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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47화 (32/265)

< 047 >

올림픽 이후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서울은 확실히 88 서울 올림픽 전과 후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도로나 건물이 정비되어 있는 것 말고도 사람 역시 올림픽 전 보다 활기차고, 자신감이 더 있어 보였다.

“해외여행은 처음인데 한국은 느낌이 특이하네? 내가 생각했던 아시아 보다 훨씬 현대적인 느낌이야.”

쿠안틴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한옥이나 옛날 건물을 보고 신기해했다.

집에서 짐을 풀고 장거리 비행을 하느라 지친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경복궁 옆 서촌에 삼계탕을 먹으러 갔다.

한옥을 개조해 식당으로 만든 특이한 인테리어를 보고 신기해했고, 좌식 테이블에서 양반다리를 하다 발에 쥐가 난 쿠안틴은 그냥 다리를 쭉 펼친 채 앉았다.

“여기 치킨누들 숲에는 닭이 통째로 들어있네?”

“누들은 없고, 닭 안에 쌀이랑 여러 몸에 좋은 재료가 들어 있어요.”

동민은 쿠안틴에게만 나온 인삼주를 보고 입맛을 다셨지만, 호기심 천국 쿠안틴은 인삼주 설명도 듣지 않고 바로 원샷을 해 버렸다.

“크~ 쌉싸르 한 게 특이한 맛이네. 이런 술은 처음이야.”

“인삼이 들어간 술인데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남자한테 좋다고 들었어요.”

동민은 순진한 중학생인척 연기를 하며 고급 정보를 흘렸고, 쿠안틴은 마지막 남은 인삼주 한 방울 까지 깨끗하게 마셨다.

“여름에 뜨거운 음식을 먹으니 땀이 나긴 하는데 이상하게 상쾌한 기분이 드네?”

“이열치열이라고 선조들의 지혜가 들어 있는 음식이에요. 여름에 먹는 시원한 음식도 있긴 한데 더위에 지친 몸에 기운을 보충해주는 삼계탕을 먹었다고 하네요.”

시원하게 삼계탕을 먹은 두 사람은 흘린 땀을 씻기 위해 공중목욕탕으로 향했다.

“오~ 여기가 말로만 듣던 공중목욕탕이군. 신기해.”

“신발은 여기 넣고, 탈의실에서 옷을 다 벗고 들어가면 돼요.”

아직은 서울에 외국인이 많지 않은 시대라 목욕탕에 쿠안틴이 들어오자 남자들이 키가 큰 그를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특히 시선이 그 곳으로 많이 집중 되었다.

“아뜨거. 다니엘 여기 어떻게 들어가는 거야? 몸이 익어버릴 것 같은데?”

“처음엔 발만 살짝 담그고 다리, 엉덩이, 가슴 순으로 들어가면 되요. 너무 뜨거우면 옆에 적당한 탕도 있으니 저기로 가요.”

동민이 열탕 말고 온탕을 권했지만, 남자는 물러서면 안 된다며 몸이 분홍색으로 달아올랐지만 결국 열탕에 적응하는데 성공했다.

“노곤 노곤한 게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네.”

“저도 목욕탕은 오랜만이네요.”

“로스앤젤레스에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한국인들이 목욕탕 좋아하니까 한인타운에 금방 생겨날 거예요.”

한인 타운에 한국 목욕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아직은 만들어 지지 않은 것 같았다.

쿠안틴 과 서로 등을 밀어주다 그의 등이 너무 넓어 때밀이 아저씨에게 부탁했고, 쿠안틴은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때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목욕이 끝나고 바나나맛 우유에 빨대를 꽂아 마시며 집으로 걸어갔다.

“마법의 음료인가? 왜 이렇게 맛있지? 이런 문화 체험이라면 대환영이야. 하루 만에 한국 사람이 된 것 같네.”

삼계탕을 먹고 목욕을 마친 쿠안틴은 집에 도착하자 기절하듯 잠에 들었고, 다음날 완벽한 컨디션으로 부활했다.

“미스터 킴. 이번에는 미국에서 흥행 했는데 한국에 나오지 않은 영화들로 추려서 가지고 왔습니다.”

“미안한데 천천히 말해 주겠어요?”

아침부터 쿠안틴은 아빠에게 영화 설명을 했고, 말이 많고 빠른 그의 영어를 아빠는 대부분 못 알아 들었다.

“아빠도 영어에 익숙해져야 하니까 힘들어도 쿠안틴이랑 계속 대화해 보세요.”

무섭게 생긴 쿠안틴이지만,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했는데 화를 내고 있다고 착각한 아빠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 하면서 영어 듣기 능력이 극적으로 향상 되고 있었다.

20 편의 영화 설명이 끝이 났고, 쿠안틴이 오늘은 어디로 가는 지 동민에게 물어 보았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곳으로 갈 거예요. 아마도 마음에 들 걸요?”

“그래? 한국적인 느낌을 볼 수 있으면 좋겠네. 이거 기대 되는걸?”

두 사람은 왕십리 북쪽에 위치한 시장으로 향했다.

“여기는 마장동이라는 곳이에요.”

“마좡동? 이름이 먼가 멋있는 느낌이야.”

마장동 축산 시장입구에 도착하자 벌써 부터 고기 육향이 풍기기 시작했다.

시장에 들어서자 끝없이 펼쳐진 정육점이 나타났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정형 작업장 수가 늘어나더니 내장과 돼지, 소머리가 걸려 있는 곳이 많이 보였다.

뚝뚝 떨어지는 붉은 피를 보더니 쿠안틴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하악하악. 이렇게 진한 피 냄새는 처음 맡아 봐. 여기 너무 매력적이야. 상상 이상으로 멋있어.”

몸 좋은 도축 정형사들이 칼로 고기를 자르는 모습과 고기가 분해되는 장면은 직접 본 쿠안틴이 흥분하더니 비디오 카메라로 영상을 찍었다.

거친 정형사들이 카메라에 찍히는 걸 싫어했지만, 외국 영화 감독이라며 설명하자 촬영을 허락해 주었다.

“이런 날 것의 현장이란. 너무 좋아.”

마장동에서 눈이 돌아간 쿠안틴을 겨우 진정 시키고, 고깃집에 들어가 한우 꽃등심과 갈비를 주문했다.

“소고기 날 것으로 먹어 본 적 있어요?”

“고기를 익히지 않고 그냥 먹는다고?”

“그렇게 먹을 수 있는 부위가 있어요.”

아직 마장동에서 직접 도축을 하는 시대라 당일 도축된 뭉티기 고기와 육회를 주문했다.

“방금 잡아서 아직 근육이 살아 있어요. 식감이랑 육향이 다를 거예요.”

잔인한 걸 좋아하는 쿠안틴이었지만, 생고기를 처음 먹어보는 그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동민이 뭉티기 육회를 양념장에 찍어 너무 맛있게 먹자 용기를 내어 입에 넣었고, 생각과 다르게 깔끔한 맛에 깜짝 놀랐다.

“핏물도 없고, 식감이 특이하네? 무엇보다도 맛있어!”

“맛있을 거라고 했죠? 이건 여기 아니면 먹기 힘든 음식이에요.”

생고기 맛에 놀란 그가 테이블에서 직접 구워주는 한우를 먹더니 또 감탄을 했다.

“고기가 입안에서 녹아 없어지는데? 같은 고기인데 맛이 완전히 달라.”

“이건 진짜 비싼 고기에요. 특별히 사주는 거니까 비디오 추천 잘 해줘요.”

“이미 완벽하게 선정해 가지고 왔어. 우와! 너무 맛있다.”

이후로도 특이한 분위기의 맛집을 함께 다녔고, 쿠안틴은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했다.

“한국에 또 오고 싶은데 자주 오긴 힘들겠지? 한식이 너무 맛있어서 매일 먹고 싶어.”

“준비하고 있는 영화 잘 찍어서 유명해지면 종종 올 수 있을 거예요. 조심히 가고 미국에서 봐요.”

아쉬워하는 쿠안틴을 돌려 보내고, 동민은 한국에 남아 아빠가 영화 배급권을 구입하는 걸 도와주었다.

“아빠. 나는 커서 영화감독이 될 거니까 한국에 인맥 많이 만들어 둬야 해요.”

“지금도 방송국 인맥은 충분한데, 우리 아들이 필요하다면 더 많이 쌓아 놓도록 하마.”

국뽕 전사 동민의 최종 목표는 할리우드 영화를 한국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한국 미디어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이기에 지금부터 아빠를 통해 기초를 다질 계획이었다.

한국에서 부모님과 지내며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고, 스필버그를 홍콩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아들 덕분에 홍콩도 가 보는구나.”

“홍콩이라니 벌써 설레네요.”

원래는 혼자 가려 했지만, 아빠가 방송국을 그만두어 시간 여유가 있었고, 이번 기회에 부모님이 홍콩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함께 홍콩으로 향했다.

아직 중국에 반환되기 이전의 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홍콩은 특유의 매력을 잔뜩 머물고 있었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 짐을 푼 동민 가족은 에프터눈 티 세트를 먹으며 홍콩에서의 하루를 즐겼다.

“두 분은 호텔 컨시어지에 부탁해서 홍콩 여행을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스필버그 감독님과 함께 다닐게요.”

“그래.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조심히 다녀 오거라. 스필버그 감독님이라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구나.”

홍콩의 영화계는 80년대 초 성용과 홍금보의 액션 영화로 성장을 시작했고, 86년 주연발의 영웅본색이 나오면서 느와르 액션 장르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었다.

성용과 주연발이 80년대 후반 홍콩 영화계를 양분하고 있었는데, 86년은 영웅본색, 87년 용형호제로 1위를 주고받았다.

작년인 88년은 주연발의 팔성보희가 2월에 개봉하면서 역해 최고 흥행작의 자리에 올랐고 여름에 성용의 폴리스 스토리2가 개봉하면서 추격을 하지만, 주연발에게 다시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올해인 89년은 느와르 장르가 시들해 지고 카지노 영화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지존무상이라는 영화로 유덕화가 본격적인 스타 반열에 올랐고, 주연발의 도신이 또 다시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성용도 골든 하베스트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며 직접 감독하고 왕년의 액션스타들을 대거 출연시키는 미라클을 만들어 도신에 조금 못 미치는 2위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 너무 많은 영화에 출연해 혹사당한 주연발이 영화를 떠나게 되고 그의 빈자리는 홍콩 느와르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성용 또한 영화 제작을 멈추면서 홍콩 영화를 대표하는 두 인물이 자리를 비우지만 새롭게 등장한 인물이 홍콩 영화의 문맥을 이어 나간다.

“감독님, 꽤 먼 거리인데 비행은 괜찮으셨어요?”

“나야 해외 촬영을 많이 다니니 비행기에 익숙한데 넌 괜찮았니?”

“전 한국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와서 금방 왔어요.”

홍콩에 도착한 스필버그를 찾아간 동민이 간단하게 안부를 주고받았고, 앞으로 홍콩에서의 일정을 이야기 했다.

“나는 일주일만 머무르다 미국으로 돌아갈 거란다. 네가 부탁한데로 미팅과 행사에 함께 다니다가 홍콩 영화쪽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감독님 덕분에 일이 잘 풀리겠네요.”

“고마우면 종종 내 영화에도 출연하도록 하거라. 출연이 싫으면 조감독으로 일을 해도 괜찮겠구나.”

영혼은 그대 곁에를 찍으면서 동민의 싹수를 확인한 스필버그 감독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사단으로 끓어 들이려고 했고, 동민은 아슬아슬하게 선을 유지했다.

“일단 학교를 다녀야 해서 시간 나는 데로 노력해 볼게요.”

“그래. 학교를 졸업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니 방학 때라도 찾아 오거라.”

스필버그가 도착한 첫날부터 저녁 파티가 잡혀 있었고, 잠시 담소를 나눈 두 사람은 함께 영화인 행사 파티에 참석했다.

“부모님도 함께 올 걸 그랬나? 유명한 홍콩 배우들이 많이 있네.”

한국을 강타한 홍콩 슈퍼스타들이 대부분 참석했고, 홍콩을 대표하는 감독들도 스필버그와 인사하기 위해 찾아왔다.

스필버그 옆에 따라 다니며 구경하던 동민은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영원한 따거 주연발이 다가오자 오랜만에 가슴이 콩닥거렸다.

“안녕하십니까. 스필버그 감독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047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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