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38화 (38/130)

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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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통역하자면 정말 아니야? 정도의 표정인 듯 싶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위즐리의 주머니에서 회색 쥐가 나왔다. 동작정지 마법이 걸려서 굳어있는 상태였다.

"얘가 진짜 범인이야. 너희 부모님의 위치를 불어버리고 볼드모트의 편에 붙은 피터 페티그루. 파수꾼은 블랙이 아니라 페티그루거든."

"그래, 웜테일이기도 하고."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 루핀의 목소리다. 확실히 원작에 충실하군. 조금 있으면 스네이프도 오려나?

위즐리와 포터, 그레인저가 입을 뻐끔거린다. 모습을 보아하니 절대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설명하라는 뜻으로 루핀을 한 번 쳐다보았다. 루핀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어디서부터 말해야할까… 먼저 제임스와 시리우스, 피터는 애니마구스 였단다.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마법사. 그들은 나를 위해 그 모든걸 했지."

내가 지팡이를 휘둘러서 침묵마법을 풀어주었다. 그레인저가 떨리는 눈길로 나를 한 번 보더니 루핀을 다시 쳐다보았다.

"교수님이 늑대인간 이라서, 그런건가요…?"

"…맞아. 헤르미온느, 아주 똑똑하구나."

이 때부터는 다 알고있는 내용이었다. 나는 여전히 동작정지마법이 걸린 페티그루를 쳐다보다가 오두막 집을 나갔다.

"말포이, 어디 가?"

"호그와트. 블랙이 무사한 것도 확인했으니까 돌아갈꺼야."

포터가 나를 보며 입을 달싹였다. 나는 이야기나 들으라며 눈짓을 보내고는 바로 그 오두막집을 빠져나갔다.

* * *

"오, 도련님? 이제 나오는거야?"

"빨리 나왔네?"

조지와 프레드가 바닥을 더듬다가 나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었다. 바닥에는 정체모를 것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도대체 숲에 무슨 짓을 한거냐. 아니, 그보다 왜 여기에-

"아, 너희가 루핀 교수님 불렀어?"

"오, 무니 씨라면-"

"-당연히 우리가 불렀지!"

"도련님이 개인플레이를 하는 것 같아서 말야."

"…뭘 설치한거야?"

"안 알려줄건데?"

조지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한다. 프레드도 왠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신제품 실험을 여기에서 할 줄이야!"

"여러모로 기대돼!"

…신난 것 맞군. 짜게 식은 눈으로 둘을 바라보다가 공중부양마법을 써서 호그와트로 향했다. 바닥에 뭐가 설치되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뭐, 쌍둥이들이 있으면 페티그루도 잡히겠지. 조금 파인 모양새의 달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오늘은 보름도 아니었다.

* * *

Side, Sirious Black

"그, 그렇다면 이 스캐버스가-"

"그래, 그 쥐새끼지."

시리우스가 이를 꽉 물며 대답했다. 그가 죽일 듯한 눈빛으로 페티그루를 쳐다보았다.

"마, 말도 안돼. 스캐버스가, 페티그루라고요?"

"론, 확인해 보아도 되겠니? 스캐버스가 진짜 쥐라면 어떠한 해도 없을거란다."

리무스가 부드럽게 말하자 론이 머뭇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페티그루에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어느새 해리에게서 지팡이를 빌린 시리우스도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버둥거리지 못하는 쥐라 주문은 한 번 만으로도 충분했다.

둘의 지팡이에서 동시에 섬광이 번쩍였다. 뼈와 뼈가 부딪히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쥐였던 페티그루가 점점 사람으로 변했다. 쥐와 똑같은 회색빛 머리에 구질구질한 몰골이었다. 시리우스가 페티그루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리, 리무스, 시리우스…"

동작정지마법은 둘의 마법으로 인해 풀린 것 같았다. 페티그루가 조금 바르작대며 탈출을 바라는 듯이 문을 짧게 응시했다. 리무스도 그걸 보았는지 탈출구 쪽을 막으며 유쾌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 유쾌해 보이게 말한 것이 옳을지도. 그는 매우 화가 난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안녕, 피터."

"그, 그…"

"우리가 무슨 이야길 하고 있었는지 알지?"

"리, 무스. 설마… 설마 그 말을 믿는거, 야?"

"음- 저기,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헤르미온느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러면 말포이는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예요? 음- 블랙 씨? 시리우스? 가 알려주셨나요?"

헤르미온느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시리우스의 호칭을 바꾸어대며 불렀다. 시리우스가 페티그루를 죽일 듯 노려보며 대답했다.

"…시리우스라고 부르거라. 그리고, 그건 나도 모른단다. 말포이는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고있었어. 어쩌면-"

"그만, 시리우스. 애들한테 무슨 말을 하는거야."

리무스가 시리우스의 발등을 콱 밟았다. 하지만 똑똑한 헤르미온느는 뒤의 사실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설마, 설마, 말포이가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들은건가요…? 하지만 고문같은건 받지 않았다고-"

"수업 도중 쓰러진 것과 피를 토한것이 그것 말고 무엇으로 설명이 될까?"

해리가 무심코 말을 내뱉었다. 헤르미온느도 그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그녀가 걱정이 가득 담긴 얼굴로 말포이가 나간 쪽을 응시했다.

"괜찮단다. 말포이는 이제 괜찮을거야.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알고 계시거든."

리무스가 아이들을 다독이고는 계속 문 쪽을 응시하고 있는 페티그루 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차가운 눈초리에 페티그루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 * *

"…오."

디멘터 무리에 작은 감탄을 흘리며 공중부양 마법으로 몸을 더욱 띄웠다. 버드나무 쪽에 많은 기척이 느껴지는지 내 쪽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저거면 다들 죽겠는데.

디멘터 이벤트는 원작대로 인 것 같았다. 다수의 기척을 느낀 디멘터들이 떼로 몰려온거려나. 뭐, 루핀이 있으니까 괜찮겠지. 그는 패트로누스 마법을 쓸 줄 알았다.

디멘터 무리를 구경하며 호그와트로 날아갔다. 교수들한테 들키면 안좋아지는 것은 자신이니 투명마법도 사용했고.

"……?"

뭔가를 빼먹은 것 같은데. 아니, 위험한 이들은 없었다. 디멘터는 루핀이 처리할거고 블랙은 누명을 벗을 거였다. 페티그루는… 잡혀갈거고 삼인방도 멀쩡하겠지.

"Shit…"

…쌍둥이들이 밖에 있지. 저 디멘터 군단을 보면 조금 위험할지도 모른다. 지체없이 몸을 돌려 버드나무 쪽으로 향했다. 아직 패트로누스 마법 쓸 줄 모르는데. 루핀을 빨리 불러내야 했다.

"어? 도련님?"

"다시 왔어?"

"죽고싶지 않으면 빨리 내려가."

쌍둥이들이 눈짓을 주고받았다. 다행히 눈치가 있는건지 내 말을 순순히 듣는 것 같았다. 쌍둥이가 버드나무 뿌리 쪽으로 향하고 나도 뒤따라가는데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몰려왔다. 몸에 힘이 쭉빠지고 귓가에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았다. 여름도 아닌데 춥기까지 했다.

…정말 환상적이군. 원작으로 기억했을 때는 수 백 마리의 디멘터라고 묘사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그냥 호러였다. 뭔가 좀비영화같다.

"도련님!"

"…빨리 루핀을 불러와!"

쌍둥이들도 판단을 마쳤는지 빠르게 뿌리부분으로 내려갔다. 지팡이를 휘둘러 공격마법을 사용해봤지만 역시나 통하지 않는다. 그냥 도망가는 수 밖에 없나. 쌍둥이들이 간 버드나무 뿌리 쪽에 디멘터들이 따라가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 서자 디멘터가 무섭게 달려들었다. 공중부양마법을 써서 간신히 피했다.

솔직히 나는 디멘터가 공격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신새끼가 기억을 봉인해서 전생의 기억은 보가트가 나타나든, 베리타세움을 먹이든 '입 밖으로' 내놓는건 아예 불가능하다.

- 장난일 뿐이잖아?

서늘한 기운 속으로 낄낄거리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디멘터는 기억을 '떠올리는' 거였나?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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