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33화 (233/299)

233화

제65화. Free(4)

모든 걸 그룹들에게 지역이 할당된 뒤.

민주린이 평가 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게릴라 콘서트인 만큼 평가 역시 여러분들의 무대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분들이 해주실 겁니다.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무작위로 50명을 선별해서 여러분들의 무대에 대한 점수를 표기해 달라고 할 텐데요. 이 50명의 점수를 평균으로 계산한 결과가 여러분들의 2차 팀 미션 최종 점수가 될 겁니다.”

참가자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평가 방식에 관해선 복잡하게 생각할 게 없었다.

모든 미션이 그렇듯 좋은 무대를 펼쳐서 보는 사람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면 된다.

기본 원리는 결국 다 똑같다.

건투를 빈다는 민주린의 마무리 멘트를 끝으로 오전 녹화가 종료되었다.

지역이 정해진 이상,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빨리 준비해서 이동하자.”

이연이 하니엘 멤버들을 재촉했다.

정확히 오후 2시 정각에 모든 걸 그룹들이 동시에 무대를 펼쳐야 했기에 사실 먼저 가도 큰 메리트가 없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도착한 순서대로 공연을 시작할 수 있는 룰도 아니고 말이다.

이연은 공연 시작 시간보다 자신들이 어떤 무대를 사용해야 하는지. 이것을 가장 먼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무대 크기와 형태에 따라서 퍼포먼스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무대가 그렇게까지 넓은 편이 아니다, 그러면 안무 대형을 좀 더 타이트하게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연은 멤버들에게 준비를 서두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동은 제작진이 미리 마련한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리샤가 커다란 가방을 들고서 맨 뒷좌석으로 향했다.

비아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보면 피난 가는 줄 알겠네.”

가방 안에 뭐가 들었는지. 비아는 굳이 그녀에게 묻지 않았다.

안 봐도 내용물의 정체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먹으려고 간식거리를 그렇게 많이 챙긴 거야?”

“평소보다 약간 더? 먹어야 힘이 나지. 왜, 한국 사람은 밥심이라는 말도 있잖아.”

“언니는 한국 사람 아니잖아.”

리샤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외국인 멤버인 유키는 시우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연은 앞쪽 자리에 혼자 앉아 조용히 자유 미션에 관한 고민을 이어갔다.

따지고 보면 야외무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SSS에 출연할 때에도 치어리딩 미션처럼 밖에서 공연을 펼쳐야 했던 무대는 많았다.

그렇기에 이연은 더 걱정일 수밖에 없었다.

야외무대는 너무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역시.

‘날씨겠지.’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하늘을 바라보자마자 이연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생겼다.

날씨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군데군데 보이는 먹구름이 이연에게 불안감을 강제로 선물했다.

‘비 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아직 제작진에게 물어본 적은 없지만.

이연이 예상하기론.

‘아마 강행하겠지.’

지금까지 봐온 제작진의 성향을 본다면, 약간의 비 정도는 충분히 감내하고 가자고 말할 게 분명했다.

공연을 아예 못 할 정도로 비가 쏟아진다면 장소를 옮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테니까.

‘뭔가 대책이 있겠지.’

이런 외적인 것은 제작진이 현명하게 잘 대처해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연과 멤버들은 내적인 것, 무대 내용에 관한 것들만 생각하기로 했다.

이 와중에 뒷좌석 쪽 분위기는 굉장히 밝았다.

“리샤 언니, 나도 새X달X 하나 주면 안 돼? 딸기 맛으로.”

“아깐 나한테 엄청 먹는다고 잔소리했으면서.”

“이게 다 언니를 위해서야. 내가 언니 거 좀 먹어줘야 언니도 적당히 조절해서 먹게 될 거잖아. 안 그래?”

“말은 잘해.”

마치 소풍을 앞둔 여고생들처럼 잔뜩 들떠 있었다.

밝은 멤버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연은 몰래 웃었다.

긴장에 떠는 것보단 저렇게 웃고 떠들고 하는 모습이 더 나아 보였다.

‘이동하는 동안 방송 분량은 애들이 잘 뽑아주겠지.’

그렇게 믿고서 이연은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다시 머릿속으로 고민거리들을 펼치기 시작했다.

* * *

하니엘이 펼칠 무대에 도착하자마자 이연은 가장 먼저 버스에서 하차했다.

카메라가 따라잡기도 힘들 정도로 빠른 걸음걸이 속도를 선보이면서 스태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한 그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이연은 안도가 섞인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쁘진 않네.’

무대로 보이는 단상과 함께 계단식으로 꾸며져 있는 부채꼴 모양의 객석이 한눈에 잘 들어왔다.

장소가 크진 않았다.

50명이 앉아서 무대를 관람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사람이 별로 없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니엘이 무대를 펼칠 지상이 아닌 지하를 이용해서 이곳을 왕래하고 있었다.

실내에 거대 쇼핑몰이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오늘 날씨가 바깥을 돌아다니기에 좋은 것도 아니고.

금방 비라도 쏟아질 것처럼 하늘도 우중충하다.

차를 타고 이곳에 오는 동안에도 제작진 역시 날씨에 관한 문제로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까지는 현상 유지를 고집하고 있지만.

혹시 모르니까. 일단 장소를 이동해서 녹화를 진행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니엘 팀 공연을 맡게 된 황 PD가 멤버들에게도 이와 같은 사실을 전했다.

“일기예보 보니까 비는 오후 4시부터 내리기 시작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때쯤이면 무대 다 끝나고 철수할 시간대니까, 우선은 예정대로 진행하겠습니다.”

“네.”

대충 가닥은 잡혔으니까.

이제부터가 문제다.

어떻게 하면 실내에 있는 사람들을 지상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

여기에 오늘 무대의 성공 여부가 달렸다.

혹시 몰라서 이연은 황 PD에게 추가 질문을 꺼냈다.

“PD님. 만약에 50명이 안 모였다면 어떻게 되나요?”

“남은 인원만으로 평가가 진행됩니다. 점수 매기는 데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겁니다. 대신에…….”

황 PD가 잠깐 말끝을 흐릴 때, 이연이 그의 말을 가로챘다.

“시청자들이 방송으로 봤을 때엔 좋은 그림은 안 나오겠네요.”

“잘 아시네요.”

어느 팀은 게릴라 무대로 100명 가까이 사람을 모았는데. 어느 팀은 50명조차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면 당연히 비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편집의 힘으로 어찌어찌 커버는 칠 수 있다.

관중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최대한 덜 비추게 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시청자들의 눈은 속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귀는 속이지 못한다.

당시 현장을 본 사람들이 ‘이 그룹, 50명 못 채웠다’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만 해도 순식간에 퍼져나갈 것이다.

이 소문이 파이널 라운드 마지막 팀 미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웬만하면 최소 인원 정도는 채우는 편이 좋아 보였다.

덕분에 하니엘 멤버들은 비상이 걸렸다.

황이전 PD가 스태프들에게 작업 지시를 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켰을 때.

멤버들이 이연을 중심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어떻게 해, 연아.”

“우리, 여기 온 지 이제 10분 지났는데. 사람 한 명 안 지나다녔잖아.”

“이러다가 한 명도 안 오는 거 아니야?”

불안감이 솟구칠 수밖에 없었다.

20명, 아니, 10명도 안 되는 인원이 모이면 이건 편집으로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미션 수행 이전에 사람들을 모으게 만드는 것부터 먼저 떠올려야 할 판이었다.

공연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뿐.

유키가 의견을 꺼냈다.

“전단지라도 돌릴까요? 메이드 카페 직원들도 그랬는데.”

아키하바라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우미가 유키의 말에 반론을 펼쳤다.

“전단지도 사람들이 지나다녀야 효과가 있지. 줄 사람도 없는데,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까 언니 말이 맞네요.”

이건 전단지 돌리기 이전의 문제다.

이연은 잠시 고개를 돌려 무대 쪽을 바라봤다.

스태프들이 카메라와 음향 장치 등 최소한의 장비 설치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기 위해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다.

이때, 이연의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스쳤다.

“감독님.”

음향감독을 찾은 이연이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대 시작하기 전에 리허설 안 하나요?”

“리허설?”

“네. 저번처럼 ‘음향사고’ 날 수도 있잖아요. 리허설 한번 해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이연은 음향사고라는 단어를 유독 강조해서 말했다.

그러자 음향감독의 얼굴에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이 깃들었다.

음향감독이 직접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팀원이 잘못을 저지른 거니까. 그 역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었다.

“PD님한테 말해볼게요.”

“감사합니다, 감독님. 꼭 부탁드릴게요.”

어떻게든 성사시켜봐라. 이런 식으로 압박을 넣었다.

“아, 알았어요. 노력해 보겠습니다.”

음향감독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황 PD를 찾았다.

생각보다 결과는 금방 나왔다.

“네, 리허설 가능하다고 합니다. 근데 많이는 안 되고요. 시간 관계상 한 번만 짧게 끝내고 바로 본 촬영으로 넘어간다고 하네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리허설 권한을 성공적으로 따낸 이연은 불안해하는 멤버들을 다독이면서 말했다.

“이제 해결됐어.”

“됐다고? 이게 끝이야?”

“어.”

사람들을 실내에서 지상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노래하면 돼.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려주면, 사람들은 알아서 모일 거야.”

그녀들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리허설 때 본 무대처럼 열심히 노래 부르는 것.

이것만 해준다면.

이연의 예상대로, 관객 문제는 알아서 해결될 것이다.

* * *

“아아. 마이크 테스트 할게요.”

이연은 마이크를 입가에 바짝 붙이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연의 목소리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다.

티비든 웹 영상이든. 워낙 다방면으로 많은 활동을 펼쳤기 때문에 사람들 대부분은 그녀의 목소리가 익숙했다.

이연이 마이크 테스트를 위해 일부러 크게 말을 하자, 소수의 사람이 이연이 서 있는 무대 쪽으로 관심을 보였다.

실내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던 남녀 커플이 이연의 모습을 보고서 크게 놀랐다.

“오빠! 하니엘 아니야?”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맞네! 권이연이잖아!”

“어머어머어머, 미쳤나 봐! 이거, 몰래카메라 아니지? 응?”

몰래카메라치고는 너무 권이연과 판박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본인이 등판했으니까.

사람들이 이연과 하니엘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소문은 순식간에 실내 쪽에도 퍼졌다.

쇼핑이 목적이었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하니엘이 있는 밖으로 향했다.

이연은 점점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거 봐. 내 말이 맞지?”

멤버들은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한 리더의 위엄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50명을 어떻게 채우나 걱정했던 자신들이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다.

어림잡아 70명 정도는 되어 보였다.

리허설을 마쳤을 때에는 120명을 훌쩍 돌파했다.

‘괜히 머리 아프게 고민했네.’

역시. 가수에겐 노래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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