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31화 (31/130)

3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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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시작한다니 포터가 그제야 시선도 안주었던 나무 상자를 바라보았다. 루핀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보가트란다. 해리, 너의 수업에 쓸 데가-"

"보가트라고요…?"

포터가 충격받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가 나와 루핀을 번갈아보더니 결심한듯 입을 굳게 다물고 눈을 부릅 떴다. 왜 저러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날 수업은 망했다.

포터의 엄청난 반대에 마법을 어느정도 연습하고 나서 보가트를 보기로 합의봤다. 마법 주문만을 연습하고 그냥 헤어진 것 같았다. 루핀의 어색한 웃음과 잘했다는 의례적인 칭찬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진짜 괜히 수업 들은 것 같다. 스네이프한테 안들은다고 말해야겠다.

* * *

Side, Neville Longbottom

"빨리 해라."

"네, 네…"

네빌이 우는 듯한 목소리로 겨우겨우 대답했다. 실제로도 그는 반쯤 울먹거리고 있었다. 맹세코 두꺼비를 자르기는 싫었다. 그가 벌벌 떨리는 손으로 겨우겨우 칼을 가져다댔다.

똑똑.

그 노크 소리는 네빌에게 구원이나 다를 바 없었다. 네빌의 안색이 환해진 동시에 스네이프의 안색은 짜증으로 물들었다. 어지간히도 짜증났는지 그가 인상을 확 찌푸렸다.

"누구지?"

"드레이코 말포이 입니다."

스네이프의 언짢은 기색이 조금 누그러졌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네빌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들어와라."

"네."

말포이가 들어와서 사감실을 살폈다. 그가 사감실 한 쪽 구석에 있는 네빌을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스네이프가 전혀 신경쓰지 않고는 말했다.

"무슨 일이지?"

"…두꺼비? 두꺼비 손질을 맡기신 겁니까?"

"그래."

스네이프가 느릿느릿하게 대답했다. 말포이가 입을 조금 벌렸다.

"롱바텀이 두꺼비 애완동물을 기르는건 알고 계십니까?"

"…알고있다."

말포이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말포이는 뭔가 실망한 듯 했다. 그가 냉소적인 투로 말했다.

"그게- 폭력이란건 알고 계십니까?"

말포이가 그렇게 말하자 스네이프가 눈을 크게 떴다. 네빌도 놀란건 마찬가지였다. 저건 자살시도나 다를 바 없다. 아무리 그가 슬리데린 이라도 무사하지 못하겠지. 어쩌면 100점 감점을 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네빌의 추측은 틀렸다. 스네이프는 감점이나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그저 말포이에게 무얼 말하려는 듯 말포이를 향해 입을 벌렸다. 하지만 말포이가 더 빨랐다. 그는 문을 소리나게 닫고는 사감실을 벗어났다.

혼자 남은 네빌이, 아니, 스네이프와 함께 남게 된 네빌이 두려운 기색으로 쭈뼛거렸다. 스네이프는 잘 돌아가지 않는 태엽처럼 한동안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그가 잠에서 깨어난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롱바텀, 이만 나가보거라."

"네, 네!"

* * *

나는 얼굴을 팍 찌푸리고는 바로 기숙사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스네이프는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좋아한 거였다. 그는 피해자면서 고난을 딛고 일어선 사람이니까.

하지만 빌어먹을 신새끼가 원작을 머릿속에 거의 쳐박아 주면서, 호그와트 생활을 하면서 스네이프가 별로 좋지 않아졌다.

그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였다.

그래도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 두꺼비가 애완동물인 이에게 두꺼비 손질을 맡기다니. 그건 고문이나 다를 바 없잖아.

"…무스."

이제는 잘 먹고 잘 살아서 그런지 살이오른 것 같은 무스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기분이 안좋은건 어떻게 알았냐. 이럴 때는 동물도 초능력이 있는건지 의심스럽다.

"……찍."

무스가 손에 얼굴을 부볐다. 걱정하는건가. 나는 웃으며 무스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괜찮아. 별 일 아니었으니까-"

- 별 일 아니잖아?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듯 했다. 물밀듯 들어오는 기억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안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저조한 기분으로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무스를 잡아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일단 씻겨야겠지.

"스코지파이."

요즘 청결 마법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 내 몸에도 청결 마법을 사용한 다음, 무스의 몸에도 똑같이 사용했다.

"좀 가만히 좀 있어."

눈살을 찌푸리며 무스를 바라보았다. 무스가 발을 허우적대며 항의 비슷한걸 해왔다. 어차피 넌 씻김 당할 운명이다. 내가 지팡이를 다시 휘두르려고 할 때였다.

"……?"

무스의 발이 이상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서 무스의 다리를 살폈다. 허우적 거리는 발을 잡아서 쳐다보자 이상한게 더 잘 느껴졌다. 무스의 발가락 하나가 없었다.

"발가락…?"

시리우스 블랙이 페티그루를 찾는걸 결정적으로 도와준 단서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얘가 없는거냐. 아니, 그건 아닐 것이다.

…그러고보니 얘를 만난게 로널드 위즐리와 접촉하고 나서인 것 같다. 그 시기에 위즐리가 스캐버스를 잃어버렸다고 했고. 이상하게 날 경계하지 않는 것도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스캐버스?"

정리되지 않은 문장이 툭 튀어나왔다. 무스가 반항하던 움직임을 딱 굳혔다.

"스캐버스라고?"

내가 멍하니 되뇌었다. 사실 되뇌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했다. 멍하니 있는 사이에 무스가 도망친 것은 빤히 보이는 일이였다. 고작 몇 초 사이에 쥐가 방에서 사라졌다.

방은 휑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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