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76화
수호가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내자 이번에는 애런 저지에게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과연 저지가 미국의 자존심을 지킬 것인가!!
-슈퍼스타면 여기에서 또 한 방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메이저리그 역사상 3연타석 홈런이 한 경기에 두 명한테서 등장한 적이 있음?
└없음 ㅋ
-타자들이 미쳐 날뛰니 투수들이 불쌍하다.
-선발들이 4회도 못 채우고 다 바뀜 ㅋㅋ
└앤드류 페인터가 이렇게 두드려 맞는 건 또 의외네.
└└ㄹㅇ. 그래도 필리스 1선발인데. 너무 두드려 맞는다.
-필리스 1선발, 양키스 4선발. 실질적으로 애런 저지가 더 대단한 거 아님?
└그냥 둘 다 대단한 듯.
두 선수의 홈런 대결에 피해를 본 건 두 팀의 투수들이었다.
특히 필리스의 에이스인 앤드류 페인터는 올 시즌 최악의 투구성적을 기록했다.
‘2.2이닝 4실점이라고?’
이런 기록은 루키시즌을 제외하고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단 애런 저지에게 3점을 헌납한 게 가장 컸다.
이후 피칭이 흔들리면서 주자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자 결국 그는 교체되었다.
문제는 책임 주자들이 모두 득점하면서 최종적으로 4실점을 하게 되었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에이스의 자리가 익숙해지고 있었는데, 이런 성적이라니.
‘오늘 컨디션도 좋았는데.’
시즌 초반의 컨디션은 무척이나 좋았다.
그런데 이런 성적을 받게 되다니.
한숨이 깊어지는 페인터였다.
그가 더그아웃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는 와중에도 경기는 계속됐다.
딱!!
-때렸습니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1사 주자는 1, 3루가 되었습니다!
-아~ 이거 정말 좋지 않습니다. 애런 저지 앞에서 주자가 너무 쌓였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애런 저지가 주자 1, 3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섭니다!
애런 저지가 타석으로 들어서자 양키 스타디움이 들썩였다.
“저지! 저지! 저지!!”
“너도 3연타석 홈런 가자!!”
“루키한테 질 수는 없잖아!!”
“한 방 날려 버려!!”
양키스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쏟아졌다.
그만큼 애런 저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소리였다.
-현재 스코어는 한수호 선수의 투런 홈런으로 7 대 4인 상황! 만약 애런 저지의 홈런이 나온다면 동점을 이루게 됩니다!
경기가 리셋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선 애런 저지가 침착하게 타격을 이어나갔다.
퍽!
“볼.”
-초구는 볼입니다.
퍽!
“볼, 투!”
-2구 연속 유인구! 하지만 애런 저지의 배트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애런 저지의 삼진이 리그에서 상당히 높은 편인데도 배트가 나오지 않네요.
-수치만 보면 리그 탑10 안에 들 정도로 삼진의 개수가 많습니다만, 볼삼비로 본다면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닙니다.
-볼넷이 많다는 건 그만큼 선구안이 많다는 소리죠.
-그럼에도 삼진이 많다는 건 스윙 자체가 장타를 노리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투볼을 잡아낸 애런 저지를 상대로 더 이상 유인구를 던지는 건 무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리얼 무토는 공격적인 리드를 가져갔다.
‘바깥쪽 높은 코스, 패스트볼.’
적절한 리드였다.
바깥쪽 높은 코스는 애런 저지의 배팅존에서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하는 장소다.
리얼무토는 그 데이터를 토대로 리드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흡!!”
쐐애애액-!
그의 리드는 기본적으로 투수의 제구가 완벽하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애런 저지라는 상대, 몰린 볼카운트, 득점권에 주자가 있다는 점.
거기에 경기장 분위기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투수가 제대로 된 제구를 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우려는 곧 현실로 이어졌다.
투수가 던진 공은 바깥쪽 높은 곳이 아닌 존의 중심으로 향했다.
그것을 본 리얼무토가 아차 하는 순간.
부앙!!
애런 저지의 배트가 그의 눈앞을 지나가더니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타석에 서서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던 애런 저지가 배트를 가볍게 던졌다.
-배트를 던진 애런 저지!! 그리고 타구는 중앙 펜스를 넘어 불펜에 떨어집니다!! 3연타석 홈런을 작렬하는 애런 저지!!
-이거 정말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한수호 선수와 애런 저지의 홈런 대결이 끝나지 않는군요!
-네가 때리면 나도 때린다!! 애런 저지가 결코 홈런의 차이를 좁히는 걸 용납하지 않습니다!!
애런 저지가 1루를 지나가며 힐끔 수호를 바라봤다.
[오~ 도발인데.]
[ㅋㅋㅋ 분명 너 쳐다봤다.]
[쟤도 확실하게 널 의식하고 있네.]
[그럴 수밖에 없지.]
도발이라기보다는 의식이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전생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이 현실이 되었으니 말이다.
‘반드시 이기겠어.’
[그러기 위해선 오늘 승부를 일단 이겨야 함.]
[이제는 자존심 대결이지.]
[갈 수 있는 데까지 가즈아-!!]
‘예.’
레전드들의 응원을 들으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 * *
[(속보) 애런 저지 3연타석 홈런 기록!!]
[(속보) 한수호에 이어 애런 저지 역시 3연타석 홈런 달성!]
[제2의 맥과이어와 소사의 대결!]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슈퍼루키와 슈퍼스타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 결과는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3연타석 홈런을 두 명이 치는 게 말이 되냐?
-이거 만화 아님?
-말이 안 나오네.
-따라오니까 바로 도망간다.
-수호 한도 대단하지만, 애런 저지 진짜 미쳤네.
-둘 다 그냥 미친놈들 같다.
-맥과이어와 소사의 대결도 봤지만, 오늘 경기가 더 대단한 듯.
└진짜 인생에 이런 경기를 다시 볼 줄이야…….
└└당시에도 대단했는데. 이런 대결이 다시 펼쳐질 줄은 몰랐다.
-우리 아빠가 왜 맥과이어, 소사 이야기를 하는지 이제 알겠다.
└진짜 이런 대결을 90년도에 펼쳤다니.
└└어차피 약쟁이들 대결 아니었음?
└└└당시에 그걸 아는 사람이 있었겠냐?
└└└└그건 그렇네.
수호와 저지의 대결은 90년대 맥과이어와 소사의 향수를 느끼게 했다.
당시 직관 혹은 중계를 통해 경기를 본 사람들은 두 사람의 경기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았다.
당시를 경험하지 못했던 이들은 자신들의 눈으로 새로운 역사를 보기 위해 TV 앞에 자리했다.
그 결과 양키스와 필리스의 경기는 2010년대 이후 최고의 시청률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 정도의 시청률이 나오다니…….”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PD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만큼 지금 두 사람의 대결은 전미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채널을 돌리거나 TV 앞에 앉을 정도였다.
전미에서 이런 반응이니 당연히 한국에서는 난리가 났다.
“접속자가 계속 늘어나서 트래픽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젠장…… 빨리 긴급서버 확보하고 어떻게든 트래픽을 견디게 만들어!”
“예.”
“서버가 다운이라도 되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거야! 그러니 목숨 걸고 서버 확보해!”
“예!”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중계하는 곳은 공중파가 아닌 인터넷 방송으로 시작한 SETV였다.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이 소수였고 그들의 활약 역시 두드러지는 편이 아니었기에 서버를 확대하지 않았다.
‘너무 안일했어…….’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였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서버를 확보했고 큰 부족함은 없었다.
시즌 초반 한수호의 활약이 두드려졌지만,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애런 저지와의 승부에서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만약 지금 서버가 다운되면 전 국민의 비난을 받아야 해.’
그만큼 지금 한국에서는 수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게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
“뭐야? 다들 어디 갔어?!”
“아…… 잠깐 화장실에 좀…….”
“화장실? 다들 배탈이라도 난 거야?!”
직원들은 핑계를 만들어 스마트폰으로 중계를 봤고.
“오류동 대한빌딩으로 가주세요.”
“예, 예.”
“아, 그리고 기사님. 혹시 라디오 좀 들을 수 있을까요?”
“라디오요?”
“예.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한수호 선수가 아주 날아다니고 있거든요. 제가 운전하면서 영상을 보면 멀미를 해서…….”
“그래요? 요즘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있어요?”
“벌써 3연타석 홈런을 때렸대요.”
“3연타석이요?! 허! 잠깐만요.”
-3연타석 홈런을 때린 한수호 선수가 이번 이닝 타석에 들어설 예정입니다.
“와…… 진짜네!”
택시와 버스 등, 이동수단 안에서도 수호의 경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라디오와 스마트폰을 켰다.
특히 수호가 다니던 성일고에선 수업 시간임에도 수호의 경기를 TV로 틀어주었다.
“와…… 정말 한수호 선배다!”
“나 저 선배랑 이야기도 했었는데!”
“우일아! 너 한수호 선배랑 친하지 않았어?”
“친했지! 내가 한수호 선배님한테 직접 훈련도 받았잖아!”
“진짜?!”
“개쩐다! 나 한수호 선수 사인 좀 받아주면 안 돼?”
“나도!”
“나도! 나도!!”
우일은 한순간에 성일고의 스타가 되었다.
사인을 받아달라는 말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지금 당장의 관심에 기분이 좋은 그였다.
정우일만이 아니라 성일고에서 야구부의 위상이 달라졌다.
그리고 수빈 역시 학교의 스타가 되어 있었다.
“수빈아! 너희 오빠 진짜 멋있다!”
“어디를 가도 다 너희 오빠 이야기밖에 없어!”
“우리 아빠가 한수호 선수 진짜 팬인데! 사인 하나 받아 줄 수 있어?”
친구들에게서 인기가 폭발하는 건 물론이었고 선생님들 역시 수빈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그녀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전체가 수호의 경기에 열광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베이스볼 투나잇에선 한선예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부장님! 그러니까, 한수호 선수를 전담 마크 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아니, 하지만 예산이라는 게…….”
“지금 예산이 문제예요? 한수호 선수에 대한 특집기사는 물론이고 현지에 아예 직원을 보내서 한수호 선수를 인터뷰해야 해요!”
“부장님, 이번에는 한 기자의 말이 맞습니다. 한수호에 대한 관심이 너무 뜨겁습니다.”
“크흠, 물론 나도 잘 알고 있지. 그럼 당장 미국에 보낼 사람을 추려보자고.”
언론들도 수호에게 포커싱을 집중시켰다.
그때였다.
“한수호다!!”
“한수호가 타석에 들어와요!!”
동료들의 외침에 한선예의 시선이 TV로 향했다.
거기에는 타석으로 들어서는 한수호가 비치고 있었다.
-3번의 타석에서 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5타점을 달성한 한수호 선수가 타석으로 들어섭니다!
-이번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한다면 아시아 선수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을 달성하게 됩니다!!
새로운 기록을 위해 수호가 타석으로 들어섰다.
* * *
타석에 선 수호를 향해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루키!! 한 방 날려 버려!!”
“한! 한! 한!!”
“신기록 가자!!”
한국어도 중간중간 들려오는 걸 봐서는 한인들도 경기장을 많이 찾은 듯했다.
한인들만이 아니라 양키스 팬들조차 수호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들 역시 지금의 역사적인 장면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후우…….”
응원을 받으며 타석에 선 수호가 숨을 몰아쉬었다.
‘기록은…….’
[달성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레전드들의 당부를 들으며 타격 자세를 잡았다.
-과연 한수호 선수가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4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는 선수가 될 수 있을지! 사인을 교환한 투수가 1구를 던집니다!
1구는 바깥쪽 낮은 코스를 날카롭게 찌르는 패스트볼이었다.
퍽!!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제구가 잘된 98마일의 공이 정확히 낮은 코스를 찔렀습니다.
-저런 공은 쳐도 정타를 만들기 힘들죠.
초구를 보낸 수호가 다음 공을 기다렸다.
집중력을 높이는 수호의 모습에서 투수는 섬뜩함을 느꼈다.
‘무슨 루키가 이 정도의 집중력을 보이는 거야?’
도무지 수호가 루키라고 믿기지 않았다.
‘여기에서 조금 조심스럽게 가자.’
투수의 사인에 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스플리터로 녀석의 헛스윙을 유도하자고.’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흡!!”
-2구 던졌습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수호는 이번만큼은 놓칠 생각이 없다는 듯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공이 밑으로 뚝 떨어지면서 수호의 배트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수호는 그걸 예측이라도 한 듯 자세를 낮추며 배트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딱!!
-때렸습니다!!
이번에도 수호의 배트가 허공을 날았고 타구 역시 높게, 그리고 빠르게 날아 그대로 중앙 펜스를 넘겼다.
-넘어갔습니다!! 4연타석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아시아인 최초이자 메이저리그 역사상 47번째 기록을 작성합니다!!
시즌 23번째 홈런.
애런 저지와 다시 격차를 1개로 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