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41화 (26/265)

< 041 >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 위치한 네버랜드는 2700에이커의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저택이라기보다는 커다란 공원이나 골프장 같았고, 네버랜드 입구에서 발렛주차를 맡겼다.

“성인은 출입이 불가능 합니다. 이곳에서 대기해 주십시요.”

동민과 앤젤리나, 드류를 네버랜드까지 태워준 닐은 네버랜드 입장이 불가능 했다.

“원래 우리도 안 되는데 내가 특별히 부탁해서 초대 받은 거야. 초등학생까지만 되고 중학생 이상은 못 들어간다고 했어.”

“이번에 안 왔으면 영영 못 올 뻔 했네?”

알록달록하게 생긴 카트를 타고 이동하자 커다란 인공호수 두개 사이에 있는 330평짜리 본채에 도착했다.

집사로 보이는 사람의 안내를 받아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붉은색 옷은 입은 남자가 아이들 10명과 즐겁게 뛰어 다니며 놀고 있었다.

“드류!”

“마이클. 오랜만이에요. 매리 크리스마스~.”

“못 본 사이 많이 자랐구나. 그래도 아직 어릴 적 귀여운 얼굴이 남아있네.”

동민은 설명이 필요 없는 전설 중의 레전드 마이클 잭선을 직접 만나자 입안이 바짝 마르고 심장이 벌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82년 11월 발매한 Thriller 앨범이 메가 히트를 치면서 미국 팝의 황제가 아닌 전 세계 음악 황제로 등극한 마이클은 80년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 된다.

한국에서도 어찌나 유명한지 산골이나 외딴 섬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마이클의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였다.

“드류. 함께 온 친구들을 소개해 주겠어? 나의 네버랜드에 처음으로 입장한 어디서 본 듯한 동양인 왕자님도 궁금하네.”

“이쪽은 다니엘인데 구리스에 데이타로 출연했어요.”

“데이타! 나 구리스 너무 좋아해. 10번은 봤을 거야. 만나서 반가워 다니엘.”

긴장한 동민이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자 마이클은 그런 그를 꼭 안아 주었다.

마이클 잭선이 안아주자 이상하게 동민의 긴장이 풀렸고, 조금은 진정할 수 있었다.

앤젤리나도 마이클과 포옹을 했고, 그가 새로운 친구들이 왔다며 집안 구경을 시켜 주겠다고 했다. 집 안에는 5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영화관이 있었고, 녹음 스튜디오 역시 있었다.

당연히 수영장도 있었는데 실외가 아니고 집안에 수영장이 있었다.

“집에 있는 건 다 봤으니 이제 밖으로 나가자. 다들 따라 오렴.”

마이클을 따라서 본채에서 나가자 네버랜드라고 적힌 커다란 시계가 있는 기차역이 나타났다.

부대시설의 규모가 너무 커서 아이들의 이동이 불편하자 마이클은 기차를 만들어 버렸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자 놀이동산이 나타났고, 놀이동산을 지나 네버랜드 끝에 있는 동물원에 도착했다.

사자와 기린, 공작새가 있었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랫서팬더나 라쿤, 사막여우 같은 작고 귀여운 동물도 여러 종이 있었다.

동물원까지 오는 길에 동민이 가장 놀란 건 네버랜드 안에 소방소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외딴 곳에 홀로 거대한 네버랜드가 있었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소방소를 개인 공간에 만들어 버렸다.

유지보수비로 연간 500만 달러 이상이 들어간다더니 마이클 잭선의 수입이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하하. 이번에는 회전목마 타러 가자!”

“마이클 다음은 범퍼카 타요!”

네버랜드의 화려한 모습과 마이클 잭선이 아이들과 천진난만하게 뛰어 노는 모습을 볼수록 동민은 그를 향한 연민이 커져갔다.

마이클은 아기 때부터 아버지에게 춤과 노래 훈련을 받았고, 그의 유년기 기억은 대부분 연습과 무대 위였다.

학교도 가지 않고, 아주 어릴 적부터 카바레와 클럽에서 공연을 했고, 아버지의 매를 맞으며 혹독하게 춤과 노래 훈련을 받았다.

지금 그가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은 자신에게 없었던 유년기의 추억을 아이들을 통해서 보상받으려는 것이었다.

네버랜드라는 이름 역시 피터팬에 나오는 영원히 늙지 않는 땅에서 가지고 온 만큼 그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다들 배고프지? 이제 밥 먹으러 갈까?”

“네~ 밥 먹으러 가요.”

마이클이 아이들을 데리고 본채에 있는 식당으로 갔는데 개인 집에 있을 수 없는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동민은 마이클 잭선이 좋아하는 비빔밥을 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외부 음식 반입이 안 되었기에 다른 선물만 챙겨 왔다.

오랜만에 느끼한 미국 음식을 먹은 동민은 김치가 생각났지만, 마잭형을 위해 맛있게 먹어주었다.

“올해에는 누가 착한 일을 했을까? 산타할아버지는 누가 착한 아이인지 다 알고 계신데요.”

아이들은 마이클 잭선이 선물을 주려하자 모두 신나했고, 벽난로 앞에 있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로 모여들었다.

마이클이 한명씩 이름을 부르자 그에게 다가가 선물을 받았고, 동민의 이름도 불렸다.

“다니엘은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니?"

" 마이클의 사인이 들어간 CD 아니 카세트테이프 아니 LP 가 갖고 싶어요.”

아직은 CD가 대중화 대지 않았기에 테이프로 바꿨다가 너무 작은 것 같아 LP로 달라고 했다.

“그건 이따가 따로 챙겨주고 오늘은 다른 선물이 있단다.”

40대의 영혼이 들어있는 동민은 오늘의 상황이 조금 오글거렸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이클을 보자 어쩔 수 없이 좋아하는 연기를 했다.

동민이 선물포장을 풀자 내년에 발매되는 닌텐도 게임보이가 들어 있었다.

“우와. 이건 아직 발매도 안 된 건데. 감사합니다. 저도 마이클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어요.”

동민이 작은 상자를 내밀었고, 상자 안에는 삼촌이 마이클을 위해 직접 만든 황금 반짝이 장식이 된 장갑이 들어 있었다.

“예전에 잭선 5 활동 할 때 할리우드 세탁소에 자주 오셨다고 들었어요. 저도 거기 있는데 삼촌이 마이클을 위해서 직접 만드신 거예요.”

“너무 마음에 드는구나. 내년부터 월드 투어를 가야하는데 무대 위에서 꼭 착용하도록 할게.”

지금은 아이 같은 모습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도 프로페셔널 하기에 그가 이 장갑을 끼고 있을 장면을 상상하니 동민도 기분이 좋아졌다.

너무 동심으로 돌아간 크리스마스였지만, 동민은 네버랜드에서 마이클 잭선과의 추억을 만들었고, 돌아가는 길에 그에게 작은 조언을 해 주었다.

“마이클. 사실 저는 미래를 볼 수 있어요. 지금은 손이나 발 일부분만 흰색으로 변하고 있지만, 조만간 온 몸과 얼굴까지 백인처럼 하얗게 변할 거예요. 그리고 몇 년 뒤 당신들이 초대한 아이들 중 몇 명이 배신 할 거예요. 이후 마이클은 몸과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힘든 나날을 보내 게 되는데 당신의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할리우드 세탁소에 있는 저를 찾아오세요.”

갑작스러운 동민의 말에 마이클이 순간 당황했지만, 크게 마음에 담아 두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다행히 마이클의 백반증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바로 전에 네버랜드에 왔기에 본인의 피부가 달라지면 동민의 말이 사실이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조단 챈들러라는 소년의 의붓아버지인 에반 챈들러가 마이클을 아동 성추행으로 고발하는 건 93년도이기에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마이클을 직접 만나본 동민은 그가 아동 성추행을 절대로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졌고, 이번에는 꼭 그의 누명을 벗겨 주겠다고 다짐했다.

“드류. 오랜만에 봐서 너무 좋았어. 앞으론 자주 놀러 오렴.”

“노력해 볼게요.”

“그리고 네 친구 다니엘은 어디 아프거나 하진 않니? 이상한 이야기를 하더라고.”

“저 녀석은 이상한 이야기 자주 해요. 그래서 할리우드에서 엄청 유명하더라고요. 유명 감독이랑 배우들이 다니엘 만나려고 세탁소로 자주 찾아와요.”

다행히 드류가 동민이 비범하다는 걸 마이클에게 말해 주었고, 마이클은 동민의 정체를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이클의 네버랜드에서 돌아온 며칠 뒤 동민은 스티브 스필버그의 연말 파티에 참석했다.

“세상에 내가 스필버그 감독의 파티에 가다니.”

“여보 진정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영어 공부 열심히 해 둘걸 그랬네.”

“나랑 동민이가 통역해 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이번에는 동민 혼자가 아닌 미국에 오신 부모님과 함께 스필버그의 파티에 참석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파티라는데 처음 가보는 부모님은 들떠 있었고, 거기다 유명 감독인 스필버그의 집에 간다는데 더 흥분해 있었다.

“여보. 저 사람은 해리슨 포드 아니에요?”

“그 옆에 있는 사람은 숀 코네리 같은데?”

내년에 개봉하는 인디아나 존슨 최후의 성전에 출연하는 두 사람이 파티에 참석했고, 스필버그와 관련 있는 여러 유명 배우가 파티에 있었다.

“아저씨. 아줌마. 안녕하세요.”

“드류도 있었구나. 그래도 여기서 아는 사람을 만나니 반갑구나.”

부모님은 삼촌의 세탁소에서 드류와 인사했기에 서로 알고 있었고, 그녀를 보자 조금씩 파티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쪽은 한국에서 오신 제 부모님이세요.”

“오~ 다니엘의 부모님이셨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렇게 영특한 아들을 두셔서 자랑스러우시겠어요.”

방송국에 다니는 아빠는 스필버그 감독을 보고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었고, 열심히 영어공부를 한 엄마는 80년대 한국 스타일의 영어를 뜨문뜨문 구사했다.

“하하. 평소 저도 다니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이 녀석 때문에 파티에 김치와 한국 갈비를 준비하고 있으니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부모님과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스필버그는 동민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너 레인맨에도 투자를 했더구나.”

레인맨은 2,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최종 3억 5,400만 달러를 벌어들여 88년 최고 흥행작이 되고 각종 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휩쓸 게 된다.

“조조 래빗에 조금만 투자를 하더니 큰돈은 흥행작에 투자했더라고.”

“이번에는 감독님 영화에 2편이나 투자 했잖아요.”

“내년에 내가 몇 편의 영화를 만드는 줄 아니?”

“5편이요.”

할리우드 영화감독은 크게 3부문으로 분류 되는데 직접 촬영을 하는 연출과, 시나리오를 쓰는 각본, 마지막으로 제작이 있다.

스필버그는 자신의 제작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는데 내년에는 일이 가장 많은 연출만 2 작품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감독님이 직접 연출하는 현장을 직접 보고 싶은데 인디아나 존슨은 유럽에서 촬영하잖아요. 견학도 못하는 작품에 투자하고 싶지 않아요.”

“다른 작품은 미국에서 찍으니 거기 따라 오면 되겠네.”

다른 작품은 Always라는 영화로 한국 제목은 영혼은 그대 곁에라는 영화였는데 산불 진압 비행사가 사고로 죽고 영혼 상태에서 후배 조종사를 키우는 내용이었다.

후배는 홀로 남겨진 주인공의 여자친구와 가까워지는데 이를 지켜보는 유령 상태의 주인공이 힘들어한다.

나름 잘 만들어진 멜로 영화로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이 잘 녹아져있다.

이 영화는 내년에 만들어 지는 Ghost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지만, 흥행에서는 별로 좋은 성과를 못내는데 310만 달러의 예산으로 7천만 달러의 수익으로 올렸다고 하나 영화 퀄리티나, 촬영에 사용된 소품들만 봐도 예산 측정이 잘못 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블 코믹을 사는 바람에 여유 자금이 없어요. 인디아나 존슨이랑 백투더 미래 2에 투자했으니 영혼은 그대 곁에는 견학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 041 > 끝

ⓒ 돈많을한량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