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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3화 (3/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3화

혼란스러웠다.

[오오-! 여기가 이승인가?]

[오랜만에 보니까 뭔가 신기하네.]

[크으~드디어 우리도 녀석들이 보는 걸 볼 수 있네.]

[으하하! 이걸로 복수를 할 수 있겠구나!]

유튜브의 라이브 방송을 자주 봤기에 익숙한 형태의 채팅창이다.

‘그런데 왜 저게 내 눈에 그것도 허공에서 보이는 거냐고!!’

순간 미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미친거라면 모든 게 이해된다.

명예퇴직이라는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 현실도피를 위해 가상의 세상을 만든 것이다.

거기에서 회귀를 하고 과거로 돌아와 이제는 채팅창까지 보이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상황이 이해되는데.’

[이해되긴 ㅋㅋㅋ]

[야야, 얘 정줄 놨다.]

[자기가 미친 줄 아나 본데?]

[아놔~이런 애를 어떻게 키우냐?]

채팅창을 읽은 수호의 이맛살이 일그러졌다.

‘아니, 그럼 지금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현실인데 어쩔?]

[ㅋㅋㅋ 아무리 믿기 어려워도 현실인데. 받아들여야지.]

[회귀를 한 것도 현실, 저승튜브가 보이는 것도 현실이지.]

저들의 말이 맞긴 했다.

지금 상황에서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 중요한 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저게 왜 보이냐였다.

[왜긴 왜야.]

[회귀를 대가로 방송을 하기로 한 거 아니었음?]

‘아닌데요.’

[응?]

[뭐임?]

[사자가 제대로 설명 안했나 본데?]

[이 자슥! 우리에게 뜯어간 게 얼만데?!]

[이런 기본적인 것도 설명을 안했다고?]

[돌아오기만 해봐. 다리를 분질러 놓을 테다.]

그 택시기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정말 그분들인 겁니까?’

[응? 그분들?]

‘베이브 루스...타이 콥...테드 윌리엄스...하나 같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전설들 아닙니까?’

[흐흐, 우리가 전설이긴 하지.]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쯤 되나?]

그게 그거 아닌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대부분 백년 전에 전설이 된 플레이어들이다.

영상은커녕 대부분의 활약이 구전이나 기록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런 인물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나고 있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떻게 받아들이긴.]

[그냥 받아들이면 되지.]

[ㅇㅈ]

‘좋아요. 그건 여러분의 말이 맞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또 남아 있어?]

[이거 완전 피곤한 놈이네.]

[그냥 대충 받아들이면 안됨?]

‘확실하게 할 건 해두고 가야죠.’

일을 하다보면 온갖 변수에 부딪히게 된다.

그중에는 예상 가능한 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더러 있었다.

물론 지금과 같은 비상식적인 일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지금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수호는 냉정하게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들을 정리했다.

‘첫 번째로 이건 현실입니까?’

[뭐야?]

[첫 번째 질문이 그런거야?]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실이냐 아니냐에 따라 제 대응이 달라질 테니까요.’

[참나~현실이다.]

[ㅇㅇ 현실임.]

[너 죽으면 그냥 꽥임.]

[꿈이나 게임 같은 거 아니다.]

저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다.

하지만 일단 현실로 가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가야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두 번째 질문입니다. 저승튜브라는 건 뭐죠?’

[간단해. 유튜브의 저승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저승도 나름대로 첨단화가 진행중이어서 말이지.]

[유튜브는 물론 SNS 같은 것도 다 존재하지.]

[망할놈들의 자랑짓을 매일 보게 된 것도 SNS가 있어서지.]

망할놈들이란 말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후순위로 미루었다.

상대가 질문을 받는다고 했을 때 이야기의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건 멍청한 짓이다.

일단 이야기를 계속 진행해 정보를 얻는 게 우선순위였다.

‘세 번째 질문입니다. 저승튜브에서 제가 해야 할 건 뭐죠?’

[방송을 하는 거지.]

[님, 유튜브 라이브 본 적 없음?]

[별거 없음.]

[그냥 야구하는 거 보여주면 됨.]

진짜 방송인가보다.

이제 마지막 문제가 남았다.

‘네 번째 질문입니다. 제가 방송을 하게 되면 얻게 되는 이득이 무엇입니까?’

모든 일에는 대가가 필요하다.

회사를 다니면 월급을 받는다.

아르바이트도 마찬가지다.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노동에 따른 보상을 얻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크리에이터들 역시 방송을 함으로서 금전적인 이득과 인지도를 얻게 된다.

그게 당연한 사회인으로서 살아왔던 지난 삶이다.

그것을 먼저 체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당돌한 녀석일세.]

[그러게 말이야.]

[뭐, 대가를 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이 정도 당돌함은 우리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줘야지.]

[ㅇㅈ]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을 읽으며 수호는 그들의 반응을 체크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사들의 반응을 주시하던 게 몸에 배겨서 그런가, 채팅을 읽으면서 그들의 반응을 읽어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일단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는 그들의 태도에 수호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선배님들이 제 방송을 보고 싶은 건 결국 현대의 야구를 다시 보고 싶으신 거 아닙니까?”

[맞지.]

[현대의 야구를 보는 것도 한 가지 이유고 다른 하나는 우리 기록 좀 깨줬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그 녀석에게도 한 방 먹여주면 좋고.]

“그 녀석이요?”

이들과 대화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무언가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들이 말한 것과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걸 알고 싶었다.

수호의 질문에 잠깐 침묵을 지키던 채팅이 올라왔다.

[저승튜브에 최초로 스트리밍을 하는 건 네가 아니야.]

“제가 처음이 아니라고요?”

[그래. 간혹 저승과의 파장이 맞거나 신내림을 받은 이들, 그리고 영물을 구해준 인간들이 저승튜브와 접속하기도 하지.]

“그럼 저 이전에도 저승튜브를 통해 이승에서의 삶을 방송한 사람이 있다는 거네요.”

[그렇지.]

[그냥 있던 것도 아니고 선수로서 레전드를 찍었지.]

[덕분에 그 자식들이 의기양양해져서 말이야.]

[만날 때마다 콧대가 높아져서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니까.]

그 녀석들이란 말이 또 나왔다.

분명 이들은 누군가를 의식하고 있었다.

수호는 그게 누군지 물었다.

“그 자식들이 누군가요?”

[크리스티 매튜슨이나 월터 존슨 같은 애들.]

[거기에 사이 영이나 알렉산더도 있지.]

그 뒤로도 한참동안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이름이 채팅창에 언급됐다.

이들도 레전드였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투수로서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 인물들이네요?”

[맞아.]

[그 녀석들이 이상한 애한테 훈수를 두면서 한 마디로 메이저리그를 뒤집어버렸거든.]

[그 뒤로 콧대가 높아졌어.]

[우리를 놀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니까?]

[우리가 세운 기록은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깨지지 않을 거라나?]

[하참! 지네들 기록도 다 깨진 게 아니면서.]

이제야 이들이 방송을 보는 목적을 알게 됐다.

“그럼 여러분은 저를 통해서 타자로서 기록을 깨는 게 목적이겠군요.”

[정답!]

[맞아.]

[그리고 할 수 있으면 너도 메이저리그에 가서 그 녀석에게 한 방 먹여줘.]

“그 녀석이라면...?”

[그 녀석들이 키워낸 정신우 말이야.]

[너도 알지?]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타자 레전드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무려 100년동안 깨지지 않았던 메이저리그 기록들을 하나하나 깼던 선수다.

거기에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연봉에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

야구를 모르더라도 그 녀석의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다.

야구인인 수호가 모를리 없었다.

하지만.

“처음 듣는데요?”

수호의 대답은 모든 예상을 깨버렸다.

그 대답에 채팅창은 혼돈의 도가니가 되었다.

[어?]

[응?]

[뭔솔?]

[???]

“그런 선수 처음 듣습니다. 도대체 그게 누굽니까?”

다시 적막이 흘렀다.

마치 렉이 걸린 것처럼 멈춰버린 채팅창이 다시 움직인 건 한참이 지나서였다.

[좆 됐는데?]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 * *

반나절이 지나고 결론이 나왔다.

[아무래도 여기 다른 우주인 거 같은데?]

[그러게.]

[와씨...어떻게 다른 우주에 있는 녀석이랑 연결되냐?]

[아니, 이게 말이 돼?]

그들의 채팅을 보던 수호가 물었다.

“그러니까, 평행우주 혹은 멀티버스와 같은 세계가 존재하고 그곳에 있는 정신우란 선수가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는 거죠?”

[ㅇㅇ]

[이해 빠른데?]

“이쪽에도 마블 유니버스는 존재하니까요.”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프렌차이즈인 마블.

그곳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이 멀티버스다.

그렇기에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선배님들의 목적이 무산된 거네요.”

[딱히 그렇지는 않아.]

[ㅇㅇ 우리의 목적은 결국 네가 메이저리그에 가서 우리 기록에 도전하는 걸 보고 싶은 거임.]

[보고 싶은 게 아니라 깨게 만들어야지.]

[ㅇㅈ]

그들의 말을 들은 수호는 이게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신우라는 그 선수도 투수 레전드들의 조언을 듣고 그 정도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는 거네요.”

[ㅇㅇ]

[원래는 평범한 애였음.]

[평범한 걸 떠나서 KBO에서 방출되어 사라질 놈이었지.]

“그럼 선배님들도 절 도와주실 수 있다는 거군요.”

[가능.]

“어떤 식으로 도와주시는 거죠?”

[우리의 지식으로 네가 최고의 타자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줄게.]

[그리고 포지션이 포수네?]

[그럼 내가 나서야겠지.]

마지막 채팅을 본 수호의 눈이 빛났다.

[그래. 요기 네가 있었지.]

[네가 하면 되겠네.]

[포수쪽에선 너만한 놈이 없지.]

요기 베라.

명언제조기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선수일 정도로 많은 명언을 남긴 선수다.

가장 대표적인 명언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었다.

메이저리그를 넘어 스포츠를 관통하는 명언을 남긴 그는 선수로서도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

무려 10개의 우승반지와 함께 MVP 3회라는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선수로서도 완벽했지만, 지도자로서도 양대리그 우승과 월드시리즈 진출이라는 업적도 낳았다.

그런 요기 베라의 도움이라니.

‘이게 꿈이라면 깨지 않았으면 좋겠어.’

회귀를 했다지만 수호는 막연함을 느꼈다.

돌아왔다지만, 다른 삶을 살다가 다시 야구를 하게 되었다.

좀처럼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단 한 경기에서 높은 벽을 느꼈다.

포기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디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 고민을 풀어줄 최고의 선생님들이 나타났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ㅇㅇ]

[앞으로 잘하자.]

[우리만 믿고 따라오셈.]

[그나저나 목표를 뭐부터 정하지?]

[1차 미션은 역시 그 녀석보다 일찍 메이저리그에 가는 걸로 정해야지.]

[언제 메이저리그에 갔더라?]

[24살에 퇴출되고 다음 해에 갔으니까 25살이다.]

[이열~잘 알고 있네.]

[매튜슨 그 자식이 매일 똑같은 이야기를 우리집까지 찾아와서 하니까 외웠지.]

[그 녀석이 좀 수다쟁이지.]

응?

뭔가 이상한데?

“저...메이저리그요?”

[응.]

[왜? 뭐 잘못됐냐?]

“그 너무 목표가...”

[너 아까 우리 말 못 들었음?]

[우리 목표는 네가 우리 기록 다 박살내는 거라니까?]

[메이저리그는 걸음마 단계지.]

“아니, 그래도 스텝 바이 스텝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스텝 바이 스텝?]

[좋은 말이네.]

[그 스텝 하나하나를 넓게 내디디면 됨.]

[그때까지 죽었다라고 복명복창해라.]

등골이 서늘해지는 수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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