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회
179
- 왜 그래?
- 별 일 아니잖아?
- 어차피 넌 아니잖아.
이래서 사람들이 디멘터를 싫어하는건가. 기분이 바닥까지 치닫는게 확실히 느껴졌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희뿌연 안개에 디멘터들이 주춤거렸으나 그것 뿐이다. 디멘터는 다시 내 쪽으로 다가왔다.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속을 애써 진정시키고 주문을 외쳤다. 계속 외우다보면 한 번 정도는 성공하겠지.
"익스펙토 패트로눔! 익스펙토 패트로눔! 익스펙토…"
아, 다가오지 말라고. 그보다 루핀은 언제 오냐. 디멘터하고 키스하기는 싫은데. 꾸역꾸역 몰려오는 것들에 짜증이 날 지경이다.
- 너 때문이잖아. 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될 일은 없었어.
귓가에 빗물 소리가 들려온다.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이 더 들어간 것 같다.
- 아아악!
- 다 안으로 들어가! 다가오지 마!
- 여보세요, 거기 119죠?
"…그만."
끝나기는 커녕 더 선명히 떠오른다. 피와 빗물이 섞인 아스팔트, 하얀 셔츠에 잠긴 빨간 물, 비릿한 피냄새와 비명 소리, 사진 소리까지 선명하다.
"그만."
아니, 아니야. 몰랐어. 몰랐으니까, 그러니까-
- 전부 너 때문이야.
디멘터가 코앞까지 다가온 것 같다. 아니, 앞에 있는지도 분간이 가지 않는다. 이대로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은가. 부유하는 것 같은 느낌이 몸을 감쌌다.
"…익…토 패…로눔!"
주문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했다.
* * *
Side, Harry Potter
"시, 시리우스…"
페티그루가 시리우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한없이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먼저 시선을 돌린 페티그루가 리무스를 응시했다.
"그, 리무스. 자네는 날 죽이지 않을거지?"
루핀은 부드럽게 미소지을 뿐이었다. 하지만 페티그루는 그 미소가 부정의 뜻이란걸 알았다. 페티그루가 새하얀 안색으로 두서없이 말을 내뱉었다. 생각 나는대로 말하는 듯 싶었다.
"나, 난 쓸모가 많아… 난 아는게 많지. 그, 그, 그 드레이코 말포이!"
"말포이가 어쨌다는 거예요?"
"그 애는 무언가에 쫓기고 있어! 협박 당하는걸 보았어. 그 사람이 누군지도 알아."
"…그걸 어떻게 아는거지?"
"나, 난… 숨어있을 동안 슬리데린 기숙사에 가보았어. 거기에서 드레이코의 애완쥐로…"
페티그루가 말끝을 흐렸다. 그걸 들은 시리우스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 거렸다. 그는 어지간히도 화가 난 것 같았다.
"딱 너답군. 그래, 그래서였어. 너는 말포이가 어떤 표정이었는지 모르지? 그가 페티그루를 찾았다고 말할 때 어떤 안색이었는지 한 번이라도 보았다면, 이런 말은 안나올거야."
"너, 너희도 다를 바 없어!"
페티그루가 궁지에 몰린 쥐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지금도, 지금, 도 죽음을 먹는 자들을 만났을지 모르지. 그걸 방관한건 너희 아니었어? 어차피 똑같아! 모두… 모두!"
"그 입, 닥쳐."
계속 부드럽게 말을 이었던 루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페티그루가 입을 다물자 그가 지팡이를 그에게로 겨누었다. 시리우스도 마찬가지로 해리의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잘가게, 피터."
"날, 죽이려는 거야?"
페티그루가 도움을 요청하듯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지만 모두 고개를 돌리거나 손으로 눈을 가릴 뿐이었다. 페티그루의 얼굴에 절망이 떠올랐다.
해리가 그런 페티그루를 바라보았다. 그가 원하는게 이건가? 아니, 그는 블랙과 루핀이 죄를 짓는걸 원하지 않았다. 해리가 소리지르듯 말했다.
"잠깐, 잠깐만요…! 그를 죽이지 마세-"
"무니 씨!"
오두막집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리우스가 혀를 차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지팡이 끝에서 밧줄이 나오며 페티그루의 몸을 단단히 묶었다.
"무니, 내가 보고 있을테니까 가봐. 뒤따라갈게."
"…알았어."
루핀이 빠르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쌍둥이들이 서있었다. 조지가 속사포로 말을 내뱉었다.
"디멘, 터가 왔어요! 말포이가…"
"……아!"
루핀은 탄성을 흘리며 버드나무 쪽으로 향했다. 시리우스도 따라서 들어가려고 했지만, 그의 몸은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리무스가 그런 시리우스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괜찮은거지?"
"…빨리 가. 말포이가 위험하잖아."
시리우스가 억지로 웃어보였다. 루핀이 각정스럽게 시리우스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쌍둥이들이 온 방향으로 달려갔다. 시리우스는 루핀이 지팡이를 휘둘러 속도를 내는걸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켜서 페티그루를 잡았다.
"죽고싶지 않다면, 가만히 있는게 좋을거야."
"무슨 일이에요?"
"해리, 너희는 여기에 있거라. 지금 밖은 위험해."
해리가 불안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리우스가 페티그루를 더욱 세게 붙잡으며 한숨을 쉬었다. 페티그루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소리질렀다.
"드레이코가 위험하다고? 디멘터라면 빠, 빨리 가야하잖아!"
"닥쳐."
"그게 무슨 소리예요?"
론이 멍하니 되물었다. 해리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말포이가, 위험하다고요? 디멘터?"
"그게 무슨…"
헤르미온느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부들부들 떨었다. 시리우스가 그들을 바라보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의 입꼬리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괜찮아. 리무스가 갔으니까. 그는 패트로누스 마법을 할 줄 알거든."
"그래도, 그래도…"
론이 당장 달려나갈 것처럼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그의 다친 다리 때문인지 몸은 일어나지 않았다.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푹 숙이며 주먹을 꾹 쥐고 있었다. 론대신 해리가 벌떡 일어나 루핀이 간 방향으로 달려갔다.
"어디가는거야!"
"말포이가 위험하잖아요!"
"리무스가 갔어! 해리, 괜찮을거야."
시리우스가 해리의 어깨를 붙잡고는 억지로 앉게했다. 해리가 초조한 기색으로 제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그는 할 줄 아는게 없었다. 그래도, 말포이가 위험하잖아. 해리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바로 옆에서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숙인 채로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방법이 있니, 해리?"
"응?"
"말포이를 지킬 방법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