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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80화 (65/265)

< 080 >

겨울 방학이 시작되자 여름과 가을에 쿠안틴과 영화를 함께 만들면서 재미를 느낀 동민은 연말 파티에 참석하지 않고, 나혼자 집에 2편 촬영이 시작된 뉴욕으로 향했다.

“형~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정신없이 지냈네. 맥도 잘 지냈어? 조금 자란 것 같은데?”

1년 만에 만난 맥컬리 퀄컴은 조금 자라 있었지만, 귀여운 모습은 그대로였다.

“나보다는 형이 더 많이 자란 것 같은데요? 키가 더 커졌어요.”

동민도 고등학생이 되면서 어느새 전생의 키였던 170에 도달했다.

전생에서는 2년 뒤에나 170까지 성장했는데 이번에는 벌써 자라났고, 다리가 더 길어지고 얼굴은 오히려 작아졌다.

미국에서 살다 보니 서구적인 모습으로 성장한 데다 세계적인 미남들을 항상 보아서 그런지 동민의 얼굴도 매력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만 해도 동민은 거울을 보며 누구 집 자식인지 참 잘생겼다 생각했고, 한국에 가면 미남 소리를 들었지만, 세계적인 미남 배우 지인만 만나면 금방 일반인으로 돌아갔다.

“마이클이랑은 연락 계속하고 있어?”

“네버랜드에 5번 더 갔었어요. 거기 너무 좋아요. 마이클도 착하고 잘해 줘요.”

두 사람은 벌써 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고, 자주 만나고 있었다.

마이클이 동민에게도 전화를 걸어 몇번 초대하긴 했는데 네버랜드에 갈 시간을 만들기 힘들었고, 마이클도 세탁소에 오고 싶어 했지만, 앨범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맥컬리 퀄컴과 인사를 나누고 있으니 촬영 준비로 분주했던 크리스 감독이 찾아왔다.

“정말 왔구나. 한 달간 뉴욕에서 지내면서 촬영 스태프로 참여한다고 했지? 아직 역할을 정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할래?”

“기본적인 건 웬만큼 알고 있으니 감독님이 원하는 포지션으로 도와드릴게요.”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인 동민이 촬영 현장에 참여한다는 걸 다른 스태프와 배우가 싫어할 수도 있었지만, 1편을 찍었던 스태프와 배우가 거의 그대로 나왔기에 모두 동민을 환영해 주었다.

“이번에도 김밥을 먹을 수 있는 거야?”

“뉴욕에는 한식당이 많으니 다른 음식도 많이 가져다 놓을게요. 연말은 따뜻하게 보내야죠.”

1년 만에 만난 스태프들은 그동안 부쩍 자라난 동민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김치 전도사인 동민은 당연하게도 스태프를 위해 한식을 준비해왔고, 현장에 김치 냄새가 풍기지 않도록 시원한 백김치를 함께 제공했다.

“큰 플롯은 전작이랑 달라진 게 없던데요?”

“아무래도 어린이를 위한 영화이다 보니 어려운 것보다 전작의 성공 공식을 확실히 따르는 게 좋겠더라고.”

나혼자 집의 후속편인 뉴욕을 헤매다는 1편의 재탕이라는 약간의 악평을 듣기는 하지만, 2천만 달러라는 적은 제작비로 총 3억 6천말 달러라는 초대박을 터트린다.

장소만 뉴욕으로 바뀌었을 뿐 플롯은 그대로이긴 하지만, 트랩의 강도가 훨씬 강해지고, 강도들이 불쌍해질 정도로 발전하게 된다.

실제로도 의사들에게 1편과 2편을 보여준 결과 해리가 대략 9번 죽고, 마브가 14번을 죽었을 거라는 결과가 나왔다.

두 배우가 온 몸을 불사르며 활약해주고, 맥의 티켓 파워가 아직 살아 있어 2편 역시 초대박을 기록하지만, 같은 플롯으로 맥컬리 퀄컴이 없는 3편은 사람들이 존재도 모를 정도로 망하게 된다.

시나리오와 대본, 콘티를 꼼꼼히 확인하자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바로 옆에 붙어 조감독으로 보조 역할을 맡기로 결정되었다.

나혼자 집에는 2천만 달러의 적당한 예산의 가족 코미디 영화였고, 스필버그 감독이나 카메룬 감독의 블록버스터 영화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쿠안틴과 함께 만든 독립 영화 보다는 인원도 훨씬 많고 정석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졌기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주 많았다.

“감독님은 아이들을 정말 잘 다루시는 것 같아요. 촬영할 때 가장 힘든 것이 아이들이라고 하던데 요령이라도 있으신가요?”

“우리 집 딸내미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대하니 방법이 보이더구나. 고등학생인 너한테는 아직 알려주기 쉽지는 않겠네.”

전작 비행기 장면에서 동민과 함께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크리스 감독의 딸은 이번에도 감독과 함께 까메오로 장난감 매장에서 쇼핑하는 장면에 잠깐 나올 예정이었다.

이후 딸바보의 행보가 계속 이어져 크리스 감독이 만드는 블록버스터 시리즈 영화에 유일한 미국인으로 딸이 다시 출연하기도 한다.

철두철미한 스필버그 감독이나 열혈의 완벽주의자 카메룬 감독과는 다른 온순하지만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꼼꼼한 스타일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에게 열심히 배우다 보니 금방 시간이 흘러갔고, 플라자 호텔의 주인이 등장하는 장면을 찍는 날이 다가왔다.

“저 사람이 도날프 트럼이군요. 키가 엄청 큰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미래에 미국 대통령이 되는 도날프 트럼은 건실한 사업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WWE에 나오면서부터 관종기를 본격적으로 발산하며 텔레비전 쇼에 자주 나오게 되는데 아직은 성공한 비즈니스맨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사가 너무 짧은 것 아닌가? 더 많은 대화를 할 수는 없을까?”

“원래는 대사 없는 장면에 나오실 건데 억지로 대사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더 분량을 늘리면 흐름이 흐트러질 수 있어 안 됩니다.”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아쉽지만 내가 여기서 양보하도록 하지.”

크리스 감독과 도날프의 대화를 옆에서 들어 보니 건실한 사업가의 이미지는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찌 되었든 미래의 동민은 미국 대통령을 바로 앞에서 보고 있으니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도날프 트럼도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동민을 잠시 바라보았다.

“여기 동양인 친구는 누구인가? 이상하게 돈 냄새가 진하게 느껴지는군.”

“나혼자 집에 조감독을 맡고 있는 다니엘이라고 합니다.”

“아직 어린 것 같은데 조감독이라고? 무언가 뒷배가 있는 모양이군.”

특이한 성격에 관종기가 있는 도날프였고 여러 사고를 치기는 하지만, 아무나 미국 대통령 될 수 있다는 게 아니라는 듯이 동민을 단숨에 분석했다.

“하하 예리하시네요. 다니엘은 지난 나혼자 집에 1편의 판권을 100% 소유하고 있고, 이번 2편 역시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입니다.”

크리스 감독의 설명을 들은 도날프는 눈빛을 반짝이며 다시 동민을 바라보았다.

“자네와는 조금 더 깊은 대화를 나누어야겠군. 촬영이 끝나고 식사를 함께 하겠나? 지금은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도날프 트럼 씨가 소유하고 있는 플라자 호텔에 머물고 있어요. 아무래도 촬영장에 가까이 있고 싶어서요.”

“오. 그럼 더욱 잘되었군. 마침 내 사무실도 여기 있으니 종종 보도록 하세.”

도날프는 동민과 저녁 약속을 잡더니 NG 없이 단숨에 촬영을 마무리하고는 떠나갔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도날프는 특이한 사람이라며 동민을 걱정했지만, 괜찮다며 잘 이야기 하고 오겠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날 촬영이 끝나고 동민은 플라자 호텔의 레스토랑에 삼촌이 직접 만들어준 정장을 입고 갔다.

“오~. 동양의 로얄패밀리 같군. 어느 나라에서 왔는가?”

“일찍 와 계셨네요. 도날프 씨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

도날프 트럼은 일본에서 왔냐는 무례가 될 수 있는 질문은 하지 않았고, 동민에게 아주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사실 동민을 만나기 전에 사람을 시켜 동민의 신상정보를 이미 파악해 두었고,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계산을 마친 도날프였다.

도날프는 올해 애틀란틱시티에 있는 타지마할이라는 카지노를 10억 달러 넘는 빚더미에 올려 앉혀 파산 신청을 한 상태였다.

카지노는 사업권을 따기가 어려울 뿐이지 카지노 회사를 파산시키기란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여러 사업을 확장시키며 빚을 늘려 그 어려운 일을 도날프는 해내었다.

거기다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플라자 호텔도 부채가 5억 5천 달러에 이르면서 아슬아슬한 상황이 되었고, 내년에 파산을 신청하게 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04년에 트럼 호텔과 트럼 카지노를 파산시키고, 2009년에는 트럼 엔터테인먼트 리조트까지 파산시켜 버린다.

작년 타지마할 카지노의 파산 이후 은행의 신뢰를 잃은 도날프는 깨달음을 얻었는데 굳이 큰돈을 쏟아부어 부동산과 사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해서 스폰서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이라는 걸 확인했다.

이후 피자 광고, 햄버거 광고에 나가며 자신의 가치를 올리고 텔레비전 쇼에 자주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세계 여러 도시에 자신의 이름을 빌려준 빌딩을 올리면서 돈을 벌게 된다.

이러한 타이밍에 돈도 많아 보이고, 미디어 친화적인 동민을 만나니 아직 어린 동민을 잘 구슬려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하겠다고 마음먹은 도날프였다.

“오늘은 내가 대접할 테니 마음껏 먹게나.”

“감사합니다.”

플라자 호텔에서 도날프 트럼과 단 둘이 뉴욕 스테이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니 지금까지 만나온 유명 감독이나 배우와는 또 다른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술은 안 하시나 봐요. 보통 스테이크를 먹으면 와인이나 맥주를 같이 마시던데.”

“나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단다.”

“시가 잘 필 것같이 생기셨는데 담배도 안 하실 것 같아요.”

도날프 트럼이 술과 담배를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은 꽤 유명한 이야기인데 형이 프레드 트럼 주니어가 알코올 의존증으로 폐인이 되어 사망하였기 때문이었다.

형이 죽기 전에는 종종 술을 마셨지만, 형이 사망한 이후로는 절대로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담배 역시 의외로 피우지 않았는데 백악관 내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관료는 전부 해임시킨다.

이러한 도날프의 금주와 금연을 잘 알고 있는 동민이 하고 있던 고민을 도날프에게 털어놓았다.

“사실 제 지인들이 술이랑 담배는 기본이고, 안 좋은 것에 손을 계속 대려고 해서 고민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변 사람에게 부탁해 신경 써 달라고 하고는 있는데 딱히 효과는 없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대중의 시선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편이긴 하지. 좋은 말로 해서 안 통할 때는 충격 요법이 가장 효과적이란다.”

도날프는 나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직원에게는 “유아 파이어!”를 외치며 충격 요법을 쓴다고 했는데 너무 극단적인 방법이었고, 동민이 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었다.

하지만, 동민의 머릿속에 번쩍 하고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강제적인 방식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지만, 꽤나 큰 영향력이 생긴 지금이라면 이 방법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날프 덕분에 좋은 해결법이 떠올라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이제 그가 동민에게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자네가 할리우드에서 꽤나 큰 손으로 유명하더군. 큰 자금을 운영하기도 하고, 투자하는 영화마다 성공해서 마이더스의 김치라고 불리고 있더라고.”

“그런 별명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제가 김치를 조금 많이 좋아하긴 하죠.”

그러한 동민의 취향을 파악한 도날프는 스테이크 사이드 디쉬로 김치를 준비하는 철저한 모습을 보였다.

“내가 앞으로 미디어에 자주 모습을 보이고 싶은데 작은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네.”

< 08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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