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회
179
없다, 진짜 없다.
입을 작게 벌렸다가 닫았다. …희망을 가지자. 로널드 위즐리처럼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있어. 연회장에서 탐지 마법을 쓰면 될지도 모른다.
"……."
침착하게 그리핀도르 기숙사를 나갔다. 뚱보 여인이 뭐라뭐라 말하기는 했지만 듣지 않았다.
"오, 도련님?"
"왜 여기있어?"
"안보이던데."
마침 잘왔다. 쌍둥이들과 그 밑에 있는 블랙을 데리고는 외곽진 곳으로 향했다. 아무도 안보게끔 지팡이를 휘둘러 방음 마법을 걸었다.
프레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지가 옆에서 똑같은 포즈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무슨 일이야?"
"드디어 페티그루를-"
"-찾은거야?"
"…일단 패티그루는 못찾았어."
블랙이 이야기를 들으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가 아무도 없다는걸 재차 확인한 뒤에 사람으로 변했다. 개의 주둥아리가 짧아지고 검정색의 털이 솜털로 변했다. 마침내 사람으로 변한 블랙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어디까지 찾아봤냐?"
"도서관, 오두막집, 그리핀도르 기숙사, 후플푸프 기숙사, 래번클로 기숙사, 사이사이의 복도, 부엌, 연회장, 화장실, 금지된 숲-"
"잠깐, 금지된 숲?"
"거기에도 없었어요."
식인거미와 켄타우로스, 그 외 등등등의 마법생물 빼고는 정말 없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블랙이 어이가 없다는 어조로 외쳤다.
"거기는 위험한 곳이라고! 애초에 '금지된' 숲이란 말이 왜 생겼는지는 아냐? 엄청 큰 거미도 있고, 성격 더러운 말같은 사람도 있는 곳이다. 절대로 가면 안돼!"
…그렇게 말하는 사람 치고는 정보가 묘하게 자세하다. 게다가 거기서 만났던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냐. 내가 어이가 없다는 뜻으로 블랙을 바라보자 본인도 찔렸는지 시선을 피한다.
"패드풋 씨-"
"-금지된 숲도?"
프레드와 조지가 눈을 크게 뜨며 블랙을 바라본다. 그들의 눈에는 호기심과 흥미가 가득차 있었다. 조지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난다. 저건 분명 큰일이 날 것 같은 징조인데.
"큰 거미?"
"말 닮은 사람?"
"가본거예요?"
"우린 한 번도 못봤는데!"
프레드가 약간 분개한 듯 소리친다. 아니, 그보다 너희도 가본거냐.
"우리가 만날 때도 금지된 숲이었죠?"
"와우, 패드풋 씨. 학생 때도 가본 적 있어요?"
"그보다 큰 거미라니!"
"우리 집 로니가 싫어하겠네."
프레드가 싱글거리며 말한다. 아니, 로널드 위즐리가 거미를 싫어하게 된 원인은 프레드 위즐리인데. 프레드가 장난을 쳐서 그렇게 된거 아니냐.
잠시 얼이 빠져 있던 블랙이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너희가 갈만한 곳이 아니야. 드레이코 말포이, 너도 마찬가지고."
사실 그 말은 별로 신용성이 없었다. 프레드는 들은 척 만 척 하며 고개를 대충 끄덕였고, 조지는 아예 듣지도 않고 있었으며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블랙의 말을 적당히 흘려들으며 쌍둥이들에게 말했다.
"그래서, 다 알아봤어?"
"당연하지!"
"교수님들도 다 수색했다고."
"크리스마스 연회에서-"
"-산타로 분장하고 말이지."
프레드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산타는 어떻게 안거냐. 하긴 머글덕후인 아서 위즐리가 아버지인데 뭔들 모를까 싶었다.
"선물같아 보이게 하려고 고생 좀 했지!"
"슬리데린 아이들은 안받길래-"
"-패드풋 씨를 풀어주었어!"
"패드풋 씨도 수색했다고?"
조지가 익살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블랙이 그걸 들으며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양심에 찔리지도 않는건가.
"학생들이나 교수들에게도 없고, 학교에도 없고…"
도망쳤다는 가설 밖에 나오지 않는다. 도대체 어딜 간거지. 못 찾았을 가능성도 고려해서 한 번 더 수색해볼 작정이었다.
* * *
"안녕, 포터."
"말포이, 안녕?"
포터가 눈을 데굴데굴 굴린다. 그러면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크리스마스 연회 안왔어?"
"…별로. 시끄러운건 싫어해."
"그렇구나. 하긴 안와서 다행이긴 해."
포터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한다. 분명 쌍둥이들이 미친 짓을 한게 틀림없었다. 내가 궁금하다는 듯 포터를 바라보자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크리스마스 연회를 설명했다.
"음, 그게- 프레드와 조지가 산타로 변장해서 선물을 모든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거든. 그게 이건데."
포터가 주머니를 뒤져서 상자를 꺼냈다. 거기에는 미묘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포터가 상자를 열자 우스꽝스러운 인형이 튀어나왔다. 초록색 눈동자에 검정색 머리, 안경을 쓰고 이마에 번개 모양의 흉터를 가진 인형은 어디를 보아도 해리 포터였다.
…재능 낭비가 이런건가. 쓸데없는 데에서 정성을 쏟은 쌍둥이들을 생각하자니 참 어이가 없었다.
"슬리데린들은 안 받았거든. 그래서 패드풋이- 조금-"
그건 나도 잘 알았다. 슬리데린 기숙사를 보았으니까. 개털을 풀풀 날리며 들어오던 이들이 가관이었다.
"…잠깐 봐도 돼?"
"으, 응."
상자를 열어 튀오나온 인형을 잡았다. 지팡이로 인형을 가볍게 두드렸다. …수색마법인가. 고등마법이니 블랙이 했을 것 같았다. 진짜 재능 낭비군.
"잘봤어."
포터에게 상자를 돌려주자 기다렸다는 듯 루핀이 마법의 역사 교실로 들어왔다. 그는 커다란 나무 상자를 끌고 나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포터가 나무 상자에는 티끌만한 관심도 주지 않으며 루핀에게 눈짓을 보냈다. 빨리 설명하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루핀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말포이가 같이 하고 싶다고 해서 말이야. 말해주지 않은건 미안하구나."
"아뇨… 괜찮아요."
포터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나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말포이, 정말 할 수 있겠어?"
"……?"
뭔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어이가 없다는 뜻으로 고개를 기울이자 포터가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보모냐.
우리 사이에서 눈만 굴리던 루핀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가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우리 수업을 시작할까?"
"아,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