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쟁으로 가는 길 (1) (37/150)

전쟁으로 가는 길 (1)

두더지 작전이 마무리된 날 저녁. 

괴벨스는 대국민발표를 통해 국방군 내부에서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가증스러운 반역자 놈들은 보다 더 큰 권력을 탐하여, 총통 각하를 암살하고 자신들만의 정부를 세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음모자들의 발칙한 시도는 사전에 발각되어 실패로 끝났습니다. 총통 각하께서는 무사하시며, 털끝 하나 다치지 않으셨습니다. 지금부터 총통 각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괴벨스가 신호를 보내자 나는 마이크를 갖다 대고 사전에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저를 시기하는 무리들에 의한 쿠데타 시도가 있었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진압하고 반역자들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반역자들은 체포되어 심문을 받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번 음모에 가담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민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무사하며, 정부 또한 제 기능을 다하고 있습니다. 비록 반역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하였지만, 독일은 위기의 순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이 하늘의 섭리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살아남아 이 나라를 승리로 이끌라는 신의 계시가 있었기에 제가 무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발판삼아 저는 더욱 국민 여러분께 봉사할 수 있도록 다짐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안심하시고 평온한 일상을 영위해 주십시오. 그것이 지금 제가 여러분께 바라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끝! 두 분 다 수고하셨습니다.”

방송국 스태프들이 OK 사인을 보내자 나는 넥타이를 풀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걸로 한시름 덜었군. 나머지 일들은 모두 박사에게 맡기겠소.”

“걱정하지 마십시오, 총통 각하! 제가 빈틈없이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처럼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그런지 괴벨스의 두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본인 말대로 이 분야에서 괴벨스를 따라올 사람이 없으니 믿고 맡겨도 될 것이다.

괴벨스는 미리 준비해둔 자료들을 뿌려 언론사들이 알아서 기사를 작성하게 만들었다.

곧 독일 각지의 신문 일면에 ‘총통 암살 미수 사건의 전말’이라던가 ‘독일을 구렁텅이에 빠뜨리려던 반역자들의 음모!’ 같은 제목들이 큼지막한 활자로 실렸다.

독일 국민들은 쿠데타를 시도하려던 세력이 있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그리고 분노했다.

내가 누군가?

독일 총통을 넘어 세기의 예언가이자 제2의 비스마르크 소리를 듣는 불세출의 외교 천재 아닌가?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나는 독일에서 이미 위인과도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런데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분노로 눈이 뒤집힌 국민들은 정부의 발표를 철석같이 믿으며, 쿠데타를 꾀한 반역자들에게 저주와 욕설을 퍼부어댔다.

나는 이번 기회에 독일에 남아있던 반나치 세력들을 깡그리 청소했다.

일각에서 내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오던 군소정당들은 사민당처럼 모두 해산되었고, 핵심 멤버들에겐 감시가 붙었다.

나치당뿐만 아니라 중앙당과 국가인민당 같은 기타 정당의 의원들도 앞장서서 내게 충성을 맹세했다. 아예 나치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들도 수백 명이었다.

이 모든 게 다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중은 철저한 복수를 원했고 나는 대중의 지지를 무기로 반역자들에게 마음껏 철퇴를 휘둘렀다.

베크, 비츨레벤, 카나리스 같은 핵심 멤버들은 빠짐없이 사형을 선고받았다.

나는 처형에 앞서 군사재판을 통해 그들의 군적을 박탈하고 모두 이등병으로 강등시켰다.

또한 처형도 총살이 아닌, 죄수복을 입은 채로 교수형에 처했다. 

놈들은 차라리 총살형으로 해달라고 탄원했고 군 내부에서도 마지막 자비로 총살형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나는 단칼에 묵살했다.

“군인의 명예를 더럽힌 놈들이 무슨 놈의 총살형인가? 웃기는 소리!”

“맞습니다, 총통 각하! 그놈들은 군인이라 불릴 자격도 없는 놈들입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힘러는 내 의견에 열심히 맞장구를 쳤다.

거기다 나는 처형대의 발판을 작게 만들어서, 놈들이 최대한 고통을 받으며 죽게 만들었다.

반역자들은 단숨에 즉사하지 못했다.

놈들은 발판에 머리를 부딪혀 피를 줄줄 흘리면서 허공에 매달린 채 질식해서 죽었다.

내 뒤통수를 치는 것으로 모자라 나를 끌어내서 죽였던 죗값은 치러야지. 암.

이번 쿠데타 음모에는 상당수의 아프베어 요원들이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연히 그놈들은 모두 처형되었다. 나는 아프베어를 SD에 합병시키고 하이드리히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하이드리히는 평소의 그답지 않게 쾌활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무장친위대는 기존의 3개 여단-LSSAH, 다스 라이히, 토텐코프-모두 사단으로 확대되었다.

공석이 된 육군 참모총장 자리에는 발터 폰 라이헤나우를 임명했다.

본래라면 라이헤나우의 임명에 반대했을 장군들도 이번에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전에 라이헤나우의 육군 참모총장 임명을 결사반대하던 게르트 폰 룬트슈테트조차도 군말 없이 임명에 동의했다.

필시 이전의 숙청이 영향을 끼쳤겠지.

수틀리면 언제든지 자신들도 같은 신세가 될지 모른다고 판단했으리라.

이럴 땐 참 눈치가 빨라요.

***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위에, 강철매 한 마리가 날고 있었다.

푸른 연못을 마음껏 헤엄치던 녀석은 잠시 후 일자로 쭉 뻗은 활주로에 사뿐하게 착륙했다.

“어떻습니까, 총통 각하?”

“흠, 만족스럽군.”

최신형 전투기 Bf109 F형의 시험비행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역사대로라면 영국 본토 항공전이 끝난 후에야 등장한 놈이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었던 나는 내가 가진 지식과 독일의 우수한 공돌이들을 총동원해 이놈을 일찍 등장시켰다.

시범비행을 맡은 조종사는 아돌프 갈란트 소령이었다. 골초였던 그는 캐노피를 열자마자 시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 사람아, 담배가 그리 좋은가?”

내가 나타나자 그는 잽싸게 시가를 호주머니에 넣고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른 건 몰라도 담배만큼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더군요, 하하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조금은 줄이게. 자네는 독일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니까. 그래, 신형 Bf109는 어떻던가? 마음에 드나?”

“예. 이전의 E형보다 속도도 빠른데다, 기체의 무게도 가벼워서 무척 마음에 듭니다. 우리 기술자들이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었군요.”

Bf109 F형은 기체 전체를 재설계하여 E형과 외형상에서 큰 차이가 났다.

수평 미익의 버팀목이 제거되고, 동체 전방과 주익의 형태가 변경되어 전체적으로 더욱 매끈한 형상이 된 게 F형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또한 무게도 감소한데다 신형 엔진까지 탑재하여 속도도 E형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그게 뭔가?”

“제 개인적인 감상입니다만, 기관포가 주익에 설치된 E형이 조준하기 더 편한 것 같습니다. 기관포가 기축에 달린 것을 더 선호하는 친구들도 많겠지만, 저는 주익에 달린 게 더 조준하기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긴,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주익에 기관포가 달린 E형과 달리 F형은 기축에 기관포가 탑재되어 조종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었다.

대표적으로 아돌프 갈란트는 주익에 기관포를 장착한 개조형 기체를 타고 전투에 임한 것으로 유명했다.

두 달 뒤 완성 예정인 항공모함 그라프 체펠렌에 함재기로 탑재할 Bf109 T형의 개발도 마무리되었고, Bf109와 더불어 독일의 하늘을 책임질 신형 전투기 Fw190도 일주일 전에 시제기가 나와 시험비행을 거쳤다.

급강하폭격기, 일명 ‘슈투카’로 더 많이 불리우는 Ju87의 생산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으며 Hs123도 꾸준하게 생산되고 있었다.

일각에선 Ju87이 나왔으니 복엽기인 Hs123의 양산을 중단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내가 고집을 부려 Hs123도 병행하여 생산하도록 지시했다.

성능만 따지자면 Hs123이 Ju87보다 밀리는 게 맞다. 하지만 Ju87이 급강하폭격에 너무 특화된 나머지 지상군을 위한 근접항공지원에 다소 부적합한 반면, Hs123은 구식 기체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신뢰성과 가벼운 몸체 덕분에 근접항공지원에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Hs123은 동부전선에서 대활약했는데 이 때문에 루프트바페 수뇌부는 Hs123의 양산을 재개할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기까지 했었다고 한다. 이미 생산라인이 모두 폐기된 탓에 취소되고 말았지만.

발터 베버가 맡은 전략폭격기 개발 역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실제 역사에선 베버가 1936년 항공기 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전략폭격기 개발이 중단되고 전술폭격기만 주구장창 생산하게 되었지만, 여기서는 베버가 죽지 않은 덕택에 그의 숙원이었던 전략폭격기 연구도 탄력이 붙었다.

Fw200 중폭격기의 베를린-뉴욕 간 논스톱 운항이 성공하여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되었고 He177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다만 He177의 경우에는 엔진이 다소 문제가 되어 연구진이 골치를 썩이고 있었다. 다행히 베버가 의욕적으로 일해주고 있지만.

참, 항공기 조달 책임자인 에른스트 우데트가 제안한 항공기 개발부서 세분화 계획은 진작에 기각시켰다.

우데트는 개발부서를 세분화해야 항공기 개발이 원활해진다고 주장했지만, 정확히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을 알고 있던 나는 우데트의 요청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지금까지 4개 부서로도 잘 해왔잖아. 쓸데없이 부서를 세분화시켰다간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져서 개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네. 그러니 허튼짓하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하도록. 술도 좀 줄이고.”

루프트바페는 물론 국방군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주당이었던 우데트는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1941년에 자살하고 말았다.

우데트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가던 공군 장교들을 태운 He111 폭격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갈란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베르너 묄더스를 비롯한 여러 에이스들이 사망한 것은 덤이다.

지금부터라도 관리해두지 않으면 역사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되겠지.

내 지시에도 불구하고 우데트는 매일같이 폭음을 일삼았다.

하는 수 없이 게슈타포를 동원해 우데트의 집에 있던 주류를 모두 압수하고 매일같이 의사의 진료를 받게 만들었다.

거기에 전용 코치까지 붙여서 다이어트까지 시키자 우데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이 달라져 갔다. 정작 본인은 죽는 게 낫겠다고 징징거렸지만.

“총통 각하!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시끄럽고, 자네 전성기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계속할 걸세. 물론 이후에도 살이 찌면 다시 원위치고. 대신 2주에 한 번 음주를 허가해주지.”

그래봤자 맥주 세 잔에, 내 앞에서만 마신다는 조건이 붙을 예정이지만.

***

국방군에서도 손꼽히는 통신전문가였던 에리히 펠기벨은 반역에 가담했다가 처형당했지만, 그가 남긴 업적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펠기벨의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가 바로 에니그마 암호기를 도입한 것인데 나는 펠기벨의 주장대로 모든 작전에 에니그마를 도입했다.

1942년 영국 블레츨리 파크의 앨런 튜링과 그가 소속된 암호해독팀에 의해 해독되기 전까지 에니그마는 매우 견고한 방어체계를 자랑했다.

2차대전 발발 전에 폴란드가 최초로 에니그마를 해독해냈지만, 독일이 에니그마를 개량하면서 기존의 해독법은 쓸모가 없어졌다.

한계에 부딪힌 폴란드는 그동안의 연구자료를 영국에게 넘겼고 영국이 낳은 천재적인 과학자 앨런 튜링이 에니그마 해독에 성공하면서 전쟁은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만약 연합국이 에니그마를 해독하지 못했더라면 유보트는 더더욱 날뛸 수 있었을 테고 무제한 잠수함 작전은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가정에서 출발한 <당신들의 조국(Fatherland)>이라는 대체역사소설이 있을 정도이다.

물론 소설에서처럼 영국의 항복을 받아내고 소련을 우랄산맥 너머로 몰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전쟁에서 독일이 크게 유리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유럽 정복은 무리더라도 최소한 패전은 막아야지.

그래야 이 지긋지긋한 회귀의 수레바퀴에서 탈출할 수 있을 테니까.

전쟁 발발 직전 에니그마가 5개의 바퀴 중 3개를 선택해 암호화하는 방식이었고 1942년에 개량한 것이 8개의 바퀴 중 4개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후자의 방식을 1938년부터 도입시켰는데, 당장은 안전할지 몰라도 언젠가는 뚫릴 예정이기에 새로운 암호체계 개발에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

에니그마를 대신할 로렌츠 암호체계가 개발 중이지만, 로렌츠 역시 연합국이 전쟁 후반에 개발한 콜로서스 컴퓨터에게 박살 날 예정이라 미리미리 대비를 해둬야 했다.

도저히 쉴 틈이 없구만.

***

“어이, 야콥.”

“왜.”

“이것 좀 보라고.”

그제야 야콥 바이슨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동료 콘라트 추제를 마주 보았다.

추제는 커피와 음식이 든 쟁반을 든 채 야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좀 쉬면서 해. 벌써 이틀 동안 커피 밖에 안 마셨잖아.”

주변을 둘러보니 야콥의 동료들도 저마다 모여 빵과 커피를 먹으며 쉬고 있었다.

생기라곤 1도 없는 초췌한 얼굴로 커피를 홀짝거리는 동료들을 보니 양로원에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벌써 며칠째 집에 못 갔더라?”

“오늘로 일주일째지. 일단 좀 먹어. 나 팔 아프다.”

쟁반에는 식빵 몇 개와 소시지, 햄, 치즈, 빵에 발라먹을 잼과 커피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추케가 소시지를 한입 베어 무는 사이 야콥은 빵에 잼을 바르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젠 집에 가는 길조차 잊어버릴 지경이야. 이럴 줄 알았다면 아버지 말대로 랍비가 될 걸 그랬어.”

“전에는 랍비되기 싫어서 대학에 들어갔다고 안 했냐?”

“내가 그랬나? 이젠 기억도 잘 안 나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야콥은 자신의 진로를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도 사람이었기에 힘든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선택한 전자공학자의 길이 조국에 보탬이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여태껏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다.

특히 2주 전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야콥은 어느 때보다 더욱 열심히 연구에 매진 중이었다.

2주 전.

히틀러 총통이 직접 연구실을 방문해 모든 연구자들과 한 명 한 명 악수를 하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가끔씩 국방군 소속 장교들이 연구실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총통의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다들 바짝 긴장했다.

“긴장들 풀어요, 허허. 저는 여러분 사모님과 달리 바가지를 긁을 생각이 없으니까.”

“하하하하······.”

히틀러는 연구자들의 고충과 연구의 진행 상황에 대해 들은 뒤 무제한의 지원을 약속하며 짧은 연설을 했다.

맨 앞줄에 앉아있던 야콥은 연설하는 히틀러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지난 전쟁에서, 독일은 암호체계를 간파당해 전쟁에서 지고 말았소. 다시는 역사에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어선 안 됩니다. 여러분의 어깨에 독일의 운명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길 바랍니다.”

야콥의 아버지는 대전쟁에 참전했다가 플란드르 전선에서 부상을 입고 제대했다.

왼발이 목발로 바뀌었지만, 그는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웠다는 자부심을 안고 귀향했다. 그리고 전쟁에서 독일이 승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독일은 전쟁에서 패했고, 그의 희생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절망하여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야콥의 아버지는 2년 전 위암에 걸려 세상을 뜨고 말았다.

반드시 아버지와 같은 비극이 세상에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그래야 한다.

“뭐야, 벌써 일하게?”

“15분이나 쉬었잖아. 이 정도면 충분하지.”

“15분이나가 아니라 15분 밖이겠지. 좀 쉬라고. 그러다 진짜 훅 간다?”

“이 연구만 마저 끝내고 쉴게. 조국을 위해 1초도 낭비할 수 없지.”

“대단한 애국자 납셨구만. 난 잔다? 2시간 뒤에 깨워줘.”

창문 밖에선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보통의 사람들에겐 지금이 하루를 시작할 때였지만, 누군가에겐 눈을 붙일 때였다.

아니면 하던 일을 계속하거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