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54화 (39/265)

< 054(여기까지 무료입니다.) >

“조니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안 오던데 많이 바빠요?”

드라마에서 주인공 역을 맡으면서 꽤 인지도가 올라간 조니 데브가 오랜만에 세탁소로 놀러 왔고, 동민과 함께 장난을 치고 있던 리오나르도와 토미가 그를 보고 반가워했다.

“우와! 21 점프 스트리트에 주인공 조니 데브다.”

디캐프리오와 맥과이어는 어려서 부터 오랜 시간 배우생활을 해서 인지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서 금방 조니 데브와 친해졌다.

“다니엘 녀석 학교는 잘 다니고 있나보네. 너무 잘난 척해서 왕따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학년이 달라서 잘은 모르는데 다니엘은 학교에서 유명해요.

아놀드제네거랑 탐 크루스가 다니엘을 보러 학교에 찾아 왔었거든요.”

“하긴 저 녀석이 유명 배우랑 감독을 많이 알긴 하지. 다니엘, 팀 볼튼 감독님은 요즘 안 오셔?”

“지난달에 오고는 아직 안 오셨네요. 설마 전화번호 없어요?”

조니 데브는 세탁소에서 만났던 팀 볼튼 감독이 배드맨으로 너무 유명해져서 먼저 연락하기가 불편하다고 했다.

어차피 내년에 조니 데브가 팀 볼튼 감독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뽑히게 되니 그에게 팀 볼튼 감독님에게 안부를 대신 전해 주겠다고 말했다.

“우와! 배드맨 영화감독님도 알고 있는 거야? 엄청 재미있게 봤는데.”

“거기 나온 의상 몇 벌은 삼촌이 감독님이랑 같이 여기서 직접 만들기도 했어.”

모두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 쪽 일에 관심이 많았기에 배드맨 이야기가 나오자 금방 시끌시끌해졌다.

동민은 조니 데브와 디캐프리오가 배드맨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93년에 두 사람이 영화에서 형 동생으로 출연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조니 데브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리오나르도 디캐프리오가 지적 장애를 가진 동생으로 출연하면서 생에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다.

영화에서 중학생 같이 나오는데 무려 19살의 나이였고, 20살이 넘으면서 변성기가오고 키도 조금 더 자라게 되고, 외모로 정점을 찍는 날이 온다.

지금은 잘 생기긴 했는데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 더 강했고, 아직 동민이 알고 있는 전 세계 할머니부터 여동생까지 홀려버릴 외모는 아니었다.

‘지금은 친하게 지내도 3년 뒤에는 거리를 좀 둬야겠네.’

동민은 리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옆에서 강제 오징어 인증을 하고 싶지 않아 했지만, 이미 탐 크루스와 조니 데브 옆에서 열심히 오징어 댄스를 추고 있었다.

정작 자신만 잘 모르고 있는 자신감 넘치는 중2병 말기 환자 동민은 스스럼없이 세기의 미남들과 함께 놀며 시간으로 보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친구는 닮는다더니 성장기에 잘생긴 남자를 많이 보다 보니 동민의 외모가 전생에 비해 서구적으로 변해갔다.

어느덧 89년도 끝을 향해 갔고, 부모님이 동민의 방학과 연말에 맞춰 미국으로 찾아 오셨다.

“비행은 괜찮으셨어요?”

“우리 아들이 대박 아이템을 알려준 덕분에 편하게 일등석을 타고 왔단다.”

웬만해서 망할 일은 없었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에 걱정했던 아빠의 사업은 비디오 플레이어의 보급량이 늘어나면서 상승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쿠안틴이 확실하게 선별해준 영화들은 적은 비용으로 수입 계약을 맺을 수 있었고, 한국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아들도 보고 새로운 영화도 받기 위해 왔단다. 앞으로는 자주 올 수 있을 것 같구나.”

부모님이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서 집에서 함께 지냈던 쿠안틴이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 왔다.

그동안 영어 실력이 많이 향상 된 아빠가 엄마의 통역 없이 쿠안틴과 직접 대화를 여름 보다는 능숙하게 했다.

“동민아 쿠안틴이 이염걸에게 쿵푸를 배웠다는데 이게 맞는 거니?”

“그러고 보니 제가 이야기를 깜빡 했네요. 성용이 이염걸을 소개 시켜 줬는데 삼촌 집에서 두 달간 지내면서 저한테 무술을 알려 줬어요. 쿠안틴도 옆에서 조금 배웠고요.”

홍콩 영화나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아빠는 동민이 이염걸에게 직접 무술을 배웠다는 말에 부러워했고, 삼촌도 조금 배웠다고 아빠를 놀렸다.

부러워하는 아빠에게 쿠안틴이 시범을 보여주었고, 어설픈 그의 동작에 부러운 마음이 줄어 들었다.

처음에는 미국이라 어색해 하셨던 부모님도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익숙해 지셨고, 아빠가 저녁을 사겠다고 하셔서 특별한 곳으로 갔다.

“여긴 너무 낡은 레스토랑 같은데 얼마나 오래된 거니?”

“이 자리에서 1919년부터 영업을 했다고 하네요. 낡아 보여도 할리우드에서 아주 유명한 곳이에요.”

동민은 부모님과 함께 Musso & Frank’s Grill이라는 스테이크 하우스로 갔다.

“찰리 채플린이 매일 영화 촬영이 끝나고 마차를 직접 몰고 오던 레스토랑이에요. 마를린 몬로도 자주 왔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단골집이에요.”

할리우드의 상징적인 Musso & Frank’s Grill에는 40년대에 유행했던 메뉴가 그대로 있었고,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시켜 부모님과 함께 먹으며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날 동민은 아빠와 함께 쿠안틴이 일하고 있는 비디오 매장으로 찾아가 새로 수입할 비디오를 추천 받았다.

“지금 까지는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명작을 알려 줬지만, 그런 숨은 보석은 찾기 어렵고 어느 정도 성공한 작품을 추천할 거예요.”

“판권 가격도 오르고, 한국에 이미 수입 되었을 수도 있겠군요.”

“거기 까지는 제가 확인하기 힘들고, 직접 제작사와 연락해 일일이 알아 보셔야 할 거예요.”

아빠는 한국에서 인기 있을 영화를 수입하기 위해 쿠안틴과 오래 대화를 나누었고, 쿠안틴도 흥행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기에 여러 비디오를 펼쳐 놓고 열심히 설명했다.

“당분간은 미국에 있을 계획이니 오늘 추천해 준 비디오들은 직접 보고 알려 줄게요.”

“저도 시간 나는 데로 세탁소에 들르겠습니다.”

쿠안틴과 다시 보기로 하고 삼촌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이 되자 퇴근한 삼촌이 동민과 아빠를 불러 진지한 이야기를 꺼냈다.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동민이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게 힘들어 지는구나. 처음에는 돈이 불어 나는 게 신기하고 조카를 믿고 맡기긴 했는데 요즘은 자금 규모가 너무 커서 부담스러워.”

“형이 항상 동민이를 챙겨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나쁜 마음을 먹을 수도 있는 돈인데 변함없이 보살펴 주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아.”

“그래서 말인데 이젠 네가 미국에 사업자를 내고 동민이 재산을 직접 관리하는 게 어떻겠니? 파라마운트 투자사의 닐이 세금 문제를 정리해 주고는 있지만, 세금정산 할 때면 머리가 아프더구나.”

아빠와 삼촌은 나날이 늘어가는 동민의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지 함께 대화했고, 동민은 좋은 부모님과 삼촌을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빠는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결론을 내리겠다며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동민이 부모님과 함께 연말을 보내는 사이 올해도 스필버그 감독의 파티에 초대 받았고, 이번에는 삼촌가족도 함께 그의 파티에 참석했다.

“어서오세요 미스터, 미세스 킴. 여기서 보니 달라 보이시네요.”

“조카 덕분에 감독님의 파티에도 다 와보네요.”

“하하. 저도 평소에 세탁소에서 종종 신세를 지고 있으니 당연히 초대해 드려야죠.”

스필버그 감독의 파티에는 삼촌이 평소에도 종종 보던 사람들이 많아 금방 편하게 적응하셨고, 부모님은 두 번째 온 거라 작년 보다는 자연스러워 보였다.

“안녕하세요. 올해도 뵙네요.”

“드류구나. 아들에게 종종 안부는 듣고 있단다.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니 고맙구나.”

스필버그의 파티에 매년 참가하는 드류 배리무어가 동민의 부모님께 인사했고, 동민이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올해 여름에 쿠안틴은 한국에 갔던데 나는 언제 초대할거야? 다음에 한국 갈 때 나를 데리고 간다면 유혈사태는 피할 수 있을 거야.”

“올해는 홍콩도 가야했고, 바빠서 그래. 다음에 갈 때는 데리고 갈게.”

동민이 어쩔 수 없이 초대하겠다고 약속하자 드류가 부모님에게 다가가 말했다.

“다니엘이 내년에는 저도 한국에 초대해 준다고 했어요. 다음에는 한국에서 봬요.”

“그래. 꼭 놀러 와야 해.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줄게.”

엄마가 드류가 놀러온다는 말에 백화점에 같이 갈 생각에 들떠 버렸고, 두 사람은 벌써 부터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위험함을 감지한 동민이 자리를 벋어나 누군가를 찾았고, 구석에서 혼자 우울한 표정으로 술을 마시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감독님 왜 이렇게 얼굴이 울상이에요? 힘내세요.”

“다니엘이구나. 몰라보게 많이 컸네. 네 소식은 종종 듣고 있단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세탁소에도 놀러오고, 얼굴 좀 보여 주세요.”

동민이 찾아가 인사한 사람은 그렙린의 각본을 만들면서 알게 되었고 구리스의 각본을 맡아 친하게 지냈던 크리스 콜럼버스 였다.

크리스 콜럼버스는 스필버그 사단에 있다가 1987년 야행이라는 영화로 입봉을 했었다.

하지만, 작년에 직접 각본을 하고 연출을 맡은 사랑의 로큰롤이 1천 3백만 달러를 들여 만들었다가 겨우 5백 50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벌어들이면서 쫄딱 망해 버렸다.

올해는 일본과 합작하여 만든 리틀 네모라는 꼬마 주인공이 날아다니는 침대를 타고 모험하는 애니메이션의 각본을 맡았는데 3천 5백만 달러라는 큰 예산을 들여 만들었지만, 1천 100만 달러의 극장 수익을 달성하면서 2년 연속 흥행 참패를 해 버렸다.

“할리우드에 있는 수많은 감독 중에 흥행에 성공하는 감독은 몇 명 없어요. 스필버그 감독님이 대단하시긴 하지만, 그래도 종종 적자를 내기도 하잖아요. 올해는 카메룬 제임스 감독님도 완전 말아 먹었어요. 그러니까 너무 우울해 하지 마세요.”

“알고는 있는데 그래도 스트레스가 엄청 크네.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들고, 흥행시키기가 어려운데 성공하는 영화에만 투자하는 다니엘은 정말 대단하구나.”

동민이 크리스 감독을 토닥거리며 그가 다음에 만드는 영화에 투자를 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정말이니? 안 그래도 예산 때문에 말이 많았었는데 네가 투자를 해 주었다니 정말 안심이 되는구나. 갑자기 힘이 나는걸?”

“감독님이라면 분명 성공 하실 거니까 힘내세요. 다음 영화는 조만간 촬영에 들어가시죠?”

“두 달 뒤에 시카고에서 촬영을 시작할 거야. 겨울이 배경인 작품이라 봄이 오기 전에 마무리를 해야 해.”

“시카고라면 추운 곳이니 아직은 시간 여유가 있겠네요. 봄 방학에 구경하러 가도 괜찮죠?”

지난 봄 방학에는 동민이 스필버그 감독의 촬영 현장에 견학을 갔다는 것을 알고 있는 크리스 감독이 살짝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좋아했다.

동민이 현장을 잘 경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고, 기운을 차린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조만간 시카고에서 만나자며 인사하고 자리를 옮겼다.

“드디어 직접 볼 수 있겠네.”

수많은 솔로의 크리스마스를 책임지고, 동민 역시 전생의 크리스마스 중 10년 이상을 함께 했던 주인공을 만나러 간다는 사실에 묘한 감정을 느꼈다.

< 054(여기까지 무료입니다.)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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