬한 팬이었고, 그의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이다.
그의 패르소나인 조니 데브가 에디 우드의 열정적이면서도 괴짜스럽고, 순수한 모습을 놀라울 정도로 소화해 큰 화제가 되기도 하고, 벨라 루고시 역을 맡은 마틴 랜도는 남우조연상을 수상한다.
팀 볼튼 감독은 처음으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게 된다.
영화를 너무 못 만들어 오히려 전설이 된 에디 우드 영화는 수많은 B급 영화 감독에게 선사하는 선물과 같은 영화가 되고, 모든 영화인들에게 사랑을 받지만, 대중들에게는 별로 사랑받지 못하게 된다.
제작비 1,800만 달러를 들여 흥행 수입 1,300만 달러를 달성하면서 큰 적자를 기록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동민은 친한 조니 데브와 팀 볼튼 감독의 영화에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리고 싶지만 다니엘이 선택했으니 의외로 성공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여기에는 얼마나 투자하실 건가요?”
“제작비의 10%인 180만 달러만 투자 하는 거로 할까요? 가능하면 100만 달러만 하고 싶은데 그래도 성의는 보여야겠죠?”
“최대 180만 달러지만 가능한 적은 액수를 투입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나마 동민이 조금만 투자한다는 것에 닐이 안도했다.
“팀 볼튼 감독님 영화에 투자하셨으니 이번에 복귀하시는 카메룬 감독님에게도 투자하실 건가요? 아놀드가 이번에도 주인공으로 나오던데요?”
이번에는 동민이 닐의 이야기를 듣고 이마를 짚으며 인상을 썼다.
“카메룬 감독님은 새로운 기록 세우는데 재미 들리신 것 같아요. 기왕이면 매출 기록이 좋은데 계속 제작비 기록 달성에 힘쓰시네요.”
“하하. 이번 제작비도 많긴 하네요. 1억 2천만 달러네요.”
털미네이터 2편을 찍은 이후로 카메룬 제임스 감독은 다시 아놀드를 주연으로 한 복귀작을 준비 중이었다.
아놀드가 스파이로 나오는 첩보 액션 영화 인데 007 시리즈와는 지향점이 다른 액션 코미디 영화였다.
영화에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해리어 비행기가 나오기도 하고, 작품 후반부에는 해상 다리 폭파씬도 나오는데 폭발 장면은 미니어처 모형으로 처리하지만, 이후 다리가 무너지는 장면은 실제 다리를 무너트려 버린다.
그나마 철거가 예정되어 있던 다리를 무너트리긴 하지만, 흥행을 위해 멀쩡한 다리를 진짜로 폭파시켰다는 헛소문이 돌게 되고, 할리우드에서만 가능한 아메리칸 스타일이라면서 한국 뉴스에 해외 토픽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영화의 스토리는 자신이 스파이임을 숨기고 있는 아놀드가 아내와의 여러 해프닝 끝에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음모를 저지한다는 내용인데 테러리스트가 너무 멍청하게 나오고 너무 미국 지상주의가 강해 중동 국가에서는 상영이 금지되기도 한다.
카메룬 감독의 영화 트루스 라이는 제작비 1억 2천만 달러로 털미네이터 2편에 이어 또 다시 최대 제작비 기록을 갱신하지만, 미국 흥행은 1억 4,600만 달러에 그치고, 전 세계 총 흥행은 3억 7,800만 달러를 기록하게 된다.
손익분기점인 제작비 2배를 넘기기는 하지만, 들어간 제작비에 비해서 그다지 큰 흥행을 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도 공평하게 10%인 1,2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거로 하죠. 가능하면 1천만 달러로 줄여도 좋고요.”
“시나리오는 재미있는데 흥행하지 않을 것 같으세요?”
“흥행은 적당히 할 것 같은데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회수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카메룬 감독님이 제작비 쓰는 걸 너무 좋아해서 큰일이네요.”
영화에 나오는 해리어 전투기는 미 해병대에서 실제 비행기를 지원해 촬영하게 된다.
해리어 전투기가 매버릭 미사일을 발사해 다리를 폭파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미사일 4발을 발사하는 걸 그대로 촬영한다.
카메룬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해리어 3대와 미사일 4발, 조종사를 지원받는데 그나마 다행히 임대료로 고작 10만 달러만 지불한다.
“여보세요? 카메룬 감독님 저 다니엘이에요.”
“동민이구나. 무슨 일이니?”
투자를 결정한 동민이 이미 영화 촬영을 시작한 카메룬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워낙 세탁소에 자주 오던 카메룬은 다니엘이 아닌 한국 이름인 동민이라고 불렀다.
“제작비 투자했다고 연락 드렸어요. 영화 재미있게 만들어주세요.”
“하하. 당연히 투자해야지.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뛰어난 액션 대작을 만들어 가마.”
“겨울 방학에 현장에 방문할게요. 배우랑 스태프 너무 괴롭히지 말고 촬영 하세요.”
무자비한 제작비에 투덜거렸던 동민이지만, 사실 전생에 이 영화를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었다.
컴퓨터 그래픽의 대가답게 분간이 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CG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화려한 액션과 중간 중간 잘 들어있는 코미디 요소로 영화 내내 즐겁게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내로 나오는 제이미 커터스와의 연기도 훌륭하고, 골든글러브도 수상하는 트루스 라이에 투자를 했고, 리버 피닉서가 나오기로 한 다음 영화를 집어 들었다.
< 104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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