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5(여기서부터 유료입니다.) >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과 인사를 마친 동민은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느라 바쁘게 돌아 다녔다.
벌써 3번째 스필버그의 연말 파티에 참가하기도 했고, 스필버그가 동민을 직접 키운다는 소문이 돌면서 친분을 쌓으려는 이도 부쩍 늘어났다.
“올해도 영화에 투자해서 돈 많이 벌었겠더라?”
“나쁘진 않았지만, 감독님 만 하겠어요?”
“내가 만든 인디아나 존슨에는 조금만 투자했지만, 배드맨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다던데? 팀 볼튼이랑 그렇게 친한 줄은 몰랐네.”
스필버그 감독이 잠시 여유가 생기자 동민에게 찾아와 올 한해 투자 성적을 물어 보았다.
“왠지 정확한 금액은 저 보다 감독님이 더 잘 아실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꽤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확한 수익은 잘 모르겠어요.”
동민은 영화에 관심이 있지 숫자에는 약하기도 하고, 정확한 자신의 재산에 큰 관심이 없었다.
앞으로 계속 불어날 것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고, 딱히 돈 걱정은 없다는 정도만 숙지하고 닐에게 관리를 맡겨 두었다.
“내년에도 내 영화에 투자 할 거지?”
“내년에는 감독님이 찍으시는 영화가 없잖아요.”
“꼭 내가 연출해야만 내 영화인가? 제작하는 영화는 많아.”
다작의 괴물 감독 스티브 스필버그는 90년에도 6편이나 되는 영화를 제작한다.
직접 연출하거나 각본을 쓰는 작품은 없지만,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벌써 한 편에 투자 했잖아요.”
“그건 작년에 만든 걸 올해 개봉하는 거니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애매하긴 하구나.”
작년에 투자했던 백투더 미래 2편은 3편과 함께 만들어졌고, 개봉만 6개월 간격으로 따로 했다.
첫 작품이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고, 2편도 3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하지만, 3편에서는 흥행 수입이 줄어 들게 된다.
그래도 한편에 투입된 제작비로 두 편의 영화 수익을 올리니 아주 훌륭한 투자처였다.
“네가 데뷔했던 영화도 2편을 만드는데 카메오로 출연하거나 투자할 생각은 없니?”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고민 중이에요. 많이 투자 하더라고 배당률이 떨어질 것 같아서요.”
스필버그 감독은 동민이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액스트라로 출연했었던 그렙린의 후속작 뉴욕 대소동에 투자하라며 꼬드겼지만, 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2편은 북미에서 4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수수료가 많이 빠져 나가는 해외에서 8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겨우 적자를 넘기기만 한다.
천만 달러를 투자하더라고 20%의 지분으로 소액만 수익을 남길 수 있기에 동민은 내년에는 스필버그의 영화에 투자할 생각이 없었다.
다른 매력적인 영화가 많이 나오는 해이기에 최대한 돈을 아껴야 했다.
“반응이 미적지근한 걸 보니 한창 시끌시끌한 갓파파 3에 투자할 생각이구나.”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긴. 그러고 보니 네가 투자하는 회사도 파라마운트였지? 이번에 후속편을 거기서 만드는 거로 알고 있는데?”
동민의 투자를 진행해주는 투자사가 파라마운트의 자회사이긴 하지만, 갓파파 3편에 투자할 계획은 없었다.
갓파파 시리즈가 명작임에는 틀림없지만, 16년 만에 만들어지는 후속편은 5천4백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미국에서 6666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해외에서도 7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치고 만다.
이번에도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기에 돌아오는 돈은 별로 없었고, 다른 영화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아니라니까요. 거기도 투자 안 해요. 대신 감독님 패밀리인 크리스 감독님 영화에 투자하기로 했어요.”
“그 영화에? 크리스가 어린이 가족 영화에 특화되긴 했지만,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에 비해 부족하지 않을까?”
“대신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는 만큼 성공하면 돌아오는 대가가 크겠죠.”
콜럼버스 감독의 영화에 투자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서야 겨우 스필버그에게서 벗어 날 수 있었다.
연말 파티에서는 대부분이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갓파파 3편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민아 갓파파 3편이 만들어 진다는 구나. 너도 알고 있었니?”
“네 전 시나리오도 읽어 봤어요. 아무래도 세월이 많이 흘러서 인지 전작에서 시간이 많이 흐른 배경이고, 엔딩도 시리즈를 마무리 하는 느낌이었어요.”
아빠가 갓파파 3편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흥분해 동민에게 물어 보았고, 동민은 제작비가 너무 비싸서 큰 이익을 남기기는 어려울 거라고 답했다.
이제는 꽤나 적응 했지만, 아무리 적응 하더라도 피곤한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빠가 결심을 했다며 말했다.
“할리우드에 있으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구나. 아무래도 이제는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야겠어.”
“괜찮으시겠어요? 영어로 된 서류 많이 보셔야 할 건데요?”
“영어 잘 하는 우리 아들이 도와주겠지.”
집에 도착한 아빠는 삼촌과 이야기를 하더니 다음날 바로 법인을 만들어 버렸다.
아직 제작사를 만들어 운영하기엔 무리였고, 지금과 같이 파라마운트 투자사를 통해 투자를 하지만, 동민의 명의가 아닌 법인명으로 투자하고 자금을 운영하기로 했다.
아빠가 대표이긴 하지만, 대주주는 동민이었고, 대부분의 권한은 동민이 가지되 아빠는 동민이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자 역할으로 법인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회사를 옮겨야 하난 고민했는데 아직 구인은 하지 않으시는 것 같군요.”
“나중에 확장하게 되면 스카웃할 테니 당분간은 거기서 계속 일하면서 준비해 주세요.”
동민이 법인을 설립한다는 소식을 들은 닐은 이직을 고민 했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말에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복잡한 서류 업무는 동민이 큰 자금을 굴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미 정부에서 나서 금방 처리해 주었고, 부모님에게도 아예 시민권을 바로 만들어 주었다.
“원래 미국 시민권이 이렇게 쉽게 나오는 건가요?”
“그만큼 저희 미합중국 정부에서 다니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염걸의 망명을 도와주었던 외무부에서 나온 직원이 동민의 편의를 봐 주었고,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했다.
법인을 설립하다 보니 짧은 겨울 방학이 금방 지나갔고, 동민은 학교로, 부모님은 한국으로 돌아갔다.
“다니엘 오랜만이네. 방학 잘 보냈어?”
“바쁘게 지냈어, 요즘도 바쁘고.”
“그래도 다시 보니까 좋네. 토미랑 같이 세탁소 놀러 갈게. 방학동안 김치 못 먹은 지 오래 되었네.”
짧은 방학동안 조금 더 잘생긴 얼굴로 성장한 리오나르도 디캐프리오와 인사 하고, 방과 후 세탁소로 가자 닐이 기다리고 있었다.
“법인이 설립될 때까지 기다리긴 했는데 이제는 올해 투자하실 영화를 정하셔야 합니다.”
“이미 정해 뒀는데 법인명으로 투자할 수 있으니 바로 진행하죠.”
동민은 그동안 투자할 영화의 시나리오를 미리 확인했고, 이미 다 정해 두었기에 닐에게 바로 알려 주었다.
“역시 팀 볼튼 감독님의 영화에 투자하시는 군요. 그런데 제작비가 너무 적은 것 아닌가요?”
“시나리오를 확인해 보니 제작비가 많이 들지는 않을 것 같더라고요. 금액이 크지 않으니 부담도 적고 좋네요.”
팀 볼튼 감독은 작년에 3천 5백만 달러를 들여 배드맨으로 5억 달러에 가까운 극장 수익을 뽑아냈는데 작년 여름과 가을은 배드맨이 지배했다고 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드디어 가위손가락이라는 팀 볼튼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데 제작비가 겨우 8백만 달러 밖에 되지 않았다.
“감독님께 미리 말해 두었기에 절반인 400만 달러를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400만 달러에 50% 라니 익숙하지 않은 수치네요.”
“대박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감독님의 네임벨류가 올라가서 꽤 좋은 수익률을 기록 할 것 같아요.”
저예산으로 만든 가위손가락은 미국에서만 5천 6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해외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만들면서 10배가 훌쩍 넘는 흥행을 기록한다.
팀 볼튼 감독의 몸값이 오르면서 게리 올드맨, 탐 행크스, 마이클 잭선, 짐 케리, 로버트 다우 주니어가 후보로 거론되고 최종적으로 탐 크루스가 주인공으로 남는다.
하지만, 팀 감독의 선택은 조니 데브가 되고, 드라마 스타인 조니가 드디어 영화계에서도 이름을 알리게 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조니 데브와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외노 라이더가 진짜 커플이 된다는 거였다.
조니는 아직 젊은 나이이지만, 이미 85년에 한번 이혼을 했고, 21 점프 스트리트에서 만난 쉐릴린 펜과 사귀며 약혼했다가 3년 만에 파혼한다.
이후 제니퍼 그레이와도 2달간 약혼 했다가 파혼을 하고 작년에 영화 시사회에서 만난 위노 라이더와 호감을 느끼고 교제하고 있었다.
이후 5개월간의 교제 끝에 약혼하고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착한 딸 바보 이미지 인데 완전 프로 약혼러 잖아?’
위노 라이더 생각을 하다 자연스럽게 떠오른 조니 데브의 여성 편력을 되뇌자 괜히 부럽기도 하고 속이 쓰렸다.
위노 라이더 이후로도 몇 명 더 만나게 되는데 그래도 요즘 들어 친하게 지내는 리오나르도 디캐프리오에 비하면 할리우드에서 정상인 범주에(?) 들어가는 조니 데브였다.
“그럼 팀 볼튼 감독님의 가위손가락 투자는 이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님의 다음 영화에도 투자하기로 했는데 그건 어떻게 되었나요?”
“거긴 2월부터 촬영이 시작 되어서 법인이 아닌 다니엘의 명의로 투자를 이미 진행 했습니다.”
“시간 여유가 없긴 했죠. 봄 방학에 현장 견학가기로 했는데 스케줄 확인하고 조율해 주세요.”
조만간 스프링 브레이크가 시작 되면 동민은 따뜻한 남쪽 해변이 아닌 추운 시카고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을 찾아갈 계획이었다.
크리스 감독의 영화는 제작사에서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자금도 조금만 투입하는 바람에 동민은 큰 지분을 받아올 수 있었고, 조만간 터질 사건으로 더 많은 지분을 챙길 생각이었다.
“케시 베이츠라. 처음 듣는 배우인데 이 영화는 괜찮을까요? 다니엘이 선택했으니 흥행은 하겠지만, 장르도 스릴러고 저는 확신이 없네요.”
“세상에. 설마 원작 안 읽어 봤어요?”
“하하. 제가 최근에 조금 바빠서 책은 잘 못 읽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유명하거나 외모가 뛰어난 배우를 쓰면 안 돼요.”
동민은 조연에 엑스트라로 14년간 활동하면서 잔뼈가 굵은 아주 평범한 외모의 캐시 베이츠가 이 영화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겨우 참아냈다.
동민은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케시 베이츠가 연기한 간호사 출신 애니가 주인공인 유명 작가 폴을 침대에 묶어 놓고 “오~ 달링”이라며 오함마로 다리를 내려치던 머릿속에서 장면이 잊히지 않았다.
“사실은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처럼 큰 수익은 못 남길 수도 있어요.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고 워낙 원작을 좋아해서 투자를 안 할 수가 없네요.”
동민은 미조리라고 적혀 있는 시나리오를 닐에게 건네며 1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 055(여기서부터 유료입니다.)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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