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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화 (2/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2화

    과거로 돌아왔다.

    무슨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내 이야기라니.’

    도무지 믿기질 않았다.

    덕분에 이틀을 정신나간 사람처럼 지냈다.

    ‘다행인 건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아 주변에서 다들 아픈 줄 알았다는 거지.’

    뜻하지 않은 오해 덕분에 이틀동안 온전히 쉴 수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증거가 많았으니까.

    ‘스마트폰에 찍힌 날짜, 인터넷에 나오는 기사들. 거기에 결정적으로 내가 숙소에 있다는 게 가장 컸지.’

    야구부를 그만두기 전까지 수호는 숙소 생활을 했다.

    그곳에 자신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과거로 돌아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꿈이라고도 생각했지만, 그건 아닌 거 같아. 꿈이라고 하기에는 모든 순간순간이 너무 생생하다.’

    꿈이라면 중간중간 삭제되는 구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돌아온 뒤부터 모든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르자 수호는 결국 이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 하지만 후회를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다.’

    정답이라 생각하고 달려갔던 길이 정답이 아니었다.

    다시 되돌아가기에는 늦었다.

    그런데 스타트 지점부터 다시 할 기회가 주어졌다.

    어떤 사람이 이 기회를 싫어할 수 있을까?

    최소한 수호는 이번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한수호! 언제까지 멍 때리고 있을래? 빨리 연습 준비 안해?!”

    “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수호가 급히 장비를 챙겼다.

    ‘설마 내가 포수 마스크를 다시 쓰는 날이 올 줄이야...’

    학창시절.

    수호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캐처박스에 앉았다.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가장 힘든 포지션이 어디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포수다.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포수라는 포지션은 야구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렇게 멋도 없는 포지션이고.’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많이 선택하는 건 투수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투수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운드 위에 홀로 고고하게 서있는 투수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주인공과 같았다.

    ‘하지만 투수는 매우 한정적인 숫자만 할 수 있는 포지션이지. 게다가 재능도 뛰어나야 한다.’

    모든 야구 유망주들이 투수를 꿈꾸지만, 결국 다른 포지션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였다.

    ‘물론 나는 처음부터 포수를 꿈꾸었지만...’

    포수를 꿈꾼 건 특별하지 않았다.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갔던 야구장에서 자신에게 사인해준 선수가 포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연타석 홈런을 날리고 도루까지 저지하면서 내게는 엄청난 인상을 남겼지.’

    어린 나이의 자신에게는 그러한 장면이 강렬하게 남았다.

    그래서 야구를 시작한 뒤에도 포수를 하겠다고 말했다.

    “후우...”

    포수의 몸을 보호해주는 프로텍터를 모두 착용하자 묵직함이 느껴졌다.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가? 이렇게 불편한걸 착용하고 어떻게 야구를 했는지 모르겠네.’

    수호는 약간의 걱정이 있었다.

    야구선수 출신이긴 하지만, 수호는 43세까지 야구를 손에서 놓았다.

    년수로 따지면 거의 20년 동안 송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야구가 될지 의문이었다.

    ‘그나마 첫 경기가 연습경기라서 다행이지.’

    오늘 경기는 2학년과 3학년의 연습경기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인 수호는 아직 공식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단지 자체경기나 가끔 포수가 부족할 때 로스터에 들어 공식전에 나가는 정도다.

    “수호야!”

    투수코치의 외침에 수호는 다급히 장비를 챙겨 나갔다.

    원래 포수를 챙기는 건 배터리코치이지만, 고교야구의 코치는 그렇게까지 세부적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았다.

    학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수호의 모교인 성일고에서는 투수코치가 배터리코치도 겸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왜 이렇게 정신이 팔려 있어? 아직도 몸상태가 별로인 거야?”

    “몸은 이제 괜찮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 어어. 그래.”

    성일고의 투수코치 김성태는 당황스러웠다.

    ‘얘가 원래 이런 애였나? 말하는 게 무슨 학부모하고 대화하는 거 같아.’

    코치라고는 하나 김성태의 나이는 37살이다.

    회귀 전 수호의 나이가 43살이었으니 당연히 말하는 것이 어른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조부모님과 함께 자라서 그런지 원래 어른스럽긴 했었지.’

    김성태는 수호의 가정사를 떠올리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는 사이 수호는 캐처박스에 앉아 투수의 연습투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긴장되는데.’

    포수의 캐칭은 일반적인 캐칭과는 다르다.

    일단 시야가 달랐다.

    쪼그려 앉아서 공을 포구해야 하기에 날아오는 각도가 달랐다.

    거기에 포수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시야가 좁아지고 가려지는 부분이 많아 더욱 불편했다.

    ‘우는소리를 할 때가 아니야. 새롭게 얻은 기회를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어.’

    정신을 집중하고 미트를 내밀었다.

    그러자 마운드에 있는 오늘의 선발투수이자 미래의 프로선수인 임광호가 글러브를 살짝 앞으로 내밀며 신호를 보냈다.

    “간다!”

    “오케이!!”

    수호의 대답에 이어 광호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가볍게 뿌린 공이 빠르게 날아왔다.

    예상보다 빠르게 날아온 공은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퍽!

    ‘잡았다!’

    자신도 의심했던 캐치에 성공한 수호는 가슴이 찡했다.

    ‘역시 몸은 기억하고 있었어!’

    얼마나 많은 공을 잡았던가?

    비록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몸은 캐치를 기억하고 있었다.

    “얼마든지 던져!”

    수호는 신이나서 소리쳤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공이었다.

    상당히 느낌이 좋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꿈을 향해 다시 달릴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첫 실전을 경험하고 바뀌었다.

    * * *

    경기종료 후.

    감독과 코치들이 모이는 스태프회의가 열렸다.

    “오늘 광호의 컨디션이 별로였나?”

    “예. 전반적으로 제구가 흔들렸습니다. 무엇보다 본인이 공을 믿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확실히 그래. 저번 경기에서 나쁘지 않게 공을 던져서 나름 기대했는데.”

    “아직 어리니까요. 아직 일정하게 던지는 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동감입니다. 사이드암으로 던진다는 게 아직 유니크하니, 조금 더 기회를 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광호는 오늘 경기에서 1.1이닝을 던지면서 2실점을 기록했다.

    3개의 피안타를 허용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홈런이었다.

    볼넷은 없었으니 제구는 나쁘지 않았지만, 구위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오늘 포수도 조금 불안하지 않았어?”

    “예. 수호 녀석이 오랜만에 마스크를 썼는데. 아마 몸이 아파서 일주일동안 쉰 게 영향을 끼친 거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느낌이었습니다.”

    “광호의 구위에 문제가 생긴 것도 수호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확실히 캐처가 불안하면 투수는 믿고 던지기 힘들지.”

    수호에 대한 평가가 나빴다.

    그만큼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그의 포수로서의 능력은 기대이하였다.

    “그나마 타격에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건 그렇더군.”

    “차분하게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타는 때리지 못했지만, 볼넷을 2개나 얻어내면서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어요.”

    “쉽게 포기하지 않더군요.”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보여준 오늘 경기였다.

    “당분간은 지켜보도록 하지. 오늘 경기에서 잘못된 부분들은 개별적으로 코치해주고.”

    “알겠습니다.”

    “다음은...”

    회의가 계속 이어졌다.

    * * *

    숙소에 도착한 수호는 충격에 빠져 있었다.

    ‘내가 이렇게 엉망이었나?’

    오늘 실전을 경험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능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걸.

    ‘분명 과거에는 지금보다 잘했던 거 같은데...’

    과거에도 프로 도전을 꿈꾸지 못할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래서 꿈을 포기하고 현실을 택했다.

    그런데 돌아온 삶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과거보다 떨어지는 실력이었다.

    ‘너무 오래 야구를 쉬었어. 그래서 몸은 따라오는데. 내 머리가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수호는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원인은 금세 알 수 있었다.

    ‘하드웨어는 좋아졌지만, 소프트웨어가 녹슬었어. 이런 괴리 때문에 내 능력을 온전하게 쓰지 못하고 있는 거야.’

    뒤이어 해결법을 떠올렸다.

    ‘결국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한 마디로 그동안의 공백기를 지울 수 있을 정도로 내가 노력해서 야구에 익숙해져야 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걸리든 상관없었다.

    ‘이번에는 꿈을 포기하지 않겠어.’

    한 번 포기했던 꿈이었다.

    다시 기회를 얻은 이상 어떤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반드시 이루고 싶었다.

    그렇게 의욕을 다지고 있을 때였다.

    [방송을 시작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눈앞에 이상한 게 나타났다.

    “이게 뭐야?”

    그건 마치 홀로그램 같았다.

    단지 홀로그램과 다른점은 이미지를 비추어줄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내가 헛걸 보나?”

    오랜만에 경기를 한 게 피곤하기라도 했던 걸까?

    왜 이런게 보이는 거지?

    눈을 비벼보고 감았다가 떠봤지만, 선택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불현 듯 하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재밌는 방송을 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멀어지는 의식 속 들려왔던 택시기사의 마지막 말.

    “분명 방송이라 그랬어.”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눈앞에 뜬 홀로그램을 보고 이게 그와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쩌면 회귀에 관련된 힌트를 얻을지도 몰라.’

    회귀와 관련해서 궁금한 게 많았다.

    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수호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지만,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더욱 크게 다가왔다.

    “꿀꺽!”

    하지만 두려움도 여전했기에 수호는 침을 꼴깍 삼켰다.

    ‘터치하면 되겠지?’

    홀로그램이란 걸 본 적은 있지만, 직접 이용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보편화된 인터페이스인 터치 방식을 택했다.

    손을 뻗어 허공에 있는 홀로그램의 [예] 버튼을 터치했다.

    그러자 창이 사라지고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저승튜브의 크리에이터가 되신 걸 환영합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저승튜브에서 방송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습니다.]

    [오류 : 이승에서의 송출은 염라대왕의 권한으로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패널티로 시청이 가능한 저승의 인물들을 베이스볼의 위인으로 한정합니다.]

    [두 번째 패널티로 방송을 종료할 경우 저승튜브 크리에이터 계약을 파기합니다.]

    여러 창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것들을 본 수호는 하나의 의문이 떠올랐다.

    ‘저승튜브가 대체 뭐야?’

    크리에이터란 단어는 알고 있다.

    미래의 직업 중 하나로 유튜브의 컨텐츠를 제작하고 방송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저승튜브는 처음 듣는 단어였다.

    거기에 염라대왕이라니?

    이건 마치 사후세계를 연상케하는 단어들이 아닌가?

    “으으...”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회귀를 한 것도 모자라서 저승이라니?

    그때 모든 창이 사라지고 하나의 창이 떠올랐다.

    [요기 베라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어?”

    요기 베라.

    본명 로렌스 피터 요기 베라.

    자신의 이름보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으로 더 유명한 선수다.

    역사상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이자 메이저리그의 전설이었다.

    그때 다른 창이 연달아 떴다.

    [테드 윌리엄스님이 입장하셨습니다.]

    [타이 콥님이 입장하셨습니다.]

    [호너스 와그너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조시 깁슨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이름들이었다.

    하나하나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를 논하는 타자들의 이름이었다.

    그때 또 하나의 창이 떴다.

    [베이브 루스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루스 : 방송 시작했네?]

    야구의 신이 입장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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