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56화 (41/265)

< 056 >

스티븐 킴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미조리는 2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북미에서만 6천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인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성적을 내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다시 명성을 떨치게 된다.

큰 수익을 남기는 건 아니지만, 나쁘지 않게 결과를 만들기도 하고 영화 역사에 길이 남는 작품이기에 꼭 투자 하고 싶었다.

‘기회가 되면 스티브 킹도 만나봐야겠네.’

감독 못지않게 작가를 좋아하는 동민은 작가를 만나보고 싶었지만, 영화감독에 비에 활동 범위가 워낙 한정적이기에 중학생의 몸으로 그들을 만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홍콩에서도 무협소설의 아버지인 금용을 만나기 위해 꽤나 무리를 했었다.

만나기 어렵다고 해도 미리 만나야 하는 작가가 있었고, 당장 급한 일은 아니니 조금 더 자라고 난 뒤 찾아갈 생각이었다.

미조리 영화 촬영장에라도 방문해서 스티븐 킴을 만날까 생각했지만, 캐시 베이츠를 직접 보면 악몽을 꿀 것 같아 가지 않기로 했다.

오동통하고 사람 좋게 생긴 그녀의 사이코 연기는 여우주연상을 받을 만큼 대단하기에 분명 무시무시할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롭 라이너 감독은 작년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이후 연속으로 함께 하시는 군요.”

“롭 감독님은 스탠 바이 미에서도 스티븐 킴 작가님의 소설을 영화한 적이 있으니 이번에도 잘 만드실 거예요.”

그렇게 미조리의 투자가 확정 되었고, 동민은 지분 50%를 1천만 달러에 확보하게 되었다.

미조리 투자 서류를 정리하고, 다음 영화를 확인한 닐이 이번에도 인상을 찌푸리며 동민에게 물어 보았다.

“이 영화 정말 괜찮을까요? 매춘부가 돈 많은 남자를 꼬셔 인생이 펴진다는 뻔 한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왜 이런 성인 영화를 디즈니 산하의 터치스톤에서 제작하는 거죠?”

“나도 이 영화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그냥 촉이 팍 하고 왔어요. 분명 대박 날 거예요.”

“다니엘이 그렇다면 흥행하겠지만, 후리티 위먼이라니 제목도 너무 별로네요. 이런 영화는 여주인공이 중요한데 율리아 로버트? 정말 괜찮겠죠?”

“어차피 제작비도 얼마 안 드니 걱정하지 말고 최대한으로 투자해요.”

후리티 위먼은 가벼운 로맨스 영화이지만, 자신을 상품화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전문 직종 여성이 재정이 어려운 회사를 인수해 분해하고 다시 팔아 돈을 버는 남자와 잠시 만남을 가지다 결혼해 신분상승으로 성공하는 이야기였다.

딱히 좋지 못한 스토리로 인해 여성단체와 영화 작가, 감독들에게도 많은 비판을 받게 되는데 영화 촬영이 끝나고 제작진들은 이 영화는 비디오 시장으로 직행할거라며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된다.

율리아 로버트라는 무명의 여배우와 나름 알려졌지만, 흥행 배우는 아닌 리차르드 기어가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비교적 저렴한 1400만 달러라는 제작비로 만들기에 제작사에서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대 없이 개봉 했더니 북미에서만 1억 8천만 달러를 벌어 드리고 전 세계적으로 총 4억 6천만 달러라는 초대박을 터트린다.

그리고, 연기력은 뛰어나지만 딱히 알려지지 않은 율리아 로버트를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만들어 버린다.

후리티 위먼이 제작비의 40배를 벌어들이는 초 대박을 터트린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닐은 촉이 왔다는 동민의 말만 믿고, 총 제작비의 70%가 넘는 천만 달러를 투자금으로 쏟아 부었다.

“촉이 오셨는데 이 영화는 직접 보러 안 가십니까?”

“시나리오가 중학생이 견학하기에는 딱히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아서요. 궁금하면 닐이라도 가서 보고와요.”

촬영장에 간다면 아직은 무명에 가까운 율리아 로버트와 친분을 만들 수 있겠지만, 좋은 이미지와 달리 가정 파괴범인 불륜의 여왕 율리아와 딱히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거기다 개리 마샬 감독이 로맨틱 영화는 잘 만드는 천재이긴 하지만, 워낙 괴짜로 유명해서 혼돈의 카오스로 돌아가는 촬영장을 직접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율리아 로버트 말고 직접 보고 싶은 배우가 있긴 했는데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라 아직 고민하고 있는 작품이 있긴 했다.

“그럼 후리티 위먼에는 다니엘에 촉을 믿고 투자하는 거로 하고, 다음에 투자할 것은 어떤 영화 인가요?”

“이 영화는 아직 고민 중이긴 한데 닐이 보기엔 어떤 것 같아요?”

“슈워츠 아놀드제네거가 나오는 영화로군요. SF 영화라서 뭐라고 예측하기가 어렵네요.”

다음으로 동민이 투자를 고민 중인 영화는 모조리 리콜이라는 화성과 지구를 배경으로 현실과 가상에서 혼동하는 주인공을 다룬 영화였다.

훌륭한 영화이고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6천5백만 달러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총 2억 7천만 달러를 벌어들이기에 적은 제작비로 큰 수익을 만들 길 좋아하는 동민이 고민 하고 있었다.

거기다 아놀드의 가짜 부인으로 출연하는 전성기의 샤론 스톤스를 볼 수 있기에 더욱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촬영지가 멕시코로 되어 있네요?”

“아마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경비를 아끼기 위해 멕시코에서 촬영 하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보니 세트 만드는 데만 엄청나게 돈을 쓰더라고요.”

멕시코에 방문할 일정을 만들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 했지만, 오랜 인연인 아놀드가 출연하는 영화에 투자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그가 나오는 대작이 만들어 지기에 인사도 할 겸 적당히 1천만 달러만 제작비에 보태었다.

시나리오를 읽다 보니 머리에 들어 있는 위치 추적기를 빼기 위해 코에 기계를 삽입해 제거 하는 장면과 출입국 심사장에서 위장용 머리를 벗어 던져 폭파 시키는 장면이 떠올랐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걸 보면 확실히 재미있는 영화긴 했어.’

모조리 리콜이라는 영화도 투자하기로 결정 내렸고, 서류에 사인한 동민은 닐이 정리할 동안 90년도를 대표하는 최고 흥행작의 시나리오를 확인했다.

“그 영화도 투자하시는 건가요? 이건 저희 회사에서 제작하는 거네요.”

“심령과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는 영화라서 그런지 이 것도 촉이 오네요.”

“회사에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 같던데 어떤 점이 괜찮아 보이시나요?”

동민은 작년 봄 방학 때 스필버그 감독의 영혼은 그대 곁에 촬영 현장을 방문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영화도 비슷한 플롯을 가지고 있었는데 동민은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해 주었다.

“스필버그 감독도 크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는데 제리 주커 감독이 그 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을까요?”

“이런 판타지 멜로 로맨스 영화는 주인공이 중요한데 패트릭 스웨이지랑 데미 모어가 나오니까요. 거기다 우피 골든버거가 감초 역할을 잘 할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우피 골든버거를 원하지 않았는데 패트릭 스웨이지가 그녀를 쓰지 않으면 영화에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고 적혀 있네요.”

동민이 투자해 큰 수익을 남겼던 더티 댄스로 스타덤에 오른 패트릭 스웨이지와, 부르스 윌리스와 결혼한 연하 킬러 데미 모어, 실력파 흑인 연기자 우피 골든버거는 이 영화의 성공으로 부와 인기를 단숨에 거머지게 된다.

파라만운트에서는 우피 골든버거의 출연을 달가워하지 않았는데 처음에는 오디션을 보고 열정적으로 출연 의사를 밝힌 그녀를 거절했다.

하지만, 패트릭이 우피 골든버거가 없으면 자신도 하차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그녀는 조연으로 출연해 영화에 큰 재미를 더해주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까지 받게 된다.

“여기 이 장면을 상상해 봐요. 아마도 이 영화의 중요 장면이 될 거예요.”

“연인이 함께 도자기를 만드는 장면이군요. 키스신이 굉장히 많긴 한데 딱히 잘 모르겠는데요?”

“잘생기고 예쁜 연인이 옷을 대충 입은 채 백허그를 하고 부드러우면서 말랑한 반죽을 만지다가 키스를 하고,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인데 딱 하고 감이 오지 않아요?”

로맨틱 영화와는 거리가 있는 닐이 영혼과 사랑에서 가장 유명해 지는 장면을 읽고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고, 동민은 아직도 모르겠나며 그에게 잔소리를 했다.

“그런데 다니엘은 아직 여자 친구를 사귄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런걸 잘 아는 거죠?”

“흠흠. 원래 실전이 부족할수록 이론이 빠삭한 법이라고요. 잔말 말고, 투자나 확실하게 해요.”

“알겠습니다. 이 영화는 저희 회사에서 제작하는 만큼 수월하게 투자를 할 수 있겠네요. 딱히 기대 받고 있는 영화가 아니니 많은 지분을 확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벌써 5년 이상 보아온 동민이 여자 친구를 사귀거나 연예를 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닐은 그가 로맨틱한 장면을 잘 알고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에 금방 넘어갔고, 계산기를 두드리던 닐은 총 제작비 2천 2백만 달러 중 절반인 1천 1백만 달러를 투자할 수 있겠다며 동민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동민이 서류에 사인을 하며 닐에게 휴가를 낼 수 있는지 물어 보았다.

“아직 연초라 여유는 있는데 무슨 일이신가요?”

“그럼 한국에 출장 다녀올래요?”

“한국에 출장이요?”

“아빠가 한국에 미국에서 비디오 판권을 수입해 배급하는 일을 하시는 건 알고 있죠? 이번에 극장 영화까지 확장해 볼까 하는데 마침 이 영화가 파라마운트에서 제작하는 거니까 시작하기에 좋을 것 같은데 가능하죠?”

동민이 출장비를 두둑하게 챙겨주겠다고 하자 부모님을 여러 번 만나 잘 알고 있는 닐이 맡겨 달라며 꼭 다녀오고 싶다고 했다.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스크린 쿼터제를 진행하기도 하고, 할리우드 영화가 별 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는 시장이라 주목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영혼과 사랑이 서울 시내에서 4개 극장만 개봉을 하는데도 1백 50만 명이라는 엄청난 관객을 유치하고 전국 3백 50만 명이 영화관을 찾으면서 2천 1백만 달러라는 극장 수익을 달성한다.

일본, 영국, 독일에 이어 4번째로 큰 수익을 올리게 되는데 이 영화로 인해 할리우드에서도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아직 불모지인 한국 시장을 동민의 아버지가 수입한 영화가 개척하게 된다면 앞으로의 계약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닐을 통해 영혼과 사랑을 한국에 직수입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에서 영혼과 사랑이 엄청나게 유행하면서 패러디도 많이 하고, 은근 사회 문제도 생겼던 것 같은데?’

큰 기대 없이 2천 2백만 달러로 만든 영화가 세계적으로 5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대박을 일으키면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좋은 영향도 있지만, 유령이 나오고 영매사가 등장하면서 전국의 수많은 점집들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고 초자연적 현상이 유행하면서 유리겔라도 월드투어를 다니는 등 영적인 현상이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다.

영화 포스터에도 ‘영혼은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을 정도니 그 파장이 생각보다 훨씬 커지게 된다.

동민은 리즈 시절을 보내고 있는 데미 모어를 만나볼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투자 동의서에 사인을 했고,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1990년 상반기 영화 투자를 마무리 했다.

< 056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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