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42화 (42/130)

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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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Severus Snape

세베루스가 교장실을 나가서 병동으로 향했다. 50개의 치료제 샘플을 만들었지만, 아이에게 다 먹여보다가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었다. 폼프리 부인에게 부탁해 아이의 상태를 더 잘 알아야 했다.

세베루스가 병동에 두어 번 노크를 하고는 문을 열었다.

"폼프리 부인, 할 말이 있-"

"…안, 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

"-하세요!"

세베루스가 눈동자를 굴려 아이들을 응시했다. 포터, 위즐리들, 그레인저… 아주 가관이다. 어디서 다친건지 모르겠지만, 다섯명 모두 꼴이 말이 아니었다.

"아, 스네이프 교수님. 마침 부르려던 참이었어요."

"네?"

"그 약 있으세요? 저번에 쓰신 악몽꾸지 않는 약이요."

"…있습니다."

세베루스가 별 고민없이 약 몇 병을 내어주었다. 폼프리 부인이 활짝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다음에 오는게 좋겠군. 세베루스가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를 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병동을 나가려던 참이었다. 침대에 있는 익숙한 백금발 머리만 아니었다면.

"폼프리 부인, 이게…"

"아, 저도 모르겠어요. 드레이코가 쓰러진 것 같은데요. 악몽을 꾸는 것처럼 보여서요."

세베루스가 다른 이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이 움찔거리는게 느껴졌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세베루스는 레질리먼시를 사용했다. 사실 평상시의 그라면 이 정도로 하지는 않았을거지만, 드레이코가 병동에 누워있어서 조금 당황한 상태였다. 물론, 그들이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을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블랙."

이제는 아이들까지 끌어들인건가. 세베루스가 이를 갈았다. 세베루스가 빠르게 병실문을 열어젖혔다. 바로 나가려던 그가 조금 머뭇거린 뒤에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초콜릿을 먹는게… 좋을거다."

* * *

Side, Sirious Black

"저는… 제임스를 죽인 것과 다름 없습니다."

말하려고 했지만 무언가 콱 막힌 듯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변명을 하는 것 같아서 더욱 그랬다. 젠장, 손만 안 묶였다면 얼굴을 가릴 수 있었을텐데. 결국 시리우스는 고개를 푹 수그리며 웅얼대듯 말했다.

"피터에게… 비밀 파수꾼을 넘겼어요. 리무스에게는 말하지 않았죠. 그를 의심, 했거든요. 물론 반성하고 있어요."

시리우스가 리무스의 눈치를 보며 뒷말을 덧붙였다. 리무스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옆에서 듣고만 있었다. 저러면서 상처받았겠지. 시리우스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런데… 그가 배신했고… 저는, 저, 는…"

시리우스는 결국 말을 맺지 못했다. 항상 이랬다. 그는 제 은사의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것만 같았다.

"나도 시리우스, 너를 믿지 못했었으니까. 용서해줄래?"

리무스가 농담처럼 그를 다독였다. 시리우스가 고개를 들고는 리무스를 똑바로 응시했다. 조금 놀란 표정을 하던 그가 리무스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나도 용서해줘."

"좋아."

덤블도어가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레몬티를 홀짝였다. 리무스와 시리우스가 동시에 덤블도어를 바라보다가 민망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덤블도어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둘의 밧줄이 풀렸다. 그가 리무스에게 지팡이를 던져주었다. 페티그루는 여전히 동작정지 마법이 걸린 채로, 밧줄에 묶여있었다.

"이 늙은이도 용서해 줄텐가?"

"네, 당연하죠."

시리우스가 고개를 떨어질 것처럼 끄덕였다. 그는 이런 분위기는 못참겠다는 듯 찻잔을 들고는 쭉 들이켰다. 그리고는 마시던 찻물을 뿜었다.

"컥, 케헥!"

"어쩐지 혀 데일 것 같더라."

리무스가 혀를 쯧쯧 찼다. 그가 지팡이를 휘둘러 시리우스가 뿜은 찻물을 없앴다.

"림, 나도 걱정 좀-"

"블랙! 루핀!"

누군가가 교장실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검은색 머리와 검정색 마법사 양복. 세베루스 스네이프였다. 시리우스의 눈살이 바로 찌푸려졌다.

"너희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건가?"

"네가 뭔 상관이지, 스니이- 에이프?"

시리우스가 덤블도어를 의식하며 조롱섞인 별명을 성으로 고쳤다. 하지만 스네이프는 그것조차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가 시리우스와 리무스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좋다."

스네이프가 이를 박박 갈며 말했다. 그가 삐딱하게 몸을 세우고는 말을 이었다.

"드레이코 말포이가 왜 저렇게 된건지. 설명해봐라."

시리우스가 흠칫 몸을 떨었다. 심지어 그 리무스 마저도 잠시 굳은 것 같았다. 스네이프가 그들의 반응은 신경도 쓰지 않으며 속사포로 말을 내뱉었다.

"드레이코가 디멘터를 만났다고? 오, 아주 감사하군. 그 애가 뭘 떠올렸을지 상상이 잘가는데 그래. 드레이코는 아프단 말이다! 환자를 그런 곳에 데려간 것 부터가…!"

리무스와 시리우스가 변명을 하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뭔가 혼나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들은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블랙의 누명이니 뭐니, 13살 짜리 애들을 끌어들이며 그런 짓을 벌였나? 아니, 15살 짜리 애들도 있었군. 아무리 억울하다고는 해도, 저 쥐새끼를 잡는 일에 드레이코까지 끌어들여?"

"…미안해. 스네이프."

리무스가 조그맣게 속삭였다. 그의 시선은 땅바닥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시리우스는 스네이프에게 뭐라 비꼬고 싶었지만, 그도 그가 잘못한 것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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