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0 >
동민은 수많은 유명 히어로를 창조한 마블 코믹스의 아버지 스탠리 마틴 리버가 직접 나오자 깜짝 놀라기도 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마블 코믹스에서 어시스턴트부터 시작하여 편집장을 거쳐 사장 자리까지 오르는 입지전 적인 사람이다.
사장에 오르긴 하지만, 자신이 경영에는 소질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사장자리에서 내려와 다시 만화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파라마운트 투자사에서 온 닐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저희 고객님이신 다니엘 입니다.”
“회사에서 나보고 손님을 맞이하라고 하더군. 내가 인상이 좋아서 인기가 많기거든.”
스마일리 스탠이라고 불리는 스탠리는 만화가라서 그런지 웃는 얼굴로 유머가 섞인 재미있는 화술을 구사했다.
동민은 자신의 작품에 까메오로 나오는 스탠 리를 미디어 매체로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처음 만났는데도 친근함을 느꼈다.
“지분을 사고 싶다고 들었는데 자세한 건 숫자 놀이 하는 사람들하고 이야기 하고, 나는 오늘 회사 투어를 시켜주기 위해 나왔네. 난 그림쟁이라 지분이 어쩌고 하는 건 잘 모르겠더군.”
실제로 그는 1999년 히어로 코믹이나 애니메이션을 배포하는 스탠 리 미디어를 설립하지만, 기획자가 자금을 가지고 남미로 먹튀를 하게 된다.
사업에는 소질이 없는 스탠 리의 안내를 받으며 마블 코믹스 스튜디오 구경을 했고, 코믹북 수집가라면 환장할 오리지널 시리즈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질문이 하나 있어요.”
“히어로에 관련된 질문이라면 내가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지.”
“스파이더맨이랑 울버린이 싸우면 누가 이겨요?”
“그거야 당연히 스탠 리가 이기지.”
미래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마블 코믹스 히어로 순위 싸움이 여러 번 일어나는데 결론은 항상 스탠 리로 종결 된다.
유명한 클리쉐를 당사자에게 직접 들으니 기분이 좋아진 동민은 마블 코믹스의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여기는 스파이더맨 작업실이군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피터 파커가 불행하게 사는데는 스탠 리의 영향이 컸다.
그가 스토리를 짜던 시절부터 피터를 괴롭히는 다양한 방법을 선보였고, 이후 다른 작가들도 그를 본받아 피터 파커를 괴롭히게 된다.
“그런데 스파이더맨 주인공은 왜 그렇게 괴롭히시는 거예요?”
“한 번 행복하면 두 번 불행하게 하라. 한 번 웃으면 세 번 넘어뜨리고 두 번 울려라. 이걸 기본으로 스토리를 만들었거든.”
“그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어떻게 생각해 낸 거예요?”
“그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대충 적은 말인데?”
스파이더맨 스튜디오에서 그가 직접 그린 그림 몇 개를 선물 받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다 대표 이사를 만나러 갔다.
“저희 마블 코믹스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시군요. 아시다 시피 저희는 86년 뉴 월드 앤터테인먼트에 지분을 전부 매각 했습니다. 그런데 뉴 월드 측에서 경영권을 다시 판매하려 하더군요. 몇 투자사가 접근하고 있는데 후보는 많을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마블 코믹스는 이후 몇 번 더 팔리다가 2000년 중반 디즈니에 인수 당하게 된다.
시간이 지난 수록 마블의 가치는 올라가는데 지금은 그나마 DC가 훨씬 더 잘나가기에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평가되어 있었다.
“저는 마블 코믹스 히어로의 실사 영화화에 가장 초점을 맞추고 운영할 계획입니다.”
“내년에 개봉하는 배드맨에도 여기 계신 다니엘 군이 최대 투자자로 참여하셨지요. 영화로 만드는 과정은 다년간의 경험이 있기에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저는 여러분이 마음에 들지만, 뉴 월드 앤터테인먼트는 비전보다는 금액을 더 중요하게 생각 할 겁니다. 부디 협상에 성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마블 코믹스 본사 미팅을 마치고 동민이 닐에게 마블 평가 금액을 확인했다.
“2년 전에 3천만 달러에 뉴 월드에 매각되었다고 합니다.”
“2배인 6천만 달러 까지는 괜찮으니 가능하면 전부 인수해 주세요.”
“코믹북만 판매하는 회사인데 너무 많은 금액을 투자하시는 것 아닙니까?”
“아직 배드맨이 개봉을 안 해서 싼 거예요. 배드맨이 성공하면 많은 히어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마블코믹스의 가치도 올라갈 거예요.”
거기다 마블코믹스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히어로 라이센스를 찢어서 판매하는데 서니픽처스가 스파이더맨을 잘 구입해서 효자 상품으로 키워낸다.
동민의 큰 그림에는 서니픽처스가 없었고, 더 늦기 전에 마블을 인수하기로 했다.
자세한 협의는 닐에게 처리하도록 했고, 동민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잭 니콜슨이 출연하기로 했어.”
“정말요? 쉽지 않았을 건데 어떻게 설득하신 거예요?”
“그의 농장까지 찾아가서 직접 시나리오를 보여주며 설득했지.”
팀 볼튼 감독은 직접 그린 콘티까지 가지고 갔을 거고, 그가 그린 콘티를 보면 아무리 잭 니콜슨이라도 관심이 생겼을 거다.
“그가 농구 시합을 봐야 한다고 해서 3주안에 촬영을 마치겠다고 약속했어.”
“3주면 너무 짧은데 가능하겠어요?”
“최대한 노력해 봐야지.”
팀 볼튼은 아직 모르지만, 촬영 기간이 5주가 넘어가면서 잭 니콜슨의 히스테리가 폭발하게 된다.
촬영은 할리우드가 아닌 영국에서 진행 되는데 그는 저녁 7시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촬영을 마쳐야 한다는 조건으로 계약한다. 아침 7시에 촬영장으로 출근한 슈퍼스타 잭 니콜슨은 10시간 동안 분장을 받고 2시간 촬영한 다음 7시 퇴근을 칼 같이 지키며 영국 여행을 다닌다.
워낙 제작진을 개고생 시키는 바람에 워너 브라드스 간부들이 “그 조커란 놈은 현실에서도 짜증을 내게 하는군!”이라고 투덜거린다.
까다롭고 제멋대로인 잭 니콜슨이지만, 그 와중에도 희대의 명연기를 펼치게 되고, 이후 매인 빌런은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로 섭외하는 트랜드가 생겨난다.
앞으로 고생할 팀 볼튼에게 명복을 빌어 주었고, 그는 촬영을 위해 영국으로 떠나갔다.
“이번에는 웬일로 내가 먼저 부탁하지 않았는데 투자를 했더구나.”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촬영장에도 직접 가보고 싶은데 유럽에서 대부분 촬영하시죠?”
“요르단의 페트라와, 베네치아, 베를린에서 촬영하기로 했단다. 대신 올해 연말 파티에는 꼭 오렴. 네 덕분에 드류의 상태가 아주 좋아졌더구나.”
동민이 인디아나 존슨 최후의 성전과 백투더 미래 2에 투자한 것을 알고, 스티브 스필버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백투더 미래 2편은 전작의 성공으로 이번에도 큰 수익을 내고, 인디아나 존슨 3편인 최후의 성전은 흥행도 흥행이지만, 인디아나 존슨 시리즈 중 최고의 명작으로 평가 받게 된다.
성배를 둘러싼 나치와의 모험을 내용인데 주인공 인다아나와 아버지 헨리의 캐미가 아주 재미있었다.
헨리 존슨은 숀 코네리가 맡았는데 그의 물 오른 연기 덕분에 조연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가 된다.
두 사람이 서로 으르렁대면서 함께 수수께끼를 풀고, 나치와 싸워가며 마지막에 성배를 손에 넣고 화해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흥행이야 배드맨과 쌍벽을 이루면서 4억7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니 무조건 투자해야 했다.
스필버그 감독과 간단하게 통화를 마쳤고, 며칠 뒤 카메룬 제임스 감독이 오랜만에 세탁소로 찾아왔다.
“다니엘, 이번에는 왜 내 영화에 투자하지 않는 거니?”
“제가 얼마 전에 마블 코믹스를 인수하느라 돈을 다 써버렸어요. 투자하고 싶어도 돈이 없네요.”
동민은 여유자금이 넘쳐흘렀지만, 카메룬 감독의 이번 영화에는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내년 여름에 개봉하는 카메룬 감독의 해저 탐험영화 어비스는 7천만 달러라는 큰 예산을 들여 북미, 해외 최종 수입 9천만 달러를 벌어들여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한다.
영화 자체는 화려한 특수효과와 훌륭한 세트로 호평을 받지만, 결과적으로 카메룬 감독의 유일한 흥행 실패작으로 남게 된다.
거기다 카메룬 감독의 완벽주의와 성깔이 합쳐서 수중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들이 개고생을 한다.
남자 주인공인 애드 해리스는 매일 아침 울면서 촬영장으로 출근하고 실제로 카메룬 감독을 때리기도 한다.
애드 해리스가 촬영 도중 익사할 뻔 했는데, 카메룬 감독이 그대로 촬영을 지속하고 그는 응급조치로 겨우 살아나게 된다.
정신을 차린 해리스가 결국 카메룬 감독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카메룬 감독은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 다시 촬영이 임한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흥행에도 실패하기에 막대한 제작비에 투자가 필요한 카메룬 감독을 동민이 회피하고 있었다.
거기다 89년에는 무려 7편의 심해 SF 영화가 개봉하는데 딥식스(1월), 레비아탄(3월), 해저 에이리언(4월), The Evil Below(7월), 어비스(8월), 마의 해역(10월)이 모두 흥행에 실패하고, 11월에 동민이 투자하는 해양 애니메이션만 성공하게 된다.
“이번 영화에 컴퓨터 그래픽을 쓰실 거죠? 그거라도 도와 드릴게요. 제가 픽사라는 회사에 투자해서 관계자를 보내드릴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라도 도와주면 고맙겠구나.”
“대신 소프트웨어 판권은 저한테 넘겨 주셔야해요.”
“그건 내 것이 아닌데 ILM에 물어봐 주마.”
어비스에서는 물로 된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는데 아직 기술이 부족하기에 루카스필름 산하에 있는 ILM에서 만든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으로 한 프레임씩 전부 그려서 만든다.
어비스를 통해 이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게 되고, 영화 상영이후 이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을 어도비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팔아 버린다.
동민은 어도비에서 이 프로그램을 사들여 포토샵이라는 이름을 붙여 팔기 전에 날름 먹어버릴 계획이었다.
그렇게 감독들과 투자 조율을 하다 보니 금방 연말이 다가 왔고, 어김없이 동민에게 초대장들이 날아왔다.
중학생이 되긴 했지만, 배우들이 여는 자극적인 파티에는 아직 참석하기 부담스러웠고, 투자사들 모임은 너무 딱딱하고 무료했다.
올해는 영화감독 파티에만 몇 군대 참석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앤젤리나와 함께 태권도를 끝내고 온 드류가 세탁소에서 밥을 먹으면서 물어보았다.
“올해도 스필버그 감독님 파티에 갈 거지?”
“거긴 참석해야지. 너도 연말이라 바쁘겠네?”
“당연하지 난 배리무어 가문의 드류라고. 얼마나 오라는 곳이 많은데.”
앤젤리나가 부러운 듯 드류를 바라보자 드류가 다시 말했다.
“내 친구라고 하면 특별히 같이 갈 수 있을 거야. 가고 싶은 파티나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라고. 내가 특별히 힘 써주도록 할게.”
이미 유명 배우를 여러 명 직접 만난 동민은 드류의 말에 무덤덤했지만, 앤젤리나가 어느 스타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가보고 싶다고 했고, 동민도 그의 파티라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내가 여기 오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앞으로 너희는 나한테 잘해야해.”
“드류 배리모어님의 위대함에 경배 드립니다.”
동민은 그랜절을 박으며 드류에게 감사를 표했고, 앤젤리나와 함께 네버랜드로 입장했다.
< 040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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