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83화 (68/265)

< 083 >

하필 동민이 한인타운으로 장을 보러 간 날짜는 1992년 4월 29일이었는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킨 날이었다.

폭동으로 도시가 마비되자 히스패닉계도 합류하여 규모가 커지게 되는데 하필 히스패닉 밀집 구역과 한인타운은 가까이 붙어 있었다.

다운타운 남쪽에서 발생한 폭동이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 북쪽으로 이동하던 중 로스앤젤레스 경찰이 백인 거주 구역을 막고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한인 타운으로 폭동을 이동시켰다.

백인들을 향한 분노로 시작한 폭동이라 하더라고 열기가 더해지면서 제어를 상실하게 되었고, 흑인 커뮤니티와 가까이 위치한 한인 타운이 타겟이 되어 공격받게 되었다.

“세상에 이제 무슨 일이냐!”

가게 주인이 소리치며 가게 입구로 달려가다 문 밖에 있는 수많은 폭도를 보고 다시 카운터로 달려왔다.

“이봐 학생. 여기는 위험하니 빨리 도망쳐. 앞에는 폭도가 많으니 뒷문으로 도망가세.”

동민은 순간 전생에 들었던 LA 흑인 폭동이 떠올랐고, 자신이 큰 위기에 놓여 있다는 걸 실감했다.

펑! 화르르~

뒷문으로 나가자 거기에도 흑인 폭도들이 자동차를 불태우며 거리를 채우고 있었고, 동민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마트 주인과 함께 건물 옥상으로 대피했다.

마트 건물은 단일 상가가 아닌 여러 한국 매장이 함께 입주해 있는 커다란 쇼핑 센터였고, 옥상에는 이미 여러 명의 한국인이 대피해 있었다.

“이보게 박 사장, 이게 무슨 일인가?”

“최 사장. 무사해서 다행이군.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하더군.”

“설마 그 로드니 킹 재판 때문에 이러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왜 한인타운에 와서 이러는지 모르겠네.”

옥상에는 중, 장년의 한국인 아저씨들과 가게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고, 어떤 능력자는 유선 전화기를 가지고 올라와 옥상에서 전화선을 딴 다음 연결시켜 주변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저도 집에 전화를 해야 하는데 전화를 쓸 수 있을까요?”

“그래. 부모님께서 걱정하실 텐데 학생이 먼저 써.”

그는 아이나 학생, 여자들이 먼저 전화를 쓸 수 있게 해 주었고, 동민은 세탁소로 전화를 했다.

“삼촌?”

“동민아. 이게 무슨 일이니? 괜찮은 거니?”

“갑자기 폭동이 일어나서 놀라긴 했는데 다친 곳은 없어요. 여기 한인마트 옥상인데 상인분들이 대피하러 올라와서 안전하게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내가 거기로 데리러 가마.”

“아니에요. 차 가지고 오시면 폭도들이 차를 뺏어가니 잠잠해지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동민은 겨우 삼촌을 진정시키고 옥상을 둘러보니 남자들이 어디서 만들었는지 모를 모래주머니를 가지고와 방공호를 만들고 있었다.

“모래주머니 만들기에 제너럴 리가 노망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도움이 되네.”

“그러게 말이야. 장군 출신이 미국 이민 와서 산다고 하기에 별생각 없었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

옥상에 있는 노인 한 명이 장성 출신이었고, 대부분 군대를 다녀온 한국 남자들이 순식간에 방어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조직이 갖추어 지자 폭도가 적은 방향부터 견제 사격을 시작했고, 조금씩 안전지대를 넓혀갔다.

푸다다다~

흑인 폭도들과 한인 상인들이 대치하고 있는데 하늘에서는 경찰 헬기와 방송국 헬기들이 돌아 다녔고, 대치 중인 마트 옥상 장면이 생방송으로 미국 전역에 방출되었다.

“이런. 아직 학생으로 보이는 이도 있군요. 부디 인명 피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뉴스 앵커가 헬기를 바라보고 있는 잘생긴 동민을 발견하고는 그를 확대시켜 뉴스에 내보냈다.

동민이 있는 옥상이 뉴스에서 주목을 받자 다른 방송국에서도 동민을 찍었고, 미 전역에 동민의 얼굴이 나왔다.

“저기 방송국 헬리콥터 같은데 손을 흔들어 줍시다.”

옥상에 있던 사람들이 헬기를 보며 살려 달라고 손을 흔들었고, 몇 명은 헬프미라고 적어 구조 요청까지 했다.

“헬리콥터가 온 것을 보니 경찰이 금방 오겠죠?”

“지금 뉴스를 보니 경찰이 백인 주거지를 먼저 막고 있는 것 같네요. 이쪽으로는 인력을 보낸 다는 말은 없어요.”

경찰 병력이 한인 타운으로는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잠시 화를 내다가 금방 현실을 받아들이고 방비를 단단하게 하기 시작했다.

약 두 시간 정도 지나자 건물 주변으로 폭도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었고, 사람들은 마트와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었다.

“집에 가야 하는데 지금 나가도 괜찮을까요?”

“마트 주변에 차량이 대부분 파손되었고, 대중교통은 다니질 않으니 힘들걸세. 걸어서 갈 생각은 아니겠지?”

다들 걱정을 했지만, 집이 가까운 몇몇은 걸어서 가겠다며 폭도의 수가 줄어 들자 건물을 나서기도 했다.

동민은 세탁소까지 거리가 꽤 멀기에 어떻게 하지 고민하고 있는데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에휴. 위험하다니까 결국 오셨네.”

아슬아슬하게 폭도를 피하며 건물로 다가오는 차는 세탁소 밴이었고, 뒤에는 닐의 차도 함께 오고 있었다.

건물 가까이 차가 접근하자 옥상 위에서 차에 폭도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엄호를 해 주었고, 삼촌이 밴에서 내려 옥상으로 올라왔다.

“동민아 무사하니? 다치지는 않았어?”

“괜찮아요.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어요. 폭도들이 물건만 부수고 훔쳐 갔지 사람을 해치지는 않더라고요.”

옥상에는 대피한 사람이 많이 있었지만, 다행히 다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조니는 여기 왜 온 거예요?”

“다니엘이 뉴스에 나오는데 당연히 와야지. 나 촬영 없어서 시간 많아.”

닐의 차를 타고 조니 데브가 함께 동민을 구출하러 왔고, 사람들은 조니 데브를 알아보고는 신기해했다.

“어휴. 그러다 사고 나면 어쩌려고 했어요. 일단 와 줘서 고마워요. 닐도 운전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다니엘이 다치면 안 되죠. 앞으로는 경호원을 붙여야겠어요.”

닐이 호들갑을 피웠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며 안심시켰고, 여기는 위험하니 빨리 돌아가자고 말했다.

부르릉~~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이야기 하고 있는데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이 차를 가지고 한두 명씩 계속 찾아왔다.

“다니엘! 괜찮니?”

“감독님은 또 여기 어떻게 온 거예요?”

“뉴스에 네가 나오는 걸 보고 찾아왔단다.”

털미네이터 이후로 아직 준비 중인 영화가 없기에 카메룬 제임스 감독도 할리우드에서 지내고 있었고, 뉴스에서 동민은 발견하고는 구하러 왔다고 말했다.

“아놀드한테 전화 와서 자기가 구하러 가야 하는데 로스앤젤레스에 없어서 못 간다고 나보고 구해 달라고 하더구나. 나중에 전화라도 해 주렴.”

“삼촌이랑 조니가 구하러 왔는데 위험하게 왜 오셨어요. 그래도 감사해요.”

이제 정말로 여기를 벗어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폭발음과 화염이 치솟으면서 폭도의 숫자가 다시 늘어났다.

“이런. 히스패닉 갱들이 폭동에 합류했군요. 저놈들은 무장을 하고 있으니 더 조심해야 합니다.”

“아직은 여기를 떠나지 말고, 모두 옥상으로 대피하세요!”

동민이 출발하려는 순간 히스패닉 갱단이 폭동을 틈타 상점을 털었고, 옥상에서는 방어를 위한 총격전이 시작되었다.

“저 구하러 오셨다가 전부 발이 묶였네요. 저들도 여기 오래 있지는 못할 테니 기회를 보았다가 가는 거로 해요.”

소란이 잠잠해지길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앰뷸런스 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운 앰뷸런스 소리와 번쩍임이 가까워지더니 소방차와 구급차, 경찰차들이 마트 건물로 접근했고, 그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확성기로 말했다.

“이곳에 다니엘이라는 한국인 학생이 있습니까?”

동민이 손을 흔들자 경찰 간부로 보이는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와 말했다.

“상부에서 다니엘 군의 안전을 확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저희가 보호해 드릴 테니 어서 떠나시죠.”

“상부에서 저를 구하라고 시켰다고요?”

“자세한 이야기는 안전한 곳에 도착한 다음 알려 드리겠습니다.”

경찰 간부는 동민과 함께 있는 조니 데브를 보고 살짝 놀라더니 털미네이터 2를 만든 카메룬 감독을 알아보고는 더욱 놀라워했다.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올 만하군요. 더 늦기 전에 빨리 출발하시죠.”

“잠시만요. 같은 방향 사람들은 함께 가도 괜찮죠?”

동민이 북쪽으로 가야하는 사람들을 행렬에 포함시켜 출발했고, 경찰과 소방차의 보호를 받으며 세탁소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서 누가 도움을 주신 건가요?”

“저도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저희 소장님과 직접 통화해 보시죠.”

경찰 간부가 전화를 하더니 카운티 소장이라며 바꿔 주었다.

“다치지 않으셨다니 다행이군요. 제가 지금 바빠서 결론만 전달하겠습니다. 케네디 집안에서 보호 요청이 들어왔고, 뉴욕에서 도날프 트럼씨도 정치권에 압력을 넣으셨습니다. 소방차는 마이클 잭선씨가 직접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몸조심하시고 저는 이만 일을 보러 가야겠군요.”

소장의 주변으로도 소음이 들려왔고, 정신이 없어 보이긴 했다.

동민을 무사히 안내해 준 경찰과 소방차도 바로 다른 장소로 이동하자 걱정되어 직접 찾아온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치지 않았다니 다행이구나. 뉴스에서 폭동이 일어났다고 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네가 전화를 해서 안심하긴 했지만, 뉴스에 나오는 걸 보고 어찌나 걱정되던지.”

“나도 뉴스에서 다니엘이 나오길래 세탁소로 찾아왔더니 두 사람이 출발하려고 준비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같이 갔지.”

삼촌과 조니 데브가 세탁소에서 한인타운까지 이동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차가 많이 막히긴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도착했다며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렇게 먼 곳이 아니라서 뉴스에서 보고 바로 출발했는데 시간이 꽤 걸리더구나.”

“감독님도 어쩌시려고 직접 오신 거예요. 별일은 없으셨어요?”

카메룬 감독은 튼튼한 대형 픽업 트럭을 몰고 왔고, 길을 막고 있는 차를 밀면서 도착했다고 말했다.

위험할 뻔했지만, 자신을 걱정해 주고 직접 구하러 와 준 이들에게 고맙다며 인사를 했고, 세탁소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동민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 왔다.

“다니엘. 괜찮아? 뉴스에 너 나오던데 세탁소에 있는 걸 보니 탈출 했나보네?”

앤젤리나와 드류, 리오나르도, 애드워드까지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고, 리버 피닉서와, 탐 크루스, 스필버그 감독 등 여러 사람이 동민이 무사한지 전화가 계속 걸려 왔다.

아직 자세한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한국에도 미리 전화를 해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렸다.

다음 날까지도 하루 종일 전화 통화를 해야 했고, 도와주었던 아놀드의 부인과, 마이클 잭선, 도날프에게도 고맙다며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했다.

동민은 무사히 위험지역을 벗어났지만, 폭동은 계속해서 규모를 키워 갔고, 일주일 뒤 결국 군 병력이 투입되면서 끝났다.

< 083 > 끝

ⓒ 아마기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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