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5 >
시간이 검증한 아름다움의 비결
“내가 좋아하는 시인 샘 레벤슨이 쓴 시란다. 항상 가슴에 담아두며 살고 있지.”
어드리 햅번의 유언이라며 유명해 지는 시 인데 숨을 거두기전 크리스마스에 자식들에게 들려줄 정도로 그녀가 좋아하는 시 였다.
동민은 영혼은 그대 곁에 촬영장에서 스필버그 감독을 따라 다니기보다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드리 햅번 옆에서 보냈다.
스필버그 감독이야 자주 볼 수 있지만, 어드리 햅번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다.
다행히 심성이 고운 햅번은 동민을 잘 대해 주었고, 여러 좋은 덕담을 들려주었다.
“돈이나 명예 보다는 내 주변의 친구와 가족 그리고 사람이 가장 중요 하단다. 항상 베풀며 사는 법을 배우렴.”
천사 역을 맡은 어드리 햅번은 동민에게 정말로 천사 같은 말을 해 주었다.
그녀는 화려한 외모와 달리 검소한 생활을 했고, 그동안 평범하게 아이들 식사를 만들어 주고, 집안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아 왔다며 일상의 행복을 알려 주었다.
그녀의 훌륭한 가르침에 동민은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김치를 베풀고 대한민국을 훌륭한 문화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다니엘 이 앵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40미리 렌즈로 클로우즈업을 써서 인물을 부각 시키면서 배경을 페이드 아웃 했네요. 구도는 인물이 고민하는 모습을 나타내려 하신 것 같아요.”
어드리 햅번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스필버그에게 영화 교육을 받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생에 조감독 일을 했던 만큼 관련 전문 지식을 자세히 알고 있었고, 동민을 천재라고 착각한 스필버그는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짧은 봄방학이 금방 지나갔고, 동민은 아쉽지만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너처럼 똑똑하고 훌륭한 아이를 알게 되어 즐거웠구나. 이번 영화가 완성되어 할리우드에 가게 되면 세탁소를 꼭 들리도록 하마.”
“맛있는 한국 음식 만들어 드릴 테니 꼭 오셔야 해요.”
어드리 햅번이 떠나가는 동민을 꼭 안아주더니 세탁소에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학교로 돌아간 동민은 조금씩 바빠지는 스케줄에 월반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너무 어린 초등학생이었기에 행동에 제약이 많았지만, 이제 미국에도 완벽하게 적응했고 중학교로 올라가자 직접 움직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아직은 학교를 다니면서 조금 더 준비를 할 필요가 있어.”
중학생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아직 어린 몸이었고, 법적으로 혼자 행동하기에 문제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 서울 올림픽 때 미국 정부에서 편의를 봐 준다더니 아직 연락이 없네?”
월반 생각을 하다 아직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는 자신의 상황이 떠올랐다.
그동안은 삼촌이 법적 보호자로서 명의를 빌려 주어 투자를 했다.
다행히 성공적으로 세탁소를 운영해 온 삼촌은 다른 사업 욕심이 없었고, 동민의 돈에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동민은 시민권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미국 외무부에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탐 크루스가 오랜만에 찾아왔다.
“다니엘. 잠깐 못 본 사이 또 키가 자랐구나.”
“형은 계속 잘생겨지네요. 레인맨이랑 칵테일은 축하 드려요.”
“네가 추천을 잘 해줘서 나도 작년은 좋은 결과가 있었어.”
탐 크루스는 플래툰을 만든 올리버 스톤 감독의 7월 4일생이라는 미국 독립 기념일에 태어나 군인이 되어 베트남 전에 참전했다가 하반신 마비가 되어 돌아오는 영화에 출연한다고 말해 주었다.
“미국에서 촬영을 많이 하긴 하는데 동남아에 잠시 촬영 하러 가야해. 무었을 챙겨갈까 고민하다 김치가 필요해서 찾아왔어.”
탐에게 김치를 포장해 주고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정장을 입은 공무원 같은 사람이 찾아왔다.
“세상에 탐 크루스씨가 계셨군요. 다니엘군과 친분이 있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외무부에서 온 빌 스미스 입니다.”
외무부에서 동민을 찾아 왔다고 하자 동민은 드디어 기다리던 것이 도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난 올림픽 때 미국을 위해 노력해주신 다니엘에게 미국 정부에서 정식으로 시민권이 발급 되었습니다. 이제 부터는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편하게 활동하실 수 있으십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요.”
외무부에서 온 빌 스미스의 설명을 들어 보니 시민권 이외에는 별다른 특전은 없었고, 신분 문제가 있을 시 정부에서 편의를 봐주겠다는 정도만 알려 주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외국인으로서 직접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는 다는 건 큰 도움이 되긴 했다.
“그러고 보니 다니엘은 미국시민이 아니었구나. 워낙 자연스러워서 미국에서 쭉 살았는 줄 알았네.”
“아직 미국에 온지 5년 차에요.”
“그래도 이제 미국 시민이 되었으니 미합중국을 위해 좋은 일을 해야겠네.”
탐 크루스가 최근 들어 미국 군대 영화를 계속 찍더니 동민에게도 미국뽕을 주입하려 했다.
하지만, 두유노 클럽 회장이었던 동민은 이미 한국뽕으로 완벽하게 세뇌되어 있었다.
“부모님도 한국에 계시고 난 한국이 좋아요.”
“너를 보면 좋은 나라일 것 같은데 나도 한 번 가보고 싶긴 하네.”
벰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찍고 94년에 한국에 홍보 차 방문하긴 하지만, 가능하면 그 전에 탐 크루스를 한국에 초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탐 크루스는 동민과 가벼운 이야기를 하다 김치를 가지고 돌아갔다.
“앤젤리나와 드류가 안 오니 세탁소가 적막해졌구나.”
“올해부터는 중학생이라 태권도를 그만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학교 끝나고 가끔은 놀러 오네요.”
삼촌은 중학생이 되자 태권도를 그만두는 바람에 저녁을 먹으러 오지 않는 드류와 앤젤리나를 보고 싶어 하셨다.
동민도 매일 함께 식사를 하던 두 사람이 없어지자 조금 허전하긴 했지만, 가끔 밥 먹으러 놀러 오기도 하고, 다른 손님들이 자주 찾아오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평소와 같이 학교가 끝나고 할리우드 세탁소로 갔는데 휴게실에 머리가 헝클어진 남자가 숨어 있었다.
“어? 감독님이 여기는 무슨 일이세요? 영화 촬영은 끝 나셨어요?”
“영화는 완성했는데 여론이 너무 안 좋고, 예산을 초과해서 도망쳤어.”
휴게실에서 어두운 기운을 풍기고 있는 사람은 영국에서 배드맨
촬영을 하고 온 팀 볼튼 감독이었다.
년판 배드맨 영화가 망한 이후 23년 만에 만들어진 배드맨 영화에 많은 팬들이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캐스팅 때문에 반발이 거셌다.
비틀주스로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팀 볼튼 감독은 아직 신예였고 4천만 달러라는 대규모 예산을 쓴데다 자기 마음대로 각본을 뜯어 고친 그가 개봉 직전 부담으로 인해 세탁소로 잠적을 한 것이다.
팀 볼튼 감독과 연락이 닿지 않자 스트레스를 받은 워너 브라더스 간부들은 사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잘 될 거예요. 감독님 스타일과 배드맨은 궁합이 좋아요.”
“그래도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분명 적자가 날거야. 워너 브라더스에서 날 매장하면 어떻게 하지?”
겁먹은 팀 볼튼 감독은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세탁소 차량에 태워 삼촌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팀 볼튼 감독은 세탁소의 분위기를 좋아했고, 여기 있으면 마음이 안정 된다며 삼촌을 도와 세탁일 까지 하며 시간을 보냈다.
“다니엘. 잘 지냈지? 요즘 나도 바빠서 오랜만에 들렸네.”
“조니. 오랜만이에요. 드라마는 잘 보고 있어요.”
“너도 놀러 오라니까 많이 바쁜가 보구나. 그런데 못 보던 직원이 생겼네?”
오랜만에 놀러온 조니 데브가 다리미질을 하고 있는 팀 볼튼 감독을 새로운 직원이라고 착각했다.
“저분은 직원이 아니고 이번에 배드맨 영화를 만드신 팀 볼튼 감독님이세요.”
“감독님이 왜 여기서 일을 하고 있어?”
“그게 이야기가 좀 긴데 같이 밥 먹으면서 알려줄게요.”
그렇게 할리우드 세탁소 휴게실에서 조니 데브와 팀 볼튼이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감독님 이쪽은 조니 데브에요.”
“21세기 점프 스트리트에 나오는 배우지?”
“조니, 팀 볼튼 감독님은 작년에 비틀주스를 촬영 하셨고, 이번에는 배드맨을 찍으셨는데 개봉 전까지 잠시 세탁소에서 쉬고 계세요.”
약간 무심해 보이는 표정의 조니 데브가 팀 볼튼 감독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보았고, 팀 볼튼 감독은 조니 데브의 묘한 매력에 빠져 들었다.
두 사람은 가위손을 찍으며 가까워지게 되고 조니 데브는 팀 볼튼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며 수많은 영화를 함께 만들게 된다.
배드맨의 성공으로 팀 볼튼 감독이 더 유명해 지면서 원래 가위손의 배우로 게리 올드만, 톰 행크스, 마이클 잭슨, 짐 캐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거론 되지만 최종 후보이넨 탐 크루스가 오르게 된다.
하지만, 조니 데브를 만난 팀 볼튼 감독이 그를 주인공으로 선택하고, 그렇게 두 사람의 대표작이 만들어 진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동민이 삼겹살을 구우며 두 사람을 보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감독님. 최근에 뉴스 보셨어요?”
“아니. 난 요즘 텔레비전을 안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
“내일 배드맨이 개봉하는데 사람들이 벌써 부터 줄을 서고 있어요.”
“아직 개봉도 안 했는데 그러다 영화를 보고 실망하면 어떻게 하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히 성공 할 거예요.”
개봉하기 전 부터 팀 볼튼 감독의 배드맨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는데 개봉하자마자 온갖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별로 유명한 히어로가 아니었던 배드맨의 인기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길에는 배드맨과 조커로 분장한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배드맨과 관련된 굿츠 역시 많이 제작되고 팔린다.
“조니. 배드맨 영화 예고편 봤어요?”
“TV광고 나오는 거 봤어. 분위기가 암울한 게 기대 되던걸?”
“그죠. 팀 볼튼 감독님이라면 분명히 훌륭한 작품을 만드셨을 거예요.”
팀 볼튼 감독은 두 사람의 칭찬에 부끄러워하며 상추에 삼겹살을 올려 쌈을 싸 먹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제가 최대 투자자인거 아시면서 왜 여기로 숨으신 거예요?”
“그게. 다니엘이라면 영화가 흥행을 못 해도 용서해 줄 것 같았거든. 그리고 난 여기 분위기가 좋아.”
제작사가 무서워 연락을 끊고 도망친 곳이 최대 투자자의 집이라는 게 이상했지만, 팀 볼튼 감독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영화 촬영은 정말 힘들었어. 세트장이랑 배트모빌 만드는데도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갔고, 특히 잭 니콜슨이 말을 안 들어서 골치가 아팠지. 그나마 마이클 키튼이 많이 도와줘서 무사히 영화를 끝낼 수 있었어.”
조니 데브와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팀 볼튼 감독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고, 배드맨 촬영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배트모빌 자동차는 진짜로 움직이는 거예요?”
“당연하지, 뒤에서 불도 나온다고. 그거 처음 만들었을 때 입구를 안 만들어서 급하게 슬라이드 식으로 개조했어.”
영화 이야기가 나오자 조니 데브도 흥미가 생겼고, 두 사람은 금방 친해지더니 소주 마시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 045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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