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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84화 (69/265)

< 084 >

폭동이 지나간 자리에는 불타 버린 상가와 부서진 차만 남아 있었다.

다행히 폭도들에게 살해된 한인은 없었지만, 부상자는 있었고 점포 2,300개가 피해를 입었다.

정확하게 파악은 되지 않지만, 최소 3억 5,000만 달러의 재산피해가 발생했고, 손해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상인들도 꽤 있었다.

“폭동이 끝나서 다행이구나. 정말 로스앤젤레스가 불타 버리는 줄 알았다.”

“할리우드는 괜찮은데 한인 타운이 큰 피해를 입었네요. 괜찮을까요?”

“내가 한인 상인회에 가입되어 있으니 한 번 알아보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겠구나.”

삼촌은 세탁소 자리를 자주 비우면서까지 한인 타운을 자주 방문했고, 저녁에는 한인회 모임에 자주 참석하셨다.

“삼촌 괜찮으세요? 상황이 어때요?”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구나. 피해 복구 모금 활동을 하기로 했단다.”

동민도 직접 가서 보고 싶었지만, 삼촌이 절대 한인 타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셨고, 뉴스와 소문으로만 상황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럼 저도 기부를 해야겠네요. 로스앤젤레스에서 돈을 벌었으니 어느 정도는 환원해야죠.”

“그러면 좋긴 한데 어린 네가 기부라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구나.”

동민이 한인 타운 재건을 위해 기부 준비를 하고 있으니 닐이 찾아와 좋은 생각이라며 안 그래도 기부 이야기를 꺼내려 했다고 했다.

“다니엘 수익이 늘어나면서 세금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어서요. 안 그래도 투자 수익에는 세금이 많이 붙어요. 지금까지는 잘 내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세금을 줄일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 봐야 해요.”

한국에 아빠 회사를 만들면서 투자를 많이 했기에 세금 조절을 할 수 있었지만, 수익이 계속 늘어나다 보니 사업체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동민은 삼촌과 계속 고민을 하다가 한인 타운에 불타버린 부지를 매입하고 거기다 대형 김치 공장을 만들기로 했다.

“안 그래도 실업자가 많이 생겼던데 음식 공장이 생기면 한인 사회에 도움이 되겠구나.”

“제가 주변에 공짜로 나눠 주는 김치만 해도 꽤 많아서 은근 부담되었는데 이번 기회에 공장을 차려서 직접 보내 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김치 전도사로 열심히 활동을 해서인지 한 달에 지인들에게 보내주는 김치만 100포기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 고등학생 신분이긴 하지만, 미국 정부에서 편의를 봐 주었고 이번에 폐허가 된 한인 타운을 복구하는 일이기에 LA 시에서도 서류 처리를 원활하게 도와주었다.

“진정한 김치 전도사라면 김치 공장 정도는 하나 가지고 있어야지.”

자본이 넘쳐나는 동민은 수익을 내기 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해 공장을 만들었기에 위생에 엄청나게 신경을 썼고, 최신 장비와 시설로 만들기로 했다.

“동민아 김치공장을 만든다면서?”

“네, 제가 학교 다니느라 시간이 없는데 잠시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우리 아들이 하는 부탁인데 엄마가 당연히 달려가야지.”

아들의 부탁을 받은 엄마가 한국에서 김치 장인들을 모셔 왔고, 그렇게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 한복판에 초호와 김치 공장이 만들어졌다.

폭동의 여파가 조금 정리되자 여름 방학이 다가왔고,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는 동민의 스케줄이 바빠졌다.

“다니엘. 드디어 그날이 왔습니다.”

“영화 역사상 정지 버튼을 가장 많이 누르게 되는 장면을 찍는 날이군요.”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정말 어렵게 설득한 거니 사고 치면 안 됩니다.”

“스태프로 변장해서 현장에 들어가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다행히 여름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원초적인 본능 영화 중 동민이 보고 싶은 장면 촬영하는 날짜가 맞아떨어졌고, 폴 호벤 감독에게 겨우 설득을 마치고 촬영장에 잠입할 수 있었다.

“샤론 스톤스가 이 장면을 극구 거부했다고 하더군요. 변호사까지 선임했던데요?”

“그래도 다시 마음을 바꿨나 보네요.”

“영화 설정상 중요한 장면이라고 감독이 설득하는 데 성공했나 봐요.”

“폴 감독님이 특이하긴 하죠.”

스튜디오에 도착하자 샤론 스톤스가 몸에 딱 달라붙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높은 힐까지 신어 그녀의 몸매가 강조되어 보였다.

스튜디오 전체가 어둡고 조명이 그녀에게 집중되어 있기에 스태프의 얼굴을 자세히 확인하기 힘들었고, 다들 촬영에 정신이 팔려 동민을 의식하는 사람이 없었다.

완벽한 타이밍에 잠입한 동민은 샤론 스톤스가 의자에 앉아 취조를 당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고,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컷! 다시!”

민망한 노출 장면을 폴 호벤 감독은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해서 다시 촬영했고, 그녀도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나쁜 마음을 먹고 온 동민도 현장에서 직접 보자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에 착한 마음으로 돌아왔고, 현장 스태프와 배우의 프로 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

“다니엘이 호들갑 떨던 만큼 특별하지는 않던데요? 어둡고 멀어서 잘 안 보이기도 했고요.”

“아마 영상으로 보면 다를 거예요. 카메라 앵글의 힘은 강력하니까요.”

원초적인 본능 촬영 현장에는 긴장감과 집중력이 흐르고 있었고, 흥행에 성공할 영화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4,9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미국에서만 1억 1,700만 달러, 해외에서는 2억 3,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샤론 스톤스를 세계적인 섹시 스타로 부상시킨다.

한국에서도 털미네이터의 관객 수인 92만 명을 넘은 97만 명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고 샤론 스톤스가 한국까지 날아와 광고를 찍고 가기도 한다.

‘강한 걸로 주세요, 였나? 아직도 기억나네.’

그녀가 주유기를 차에 꽂으며 했던 대사가 아직도 동민의 기억에 남아있을 만큼 그녀의 영향력은 강력했다.

조용히 현장에서 나온 동민은 비행기를 타고 몬태나주로 날아갔고, 블랙풋 강이라는 곳으로 갔다.

“이번에는 정말로 휴가 나온 것 같네요. 다니엘은 플라이 낚시 해 봤어요? 잘하는데요?”

“처음이에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네요. 닐 말대로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 같아요.”

동민과 닐은 가슴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흐르는 강물에 들어가 플라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전문 낚시꾼이 알려준 대로 박자를 타며 낚싯줄을 흔들자 팔뚝만 한 연어가 잡혔고, 손맛이 엄청 짜릿했다.

생각보다 재미있어 한참을 낚시를 하다 밖으로 나와 생선을 손질하고 숲속에서 바로 잡은 연어를 캠핑 스타일로 구워 먹었다.

“숲 내음도 좋고 버터에 야생 허브를 곁들여 연어 스테이크를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네요.”

“가끔은 이렇게 자연을 느끼는 것도 좋네요.”

동민과 닐이 부른 배를 두드리며 해먹에 누워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이 찾아왔다.

“좋은 시간 보내고 있는데 내가 방해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군.”

“안녕하세요. 감독님. 일하러 왔는데 경치가 너무 좋아서 저도 모르게 즐기고 있었네요.”

“하하. 그만큼 장소를 잘 잡았다는 의미니 걱정하지 말게.”

로버트 감독 역시 블랙풋 강이 마음에 든다며 촬영이 끝나고 따로 놀러오고 싶다고 말했다.

그와 영화 촬영 진행이 어떻게 되었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잘생긴 막내 도련님 같아 보이는 남자가 다가왔다.

“정말 여기까지 찾아왔네? 이거 감동인걸?”

“브래들리 보러 온 건 아니고 감독님도 만날 겸 휴가 보내려고 겸사겸사 찾아 왔어요.”

동민이 돌려서 말했지만, 브래들리 피트는 몬태나까지 날아온 동민을 보고 정말 좋아했다.

그는 예전에 동민의 조언을 듣고 루이스와 델마라는 영화에 어린 꽃뱀으로 나와 인지도를 쌓았다.

이번 흘러가는 강물처럼 영화 역시 동민이 미리 추천해 주어 지원하고, 주연으로 나오게 되었다.

안 그래도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몬태나의 한적한 강까지 찾아와 기뻐했고, 함께 생선구이를 먹으며 촬영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 뉴스에 나오는 거 보고 얼마나 놀랐는줄 알아? 그래도 무사해서 다행이네. 다치지는 않았지?”

“좀 놀라긴 했는데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았어요.”

동민은 그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고, 이번에 김치 공장을 설립하게 되었다는 것도 말해 주었다.

“그렇게 김치를 먹으라고 하더니 결국 공장까지 차리는구나. 이번에도 김치 가지고 왔지?”

“당연하죠. 촬영하다 고기 먹을 일 있으면 같이 먹어요. 구워 먹어도 맛있는 거 알죠?”

브래들리 피트 역시 동민의 영향으로 김치를 먹고 있었고, 몬태나에 가지고 온 김치를 잘 먹겠다며 받았다.

그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다른 배우들도 합류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넌 이름이 뭐야?”

아역 배우 한 명이 눈에 익어 이름을 물어보니 조세프 고든 레빗 이라고 했다.

‘조토끼가 여기도 나왔었구나.’

아직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고든은 이름을 듣고 나니 성인의 모습이 얼핏 겹쳐 보였다.

좋은 연기자가 될 것 같다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열심히 하라고 말해 주고는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갔다.

“두 영화 현장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네요.”

“아무래도 스릴러 영화랑,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가족 드라마 영화다 보니 차이가 크긴 하네요.”

비행기 안에서 동민과 닐은 많이 다른 두 영화 이야기를 했고, 흘러가는 강물처럼이 흥행 할 것 같은지 물어 보았다.

“아마 흥행은 힘들 거예요. 그냥 휴가 즐기고 싶어서 다녀왔다고 생각해야죠.”

북미 흥행 수입이 4,300만 달러로 웬만한 영화 제작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지만, 1,2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었기에 딱히 손해 보지는 않았다.

한국에서도 개봉을 하는데 3,800명의 관객을 기록하지만, 2차 시장에서 소문이 퍼지면서 장기적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게 된다.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 동민은 긴 여름 방학 동안 한국에 다녀올 생각이었고, 출발 하기 전에 아직도 편집 작업 중인 쿠안틴을 찾아갔다.

“컷 편집은 다 끝나지 않았어요? 개봉은 언제 할 거예요?”

“개봉 날자가 잡혔어. 10월 달에 인디필름 영화관에 상영하기로 했지.”

쿠안틴은 영화 음악을 직접 만들 예산이 없었기에 기존에 있는 음악을 사서 영화에 넣고 있었다.

직접 찾아가 곡을 하나하나 구입해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고, 음악을 배치하면서도 계속 다른 곡으로 변경하느라 시간이 꽤 많이 지체 되었다.

동민의 투자와 참여로 원래 120만 달러로 만들어지는 개들의 저수지는 2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졌고, 확실히 동민이 알고 있던 원작보다는 디테일한 퀄리티가 올라가 있었다.

전생에는 총 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쿠안틴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게 되는데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다.

“그럼 작업 잘하고 있어요. 난 한국 다녀올게요.”

“이번에도 홍콩 가는 거야?”

“홍콩은 힘들 것 같고, 대신 일본에는 갔다 올 것 같아요. 기념품 사 올게요.”

쿠안틴과 개들의 저수지 이야기를 나누고 동민은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 08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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