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6 >
“두 사람 은근 잘 어울리는데요?”
“뭐라고?”
동민이 조니 데브와 팀 볼튼이 잘 어울린다고 하자 이상한 쪽으로 오해한 두 사람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게 아니고, 이미지가 뭔가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고요. 배우와 감독으로 궁합이 좋아 보여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다니엘이 그렇게 말한다면 무언가 있긴 한 것 같은데?”
그동안 오래 보아온 조니 데브는 당연하고, 최근에 도움과 조언을 많이 받은 팀 볼튼 감독도 동민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동민이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하자, 함께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그래. 이번 배드맨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자네와 함께 하고 싶군.”
“저도 드라마를 슬슬 정리하고 다시 영화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동민의 중매로 부쩍 가까워진 두 사람은 코가 삐뚤어질 때 까지 술을 마셨고, 다음날 미쉘이 끓여주는 콩나물국을 먹으며 다시 한식의 위대함에 감탄하게 되었다.
그렇게 팀 볼튼이 할리우드 세탁소에서 숨어 지내는 동안 배경음악도 없이 급하게 만들어 배포한 트레일러가 입소문을 타더니 트레일러만 25달러에 사가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개봉일이 다가오자 전 미국이 들썩 거렸고, 온 갓 미디어와 신문, 잡지에서 배드맨 이야기가 끈임 없이 흘러 나왔다.
개봉 당일 배드맨과 로빈, 조커 복장을 한 사람들이 영화관 주변을 걸어 다녔고, 최 단기 매출 신기록을 달성해 가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냈다.
팀 볼튼 감독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워너 브라더스에 돌아가 영화 홍보와 사인회 활동을 시작했다.
배드맨의 극적인 성공은 앞으로의 영화 제작 방식을 바꿔놓게 되는데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유명한 작품이나 캐릭터를 활용해 영화를 만들면서 상업적으로 큰 이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어 이 공식을 따르는 영화가 계속 생산되게 된다.
아직까지는 DC의 독주가 진행되고 있지만, CG 기술이 발전 할수록 마블코믹스 히어로의 세상이 오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흥행작이 하나 더 있었는데 인디아나 존슨 최후의 성전이었다.
스필버그의 총력이 들어간 작품으로 인디아나 존슨 시리즈 중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데 그동안 여러 모험 영화를 찍으며 축적된 노하우와 뛰어난 구성, 시나리오, 훌륭한 배우가 합쳐져 명작이 완성 되었다.
독일 나치와 예수의 성배, 아버지와의 다툼과 화홰를 잘 버무려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 탄생했고, 배드맨이라는 강력한 라이벌과 경쟁하며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다.
제작비는 5천 500만 달러로 배드맨 보다 적었는데 총 흥행수입은 4억 7천 400만 달러를 기록해 비슷한 성적을 달성했다.
두 영화에 모두 투자한 동민은 두 영화 합쳐 총 10억 달러에 가까운 티켓 판매를 했고, 30%인 3억 달러를 한 번에 벌어들였다.
“최근에 투자금액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수익률 증가가 멈췄는데 다행히 영화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총 매출이 늘어났네.”
그동안 번 돈으로 워런트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와 마블 코믹스를 인수하고, 새로운 영화에 투자하느라 여유자금이 빠듯했는데 두 블록바스터 영화의 대 성공으로 목돈이 들어왔다.
아직 정산되어 입금 되려면 시간이 남았지만, 흥행 기록과 투자 내역으로 어음을 받을 수 있었고, 원하는 회사에 투자할 자금은 충분히 확보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처음 와보네.”
할리우드 세탁소가 있는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로스앤젤레스 강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조니 카스 공원이 나오고 공원을 건너 세인트 조셉 종합병원이 있다.
병원 길 건너에 동민이 투자할 회사의 본사가 있었고, 투자를 하기 전 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에 사전 답사를 나왔다.
디즈니를 단순히 애니메이션 제작사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다양한 분야에 발을 뻗은 회사다.
세기 폭스나 워너 브라더스, 유니버셜 같이 영화 배급 및 종합 엔터네인먼트를 관리하는 회사로 엄청난 확장과 인수합병을 하게 된다.
미래에 괜히 미국 3대 수출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닌데 애니메이션 흥행 수입도 엄청 나지만, 각종 캐릭터 산업 로열티로 벌어들이는 돈은 영화 수입을 압도하고, 이 자금으로 다른 사업에 투자하며 돈을 불린다.
디즈니는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 중 가장 적은 편수의 영화를 배급 하지만, 점유율은 항상 상위권을 유지한다.
가끔 망작을 만들어 큰 적자를 기록하긴 하지만, 워낙 기본 수익이 많아 금방 손해를 메꾸고 다음 작품을 만든다.
그리고 저작권 괴물로도 유명한데 미국에서도 최고 수준의 법무 팀을 가지고 있고, 미국 정계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미키마우스법인데, 1998년 미국 국회가 디즈니의 로비를 받고, 저작권 보호 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해 버린다.
이 법으로 월트 디즈니가 만들었던 여러 캐릭터의 저작권을 지켜내고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
“아직은 회복을 못하고 삽질 중이라 다행이네. 조금만 늦었어도 주가가 많이 올랐을 거야.”
창업주인 월트 디즈니와 로이 디즈니의 사망 후, 경영진의 무사안일주의로 디즈니는 침몰하고 있었는데 1984년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사장인 마이클 아이스너를 영입하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진했다.
독립 영화사인 미라맥스를 1993년에 인수하고 96년에는 190억 달러 규모의 캐피털 시티스 커뮤니케이션스를 통째로 인수하는데 이때 산하에 있던 ABC방송국과 ESPN까지 디즈니의 아래로 편입 된다.
아이스너가 이사회와의 불화로 2005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서면서 밥 아이거가 CEO 자리에 오르는데 이때부터 인수합병 전력을 더욱 확대한다.
동민이 노리는 타이밍이 바로 이때 인데 2006년 스티븐 잡스와의 협상을 통해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74억 달러에 인수하고, 2009년 마블 코믹스도 인수하게 된다.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 하면서 현금 말고 주식교환 계약을 맺게 되고 2006년 이후 최대 디즈니의 주주가 스티브 잡스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 디즈니의 주인은 나 김동민이 될 거야. 하하.”
동민은 이미 픽사와 마블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애플의 주식이 저렴한 지금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다년간 인어공주 제작에 큰 자금이 들어가면서 디즈니의 현금 유동이 나빠졌고, 인어공주가 성공하면서 디즈니가 되살아나게 되니 지금이 투자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다.
디즈니 본사 견학을 마친 동민은 오마하에 살고 있는 맥도날드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니엘. 오랜만이군. 잘 지내고 있는가?”
“안녕하세요 버핏 할아버지. 이번에 어떤 회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담으려고 하는데 도움이 필요해서 연락드렸어요.”
“그래. 그런 거라면 우리가 전문이지. 어떤 회사가 가지고 싶은 거니?”
“디즈니를 가지고 싶어요.”
디즈니를 가지고 싶다는 동민의 말에 워런트 버핏이 잠시 침묵하더니 예산이 어느 정도 있는지 물어 보았다.
“3억 달러 정도 생각 중인데 아직 돈이 다 들어오지는 않았어요.”
“어차피 한 번에 그만큼 주식을 사게 되면 가격이 오르니 천천히 분할 매수해야하니 그 돈이 당장 필요한 건 아니란다.”
버핏은 벌써 3억 달러나 현금을 만들어 낸 동민을 신기하게 생각했고, 규모가 큰 만큼 최소 비율의 수수료로 동민의 계좌에 디즈니 주식을 모아주겠다고 했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일을 맡기자 큰 숙제를 해치운 동민의 어깨가 가벼워졌고, 아직 10년도 넘게 남았지만, 미래에 디즈니가 손안에 들어온다 생각하니 근거 없는 자신감이 마구 생겨났다.
“요청하신대로 정산금은 버크셔 해서웨이에 있는 계좌로 입금되게 했습니다. 이번에도 또 수익 신기록을 갱신하셨네요.”
“운 좋게 두 영화가 매출 기록을 세우면서 수익이 늘어났네요.”
“다른 필요하긴 것은 없으신가요?”
동민의 대박으로 이번에는 집을 새로 장만한 닐이 세상 친절한 모습으로 동민에게 찾아와 보고했다.
“이번 여름에 한국에서 아빠가 영화 수입사를 만들 건데 관련 업체 연락처와 서류가 필요해요. 일을 진행할 변호사랑 회계사도 있어야 하고요.”
“이미 저희 회사에 담당자를 정했습니다. 최우선으로 다니엘 아버님의 업무를 진행하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이미 여름 방학이 시작 되었고, 배드맨과 인디아나 존슨의 결과를 확인하느라 조금 늦었지만, 동민은 수입사 일을 보기 위해 한국으로 갈 계획이었다.
“그리고 한국에 간 김에 홍콩에도 가고 싶은데 그쪽은 아는 사람이 없어서요. 혹시 연결 시켜 줄 만한 사람이 있을까요?”
“홍콩 쪽은 투자액도 작고, 홍콩 마피아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저희가 진출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스필버그 감독님이 인디아나 존슨 홍보 차 가신다고 하니 함께 가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닐의 말대로 스필버그 감독이라면 확실히 홍콩 영화계의 높은 사람을 소개시켜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인디아나 존슨과 영혼은 그대 곁에 촬영을 마친 스필버그는 새로운 작품 준비와 영화 홍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홍콩 홍보 방문에 동민이 함께 가는 것을 흔쾌이 허락해 주었다.
스필버그 감독과 통화를 마치자 옆에 있던 닐이 천재 소년 두기 이야기를 했다.
“드라마 감독이 다니엘의 출연을 계속 요청하고 있는데 뭐라고 할까요? 주인공 소년도 다니엘의 출연을 원한다고 합니다.”
“싫어요. 한 번만 나가기로 했잖아요. 또 나가면 계속 부를 거란 말이에요.”
이미 뉠 페트릭은 세탁소로 종종 놀러오고 있었고, 그가 불편한 이성애자 동민은 바쁜 척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또 놀러 오기 전에 빨리 한국으로 가야겠네요.”
동민은 한국으로 가기 전 함께 갈 사람을 데리러 비디오 매장으로 찾아갔다.
“뭐? 한국에 같이 가자고? 내가 가서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없긴요. 한국 시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파악해야 적절한 영화를 추천 할 수 있는 거예요.”
동민은 쿠안틴에게 찾아가 한국에 함께 가자고 했다.
어차피 유명 감독이 되면 종종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니 미리 경험시켜줄 생각이었다.
“그래도 여기서 일하면서 돈을 벌어야 영화 만들 예산이 생기는데···. 비행기 표도 비쌀 거잖아.”
“당연히 경비처리 해 주죠. 출장비도 따로 줄 거고, 숙소는 우리집에 있으면 되니까 걱정 말고 빨리 짐이나 싸요.”
“정말? 그럼 한국 가서 밥 먹는 것도 경비에 포함 되는 거야?”
“당연하죠. 한국에는 여기 없는 다른 종류의 맛있는 음식이 많이 있어요. 뭐 가기 싫다면 어쩔 수 없이 혼자가야겠네요.”
“아니야. 비디오 추천을 해주기로 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이번 한국 시장조사는 내가 완벽하게 해 보일게.”
출장비를 준다는 말에 쿠안틴은 비디오 매장에 휴가 신청을 했고, 그의 첫 아시아 방문길에 올랐다.
< 046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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