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1 >
아직 어리고 동양인인 동민에게 도날프같이 성공한 사람이 진지하게 자리를 마련해 부탁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마냥 괴짜인 줄 알았던 그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제가 도와드릴 게 있을지 모르겠네요.”
“충분히 있을 걸세. 내가 동부에서 활동하다 보니 서부에 지인이 있긴 하지만, 자네처럼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어서 말이야. 거기다 자네의 인맥이라면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을 걸세.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고 핵심 인물 몇 명만 소개시켜 주면 내가 알아서 진행하도록 하겠네.”
도날프가 가장 원하는 것은 동민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윈프라 쇼에 나오는 것이었지만, 쇼에 일절 관여하지 않기로 했기에 그를 넣어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동민은 좋은 방법이 생각났지만, 먼저 도날프에게 물어보았다.
“제가 도와드리면 어떤 걸 해 주실 수 있는 거죠?”
“자네는 미국에서 가장 좋은 영화학과가 있는 대학이 어디인지 알고 있겠지?”
“그거라면 남가주대학교에 있는 영화학과가 가장 유명하죠.”
“거기 진학할 생각이겠지?”
동민은 당연히 USC에 있는 영화학과에 갈 생각이었는데 도람프가 학교 이야기를 하자 이유를 알 수 없어 살짝 혼란스러웠다.
도날프는 원래 뉴욕 군사학교를 마치고 USC 영화학과를 졸업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려 했었다고 동민에게 말해 주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이미 부동산 재벌이었기에 포덤 대학교에서 팬실버니아 와튼스쿨 경제학과로 편입해 가업을 이어받는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나도 자네처럼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싶었는데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을 살고 있는 젊은이를 보니 예전 생각이 나서 말일세. 당장 필요한 것이 없다면 앞으로 내가 자네가 학교나 사회 활동을 할 때 도움을 주도록 하겠네.”
결국 뒷배가 되어주겠다는 이야기였는데 사고를 많이 치고 관종 짓을 하긴 하지만, 미래 미국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건 꽤 괜찮은 이야기 같았다.
거기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싶었다는 것이 거짓이 아닌지 이쪽 비지니스에 관해 꽤 자세히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던 그와의 식사 시간이 끝나가 결정은 내렸는지 물어보았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긴 하네요. 두 사람을 소개시켜 드릴 건데 분명 만족하실 거예요. 한 명은 마침 다음 주에 여기 오기로 했으니 그때 같이 만나요.”
다음 날 나혼자 집에 촬영장으로 돌아가자 크리스 감독이 궁금했는지 물어 어제 도날프와의 만남이 어땠는지 물어보았다.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특이한 사람이긴 한데 같은 의미로 보통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적당히 거리 두면서 관계는 유지해 보려고요.”
“그래 다른 사람이면 내가 조언이라도 하겠는데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럼 오늘은 어떤 장면 찍어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촬영 장면은 도둑들이 트랩에 걸리는 신이었다.
위험하기도 하고, 영화의 맛을 살려주는 장면이다 보니 준비하는 데만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촬영을 이어가다 보니 일주일이 흘렀고, 나혼자 집에 뉴욕 촬영장에 VIP가 찾아왔다.
“맥!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달라 보이는구나. 잘하는걸?”
“마이클도 외출복 입으니 더 멋있어요. 나 보러 온 거예요?”
“공연이 있긴 한데 맥 보고 싶어서 일부러 찾아왔지.”
뉴욕에 연말 공연이 잡혀 있는 마이클 잭선이 맥컬리 퀄컴과 동민을 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왔다.
“다니엘도 여기서 보니 달라 보이는구나. 일하는 모습이 멋있네.”
“고마워요. 마이클도 여기서 보니 슈퍼스타 같아요.”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고 촬영을 구경한 마이클에게 저녁에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았다.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말하니 마이클은 평소 친근한 모습과 다르게 비지니스에 있어서는 프로의 모습을 보였고,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동민은 도날프에게 마이클 잭선을 소개시켜 줄 생각이었는데 원해도 두 사람은 마이클이 뉴욕에 공연을 하러 왔다가 서로 친분을 쌓게 된다.
마이클은 이후 도날프가 사는 트럼 타워에 입주하게 되고, 엘비스 프레즐리의 딸과 결혼해 신혼살림을 뉴욕에 차린다.
동민은 원래 역사를 바꾸고 싶지 않았고, 최대한 영향이 없도록 원래도 친해질 두 사람을 조금 일찍 소개해 주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동민의 생각보다 마이클과 도날프는 금방 친해졌다.
앞으로도 만남을 이야기하는 두 사람은 동민에게 꽤나 재미있는 볼거리였다.
“영화 관계자를 소개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밖의 인물을 데리고 왔더군.”
“마이클이라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니까 애매한 배우보다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이클을 개인적으로 알게 된다면 엄청난 이점이 있긴 하지. 그걸 떠나서도 좋은 사람 같더군.”
도날프는 마이클 이야기를 하다 다음 사람은 누굴 소개시켜 줄 거냐고 물어보았다.
“이 사람은 사업가인데 도날프 씨랑 뭔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요. 함께 일을 하셔도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며칠 뒤 두꺼운 목과 터질 듯한 양복을 입은 남자가 뉴욕의 플라자 호텔로 찾아왔다.
“다니엘. 정말 오랜만이구나. 그동안 몰라보게 자랐네. 약간 호리호리한 게 무대에는 못 오를 것 같아 아쉽지만, 지금부터 트레이닝을 시작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다.”
“저는 레슬링이 아니고 영화 쪽 일을 할 거라서 몸을 키울 생각은 없어요. 빈스 아저씨도 요즘 잘나가시던데요?”
동민이 도날프에게 두 번째로 소개시켜 줄 사람은 WWE의 사장인 빈스 맥마흔이였다.
아직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없었는데 슬슬 도날프의 관종기가 폭발하면서 WWE에도 자주 얼굴을 비추게 된다.
키와 덩치가 크고, 캐릭터가 있는 도날프라 그런지 프로래슬링 무대에 꽤 어울렸다.
동민은 그가 직접 무대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짤로는 여러 번 보았기에 그를 WWE 대표인 빈스 맥마흔에게 소개시켜 주었고, 두 사람은 순식간에 베프가 되어 버렸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좋은 분을 소개까지 시켜 줘서 고맙구나. 삼촌께는 안부 전해주고, 너도 앞으로는 자주 보자꾸나.”
“빈스 아저씨도 앞으로 계속 잘나가실 것 같으니 잘 부탁드릴게요.”
프로레슬링 선수 출신 배우들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예정이라 동민은 선수를 관리하는 빈스 맥마흔과도 친분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친구 중에 몸도 좋고 프로레슬링 좋아하는 녀석이 있는데 다음에 소개해 드릴게요. 분명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아직 고등학생일 건데 피지컬이 좋은가 보구나. 그래 다음에 같이 만나 보자꾸나.”
돌아가는 맥마흔에게 미래의 챔피언이 되는 존을 소개해 주기로 했다.
나혼자 집에 2편 촬영을 도와주면서 도날프도 만나고, 사람을 소개해 주다 보니 짧은 겨울방학이 금방 끝나갔다.
“형! 지금 난리 났어요!”
“슈스케 무슨 일이길래 그래?”
“빌보드에서 열반의 순위가 계속 올라가고 있어요.”
동민이 아직 뉴욕에 있는데 슈스케에게서 전화가 왔고, 열반 음반의 순위가 빌보드 차트 상위권으로 올라가고 있다며 호들갑을 피웠다.
“아마 1위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야.”
“설마요. 1위는 마이클 잭선이 하고 있는데 가능할까요? 힘들 것 같은데.”
“마이클을 넘기고 1위까지 올라갈걸? 내기할까?”
동민은 열반이 1위에 올라가는 것을 두고 슈스케와 내기를 했고, 1위에 올라갈 시 동민의 소원을, 못 할 경우 슈스케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으로 했다.
신지에게서도 전화가 왔고 비슷한 이야기를 한 동민은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아직 촬영해야 할 장면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방학이 끝났다니 아쉽구나. 내 생각 보다 훨씬 도움이 많이 되었단다.”
“그렇게 이야기해 주시니 감사해요. 저도 감독님에게 많이 배울 수 있었네요.”
나혼자 집에 2편은 4월까지 촬영 스케줄이 잡혀 있었지만, 학교에 빠질 수 없기에 동민은 아쉽지만 돌아가기로 했다.
스태프와 배우들도 동민이 돌아간다는 이야기에 많이 아쉬워했고, 봄방학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2편도 흥행할 것 같은가요?”
공항에 마중 나온 닐이 뉴욕에서의 한 달을 물어보았고, 동민이 그동안 겪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 생각보다 음반 수익이 괜찮던데요? 정산도 영화 보다 훨씬 빠르고요. 역시 다니엘이 손대는 건 다 성공하네요.”
“내가 좋다고 했었잖아요. 분명 잘될 것 같았어요.”
컨트리 음악을 좋아하는 레드넥 닐도 열반의 음악을 듣다 보니 익숙해져서 그런지 좋게 들린다고 했고, 한참을 음반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금 이야기를 했다.
“전에 이야기한 OST 앨범 투자는 어떻게 되었어요?”
“그 영화 말씀이시군요. 음원의 경우 가수 소속사에서 지분을 대부분 가지고 있어서 영화 제작사에서 지분을 가지고 오긴 힘들더군요. 대신 소속사에 직접 투자하는 것으로 방법을 바꿨더니 가능하긴 했습니다.”
“전에 말한 대로 최대한 지분을 확보해 주세요.”
“영화 OST인데 수익이 나긴 할까요? 종종 많이 팔리긴 해도 별 재미는 못 보던데요?”
이번에도 특이한 투자에 닐의 의아해했지만, 동민은 설명하는 대신 며칠 뒤에 열릴 제작 사전 미팅에 닐과 함께 가기로 했다.
이미 2천 5백만 달러라는 영화 제작비의 대부분을 동민이 투자한 이 영화는 톱스타 가수와 그녀의 경호원과 사랑을 나눈다는 아주 진부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였다.
스토리야 뻔하고 별다른 장치가 없었지만, 디바라고 불리는 위트니 유스턴이 여주인공으로 나오면서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아무래도 가수인 그녀의 연기가 어색하기도 하고,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는 영화이지만, 위트니의 노래 하나로 다른 장면을 전부 지워버린다.
그녀의 파워로 OST 판매 역시 4,200만 장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는데 70년대 세워진 역대 OST 앨범 판매 기록 1위를 유지하고 있던 토요일 밤의 열기 판매량을 압도하며 기네스북에 오르게 되고 이 기록은 미래에도 깨지지 않는다.
동민이 사전 미팅장에 들어가자 최초의 흑인 디바 위트니 유스턴과 배우로서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는 케빈 커스트너가 나와 있었다.
믹 잭슨이라는 영국 출신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제작사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영화였지만, 동민이 투자를 하면서 관심도가 조금 올라가긴 했다.
“메인 테마곡으로 쓰려고 했던 왓 비컴 브로큰하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작년에 개봉한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서 같은 곡을 사용했더군요.”
“그렇다면 곡을 바꿔야 하는데 좋은 곡이 있습니까?”
마침 사전 미팅장에서는 메인 테마곡을 정하기 위한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수십 곡의 후보가 테이블에 펼쳐져 있었고, 곡들을 확인한 동민이 돌리 파튼이 만들 곡을 케빈 커스트너에게 몰래 건네주었다.
“이거 괜찮아 보이는데 위트니에게 한 번 불러 보라고 해봐요.”
“음. 나도 그녀가 불러주는 버전이 궁금하긴 하네. 감독님 이 곡을 한번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위트니가 직접 노래해 줬으면 하네요.”
케빈 커스트너가 들고 있는 앨범에는 I Always Love You라고 적혀 있었다.
< 081 > 끝
ⓒ 아마기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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