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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파괴범-2화 (2/130)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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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려진 나이는 꽤 애매한 나이인 13살이었다. 3학년 때는 시리우스 블랙을 중심으로 일이 일어날 거다. 그냥 드레이코 말포이와 반대되는 짓을 하면 되지 않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 이상은 관여하기도 짜증 났다. 여길 못 벗어난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치솟을 지경이었다.

솔직히 원작 파괴를 마음먹더라도 달라진 건 없었다. 그냥 머글 출신들에게 시비를 걸지 않거나, 해리 포터를 봐도 무시하고 지나가는 정도였다. 사실 계산까지 해서 시비를 걸어야 했던 나로서는 지금이 굉장히 편했다.

"드레이코, 너 어디 아파?"

크레이브와 고일이 눈동자를 굴리며 날 쳐다본다. 걱정이 뚝뚝 묻어나는 눈동자는, 3학년이라 그런지 순진하기 짝이 없었다. 아이 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외모 때문에 그런가. 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크레이브가 과장된 동작으로 내 앞을 가로막았다.

"너 요즘 이상해. 왜 해탈한 노인네처럼 구는 거야? 난 덤블도어의 영혼이라도 씐 줄 알았잖아."

크레이브의 신랄한 말에 고일이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머리는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아무것도 안 해도 이 취급이냐. 내가 이맘때쯤에 한 건-

디멘터 흉내 내기랑 히포그리프에 물려서 아픈 척 한 거랑 그거 가지고 포터네들 놀린 거랑 루핀 교수의 소문 주동해서 슬리데린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 개판 만든 거, 스네이프를 동원해서 그리핀도르 퀴디치 연습을 방해한 거….

아련하게 스쳐 지나가는 기억들이 셀 수도 없어서, 크레이브와 고일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이 둘뿐만이 아니라 다른 슬리데린들에게도 5번 이상은 들은 질문이었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크레이브의 얼굴이 무안함으로 인해 조금 벌게졌다.

"…다음 수업은?"

"아, 아! 시, 신비한 동물 돌보기야."

몸을 일으켜 먼저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뒤에서 둘이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어려진 둘과 7학년 때의 둘이 구분되지 않았다. 익숙한 얼굴을 볼 때마다 7학년을 상기하고 있으니, 다른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질 만도 했다.

해그리드의 수업은 전생 때와 다르지 않았다. 혼자 말하고 그리핀도르만 대답하는 수업 방식은 호그와트 내에서도 아주 유명했다. 아프고 위험한 신비한 동물들만 모아서 수업하는 기이한 재주도 말이다.

'드레이코 말포이'의 흉내를 낼 때 항상 욕하고 헐뜯었던 거로 기억한다. 난 잔뜩 설레서 얼굴을 붉히는 해그리드에게 측은한 눈길을 보냈다. 해그리드의 상기된 얼굴에 초췌하고 초라한 해그리드가 겹쳐 보였다. 나중에 교수 험담의 주인공이 될 미래도 덤으로.

"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책을 펴는 거야."

해그리드가 말을 하든 말든, 슬리데린들은 거의 해그리드의 말을 흘려듣고 있었다. 킥킥대는 소리와 미묘한 수군거림, 업신여기는 눈빛이 여기서도 느껴졌다. 한 슬리데린이 낄낄대며 손을 들었다. 과할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동작에 파킨슨이 참지 못하고 풋, 하는 소리를 냈다.

"어떻게 책을 펴는데요? 여기서 책을 편 사람이 있나요?"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원작은 잘 굴러갔다. 슬리데린들이 거인 혼혈을 깔보는 행위를 '원작이 잘 굴러간다.'라는 말로 포장하기는 좀 그렇지만. 도를 넘은 슬리데린의 행동에 한마디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나보다 해그리드가 더 빨랐다.

"어… 아무도 책을 펴지 않았니?"

해그리드가 눈동자를 굴리며 눈썹을 축 늘어뜨렸다. 그리핀도르는 서로의 눈치를 보았고, 슬리데린들은 비꼬는 말을 속닥이기에 바빴다. 갑자기 침묵 마법이라도 건듯 조용해진 분위기에 해그리드가 맥 빠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책은 어루만져 주어야만 해. 이렇게 말이야."

"어루만져 주래."

"진짜 웃긴다."

이제는 아예 들으라는 듯 대놓고 외친다. 슬리데린들의 비웃음 소리가 배경음처럼 깔렸다. 그리핀도르들 중 몇몇도 피식 웃기만 했다. 두 기숙사 모두 이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보였다.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이 똑같은 생각을 하는 몇 안 되는 날이었다. 물론 그날이 교수에게 예의를 밥 말아 먹는 날이 아니라면 나도 감탄했을 거다.

"죄송해요. 전 저 이빨이 박힌 책을 어루만져 주지 못하거든요!"

"입 닥쳐, 크레이브."

나는 미묘한 기분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포터를 응시했다. 쟤 입에서 나 말고 다른 애 이름이 나올 줄이야. 내가 해리 포터에게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입 닥쳐, 말포이'였다. 굉장히 생소한 풍경에, 나는 깐죽거리는 크레이브를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포터는 내가 저렇게 보였던 건가.

"엄… 그래, 그, 책은 다 있으니까, 신비한 동물이 필요하겠네. 내가 데려올게. 잠깐만…."

해그리드가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숲속으로 들어갔다. 교수가 사라진 게 신호탄이라도 되듯 아이들은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해그리드의 수업은 불행하게도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파킨슨이 나한테 달라붙으며 콧방귀를 흥, 뀌었다.

"포터가 욕을 했는데도 감점을 안 하다니, 저 교수도 그리핀도르만 편애한다 이거지?"

그렇게 따지면 다른 슬리데린들도 감점을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속으로만 반박하면서 경직되어 있던 몸에 힘을 뺐다. 드레이코 말포이는 은근 비중이 커서, 원작을 지키려면 매일 포터에게 시비 걸어야 했다. 사실 지금도 포터를 비꼴 창의적인 말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책은 또 뭐야? 지금 장난하는 건가? 이딴 걸 읽으면서 시험을 봐야 해? 정말 끔찍해."

"저런 멍청이가 교수라니, 덤블도어가 미쳐도 단단히 미친 모양이야."

"덤블도어는 원래부터 미쳐 있었어."

"그건 그렇지만."

여기저기서 떠도는 말이 귓가에 잘도 들어왔다. 나는 별로 듣고 싶지 않은 험담을 들으면서, 교수의 인권 문제에 대해 생각했다. 나라도 저런 말을 들으면서 수업하기는 싫었다.

포터가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금방이라도 소리 지를 듯 입을 열었다. 귀를 막으려 지팡이를 들었지만, 그것보다 크레이브가 먼저 내 팔을 잡았다.

"안 그래, 드레이코?"

갑자기 시선이 내 쪽으로 쏠린다. 아닌 척 흘끔흘끔 꽂히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태도 하나 바꿨다고 저렇게 보는 애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과연 소문과 가십의 호그와트인 걸까. 크레이브가 답을 바라는 듯이 상기된 얼굴로 눈을 반짝거렸다. 고일은 통통한 목을 길게 쭉 뺐다.

"…너희들, 교수 욕도 적당히 해."

그거 인권침해다. 7년 동안 슬리데린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툭, 롱바텀이 들고 있던 책을 떨어뜨렸고, 위즐리는 멍청하게 입을 벌렸다. 크레이브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뜨고 있었다. 반응이 전부 다양해서, 나는 미묘하게 후련해진 기분으로 아이들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우으으!"

해그리드의 수업 때보다 조용해진 분위기를 깬 건, 누군가의 두려움 섞인 비명이었다. 나는 꽥꽥, 괴성을 내지르는 히포그리프 군단을 발견하고 지팡이를 집어들었다. 본능적인 위기감에 의해서였다. 다른 이들이 질겁을 하든 말든 해그리드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히포그리프들을 인도했다. 한 아이는 비명을 질렀고, 몇몇 아이들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난다. 롱바텀은 거의 울듯한 표정이었다.

히포그리프는… 난 절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이 생겼다. 히포그리프에게 팔을 물렸기 때문일까. 히포그리프만 보면 번뜩이는 발톱이 잊히지 않는다. 괴상한 생김새로 사납게 몸부림치는 히포그리프는 어쩐지 용보다도 위압적이었다.

게다가 여기의 동물은 날 싫어하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지금 위험한 거 아니냐.

히포그리프 한 마리가 눈을 번뜩이며 날 노려보았다. 그 옆의 히포그리프는 콧김을 내뿜으면서 발을 굴렀고, 다른 히포그리프는 내 쪽으로 돌진하려다가 안전장치에 의해 막혔다. 끼에엑거리는 기괴한 소리를 내뱉는 아이도 있고,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아이도 있었다.

"히포그리프야! 멋지지 않니?"

신뢰감 없이 흥분만이 뚝뚝 묻어 나오는 목소리에 고민 없이 손을 들었다. 이제 나도 몰라. 내 마음대로 할 거다. 솔직히 방어 마법을 쓰면서까지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으니,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저렇게 위압적인 히포그리프와 인사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말포이, 무슨 일이니?"

"몸이 좀 안 좋습니다. 병동에 가도 되겠습니까, 교수님?"

"괜찮니? 정말 아파 보이네."

얼마 남지 않은 양심이 쑤셔온다. 버틸 만은 합니다.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덧붙이자 해그리드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뜯어보았다. 안타깝게도 내 신경은 거의 히포그리프들에게 쏠려 있어서, 해그리드를 진정시켜 줄 수 없었다. 이곳에서 히포그리프들의 단단한 발톱이 굉장히 잘 보였기 때문이다.

"알았다. 말포이, 병동으로 가렴."

"고맙습니다."

짧게 눈인사를 하고 미련 없이 뒤를 돌았다. 쏠리는 시선을 거의 다 무시했다.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기만 했다.

급하게 걸음을 옮기느라 뒤의 한기를 못 느꼈거나, 조용히 눈치만 보던 아이들이 갑자기 시끄러워진 걸 못 알아챈 게 실수라면 실수일 수도 있었다.

"벅빅! 안 돼!"

"드레이코, 피해!"

다급한 외침이 허공을 갈랐다. 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느릿하게 몸을 돌렸다. 쿵쿵대는 발소리와 살벌한 눈초리 때문인지 몸이 반사적으로 굳는다. 경악 섞인 말소리가 쓸데없이 느리게 들렸다. 나는 지팡이를 꺼낼 새도 없이 히포그리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머릿속에는 뜬금없이 이런 말이 떠올랐다.

'야생 동물에게 뒤를 보여주지 마세요.'

아, 이런 건 뒤돌기 전에 떠오르라고. 왜 하필 지금인데.

[작품후기]

2019. 2. 4. 수정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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